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숨어있는 도서관을 찾아서 용인 밤토실어린이도서관 - '쉿'조용히 책만 읽으라는 편견은 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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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04 16:18 조회 10,987회 댓글 0건본문
모두의 쉼 터 , 밤토실어린이도서관
빌딩으로 가득한 도심을 벗어나면 금세 찾을 것 같았던 고기초등학교는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최근 옛길 위로 새로운 도로가 두어 개 뚫렸기 때문이다. 어렵게 고기초등학교를 찾은 뒤 개울을
따라 조금 올라가니 교회당 첨탑이 보인다. 오밀조밀 붙어 있는 예쁜 그림들로 그곳이 ‘밤토실어
린이도서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밤토실어린이도서관’은 고기교회 안에 있는 작은 도서관이다. 2006년 봄에 소박하게 문을 연
뒤, 2007년 책 읽는 사회재단, 삼성문화재단, 한겨레가 공동 주최한 ‘희망의 작은 도서관 만들기’
대상에 선정되어 마루를 다시 깔고 난방도 손보고 울퉁불퉁하던 벽도 정리했다. 입구며 창문을
새로 만들어 2007년 9월에 지금의 모양새를 갖추었다.
고기리는 수도권과 가까우면서도 시골 풍경이 남아 있는 곳이다. 그런데 전원주택이 들어서면
서 주민들이 하나둘 떠나고 개울가를 따라 유원지까지 생겨나 마을의 결속력이 약해지고 시골다
운 특성도 사라져갔다. 뜻 있는 주민들이 도서관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느티나무도서관의 도
서관 학교를 다니면서 마을 도서관의 역할, 작은 도서관의 필요성 등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마
을회관에 도서관을 만들려고 여러 번 시도했지만 잘 안 됐다. 그러다가 도서관 만들기 모임에 참
여한 고기교회 목사님이 사택을 내주어 ‘밤토실어린이도서관’을 열게 됐다.
사택을 도서관으로
개조하기 위한 페인트 칠, 도배, 다락방 꾸미기에 회원 모두 힘을 모았다. 책꽂이도 직접 만들고
기증받아 한쪽에 쌓아 두었던 책도 어른 아이 모두 나와 나란히 줄을 서서 날랐고, 정리도 함께 했
다. 그렇게 힘을 모아 만든 도서관이라 애착이 많이 간다. 마치 자기 방이 하나 생긴 것처럼, 오밀
조밀 꾸미고 가꾸고 언제든 와서 편히 쉬고 때론 밤도 새우고. 그야말로 사랑방 같은 곳이다.
책의 장점을 맘껏 살린 재미난 ‘올챙이인형극단’
밤토실어린이도서관 프로그램들은 아이들이 학원에 가지 않고도 훨씬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
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도서관 프로그램 중 백미인 ‘올챙이인형극단’은 아이들을 어떻게
도서관으로 끌어들일까 고민하다가 만들게 됐다. 처음엔 방학 때 일주일쯤 연습해서 공연을 하
고 끝낸 것인데, 좀 더 연습해서 여러 차례 공연하고 싶은 아쉬움이 남아 아예 방과 후 동아리처럼
일상적인 활동 프로그램으로 만들었다.
책 선정, 대본 만들기, 인형 만들기, 연습과 발표까지 모
두 아이들 손으로 치러낸다. 어른들은 간식 챙겨 주고 공연 섭외 들어오면 알려주고 준비물 챙겨
주는 것이 고작이다. 인형극단의 효과는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원작을 바탕으로 대본을 만
들려면 책 내용을 달달 외울 만큼 읽어야 하니, 독서는 물론 글쓰기도 저절로 는다. 인형과 소품을
만들고 손으로 직접 인형을 움직여 공연하면서 공동 작업을 통한 양보와 협동심, 상대에 대한 배
려 등을 자연스럽게 배워 간다. 무대에 올라 애드리브를 하면서 창의력과 순발력을 기르고, 스스
로 이루어냈다는 자부심도 느낀다.
학교도서관과 잘 협력하면서 다양한 프로그램 마련해야
고기초등학교에 학교도서관이 생기기 전에는 밤토실어린이도서관에서 5~6학년 아이들을 데
리고 도서관 학교를 열어 도서관 수업을 하기도 하며 지역 도서관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지금
은 학교도서관이 생겼지만 아직 사서 선생님이 없어 서로 연계가 잘 안 되는 안타까움이 있다.
앞으로 학교의 추천 도서를 나누어 마련하여 겹치는 책을 줄이는 등 활발히 교류하고 도움을 주
고받는 관계가 되기를 바란다.
