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문화를 자아내는 대구 물레책방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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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16 22:04 조회 9,240회 댓글 0건본문
안녕하세요, 지역과 경계를 넘어 함께하는 문헌정보학도들의 모임, 문정탐방대입니다. 이번에는 지난 전국탐방과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프로그램인 ‘기관탐방’을 소개하려 해요. 많은 학생들이 긴 기간 동안 ‘여행’을 다녀오는 게 전국탐방이라면, 기관탐방은 짧은 기간에 다녀오는 ‘소풍’이라 할 수 있어요. 이번 기관탐방은 대구의 ‘한들마을 도서관’과 ‘물레책방’에 다녀왔답니다.
대구에 있는 소담한 도서관, 그리고 책방
한들마을 도서관은 대구 지묘동에 있는 작은 마을도서관이에요. 유정실 선생님은 초등학교 교장 생활을 마무리하시고 사서 선생님과 함께 도서관을 만든 경험을 바탕으로 주민들과 함께 6년째 도서관을 운영하고 계세요. 규모는 작지만 웬만한 작은도서관보다 분류도 잘 되어 있고, 장서도 잘 갖추어져 있어요. 무엇보다도 그곳을 운영하고 함께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나가는 축제, 문화, 동아리, 강좌 등등이 활성화 되어 있어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답니다. 이미 많은 곳에서 보도되고 또 알려져 있는 도서관이라, 이번 기관탐방에서는 물레책방을 중심으로 소개하려고 해요.
‘물레책방은 ○○○이다’
대구 수성역에 내려 대로를 따라 한참 걷다가, 카페가 있는 모퉁이에서 작은 골목으로 들어가니, 갈색 벽돌의 상가건물들 사이로, 상큼한 연두색의 벽돌로 만들어진 입구가 눈에 띄었어요. 지하로 내려가는 길이지만, 밝은 조명과 온통 라임 색으로 단장된 벽이 지하의 어두침침한 느낌을 지워내더라고요. 사방을 둘러싼 책들보다 먼저 보이는 건, 카페 같은 테이블과, 커다란 스크린이었어요. 한편으로는 한 무더기의 책들이 쌓여있으면서도, 그 뒤로는 커피를 판다는 표지가, 카운터 너머로는 각종 강연과 전시회의 포스터가 있고, 한편에는 작은 무대가 마련되어 있었어요. 테이블과 무대, 커피, 스크린, 그리고 사람의 손을 탄 책들. 한 언론사에서는 ‘헌책방을 기반으로 한 복합문화공간’이라고도 하고, 다문화 공간, 제3세대 헌책방이라고도 하는 새로운 형태의 공간인 물레책방. 네, 물레책방은 무대와 스크린, 테이블과 책이 있는 ‘헌책방’이었어요.
안녕하세요, 물레책방
부산에서 온 기동이와 지혜, 대구지역 문정과 명혁, 지영 씨와 하나 씨, 그리고 도서관학과 부승, 정인 씨가 빙 둘러 앉아 책방지기와 인터뷰를 시작했어요.
문정탐방대 먼저 소개 부탁드릴게요.
