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변화와 기적을 일구는 책밭 - ➊ 초등 학교도서관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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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18 14:26 조회 8,561회 댓글 0건본문
도서관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가는 드와잇 초등학교
드와잇 초등학교 가는 날, 여느 날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아침부터 비는 주룩주룩 내리는데 긴장해서인지 창밖 풍경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미국 학교 현장에서는 도서관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으며 어떤 점에서 가치가 있는지 궁금했다.
책과 컴퓨터, 두마리토끼잡기
교실 한 칸 반 크기의 도서관에서 나이 지긋한 사서교사 힐리Healy를 만났다. 3학년 영어 교사를 하다가 교사 채용이 자유로운 사립학교 드와잇에서 사서교사로 일하고 있었다. 영어 교사 경험 덕분에 아이들과 더 친근하게 지낼 수 있고, 일반적인 사서교사와는 또 다른 시각으로 아이들의 정서와 수준을 파악하여 관계를 맺어줄 수 있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선생님의 가장 큰 역할이 무엇인지 묻자 망설임 없이 ‘책을 소개해주는 일’이라 했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책을 가까이하고 바른 독서 습관을 갖도록 하기 위함이란다. 이 학교는 1~5학년이 초등 과정인데, 1~2학년은 주 1회 반드시 도서관에 와서 힐리 선생님과 수업을 해야 한다. 이때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책을 소개하고 읽어주며 책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갖게 한다. 이에 반해 3~5학년은 담임교사가 요청할 때 기술교사Technology Professor가 교실로 찾아가 도움을 준다고 한다.
놀랍게도 드와잇에는 사서교사와는 별도로 컴퓨터 서비스를 담당하는 정보전문가, 즉 기술교사가 따로 있었다. 그는 도서관 옆 컴퓨터실(정보실)에 자리하고 있는데 수업 중에 직접 교실을 찾아가 웹사이트에 대한 정보와 검색 방법에 대한 기술적인 도움을 준다. 즉 컴퓨터 사용법, 프로젝트 단계에 따른 리서치법, 교육적으로 안전한 사이트 등을 가르친단다. 사서교사와 기술교사는 새 학년이 시작되기 전에 교육과정 설계에 활발하게 참여하며, 각 교과교사들 역시 사서교사나 기술교사와 적극적으로 교류한다. 지정된 교과서가 없이 교사들이 토론하여 수업주제를 정하는 것은 이러한 소통에 활력을 불어넣으리라 생각됐다.
교실이 도서관을 삼키다
생각보다 작은 도서관에 실망했던 우리 일행은 각 교실에 비치되어 있는 많은 책들을 본 순간 깜짝 놀랐다. 각 교실은 개성이 넘쳤지만 조그만 도서관이 없는 곳이 없었다. 눈높이에 맞춰진 책꽂이가 칠판 밑에, 어른 키를 훌쩍 넘는 책장이 한쪽 벽면에 자리 잡고 있었다. 학교도서관의 일부가 교실로 들어와서 아이들과 교사가 손쉽게 이용하고 있었다. 학급마다 다소 차이는 있으나 다양한 책들이 주제별(mysteries, school, easy readers, animal, non-fiction, biographies 등)로 분류되어 작은 바구니에 담겨 있다. 이렇게 작은 도서관이 학급으로 들어올 수 있는 것은 학교가 학급별 혹은 학년별로 도서 구입 예산을 책정할 뿐 아니라 주State에서도 별도의 예산을 지원해주기 때문이란다. 지정된 교과서가 없이 교사들이 토론하여 수업주제를 정하기 때문에 교과시간에도 다양한 책을 활용할 수밖에 없을 듯했다. 사서교사와 기술교사 및 담임교사들은 새 학년이 시작되기 전에 의견을 나눠 교육과정을 만들고 책을 주문할 때도 담임교사와 프로젝트에 필요한 책을 의논한다 했다. 교과시간에 사용하는 책은 적게는 2인당 1권, 많게는 1인당 1권 복본이 있었다.
중앙도서관을 각 교실로 분산시켜 손만 내밀면 바로 책을 빼어 볼 수 있게 하고, 나이가 어릴수록 책 읽기의 맛을 강조하고 학년이 올라가면서 탐구활동에 필요한 웹자료를 검색할 수 있도록 도우며, 교과교사 출신의 사서교사와 정보전문가 기술교사를 함께 채용하여 책과 컴퓨터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법을 가르치고 있는 드와잇 초등학교. 기존 도서관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기에 신선한 충격과 함께 생각거리를 길게 남겨준 특별한 도서관이었다.
