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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학교도서관운동이야기]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학교도서관, 아직 갈 길이 멀다 - ⑤ 학교도서관 운동의 새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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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17 15:26 조회 9,138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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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990년대, 변화의 시대와 새로운 움직임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교육개혁에 대한 사회적 담론이 크게 확장되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사회 전반의 민주화 운동과 당시 교육 영역의 최대 이슈였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출범 등을 배경으로 교육개혁은 20세기를 마감하는 한국 사회에서 핵심적인 과제로 부각되었다. 물론 이런 변화의 저변에는 지식기반사회의 도래라는 문명사적 흐름이 자리하고 있었다. 교육개혁 논의의 핵심은 교육방법에 대한 것으로 집약되었다. 수십 년 동안 우리 교육에서 채택해 왔던 단편적인 지식 암기 위주의 교육방법에 대한 개선과 개혁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런 흐름을 타고 대학입시가 학력고사에서 수능고사로 전환되었고 수행평가가 도입되기도 하였다. 그리고 학교 현장에도 열린교육 등 새로운 교육 방법이 유행처럼 몰아치기도 하였다. 1990년대의 이러한 변화는 2000년대 이후에도 지속되어 독서에 대한 사회적 담론을 확대하기도 하였다. 신문이나 방송 등 언론 매체가 심심찮게 독서를 강조하는 보도와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내면서 사회적으로 독서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증폭시키게 되었다. 1990년대 이후의 학교도서관 운동은 이러한 복합적인 변화의 흐름과 맥을 같이 하면서 1970년대 이후 침체되었던 학교도서관을 일으키게 된다.

학교도서관과 관련한 움직임으로 학교 현장에서는 1996년에 결성된 ‘서울 중등 학교도서관 교육연구회’ 와 1998년에 결성된 ‘한국학교도서관협의회’를 들 수 있다.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전자는 서울 지역의 중·고등학교에 근무하는 사서교사들이 결성한 연구회 성격의 단체이며, 후자는 전국을 포괄하는 학교도서관 운동 조직을 표방하는 성격의 단체이다. 사서교사들을 중심으로 한 이 단체들은 교육행정 당국과 언론을 상대로 학교도서관 활성화 캠페인을 전개하기도 하는 등 학교도서관 활동의 중심 역할을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였으나 역량에 한계가 있어 큰 계기를 만들어 내지는 못하였다.

시민단체가 주도한 학교도서관 운동같은 시기에 2000년대 이후 우리 학교도서관을 크게 바꾸어 놓은 직접적인 계기가 되는 움직임이 학교 밖에서 형성되고 있었다. 바로 경기도 지역에서 시민단체가 주도한 학교도서관 운동이다. 이 운동의 출발점은 1996년 수원여성회에서 개최한 수원시민 대토론회로 볼 수 있다. ‘우리 아이 독서환경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열린 이 토론회에서 학교도서관의 피폐상을 고발하고 개선을 위한 시민단체의 활동을 촉구하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시민단체가 본격적으로 학교도서관 사업에 뛰어들게 된 것은 1998년 외환위기 때문이었다.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실직자를 위한 공공근로 사업이 진행되었고 수원여성회의 ‘학교도서관 사서파견 사업’이 공공근로 사업으로 선정되어 학교도서관 활동을 전개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수원의 사업에 힘입어 1999년 3월에는 안산의 상록수문화사랑회에서 학교도서관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학교도서관 전산화 지원 사업단’을 구성하고 사서파견 사업을 하였다. 그리고 1999년 5월에는 군포경실련이 사업단을 구성하여 각급 학교에 공공근로 형태로 사서를 파견하였다. 바야흐로 경기도 지역에 학교도서관 활동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세 지역에서 전개된 사서파견 사업은 학교 현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모범적인 공공근로 사업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정부의 공공근로 축소 방침과 사서들의 처우와 신분 문제 등으로 이 사업은 위기를 맞기도 한다. 이 위기 상황에도 불구하고 세 지역의 시민단체에서는 사업을 포기하지 않고 지속하기 위해 새로운 사업 주체를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경기도 좋은 학교도서관 만들기 협의회’이다. 1999년 12월에 결성된 이 협의회는 지방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더욱 더 체계적인 학교도서관 운동을 시도하게 된다. 매년 예산과 대상 지역을 확대하면서 사업을 확대하였고, 학교도서관 운동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경기도의 학교도서관 사업과 그와 관련된 학교도서관의 변화를 간략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경 기도를 넘어 전국으로 확대된 학교도서관 사업
경기도 지역의 학교도서관 활성화 운동은 1970년대 이후 침체되었던 우리나라 학교도서관 운동을 새롭게 회복하였고, 중앙정부로 하여금 학교도서관 사업을 시행하게 하는 데 중요한 계기를 제공하였다. 그러므로 경기도의 학교도서관을 활성화하였다는 그 자체로도 성과가 있지만 중앙정부의 학교도서관 사업을 유도하였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경기도의 학교도서관 운동이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으로 확대되는 과정에는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 있었다. 그는 바로 당시 안산 지역을 지역구로 하고 있던 국회의원 김영환(현 민주당 의원)이다. 평소 독서와 교육 문제에 깊은 관심과 이해를 가지고 있던 그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지역구에서 이루어지고 있던 학교도서관 사업에 직간접으로 관계를 맺게 되고, 이 일의 중요성을 인식하였다.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정보화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학교도서관이 살아나야 한다”고 믿고 있던 김영환 의원은 학교도서관 운동을 위한 시민단체인 ‘학교도서관 살리기 국민연대’의 결성에 물심양면으로 이바지하였다. 2000년 8월에는 직접 시화전을 열어 수익금 수천만원을 국민연대 출범의 종자돈으로 희사하기도 하였다. 이 국민연대는 도서관계와 문헌정보학계를 중심으로 다양한 교육단체가 연대하여 결성한 학교도서관 운동 단체로서 학교도서관 활성화를 목표로 하는 최초의 전국적인 운동 조직이었다. 2000년 11월 30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는 전국에서 모인 문헌정보학과 학생들과 교수들, 학교도서관 관계자들, 교육 단체 관계자들, 정치인들이 모여 힘찬 출범식을 거행하였다.