또 고기초등학교 안에 있는 병설 유치원과도 협력하는 길을 찾고 있다. 학교도서관에는 초
등학교 아이들 책이 많고 유아용 그림책은 별로 없다. 밤토실어린이도서관에서 영상 동화 상영
을 시작한 데는 병설 유치원 아이들에게 책과 접할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은 바람이 컸다. 병설
유치원 아이들이 밤토실어린이도서관에 탐방와서 영상 동화를 보고 그림책을 읽고 가면 그 다
음에는 어머니가 아이들과 함께 도서관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이즈음 도로가 새로 생기면서 공
사 차량이 드나들고 위험한 환경이 되어 길 건너 아이들의 발걸음이 뜸해져 안타깝다고 한다.
어떻게 하면 문화센터와 차별화된 도서관 본래 의미를 살릴 수 있을까, 영화 한 편을 보여
주더라도 어떻게 하면 책과 연관시킬 수 있을까 신경을 많이 쓴다. 「아더와 미니모이」처럼 가
능한 한 원작이 책인 작품, 도서관의 특색을 살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려고 한다. 작년
에 에리히 케스트너 작품을 보여 줬더니 아이들이 『에밀과 탐정들』을 빌려가 읽었다. 극장에
서 잘 상영하지 않는 독일 영화도 아이들은 상당히 재미있어 한다. 간접 체험의 기회를 최대
한 넓혀 주려고 에스키모, 일본, 서남아시아 등 다양한 나라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고른다.
작은 도서관 발전의 밑거름, 연계와 자율성
10명의 자원활동가가 2명씩 교대로 주 6일 1시부터 6시까지 문을 열고 토요일은 휴관한다. 일요
일에는 교인들이 매주 한 명씩 돌아가면서 담당하고 있다. 정기 자원 활동이 어려운 분들은 행사
때 도와준다.
임대료, 전기료, 전화비 등 월 30만 원쯤 교회 후원을 받고 있어 운영에 상당히 도움이 된다. 나
머지 운영비는 공모 사업에 지원해 충당하고 후원회원의 회비로 충당한다. 아름다운 재단의 마
을도서관 지원을 통해 책 지원을 받았고 미래포럼 만분클럽에서 3년간 자원활동가 교육비, 책 구
입비, 빔 프로젝트와 노트북 지원을 약속받았다. 일상적인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여건이 됐지만 후
원자는 많지 않다. 올해 목표는 정기 후원자를 늘리는 것이다.
작은 지역도서관이 활성화되려면 지속적 연계와 홍보가 필요하다. 소식지를 발행하고 싶은
데 아직 여건이 안 되어 사실상 홍보가 미미하다. 총체적으로 볼 수 있는 안목을 지닌 전문 상근자
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학교도서관이라도 담당 사서 선생님이 있어 조언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방학하는 날 학교 안내문과 함께 도서관 안내문을 나눠 주도록 하고 있다. 다른 때
주면 아이들이 잊어버리기 때문에 방학을 활용한다.
학교도서관과의 연계뿐 아니라 지역 사람들의 이해와 관심을 어떻게 끌어낼 것인가는 또 하
나의 과제이다. 분기마다 작가와의 대화, 천연 샴푸 만들기, 부모 교육 등 특강 프로그램을 마련해
지역 주민들이 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 도서관에서 또 뭐 하네!”하는 기대감과 인식이 심어
지면 한 번이라도 더 올 거라는 생각으로 노력하고 있다.
도서관을 운영하면서 부딪치는 어려움에 대해 서로 논의하고 도움을 주고받으려고 용인시 작
은도서관협의회를 만들었다. 함께 교육이나 연수를 받고 작은 도서관 연계 모임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도록 조례를 만들고 매뉴얼을 만들어 처음 시작하는 분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한다. 또 자
원활동가들이 모여 작은 도서관에 필요한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처음에 그림책 공부
를 하면서 아동발달단계에 대해 이해하였고, 이번에는 어린이.청소년 책에 접근하려고 한다. 사
무실도 없이 작은 도서관 자원활동가들이 모인 단체이지만 지난 연말에 작은도서관 조성에 대한
공로로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탔다.
끝으로 박영주 관장에게 보람과 아쉬운 점을 묻자 “보람은 아이들이 학원에 가지 않고도 건강
하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준 것이고, 아쉬움이라면 아이들에게 보여 주고 싶은 신
간을 구입하지 못할 때와 사회과학, 예술 방면 에 정말 필요한 좋은 책을 추천해 주고 자문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