장우석 안녕하세요. 물레책방 책방지기를 맡고 있습니다. 이 건물 3층에 <녹색평론>이 있었는데, 2009년에 떠나면서 이 건물을 남겨두고 가셨어요. 학생 때부터 헌책방을 다니며, 언젠가부터 헌책방을 하려고 따로 창고에 책을 모아두고 있었는데, 그해 12월 ‘땅과 자유’의 변홍철 선생님, 조동현 선생님과 다른 몇몇 회원 분들이랑 술을 마시다가, 제가 지하에 뭘 만들어보면 어떻겠냐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분들이랑 함께 지하 노래방에 있던 3톤쯤 되는 폐기물들을 다 걷어내고, 영화 찍으려고 모아뒀던 돈 500만원을 공사비로 투자하고, 나머지는 지원받았어요. 공사 도중에 틈틈이 서울의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같은 헌책방들도 참고하고, 저희 손으로 테이블 책장 일일이 다 짜서 4월에 오픈 한 게 물레책방인 거죠. 지하다보니 분위기를 밝게 꾸미고, 인테리어도 강연 같은 걸 할 때 공간을 재배치할 수 있도록 신경 썼어요. 그냥 헌책방만 하면 재미없을 거 같아서, 저랑 관련 있는 영화며, 당시 유행하던 ‘김제동의 토크콘서트’ 같은 것도 하고, 기왕 하는 거 차도 마시는 데를 만들어보자, 해서 물레책방이 된 거죠. 헌책방을 할 때 처음부터 ‘물레’로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던 게 ‘간디의 물레’, 책들이 다시 살아서 나가는 ‘순환’의 의미에서 헌책방을 본거죠.
문정탐방대 물레책방은 어떤 책들을 사고파는 건가요?
장우석 헌책방이긴 해도, 모든 종류의 책을 구비해 놓은 게 아니에요. 저희 블로그에 가면 ‘문사철 중심의 단행본들과 대구 지역에서 나온 출판물들’을 수집한다고 되어 있어요. 그런 책들 중심으로 선별해서 수집하고, 아닌 책들은 그에 맞는 책방을 소개해 드리고, 또 없는 책들을 찾는 분들은 제가 전국에 헌책방 네트워킹 같은 게 되어 있으니까, 웬만한 책들은 일주일 안에 찾아드려요. 저희가 돈을 벌겠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운동 차원에서 헌책방을 하는 거거든요.
여기는 떠들고 책 읽고 영화 보는 책방
문정탐방대 물레책방은 주로 어떤 분들이 찾아오세요?
장우석 책방 위치가 대구여고와 경신고 사이에 있으니, 처음엔 학생들이 많이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청소년들이 많이 바쁘더라고요. 젊은 주부님들이 오셔서 애들 책 읽히고 이야기 나누고, 대학생들, 헌책방을 일부러 찾아오시는 어르신들 등 층이 다양해요. 앉아서 몇 시간이고 책을 읽다 가시는 분들이 많아요.
문정탐방대 물레책방은 지금 어떤 일들을 하고 있나요?
장우석 처음에는 <녹색평론>의 편집주간 변홍철 선생님하고, 대안학교인 ‘산자연학교’의 조동현 선생님이랑 했었어요. 지금은 조동현 선생님은 다른 일을 하러 떠나시고, 변홍철 선생님께서는 책방 운영보다 청소년 인문학 교실만 전담해서 맡고 계세요. 대구에는 동성아트홀이라고 영화관이 있거든요. 거기에서는 예술영화, 독립영화 같은 건 하는데 단편영화는 안하니까 제가 그런 걸 해보자 해서 시작한 게 ‘단편영화, 헌책방을 말하다’라는 프로그램이에요. 다큐멘터리는 ‘책방에서 다큐보기’라는 프로그램으로 보고, 감독들 부르기도 하고요. 또 ‘리뷰앤콘서트-밑줄긋기’라고 해서, 매달 지역에 있는 작가들이라든지 연주가들을 초대해서 강연이나 연주를 하곤 해요. 이 행사는 처음엔 돈을 안 받다가, 그렇게 하면 재미없으니까, 헌책을 받자해서 헌책을 받고 있어요. 또한 학생들 대상으로 뭔가 할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학기 중엔 놀토마다 ‘청소년 인문학 교실’을 하고, 방학 동안에는 ‘영화 읽기 세상보기’라고, 주제를 정해 단편 영화를 보고, 서브텍스트로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을 해요.
대구를 생각하다 대구에 살다, 그리고 꿈꾸다
문정탐방대 왜 헌책방을 하고 싶으셨어요?
