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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도서관과 책과 사람, 그 너울거림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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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05 15:36 조회 10,127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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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오는 것이 왜 이렇게 행복할까요?
오후 3시. 업무가 끝났냐는 물음에 “이제 조금 있으면 아이들이 몰려와서 정신이 없을 거예요”라며 수줍게 웃는 김은정 사서선생님. 2007년 공진중학교에 오셔서 근무하신 지 4년째가 되었다. 도서관 활성화 사업에 따라 선생님이 오신 그 해 여름 공사가 시작되었고 지금의 모습으로 2007년 10월에 재개관했다.

‘책너울’이라는 이름은 2006년 학생들 대상으로 공모하여 선정된 것이다. ‘책이 많이 있다. 책으로 넘실거린다’는 뜻이라고 한다. 그 이름답게 전교생 323명의 공진중학교는 다른 학교에 비해 학생 1인당 도서수가 많은 편이다. 2009년 학교도서관 개방을 통한 사업비 지원과 서울시 학교도서관 운영비 지원을 받은 것이 큰힘이 되었다. 공진중학교 도서관은 장서를 구입할 때마다 ‘자료선정위원회(교감선생님, 연구부장선생님, 사서선생님, 도서관에 관심 있는 교과목 선생님과 국어선생님으로 이뤄진 모임)’와 의논한다는 것에서 사서선생님뿐 아니라 다른 선생님들 역시 도서관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선생님들의 이런 관심은 수동적으로 책만 읽는 도서관이 아니라 학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도서관으로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 2001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도서부 ‘하람’은 대출 및 반납, 신간 도서 정리와 같은 도서관 봉사를 시작으로 행사를 주관하는 주체가 되었다. ‘책이름 끝말 잇기’, ‘밤샘 독서 보물 찾기’ 같은 풍부한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프로그램을 홍보하며 도서부원간의 의견교환을 통해 김은정 선생님에게 큰 힘이 되어주는 고마운 존재란다.

아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자 도서관에서 여러 가지 활동을 벌인다. 방학에도 아이들이 도서관과 멀어지지 않게 하려고, 꿈을 키우는 책을 읽고 직업 관련영화를 보는 방학 특별 프로그램 ‘꿈을 찾아 떠나는 독서여행’을 운영하였다. 2009년에는 남산도서관과 연계하여 ‘독서 치료’라는 공동 사업도 추진했다. 학교사회사업실에서 추천을 받아 학교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책 읽어 주기, 표현하기, 영상 보여주는 등을 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이를 위해 직접 교육받고 자료를 준비했다는 김은정 선생님에게서 도서관과 아이들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학교도서관 사서교사로서 더 많은 것을 배워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그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주며 더 좋은 학교도서관을 만들고 싶은 마음에 대학원 수업을 병행한다는 김은정 선생님은 이제 졸업 논문만을 남기고 있다. 하지만 김은정 선생님은 성장하는 아이들을 따라가지 못할까 봐 끊임없이 고민한다고 했다. 어떤 도서관을 만들려고 힘쓰냐는 질문에 ‘아이들이 참여하는 도서관이 최고의 도서관’이라고 말했다.





책읽기는 놀이다 - 열린도서관
아이들이 자주 오는 도서관을 만드는 것, 그래서 책과 가까워지는 것, 나아가 공진중학교 시절이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기를 바란다는 김은정 선생님은 언제나 아이들과 함께 하는 도서관을 꿈꾼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밤샘 독서’이다.

‘밤샘 독서’는 2007년 시작하여 해마다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는 대표적인 도서관 행사다. 친구들과 함께 학교 도서관에서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쉽지 않은 기회에 2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인다. 다독 학생과 평상시도서관 행사 참여가 높은 고학년이 우선순위가 된다고 하니 행사 전부터 도서관 문턱을 넘나들며 선생님께 눈도장 찍는 아이들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

행사 프로그램도 아이들에게 재미와 유익함을 주는 것으로 짜여 있다. 팀을 나누어 요리책(이를테면 허영만의『 식객』)을 바탕으로 요리 대결도 하고 조별로 서가에서 책 찾기 게임도 한다. 도서부원들이 조장을 맡아행사를 진행하니 분위기가 자유로우면서도 질서 있게 이뤄진다고 한다. 여러 프로그램 가운데서도 특히 음악실이나 과학실, 미술실 등 특별실에 숨겨진 힌트를 모아야만 문제를 풀 수 있는 게임은 담력 체험의 기분도 낼 수 있으니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 친구들을 놀래 주는자원봉사자들은 3학년들에게만 지원을 받는다고 하는데, 졸업 전 조금이라도 추억을 만들어 주기 위한 배려라고 한다. 공통적으로 읽어야 하는 책을 선정하여 자율적인 개인 독서 활동 후 퀴즈로 마무리하면서 자칫 무의미하게 흘려보낼 수 있는 시간을 방지한다. 이 행사에는 학부모도 함께 참여할 수 있기에 더 뜻깊다고 하겠다.