도서관에서 기적을 일궈가는 조이스 초등학교
그날 아침의 조이스는 머릿속에 한 장의 그림으로 박혀 있다. 잔잔한 물결이 몽환적으로 펼쳐진 하늘, 여기저기 가만히 내려앉은 희뿌연 눈발, 섬세한 가지들을 맘껏 뻗쳐 놓은 겨울나무, 오도카니 납작하게 엎드려 한 줄로 선 아이들을 주르르 빨아 들이키는 조이스.
우리 버스가 도착했을 때 아이들은 학교에 들어가려고 줄 지어 서 있었다. 68%의 재학생이 ‘다문화’라고 소개한 홈페이지 내용처럼 아이들 모습이 정말 각양각색이었다. 자꾸만 눈이 마주치는 여자 아이에게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물었더니 베트남에서 왔단다. 우리는 한국에서 왔다니까 ‘소녀시대’ 팬이라며 한껏 흥분된 목소리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이번 방문을 준비해준 교육청 소속 직원과 교장, 학생회장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때마침 아침 방송에서 들리는 한국 손님 환영 멘트. “웰컴!”
팔딱팔딱뛰는 학교의 심장
조이스의 도서관은 생명의 물줄기를 뿜어내고, 온몸 구석구석을 돌아온 에너지가 관통하는 심장, 학교 활동의 중심이었다. 도서관을 중심으로 교실이 삥 둘러앉아 있어 필요할 때마다 쉽게 드나들 수 있다. 이러한 물리적인 구조는 교실과 교실을 연결하고 선생님들 간, 학생들 간의 소통을 보다 자연스럽고 활기차게 했다. 실제로 이런 도서관이 토론토에 보편적인 것은 아니다. 온타리오 주 도서관협회는 모든 학교의 도서관이 이러한 구조로 변모하기를 장려한다. 학교의 모든 구성원이 찾고 싶어 하는 곳, 상호 작용을 할 수 있는 곳, 이 세상과 서로에 대해서 더 잘 알 수 있는 장소가 도서관이기를 기대한다.
사서교사이자 기술 관련 담당자 앤드류A ndrew는 한 자, 한 자 또박또박“환.영.합.니.다.” 인사하며 우리를 맞이했다. 그는 협력수업을 통해 선생님과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사서교사의 기쁨이자 특권으로 여기는, 열정적이고 넉넉한 사람이었다. 프레젠테이션 도입부에서 학교의 열악한 환경에 대해 알게 된 순간 울컥 눈물을 쏟을 뻔했다. ‘Please enter through main doors.’라는 문장을 열 가지 언어로 소개한 안내판을 보고 ‘조이스는 적잖이여러 나라에서 온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구’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재학생의 68%가 비영어권 문화를 바탕으로 하고, 부모의 99%는 이민자, 20%는 초등학교 졸업이 최종학력이었다. 모국어도 읽을 수 없는 문맹도 꽤 됐다. 그 사실만으로도 조이스에 대해 여러 가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인 노동자가 많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 전교생의 70%가 한국어를 하지 못하고, 학부모는 대부분 다른 나라 출신에 생계를 위해 고단한 삶을 살고 있다면?
앤드류는 설명하면서 ‘도전적인, 도전의식을 북돋우는’이라는 뜻의 단어 ‘challenging’을 자주 사용했다. 그렇다. 힘들다고 생각하면 한없이 좌절하게 되는 도전적인 교육환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이스는 힘든 여건을 탓하기보다는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서 하고 있었다. 학부모 강습회를 열어서 아이가 학교에서 무엇을 하는지 보여주고 가정에서 학습할 수 있는 내용을 안내하며 아이에게 읽어줄 수 있도록 책을 모국어로 번역해주는 모습에서 학교가 아이들에 대해 사명감을 가지고 있음을 느꼈다. 하루하루 빠듯하게 살아가는 부모들을 이끌고 가기가 얼마나 힘들까. 학교가 아니면 아이들은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까. 학교를 기반으로 자라나지 않는다면 부모의 힘겨운 삶을 고스란히 대물림하지 않을까. 온타리오 주의 성취도 평가에서 수리 영역100%, 읽기 88%, 쓰기 96%를 달성한 것은 열악한 환경의 다문화 학교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기적 같은 성과이다.