장우석 학생 때부터 헌책방을 돌아다니며 책 모으는 걸 좋아해서, 전국을 돌아다니기도 했어요. 굳이 서울에서가 아니더라도, 내가 사는 대구에서 뭔가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도 계속 했었고요. 대구에 헌책방들이 많았는데, 대형 서점들이 들어오면 헌책방이며 지역 대형서점들까지 문을 닫았어요. 120여 곳이던 헌책방이 20곳 남짓으로 줄어들고, 그마저도 조금씩 문을 닫고 활기를 잃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느낀 안타까움이 어느 순간, 헌책방을 해야겠다는 의무감으로 바뀌더라고요. 서울에는 이런 책방들이 많아 특별할 게 없는데, 지역에서 뭔가 하고 싶다 하면 관심도 많이 가지시고, 지원을 많이 해주세요. 인디고서원도 그렇게 연결이 된 경우고요. 대구가 워낙 문화적인 게 부족하고, 또 보수적이란 편견이 있는데,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지원을 해 주시는 분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어요.
문정탐방대 평소엔 어떤 일들을 하고 계세요?
장우석 원래 제가 영화하던 사람이라, 영화일도 기획 중이고,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서울에서는 특별한 일이 아닌데, 10년 전에 제가 대구에서 독립영화를 한다니까 강의 요청도 들어오고 하더라고요. 청소년들과 ‘하루 만에 영화찍기’ 같은 프로그램 해서, 영상촬영 같이 하고, 편집, 시사회까지 하고, 방학 때는 영화도 같이 보고요. 강사료도 받고, 영화에 대한 글을 써서 원고료도 받고, 행사 촬영 같은 것도 하고. 수성 아트피아에서 ‘한뼘 인문학’이라는 프로그램 인문학 지기로 일하고 있고요. 호기심이 많아서 잡다하게 뭘 많이 해요.
문정탐방대 앞으로는 어떤 일을 하고 싶으세요?
장우석 이제 1년 지나오며 많은 걸 실험식으로 해보고 했는데, 3년 정도를 버티면 롱런 할 수 있다는 말씀을 많이들 하시니 일단 3년까진 버텨야할 거 같아요. 올해는 젊은 친구들이랑 뭔가 할 수 없는 게 없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얼마 전에 학교에 강연이 있어서 얘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학생들이 열심히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왠지 공황감이랄까 두려움이랄까, 떨고 있더라고요. 제가 보기에는 학점도 학과공부도 다들 열심히 하니까, 뭔가 좀 특이한 걸 하는 게 좋을 거 같은데, 불안하다보니 남들이 하는 걸 따라하고 비슷해지고, 결국 자기가 원하는 인생도 아닌 채 뭔가 주눅들어있고, 불안해하는 거 같아요. 그래서 청소년들보다도 대학생들과 뭔가 함께 하고 싶다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작년까진 연배가 좀 있으신 분들과 함께했으니까, 올해는 좀 젊은 책방으로 거듭나고 싶기도 하고, 사실 영화를 하는 사람들은 계속 흐르지 않으면 도태되니까요.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이 있는 응암동이 NGO단체들이 많이 몰려있는 지역이라 책 축제를 하는데 그런 것도 하고 싶고, 탐방처럼 인디고나 헌책방도 가보고 싶어요. 뭐든 혼자 해서 다들 따라오는 것보다는, 같이 하는 일이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해요.
인터뷰가 끝나고 나서 각자 책방을 둘러보며 깨끗하고 잘 분류된 책들에 감탄하기도 하고, 한구석에 놓인 기타와 커피가루들을 보며 신기해하며, 몇몇은 책을 골라 가기도 했지요. 이런 책방이 우리 동네에도 있었으면! 책을 좋아하고, 또 함께 읽고, 영화도 보고, 이야기하고, 서로가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하며, 함께 지역의 문화를 생각하는 작은 문화 공간, 물레책방. 지역을 만드는 힘, 문화를 만드는 힘, 그 모든 게 헌책방을 좋아한 대구 청년의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 지역사회를 향한 다양한 가능성으로 뻗어나가고 있었습니다. 불안하고 공허한 저희 청년들에게, 가지 않은 길을 걸어가는 장우석 감독님의 행보가 작은 희망으로, 별빛으로 비추는 고마운 만남이었어요.
