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과부 마음은 홀아비가 안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8-04 15:18 조회 10,301회 댓글 0건본문
“쌤, 공공도서관으로 가니 좋아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정신없어요.”
“이제 ‘연사네’ 모임은 누구랑 의논하나… 휴~”
“잘 키워보세요. 좋은 사람 있을 거예요.”
함께 근무하던 사서선생님은 새로 개관하는 공공도서관으로 갔습니다. 작년에 우리 학교로 처음 오셔서 함께 연사네(연수구 사서 네트워크: 연수구청의 지원으로 관내 모든 학교에 계약직 사서가 배치되고 만들어진 모임)를 조직하고 함께 꾸려왔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연수구에 있지 못하고 떠나고 말았습니다. 새 학기를 맞이한 지금, 작년에 함께 모임을 해오던 사서선생님 중에 몇 명이나 연수구에 남아 있는지 정확히 파악도 되지 않습니다. 작년과 똑같은 짓(?)을 다시 되풀이해야 합니다. 다시 홍보하고, 다시 조직하고, 다시 모임을 시작해야 합니다. 시간은 되돌아가지 않지만 상황은 되돌아갔습니다.
“선생님, 제안서 좀 봐주세요.”
“괜찮은 것 같아요. 특히 ‘과부 마음은 홀아비가 안다’는 부분이 좋은데요.”
“선생님들이 많이 오실까요? 오셔도 제가 할 수 있는 게 있을지 모르겠네요.”
“걱정하지 마세요. 모이는 것만으로도 힘이 될 거예요.”
“나 혼자 담당교사인데, 불편해하지는 않을까요?”
“아니에요. 선생님처럼 중심을 잡아줄 사람이 필요해요. 몇 장이나 뽑을까요?”
이렇게 연사네는 모였습니다. 5월부터 시작한 모임은 2,4주 목요일마다 회의와 연수로 진행하였습니다. 학교도서관 경험이 적은 분들이 많아 연수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연수구청에 요구를 해서 두 차례 전체 사서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연수를 실시하고, 자체적으로도 이성희 선생님(전 학교도서관담당교사모임 대표)을 모시고 도서관 운영 전반에 대한 내용으로, 이미숙 선생님(현 학교도서관담당교사모임 대표)을 모시고 도서관 운영 계획서와 예산에 대한 내용으로 세 차례의 연수를 진행하였습니다. 연수가 없는 주간에는 회의를 진행하였습니다. 회의의 시작은 도서관 행사와 운영에 대한 이야기부터였지만 어느덧 보건휴가 사용 문제에서부터 토요일 근무, 업무 시간, 임금 문제까지 서로의 처우를 비교하고 개선시켜 나가는 역할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연사네에 함께한 선생님들의 반응은 매우 호의적이었습니다. 호응이 컸던 부분은 당연히 도서관 정보의 공유였습니다. 대부분 처음 학교도서관을 담당하는 분들이 많았기 때문에 학교도서관 운영에 대한 정보가 전무하였습니다. 온라인 카페를 통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기는 하지만 실제 행사를 진행하고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세세한 이야기들을 통해 운영의 묘를 나누었기 때문에 보다 자신감을 갖고 도서관을 운영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또한 더욱 중요한 부분은 같은 신분과 처지(계약직)라는 공감을 나눌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담당교사와 수직적인 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는 처지이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담당교사로 인해 답답한 상황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점들을 서로가 공감하기 때문에 ‘맞아, 맞아. 우리도 그래!’라는 대화 속에서 서로가 위안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연사네 모임의 가장 큰 의미는 서로의 신세 한탄을 들어줄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비정규직이라는 신분 때문에 교직원 사이에서는 기름 위에 뜬 물과 같은 처지일 수밖에 없고 거기에 관리자들의 임시직이라는 인식 속에 책임 있게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지도 않고 보건휴가와 같은 법적인 권리조차 제대로 누릴 수 없는 상황을 어디다 하소연할 곳도 없던 선생님들에게 이 모임은 해우소解憂所였던 것입니다.