협력수업, 사서교사의 핵심 역량
앤드류는 사서교사의 중점 역할 네 가지를 소개했다. 첫째, 모든 학습의 토대인 읽기 능력 신장시키기. 이를 위해 기본적으로 책을 구입해서 비치하고 대여하는 일을 담당한다. 또한 책과 친해지고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기도록 동기유발 활동을 한다. 이를테면 선생님들이 독특한 의상으로 분장하고 연극을 하면서 추리 문제를 낸다. 아이들은 그 문제를 풀기 위해 책을 읽는다. 이때 특별한 손님인 교장 선생도 등장해 어떻게 하면 책을 더 잘 읽을 수 있는지 ‘Read and Reread!’와 같은 전략들을 팻말에 써서 하나씩 보여준다. 흥미를 가지고 자발적으로 읽으면 이해력, 어휘력, 맞춤법, 문법 활용능력 등이 훨씬 향상된다. 이와 더불어 읽기 방법, 학습법 등을 아이들과 공유하며 저학년과 고학년의 읽기과정이 연계될 수 있도록 한다.
둘째, ICT(정보통신기술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y)를 통해 학습 효과 높이기. 정보에 접근하는 방법, 정보통신기술 활용법을 가르친다. 협력수업을 할 때는 프로젝트에 대한 주제 탐색, 브레인스토밍, 자료 수집 및 검토를 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결과물을 효과적으로 발표할 수 있도록 돕는다. 구조화된 4단계(Prepare for Research, Access Resources, Process Information, Transfer Learning)와 리서치 모델을 따라가며 무엇을 알고싶은지 명확히 하도록 하고, 새로운 지식을 적용하여 또 다른 리서치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게 한다. 궁극적으로 정보 리터러시(An informationliterate student is : an organized investigator, a critical thinker, a creative thinker, an effective communicator, a responsible information user)를 습득하게 한다. 우리는 ‘이민’을 주제로 한 프로젝트 진행 과정을 살펴보았다.
우선 아이들은 이민에 대한 다양한 자료(짧은 이야기, 만화의 형태로 된 그래픽 소설 등)를 읽으며 영감을 얻는다. 그리고 가족과 선생님을 인터뷰 하면서 어떻게 캐나다에 오게 되었는지 듣고 글쓰기를 발전시킨다. 단락과 스토리보드를 계획하고 대화나 해설, 사진 및 그림도 첨가하는데 이때 스캔, 이미지 삽입, 녹음 레이아웃 등의 기술을 접목한다. 저작권에 대한 교육도 함께 이뤄지며 친구들끼리 토의하고 협동하여 편집한다. 조이스에서 ‘기술’이란 여러 요소를 의미 있게 통합하고 과제를 창의적이고 풍부하게 해결하는 도구, 즉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닌 출발점이다.
셋째, 교사가 기술을 적절히 활용하여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돕기. 교사 역시 수업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풀어나갈 때 기술을 효과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경험과 능력이 제각각인 선생님들이 기술을 창조적으로 활용하여 각자의 수준에서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도록 한다.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한 요건 세 가지(Pedagogy 교육철학 및 교수법, Content 교과와 교재 및 교구에 대한 지식, Technology 효과적인 교수 도구)에서 기술 활용 부분이 미흡한 경우가 많아서 주로 그 부분을 돕는다.
넷째, 담임교사와 협력수업하기. 앞서 언급한 세 가지 역할은 협력수업이 없다면 제대로 수행될 수 없다. 앤드류는 협력수업에 90%의 비중을 두고 도서관운영은 나머지 10%로 하고 있었다. 학급마다 실태, 요구가 다르기 때문에 협력수업은 유동적으로 이뤄진다. 한 선생님과 3주 동안 같이 수업하는 경우도 있고, 자료만 찾아주기도 한다. 새 학년이 시작되기 전에 담임교사와 어떤 과목을 어떻게 협력해서 가르칠 것인지, 평가는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운다. 협력수업은 다음의 3가지 형태로 진행되고 있었다.
1. 평행적 교수Parallel Teaching 사서교사는 학습주제와 관련된 정보 찾기, 자료 읽기, 기술 활용에 관여한다. 온라인 백과사전을 통해 정보를 얻는 방법, KidPix라는 그림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알고 있는 것을 도표로 나타내는 방법등을 가르친다. 수업 계획이나 평가는 담임교사, 사서교사가 따로 한다.