대구에 있는 소담한 도서관, 그리고 책방
한들마을 도서관은 대구 지묘동에 있는 작은 마을도서관이에요. 유정실 선생님은 초등학교 교장 생활을 마무리하시고 사서 선생님과 함께 도서관을 만든 경험을 바탕으로 주민들과 함께 6년째 도서관을 운영하고 계세요. 규모는 작지만 웬만한 작은도서관보다 분류도 잘 되어 있고, 장서도 잘 갖추어져 있어요. 무엇보다도 그곳을 운영하고 함께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나가는 축제, 문화, 동아리, 강좌 등등이 활성화 되어 있어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답니다. 이미 많은 곳에서 보도되고 또 알려져 있는 도서관이라, 이번 기관탐방에서는 물레책방을 중심으로 소개하려고 해요.
‘물레책방은 ○○○이다’
대구 수성역에 내려 대로를 따라 한참 걷다가, 카페가 있는 모퉁이에서 작은 골목으로 들어가니, 갈색 벽돌의 상가건물들 사이로, 상큼한 연두색의 벽돌로 만들어진 입구가 눈에 띄었어요. 지하로 내려가는 길이지만, 밝은 조명과 온통 라임 색으로 단장된 벽이 지하의 어두침침한 느낌을 지워내더라고요. 사방을 둘러싼 책들보다 먼저 보이는 건, 카페 같은 테이블과, 커다란 스크린이었어요. 한편으로는 한 무더기의 책들이 쌓여있으면서도, 그 뒤로는 커피를 판다는 표지가, 카운터 너머로는 각종 강연과 전시회의 포스터가 있고, 한편에는 작은 무대가 마련되어 있었어요. 테이블과 무대, 커피, 스크린, 그리고 사람의 손을 탄 책들. 한 언론사에서는 ‘헌책방을 기반으로 한 복합문화공간’이라고도 하고, 다문화 공간, 제3세대 헌책방이라고도 하는 새로운 형태의 공간인 물레책방. 네, 물레책방은 무대와 스크린, 테이블과 책이 있는 ‘헌책방’이었어요.
안녕하세요, 물레책방
부산에서 온 기동이와 지혜, 대구지역 문정과 명혁, 지영 씨와 하나 씨, 그리고 도서관학과 부승, 정인 씨가 빙 둘러 앉아 책방지기와 인터뷰를 시작했어요.
문정탐방대 먼저 소개 부탁드릴게요.
장우석 안녕하세요. 물레책방 책방지기를 맡고 있습니다. 이 건물 3층에 <녹색평론>이 있었는데, 2009년에 떠나면서 이 건물을 남겨두고 가셨어요. 학생 때부터 헌책방을 다니며, 언젠가부터 헌책방을 하려고 따로 창고에 책을 모아두고 있었는데, 그해 12월 ‘땅과 자유’의 변홍철 선생님, 조동현 선생님과 다른 몇몇 회원 분들이랑 술을 마시다가, 제가 지하에 뭘 만들어보면 어떻겠냐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분들이랑 함께 지하 노래방에 있던 3톤쯤 되는 폐기물들을 다 걷어내고, 영화 찍으려고 모아뒀던 돈 500만원을 공사비로 투자하고, 나머지는 지원받았어요. 공사 도중에 틈틈이 서울의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같은 헌책방들도 참고하고, 저희 손으로 테이블 책장 일일이 다 짜서 4월에 오픈 한 게 물레책방인 거죠. 지하다보니 분위기를 밝게 꾸미고, 인테리어도 강연 같은 걸 할 때 공간을 재배치할 수 있도록 신경 썼어요. 그냥 헌책방만 하면 재미없을 거 같아서, 저랑 관련 있는 영화며, 당시 유행하던 ‘김제동의 토크콘서트’ 같은 것도 하고, 기왕 하는 거 차도 마시는 데를 만들어보자, 해서 물레책방이 된 거죠. 헌책방을 할 때 처음부터 ‘물레’로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던 게 ‘간디의 물레’, 책들이 다시 살아서 나가는 ‘순환’의 의미에서 헌책방을 본거죠.