이를 계기로 중앙정부에 학교도서관 정책 입안에 대한 강력한 촉구와 요청을 하였고, 그 결과 2001년에 교육부는 학교도서관 업무를 일상의 업무로 포함하게 되었다. 실로 획기적인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학교도서관’이라는 다섯 글자가 중앙 교육행정 당국의 일상적인 업무에서 사라진 지 약 40년 만에 부활한 것이다. 교육부에서는 2002년에 학교도서관 활성화 사업을 위한 연구를 실시하여 공청회를 거친 후 2003년부터 사업을 시행하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유사 이래 처음으로 중앙정부에서 시행한 학교도서관 활성화 사업인 ‘좋은 학교도서관 만들기’ 사업이다.



상 전벽해 학교도서관과 새로운 운동 과제
2003년부터 시행된 학교도서관 활성화 사업을 통해 전국의 학교도서관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한마디로 학교도서관이 상전벽해桑田碧海를 한 것이다. 가장 크게 변한 것은 시설의 개선과 발전이다. 그리고 적은 숫자이지만 사서교사가 배치되기도 하였고, 학교도서관진흥법이 제정되어 제도의 기반을 마련하기도 하였다. 또한 학교도서관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이해도 많이 개선되었으며, 무엇보다도 학생들의 독서와 도서관 경험이 점점 넓어지고 깊어져 가고 있다. 학교도서관이 침체되어 있던 1990년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학교도서관 운영에 필요한 정규 사서교사의 배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아 비정규직 인력이 4천 명 이상 배치되어 있으며, 학교도서관진흥법은 그러한 기형적인 현상을 조장하고 있다. 교육은 여전히 대학입시를 정점으로 왜곡되어 있으며, 학생들은 끝없는 경쟁 체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독서 열기가 확장되면서 평가와 입시를 연계한 독서가 기승을 부리기도 하고 독서 사교육의 폐해도 적지 않다. 이전에 비해 한층 개선되고 발전되었다고 할 수 있는 현 시점에서 학교도서관은 여전히, 아니 오히려 더욱 더 많은 운동 에너지를 필요로 하고 있다.

정부가 주도하는 학교도서관 사업의 방향과 방법을 점검하고 조언하는 노력, 시도교육청의 지도력에 따라 나타나는 지역 간 편차를 완화하고 개선하기 위한 노력, 현장에서 관계자들의 이해와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 충실한 학교도서관 담당 인력을 양성하고 재교육하기 위한 노력, 왜곡된 인력 문제를 해결하고 제도적 기반을 개선하는 노력 등과 관련된 무한히 많은 과제가 앞에 놓여 있다. 학교도서관은 보다 전략적이며 정교한 운동 에너지를 요구한다. 관련 단체와 관계자들을 아우르는 통합적이며 조화로운 운동을 요구한다. 그래서 새로운 단계의 학교도서관 운동은 더더욱 강력하고 사려 깊고 통합적이며 끈기 있는 리더십을 필요로 한다.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학교도서관이 우리 앞에 펼쳐질 그 순간을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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