2. 부분적 협력수업Partial Collaboration 일정을 맞추기 힘들 때 주로 진행하는 방식으로, 계획은 함께, 실행과 평가는 각자 한다. 사서교사는 도서관에서 할 수 있는 활동, 교실 수업을 보완할 수 있는 활동을 맡는다. 아이들이 ‘동물’에 관한 연구 과제를 하는 경우 담임교사가 교실에서 동물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정보를 정리하여 포스터를 구상하도록 한다. 사서교사는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동물에 관련된 온갖 책들을 찾고 구상한 포스터를 프린트 할 수 있도록 한다.
3. 전체 협력수업Full Collaboration 치밀하게 계획되고 통합된 형태로 협력이 이뤄진다. 교실과 도서관에서의 활동과 수업 및 평가까지 모든 단계를 담임교사와 사서교사가 함께 설계하고 실행한다.
앤드류는 오늘도 선생님들과 머리를 맞댈 것이다. 수업의 틀과 방법을 계획하고,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단계별로 진행하기 위해서. 알고 봤더니 심지어 자기가 맡은 학급도 있었다. 학생 수 320여 명, 16개 학급의 작은 학교라서 종일 사서를 둘 수 없기 때문이란다.
교장의 신념과 열정이 힘을 불어 넣고 있었다
이런 협력 구조는 교장 덕분에 가능하다고 했다. 관리자의 교육철학과 실질적인 지원에 따라 사서교사의 역할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학부모 교육에 관해서도 그랬다. 거의 모든 선생님들이 6~8주 동안 근무 시간 이후에도 학부모 교육에 선뜻 봉사하고 있었다. 이는 교장의 솔선수범 덕분이다. 교장 선생은 학교를 터전으로 생활하는 아이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 교사들을 어떻게 지원해야 할까 고민하며 실천한다. 교사들이 연구하는 풍토를 만들고, 지원금을 얻기 위해서 정부나 주에서 주관하는 프로젝트를 따낸다. 교장의 바람은 단순 명쾌하다. 조이스의 아이들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선생님을 만나고, 가장 좋은 교육을 경험했으면 하는 마음! 그는 그바람을 실제로 이루기 위해서는 ‘도서관’이 학교의 심장이 되어 팔딱팔딱 살아움직여야만 한다고 강조한다.
드와잇 초등학교 가는 날, 여느 날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아침부터 비는 주룩주룩 내리는데 긴장해서인지 창밖 풍경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미국 학교 현장에서는 도서관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으며 어떤 점에서 가치가 있는지 궁금했다.
책과 컴퓨터, 두마리토끼잡기
교실 한 칸 반 크기의 도서관에서 나이 지긋한 사서교사 힐리Healy를 만났다. 3학년 영어 교사를 하다가 교사 채용이 자유로운 사립학교 드와잇에서 사서교사로 일하고 있었다. 영어 교사 경험 덕분에 아이들과 더 친근하게 지낼 수 있고, 일반적인 사서교사와는 또 다른 시각으로 아이들의 정서와 수준을 파악하여 관계를 맺어줄 수 있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선생님의 가장 큰 역할이 무엇인지 묻자 망설임 없이 ‘책을 소개해주는 일’이라 했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책을 가까이하고 바른 독서 습관을 갖도록 하기 위함이란다. 이 학교는 1~5학년이 초등 과정인데, 1~2학년은 주 1회 반드시 도서관에 와서 힐리 선생님과 수업을 해야 한다. 이때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책을 소개하고 읽어주며 책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갖게 한다. 이에 반해 3~5학년은 담임교사가 요청할 때 기술교사Technology Professor가 교실로 찾아가 도움을 준다고 한다.
놀랍게도 드와잇에는 사서교사와는 별도로 컴퓨터 서비스를 담당하는 정보전문가, 즉 기술교사가 따로 있었다. 그는 도서관 옆 컴퓨터실(정보실)에 자리하고 있는데 수업 중에 직접 교실을 찾아가 웹사이트에 대한 정보와 검색 방법에 대한 기술적인 도움을 준다. 즉 컴퓨터 사용법, 프로젝트 단계에 따른 리서치법, 교육적으로 안전한 사이트 등을 가르친단다. 사서교사와 기술교사는 새 학년이 시작되기 전에 교육과정 설계에 활발하게 참여하며, 각 교과교사들 역시 사서교사나 기술교사와 적극적으로 교류한다. 지정된 교과서가 없이 교사들이 토론하여 수업주제를 정하는 것은 이러한 소통에 활력을 불어넣으리라 생각됐다.