문정탐방대 물레책방은 어떤 책들을 사고파는 건가요?
장우석 헌책방이긴 해도, 모든 종류의 책을 구비해 놓은 게 아니에요. 저희 블로그에 가면 ‘문사철 중심의 단행본들과 대구 지역에서 나온 출판물들’을 수집한다고 되어 있어요. 그런 책들 중심으로 선별해서 수집하고, 아닌 책들은 그에 맞는 책방을 소개해 드리고, 또 없는 책들을 찾는 분들은 제가 전국에 헌책방 네트워킹 같은 게 되어 있으니까, 웬만한 책들은 일주일 안에 찾아드려요. 저희가 돈을 벌겠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운동 차원에서 헌책방을 하는 거거든요.
여기는 떠들고 책 읽고 영화 보는 책방
문정탐방대 물레책방은 주로 어떤 분들이 찾아오세요?
장우석 책방 위치가 대구여고와 경신고 사이에 있으니, 처음엔 학생들이 많이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청소년들이 많이 바쁘더라고요. 젊은 주부님들이 오셔서 애들 책 읽히고 이야기 나누고, 대학생들, 헌책방을 일부러 찾아오시는 어르신들 등 층이 다양해요. 앉아서 몇 시간이고 책을 읽다 가시는 분들이 많아요.
문정탐방대 물레책방은 지금 어떤 일들을 하고 있나요?
장우석 처음에는 <녹색평론>의 편집주간 변홍철 선생님하고, 대안학교인 ‘산자연학교’의 조동현 선생님이랑 했었어요. 지금은 조동현 선생님은 다른 일을 하러 떠나시고, 변홍철 선생님께서는 책방 운영보다 청소년 인문학 교실만 전담해서 맡고 계세요. 대구에는 동성아트홀이라고 영화관이 있거든요. 거기에서는 예술영화, 독립영화 같은 건 하는데 단편영화는 안하니까 제가 그런 걸 해보자 해서 시작한 게 ‘단편영화, 헌책방을 말하다’라는 프로그램이에요. 다큐멘터리는 ‘책방에서 다큐보기’라는 프로그램으로 보고, 감독들 부르기도 하고요. 또 ‘리뷰앤콘서트-밑줄긋기’라고 해서, 매달 지역에 있는 작가들이라든지 연주가들을 초대해서 강연이나 연주를 하곤 해요. 이 행사는 처음엔 돈을 안 받다가, 그렇게 하면 재미없으니까, 헌책을 받자해서 헌책을 받고 있어요. 또한 학생들 대상으로 뭔가 할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학기 중엔 놀토마다 ‘청소년 인문학 교실’을 하고, 방학 동안에는 ‘영화 읽기 세상보기’라고, 주제를 정해 단편 영화를 보고, 서브텍스트로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을 해요.
대구를 생각하다 대구에 살다, 그리고 꿈꾸다
문정탐방대 왜 헌책방을 하고 싶으셨어요?
