행사 [열두 달 더불어 도서관] 불쑥 우리 곁에 찾아온 선물, 교생선생님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2-06-02 15:43 조회 3,113회 댓글 0건본문
불쑥 우리 곁에 찾아온 선물,
교생선생님
4년 전 이맘때 저는 교육 실습을 위해 고향인 전주에 내려와 모교를 찾았습니다. 교육 실습을 기다리며 설레는 마음으로 발목까지 내려오는 원피스와 분홍색 구두를 샀죠. 그 옷을 입고 거울 앞에 서서 아이들에게 건네는 첫 번째 인사를 몇 번 이나 연습했는지 모릅니다. 걱정과 다르게 학교생활은 재미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잠깐 왔다 떠나는 저에게 더 솔직하게 감정을 털어놨고 그런 아이들과 야간 자율 학습이 끝날 때까지 학교도서관에 남아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아이들 사이에 둘러싸여 “선생님”으로 불리니 정말 선생님이 된 듯한 미묘한 기분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때도 지금처럼 학교에 출근하는 거리마다 형형색색의 철쭉이 일렁였죠. 이런 경험 덕분인지 지금도 교생선생님을 보면 많은 감정이 교차합니다. 교생선생님 역시 저를 보며 그런 생각이 들겠지요? 허민영 전주 우림중 사서교사
학교도서관에 교생선생님이 오셨다고요?
교생선생님이 오면 무엇을 알려 드려야 할지 고민이 많아집니다. 학교도서관에 예비 사서교사, 즉 교생선 생님이 온다는 소식에 제일 설레어 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도서부입니다. 교생선생님을 보기 위해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 도서관에 달려오기도 하고 혹시라도 교생선생님이 보이지 않으면 애타게 찾기 도 합니다. 어쩌다 보니 교생선생님의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은 아이들 것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아이들 이 수업을 받는 동안 사서교사는 교생선생님과 어떤 시간을 보낼까요? 그 시간 동안 사서교사는 교생선 생님에게 학교도서관 운영 전반을 알립니다. 저는 다음과 같은 커리큘럼을 짜고 매일 1교시에 교생선생님 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표시를 중심으로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도서의 민족' 행사 모습 |
도서부와 신간을 정리 중인 교생선생님 |
둘째 연구 수업 준비하기
연구부장 선생님이 교생선생님의 연구 수업을 준비해 달라고 요청하셨습니다. 제가 하는 수업이 ‘주제 선택’뿐이라 그 시간을 연구 수업으로 정하고 수업 주제를 고민했습니다. 그 결과 기존에 하고 있던 ‘읽기가 재미있는 문해력 독서’의 연장선에서 수업을 하기로 정했습니다. 『죽이고 싶은 아이』(이꽃님)에 나오는 단어를 공부하고 그 단어를 활용해 문장을 만드는 활동을 계획했습니다.
연구 수업을 준비하면서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것은 교수학습 지도안을 작성하는 것입니다. 교육과정
에 따른 교과서가 있는 수업이라면 교과서를 참고하여 학습 목표를 설정하고 세부 계획을 꼼꼼하고 수월하게 작성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교과서가 없는 수업에서는 ‘독서를 통한 문해력 향상’이란 상위 목표
를 설정한 후 세 가지 학습 목표를 만들어야 합니다.
셋째 독서교육 프로그램 고민하기
교생선생님이 오시면 빠지지 않고 하는 활동이 있습니다. 바로 독서교육을 고민하는 것입니다. 다양한 독서프로그램 사례를 공유한 후 교생선생님이 학교 현장에 갔을 때 추진하고 싶은 독서프로그램을 계획하도록 합니다. 도서관 운영 규정을 작성하거나 도서관 운영 계획서를 작성하는 등 교생선생님에게 드리는
과제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하지만 저는 부담이 덜하며 학교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독서프로그램 계획을 과제로 드리고 있습니다. 독서프로그램은 정해진 방법이나 형태가 없어 자유롭게 창작할 수 있으며 다른 학교에서 했던 프로그램을 우리 학교 사정에 맞게 편집하여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교생선생님의 독서프로그램 계획은 저의 학교도서관 운영에도 큰 영감으로 작용합니다.
넷째 도서부와 마지막 인사 나누기
4월에 교생선생님이 오면 중간고사 시즌과 겹쳐 함께하는 활동을 많이 할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올해 교생선생님 역시 중간고사가 끝나는 날에 실습을 마치기 때문에 서둘러 송별회를 준비했습니다. 송별회 당일 도서관을 이용하는 학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도서관 전체에 잔잔한 음악이 울리도록 볼륨을 올렸습니다. 교생선생님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싶은 아이들을 자리에 앉혔습니다. 그 자리에는 도 서부와 더불어 도서관에 자주 와서 교생선생님과 마음을 나누었던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잔잔한 음악 소리에 맞춰 마지막 인사를 하는 교생선생님을 보는 아이들 눈동자에는 아쉬움이 가득했습니다. 진심을 담아 꾹꾹 눌러 쓴 편지를 주고받으며 아쉬움을 달랜 후 단체 사진 촬영을 마지막으로 송별회를 마쳤습니다.
"사서교사가 되고 싶어요"
교생선생님을 처음 만난 날 임용고시를 볼 생각이 있는지 물어 보았습니다. 이 질문에 교생선생님은 검은 색 눈동자를 반짝이며 사서교사가 되고 싶다고 답했습니다. 간절한 그 모습에서 예전의 제가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교생선생님이 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막연하다는 선생님이 종종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교생선생님이 학교도서관에 온다면 무엇을 알려 주고 싶나요? 일단 학교도서관에 활력을 주는 교생선생 님이 온다면 두 팔을 벌려 환영해 주세요. 그리고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시절의 자신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교생선생님과 함께하는 시간은 선생님의 과거를 만날 수도 있고 아이들의 미래가 될 수도 있는 아주 귀한 선물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