교실이 도서관을 삼키다
생각보다 작은 도서관에 실망했던 우리 일행은 각 교실에 비치되어 있는 많은 책들을 본 순간 깜짝 놀랐다. 각 교실은 개성이 넘쳤지만 조그만 도서관이 없는 곳이 없었다. 눈높이에 맞춰진 책꽂이가 칠판 밑에, 어른 키를 훌쩍 넘는 책장이 한쪽 벽면에 자리 잡고 있었다. 학교도서관의 일부가 교실로 들어와서 아이들과 교사가 손쉽게 이용하고 있었다. 학급마다 다소 차이는 있으나 다양한 책들이 주제별(mysteries, school, easy readers, animal, non-fiction, biographies 등)로 분류되어 작은 바구니에 담겨 있다. 이렇게 작은 도서관이 학급으로 들어올 수 있는 것은 학교가 학급별 혹은 학년별로 도서 구입 예산을 책정할 뿐 아니라 주State에서도 별도의 예산을 지원해주기 때문이란다. 지정된 교과서가 없이 교사들이 토론하여 수업주제를 정하기 때문에 교과시간에도 다양한 책을 활용할 수밖에 없을 듯했다. 사서교사와 기술교사 및 담임교사들은 새 학년이 시작되기 전에 의견을 나눠 교육과정을 만들고 책을 주문할 때도 담임교사와 프로젝트에 필요한 책을 의논한다 했다. 교과시간에 사용하는 책은 적게는 2인당 1권, 많게는 1인당 1권 복본이 있었다.
중앙도서관을 각 교실로 분산시켜 손만 내밀면 바로 책을 빼어 볼 수 있게 하고, 나이가 어릴수록 책 읽기의 맛을 강조하고 학년이 올라가면서 탐구활동에 필요한 웹자료를 검색할 수 있도록 도우며, 교과교사 출신의 사서교사와 정보전문가 기술교사를 함께 채용하여 책과 컴퓨터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법을 가르치고 있는 드와잇 초등학교. 기존 도서관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기에 신선한 충격과 함께 생각거리를 길게 남겨준 특별한 도서관이었다.
도서관에서 기적을 일궈가는 조이스 초등학교
그날 아침의 조이스는 머릿속에 한 장의 그림으로 박혀 있다. 잔잔한 물결이 몽환적으로 펼쳐진 하늘, 여기저기 가만히 내려앉은 희뿌연 눈발, 섬세한 가지들을 맘껏 뻗쳐 놓은 겨울나무, 오도카니 납작하게 엎드려 한 줄로 선 아이들을 주르르 빨아 들이키는 조이스.
우리 버스가 도착했을 때 아이들은 학교에 들어가려고 줄 지어 서 있었다. 68%의 재학생이 ‘다문화’라고 소개한 홈페이지 내용처럼 아이들 모습이 정말 각양각색이었다. 자꾸만 눈이 마주치는 여자 아이에게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물었더니 베트남에서 왔단다. 우리는 한국에서 왔다니까 ‘소녀시대’ 팬이라며 한껏 흥분된 목소리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이번 방문을 준비해준 교육청 소속 직원과 교장, 학생회장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때마침 아침 방송에서 들리는 한국 손님 환영 멘트. “웰컴!”
팔딱팔딱뛰는 학교의 심장
조이스의 도서관은 생명의 물줄기를 뿜어내고, 온몸 구석구석을 돌아온 에너지가 관통하는 심장, 학교 활동의 중심이었다. 도서관을 중심으로 교실이 삥 둘러앉아 있어 필요할 때마다 쉽게 드나들 수 있다. 이러한 물리적인 구조는 교실과 교실을 연결하고 선생님들 간, 학생들 간의 소통을 보다 자연스럽고 활기차게 했다. 실제로 이런 도서관이 토론토에 보편적인 것은 아니다. 온타리오 주 도서관협회는 모든 학교의 도서관이 이러한 구조로 변모하기를 장려한다. 학교의 모든 구성원이 찾고 싶어 하는 곳, 상호 작용을 할 수 있는 곳, 이 세상과 서로에 대해서 더 잘 알 수 있는 장소가 도서관이기를 기대한다.