학부모가 함께 하는 도서관 행사는 이것만이 아니다. 여름방학 때 이뤄지는 문학기행이 있는데, 2008년에는 김유정 작품을 읽은 후 아이들과 학부모, 교사가 함께 김유정문학관을 다녀왔다. 2009년에는 강서교육청 교육복지투자학교 8개 중학교 중 강서지역 4개 중학교 도서관이 연합하여「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지인 강원도 평창 이효석문학관도 다녀왔다. 올해는 좀 더 규모를 늘려 강서교육청 교육복지투자학교 8개 중학교 모두가 연합하여 개학 1주일 전 여유로운 시간을 이용해 백제 문화권 역사문학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이번에는 1박 2일로 알차게 계획을 짜서 당일 여행의 아쉬움을 풀예정이라고 한다. 이미 각 학교 사서 선생님들이 몇 번 모여서 계획을 짜고 있다고 했다. 여행 전에는 관련 도서를 바탕으로 자료를 만들고 독서 지도를 할 계획인데 역사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교과 학습에도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았다.

도서관 예절과 책 찾는 방법을 배우는 1학년을 거쳐, 자료 활용 및 디지털 도서관 활동을 하는 2학년을 지나면 예비 고등학생이 되는 3학년이다. 김은정 선생님은 자료를 활용하여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보문제해결과정이 고등학교까지 이어지도록 3학년은 과제해결 능력에 집중적으로 관심을 가진다고 했다.

3년간의 독서 활동을 마무리하고 추억을 만들어 주기 위해 계획한 것이 바로 ‘독서 골든벨’이다. 2007년 학년별, 학급별 퀴즈 대회로 시작하여, 2008년 대표 아이들을 모아 개인 대회 형식으로 변화를 주었다가, 작년에는 3학년만을 대상으로 (1, 2학년은 반별 독서 퀴즈 대회를 한다) 겨울 방학 전 특별교육과정 기간에 진행되었다. 추첨을 통해 학급별로 대결하는데, ‘도전 골든벨’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처럼 학급에서 끝까지 남는 조가 우승하는 퀴즈 대회이다. 1, 2학년 때 독서 퀴즈에 교과목 선생님들이 3년간 배운 교과 문제를 추가한다. 특히 아이들 스스로 조를 이루어 전략을 짜고 책 분량을 나눠 읽는 등 주도적으로 행사에 참여한다는 얘기가 인상적이었다. 아이들 반응도 좋아서 3학년을 위한 ‘독서골든벨’은 앞으로도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교육복지투자학교로 선정된 학교들은 다른 학교에 비해 도서관에 대한 지원이 넉넉한 편이라 아이들의 도서관 참여율이 높다. 같은 지역에서 초등학교를 다녀 독서가 친숙한 아이들이 중학교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겸손하게 이야기를 이어 가던 김은정 선생님은 ‘책 교환전’도 소개하셨다. 아이들이 책을 제출하면 쿠폰을 발행해 주는데, 그 쿠폰으로 다른 아이들이 제출한 책을 가져갈 수 있는 행사다. 아이들끼리 교환하고 남은 기증도서는 모아서 같은 행사를 하는 다른 곳과 연계해 또 다시 기증을 한다. 공간은 한정적이고 신간 도서는 정기적으로 들어오니 모두에게 좋은 방법이다. 그 교환 속에서 아이들끼리 갖고 있는 책에 대한 정보도 공유하고 책과 더욱 친숙해진다. 스스로 꿈을 꿀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그리고 참여를 통해 도서관을 채워나가는 것 그것이 책너울도서관의 생동감이었다.





씨앗을 통해 희망을 본다
이렇게 다양한 행사가 힘들 법도 한데 김은정 선생님은 오는 4월부터 한 달에 한 번 목요일마다 ‘교사 독서동아리’를 계획하고 있다. 아이들 독서 지도를 위해서는 선생님들도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연구해야 한다는 뜻을 모아 선생님들이 먼저 적극적으로 제시했다. 선생님들 독서모임을 만든다든가 지역 주민에게 매달 영화를 상영하며 독후활동 공모전을 한다든가 학부모 독서 교실을 열어 성장소설을 읽고 토론하며 가정에서의 독서 지도를 하는 것은 김은정 선생님에게 꿈이 있고 열정이 있기 때문이다.

“학교도서관의 힘을 키우고, 사서의 힘을 키우고, 선생님의 힘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힘이 아이들의 힘을 키웁니다. 비록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우리 학교도서관을 떠나더라도, 저 역시 다른 곳을 가더라도, 좋은 학교도서관에 대한 기억과 장점을 가져간다면 그곳도 서서히 바꿀 수 있게 실천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2010년 ‘학부모 독서교실’에서는 외부 강사 및 작가와의 만남을 통한 소통의 기회를 마련하고자 하는 김은정 선생님. 자그마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로 공진중학교 아이들을 모두 품어 안는다. “왜 이렇게 도서관에 오는 것이 행복할까요?”라고 묻는 학생이 있었다며 넌지시 자랑하실 때의 눈빛. 바로 그 눈빛이 아이들을 도서관으로 향하게 하는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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