장우석 학생 때부터 헌책방을 돌아다니며 책 모으는 걸 좋아해서, 전국을 돌아다니기도 했어요. 굳이 서울에서가 아니더라도, 내가 사는 대구에서 뭔가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도 계속 했었고요. 대구에 헌책방들이 많았는데, 대형 서점들이 들어오면 헌책방이며 지역 대형서점들까지 문을 닫았어요. 120여 곳이던 헌책방이 20곳 남짓으로 줄어들고, 그마저도 조금씩 문을 닫고 활기를 잃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느낀 안타까움이 어느 순간, 헌책방을 해야겠다는 의무감으로 바뀌더라고요. 서울에는 이런 책방들이 많아 특별할 게 없는데, 지역에서 뭔가 하고 싶다 하면 관심도 많이 가지시고, 지원을 많이 해주세요. 인디고서원도 그렇게 연결이 된 경우고요. 대구가 워낙 문화적인 게 부족하고, 또 보수적이란 편견이 있는데,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지원을 해 주시는 분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어요.
문정탐방대 평소엔 어떤 일들을 하고 계세요?
장우석 원래 제가 영화하던 사람이라, 영화일도 기획 중이고,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서울에서는 특별한 일이 아닌데, 10년 전에 제가 대구에서 독립영화를 한다니까 강의 요청도 들어오고 하더라고요. 청소년들과 ‘하루 만에 영화찍기’ 같은 프로그램 해서, 영상촬영 같이 하고, 편집, 시사회까지 하고, 방학 때는 영화도 같이 보고요. 강사료도 받고, 영화에 대한 글을 써서 원고료도 받고, 행사 촬영 같은 것도 하고. 수성 아트피아에서 ‘한뼘 인문학’이라는 프로그램 인문학 지기로 일하고 있고요. 호기심이 많아서 잡다하게 뭘 많이 해요.
문정탐방대 앞으로는 어떤 일을 하고 싶으세요?
장우석 이제 1년 지나오며 많은 걸 실험식으로 해보고 했는데, 3년 정도를 버티면 롱런 할 수 있다는 말씀을 많이들 하시니 일단 3년까진 버텨야할 거 같아요. 올해는 젊은 친구들이랑 뭔가 할 수 없는 게 없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얼마 전에 학교에 강연이 있어서 얘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학생들이 열심히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왠지 공황감이랄까 두려움이랄까, 떨고 있더라고요. 제가 보기에는 학점도 학과공부도 다들 열심히 하니까, 뭔가 좀 특이한 걸 하는 게 좋을 거 같은데, 불안하다보니 남들이 하는 걸 따라하고 비슷해지고, 결국 자기가 원하는 인생도 아닌 채 뭔가 주눅들어있고, 불안해하는 거 같아요. 그래서 청소년들보다도 대학생들과 뭔가 함께 하고 싶다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작년까진 연배가 좀 있으신 분들과 함께했으니까, 올해는 좀 젊은 책방으로 거듭나고 싶기도 하고, 사실 영화를 하는 사람들은 계속 흐르지 않으면 도태되니까요.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이 있는 응암동이 NGO단체들이 많이 몰려있는 지역이라 책 축제를 하는데 그런 것도 하고 싶고, 탐방처럼 인디고나 헌책방도 가보고 싶어요. 뭐든 혼자 해서 다들 따라오는 것보다는, 같이 하는 일이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해요.
인터뷰가 끝나고 나서 각자 책방을 둘러보며 깨끗하고 잘 분류된 책들에 감탄하기도 하고, 한구석에 놓인 기타와 커피가루들을 보며 신기해하며, 몇몇은 책을 골라 가기도 했지요. 이런 책방이 우리 동네에도 있었으면! 책을 좋아하고, 또 함께 읽고, 영화도 보고, 이야기하고, 서로가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하며, 함께 지역의 문화를 생각하는 작은 문화 공간, 물레책방. 지역을 만드는 힘, 문화를 만드는 힘, 그 모든 게 헌책방을 좋아한 대구 청년의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 지역사회를 향한 다양한 가능성으로 뻗어나가고 있었습니다. 불안하고 공허한 저희 청년들에게, 가지 않은 길을 걸어가는 장우석 감독님의 행보가 작은 희망으로, 별빛으로 비추는 고마운 만남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