사서교사이자 기술 관련 담당자 앤드류A ndrew는 한 자, 한 자 또박또박“환.영.합.니.다.” 인사하며 우리를 맞이했다. 그는 협력수업을 통해 선생님과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사서교사의 기쁨이자 특권으로 여기는, 열정적이고 넉넉한 사람이었다. 프레젠테이션 도입부에서 학교의 열악한 환경에 대해 알게 된 순간 울컥 눈물을 쏟을 뻔했다. ‘Please enter through main doors.’라는 문장을 열 가지 언어로 소개한 안내판을 보고 ‘조이스는 적잖이여러 나라에서 온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구’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재학생의 68%가 비영어권 문화를 바탕으로 하고, 부모의 99%는 이민자, 20%는 초등학교 졸업이 최종학력이었다. 모국어도 읽을 수 없는 문맹도 꽤 됐다. 그 사실만으로도 조이스에 대해 여러 가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인 노동자가 많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 전교생의 70%가 한국어를 하지 못하고, 학부모는 대부분 다른 나라 출신에 생계를 위해 고단한 삶을 살고 있다면?
앤드류는 설명하면서 ‘도전적인, 도전의식을 북돋우는’이라는 뜻의 단어 ‘challenging’을 자주 사용했다. 그렇다. 힘들다고 생각하면 한없이 좌절하게 되는 도전적인 교육환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이스는 힘든 여건을 탓하기보다는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서 하고 있었다. 학부모 강습회를 열어서 아이가 학교에서 무엇을 하는지 보여주고 가정에서 학습할 수 있는 내용을 안내하며 아이에게 읽어줄 수 있도록 책을 모국어로 번역해주는 모습에서 학교가 아이들에 대해 사명감을 가지고 있음을 느꼈다. 하루하루 빠듯하게 살아가는 부모들을 이끌고 가기가 얼마나 힘들까. 학교가 아니면 아이들은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까. 학교를 기반으로 자라나지 않는다면 부모의 힘겨운 삶을 고스란히 대물림하지 않을까. 온타리오 주의 성취도 평가에서 수리 영역100%, 읽기 88%, 쓰기 96%를 달성한 것은 열악한 환경의 다문화 학교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기적 같은 성과이다.
협력수업, 사서교사의 핵심 역량
앤드류는 사서교사의 중점 역할 네 가지를 소개했다. 첫째, 모든 학습의 토대인 읽기 능력 신장시키기. 이를 위해 기본적으로 책을 구입해서 비치하고 대여하는 일을 담당한다. 또한 책과 친해지고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기도록 동기유발 활동을 한다. 이를테면 선생님들이 독특한 의상으로 분장하고 연극을 하면서 추리 문제를 낸다. 아이들은 그 문제를 풀기 위해 책을 읽는다. 이때 특별한 손님인 교장 선생도 등장해 어떻게 하면 책을 더 잘 읽을 수 있는지 ‘Read and Reread!’와 같은 전략들을 팻말에 써서 하나씩 보여준다. 흥미를 가지고 자발적으로 읽으면 이해력, 어휘력, 맞춤법, 문법 활용능력 등이 훨씬 향상된다. 이와 더불어 읽기 방법, 학습법 등을 아이들과 공유하며 저학년과 고학년의 읽기과정이 연계될 수 있도록 한다.
둘째, ICT(정보통신기술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y)를 통해 학습 효과 높이기. 정보에 접근하는 방법, 정보통신기술 활용법을 가르친다. 협력수업을 할 때는 프로젝트에 대한 주제 탐색, 브레인스토밍, 자료 수집 및 검토를 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결과물을 효과적으로 발표할 수 있도록 돕는다. 구조화된 4단계(Prepare for Research, Access Resources, Process Information, Transfer Learning)와 리서치 모델을 따라가며 무엇을 알고싶은지 명확히 하도록 하고, 새로운 지식을 적용하여 또 다른 리서치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게 한다. 궁극적으로 정보 리터러시(An informationliterate student is : an organized investigator, a critical thinker, a creative thinker, an effective communicator, a responsible information user)를 습득하게 한다. 우리는 ‘이민’을 주제로 한 프로젝트 진행 과정을 살펴보았다.
우선 아이들은 이민에 대한 다양한 자료(짧은 이야기, 만화의 형태로 된 그래픽 소설 등)를 읽으며 영감을 얻는다. 그리고 가족과 선생님을 인터뷰 하면서 어떻게 캐나다에 오게 되었는지 듣고 글쓰기를 발전시킨다. 단락과 스토리보드를 계획하고 대화나 해설, 사진 및 그림도 첨가하는데 이때 스캔, 이미지 삽입, 녹음 레이아웃 등의 기술을 접목한다. 저작권에 대한 교육도 함께 이뤄지며 친구들끼리 토의하고 협동하여 편집한다. 조이스에서 ‘기술’이란 여러 요소를 의미 있게 통합하고 과제를 창의적이고 풍부하게 해결하는 도구, 즉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닌 출발점이다.
셋째, 교사가 기술을 적절히 활용하여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돕기. 교사 역시 수업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풀어나갈 때 기술을 효과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경험과 능력이 제각각인 선생님들이 기술을 창조적으로 활용하여 각자의 수준에서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도록 한다.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한 요건 세 가지(Pedagogy 교육철학 및 교수법, Content 교과와 교재 및 교구에 대한 지식, Technology 효과적인 교수 도구)에서 기술 활용 부분이 미흡한 경우가 많아서 주로 그 부분을 돕는다.
넷째, 담임교사와 협력수업하기. 앞서 언급한 세 가지 역할은 협력수업이 없다면 제대로 수행될 수 없다. 앤드류는 협력수업에 90%의 비중을 두고 도서관운영은 나머지 10%로 하고 있었다. 학급마다 실태, 요구가 다르기 때문에 협력수업은 유동적으로 이뤄진다. 한 선생님과 3주 동안 같이 수업하는 경우도 있고, 자료만 찾아주기도 한다. 새 학년이 시작되기 전에 담임교사와 어떤 과목을 어떻게 협력해서 가르칠 것인지, 평가는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운다. 협력수업은 다음의 3가지 형태로 진행되고 있었다.
1. 평행적 교수Parallel Teaching 사서교사는 학습주제와 관련된 정보 찾기, 자료 읽기, 기술 활용에 관여한다. 온라인 백과사전을 통해 정보를 얻는 방법, KidPix라는 그림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알고 있는 것을 도표로 나타내는 방법등을 가르친다. 수업 계획이나 평가는 담임교사, 사서교사가 따로 한다.
2. 부분적 협력수업Partial Collaboration 일정을 맞추기 힘들 때 주로 진행하는 방식으로, 계획은 함께, 실행과 평가는 각자 한다. 사서교사는 도서관에서 할 수 있는 활동, 교실 수업을 보완할 수 있는 활동을 맡는다. 아이들이 ‘동물’에 관한 연구 과제를 하는 경우 담임교사가 교실에서 동물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정보를 정리하여 포스터를 구상하도록 한다. 사서교사는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동물에 관련된 온갖 책들을 찾고 구상한 포스터를 프린트 할 수 있도록 한다.
3. 전체 협력수업Full Collaboration 치밀하게 계획되고 통합된 형태로 협력이 이뤄진다. 교실과 도서관에서의 활동과 수업 및 평가까지 모든 단계를 담임교사와 사서교사가 함께 설계하고 실행한다.
앤드류는 오늘도 선생님들과 머리를 맞댈 것이다. 수업의 틀과 방법을 계획하고,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단계별로 진행하기 위해서. 알고 봤더니 심지어 자기가 맡은 학급도 있었다. 학생 수 320여 명, 16개 학급의 작은 학교라서 종일 사서를 둘 수 없기 때문이란다.
교장의 신념과 열정이 힘을 불어 넣고 있었다
이런 협력 구조는 교장 덕분에 가능하다고 했다. 관리자의 교육철학과 실질적인 지원에 따라 사서교사의 역할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학부모 교육에 관해서도 그랬다. 거의 모든 선생님들이 6~8주 동안 근무 시간 이후에도 학부모 교육에 선뜻 봉사하고 있었다. 이는 교장의 솔선수범 덕분이다. 교장 선생은 학교를 터전으로 생활하는 아이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 교사들을 어떻게 지원해야 할까 고민하며 실천한다. 교사들이 연구하는 풍토를 만들고, 지원금을 얻기 위해서 정부나 주에서 주관하는 프로젝트를 따낸다. 교장의 바람은 단순 명쾌하다. 조이스의 아이들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선생님을 만나고, 가장 좋은 교육을 경험했으면 하는 마음! 그는 그바람을 실제로 이루기 위해서는 ‘도서관’이 학교의 심장이 되어 팔딱팔딱 살아움직여야만 한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