2011년 12월 22일 연사네 1기 마지막 회의가 있었습니다. 마지막 회의의 주된 안건은 겨울방학 프로그램에 대한 내용이었지만, 다루지 못했습니다. 대부분 선생님들이 1월 중순 이전에 계약이 만료되어 학교도서관을 지키시는 분이 거의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연사네 선생님들은 기약 없는 헤어짐을 가졌습니다. 우리 학교 사서선생님은 공공도서관으로 가고, 누구는 사서교사가 배치되어 학교를 옮기고, 누구는 재계약이 안 되어 학교를 알아보고 있다 하고, 다행히 누구는 재계약이 되었다하고, 누구는 연락이 안 되고, 누구도 연락이 안 되고….
제게도 꿈(?)이 있었습니다. 모임을 제안했다는 이유만으로 유일한 담당교사였던 제가 연사네 대표를 맡게 되었을 때, 내년엔 새로운 대표를 세우고 발을 빼겠다는 야무진 꿈이 말입니다. 하지만 남아 있는 선생님이 없으니 발을 뺄 수가 없답니다. 이 글을 다 쓰고 나면 제안서를 써야겠습니다. 연사네 2기모집 제안서 말입니다. 이번에도 ‘과부 마음은 홀아비가 안다’는 말을 써도 괜찮겠죠?!
* 연수구 사서 네트워크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은 분은 http://cafe.naver.com/hagdosa [연수구사서네트워크] 게시판 3666번 글을 읽으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아직 잘 모르겠어요. 정신없어요.”
“이제 ‘연사네’ 모임은 누구랑 의논하나… 휴~”
“잘 키워보세요. 좋은 사람 있을 거예요.”
함께 근무하던 사서선생님은 새로 개관하는 공공도서관으로 갔습니다. 작년에 우리 학교로 처음 오셔서 함께 연사네(연수구 사서 네트워크: 연수구청의 지원으로 관내 모든 학교에 계약직 사서가 배치되고 만들어진 모임)를 조직하고 함께 꾸려왔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연수구에 있지 못하고 떠나고 말았습니다. 새 학기를 맞이한 지금, 작년에 함께 모임을 해오던 사서선생님 중에 몇 명이나 연수구에 남아 있는지 정확히 파악도 되지 않습니다. 작년과 똑같은 짓(?)을 다시 되풀이해야 합니다. 다시 홍보하고, 다시 조직하고, 다시 모임을 시작해야 합니다. 시간은 되돌아가지 않지만 상황은 되돌아갔습니다.
“선생님, 제안서 좀 봐주세요.”
“괜찮은 것 같아요. 특히 ‘과부 마음은 홀아비가 안다’는 부분이 좋은데요.”
“선생님들이 많이 오실까요? 오셔도 제가 할 수 있는 게 있을지 모르겠네요.”
“걱정하지 마세요. 모이는 것만으로도 힘이 될 거예요.”
“나 혼자 담당교사인데, 불편해하지는 않을까요?”
“아니에요. 선생님처럼 중심을 잡아줄 사람이 필요해요. 몇 장이나 뽑을까요?”
이렇게 연사네는 모였습니다. 5월부터 시작한 모임은 2,4주 목요일마다 회의와 연수로 진행하였습니다. 학교도서관 경험이 적은 분들이 많아 연수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연수구청에 요구를 해서 두 차례 전체 사서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연수를 실시하고, 자체적으로도 이성희 선생님(전 학교도서관담당교사모임 대표)을 모시고 도서관 운영 전반에 대한 내용으로, 이미숙 선생님(현 학교도서관담당교사모임 대표)을 모시고 도서관 운영 계획서와 예산에 대한 내용으로 세 차례의 연수를 진행하였습니다. 연수가 없는 주간에는 회의를 진행하였습니다. 회의의 시작은 도서관 행사와 운영에 대한 이야기부터였지만 어느덧 보건휴가 사용 문제에서부터 토요일 근무, 업무 시간, 임금 문제까지 서로의 처우를 비교하고 개선시켜 나가는 역할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연사네에 함께한 선생님들의 반응은 매우 호의적이었습니다. 호응이 컸던 부분은 당연히 도서관 정보의 공유였습니다. 대부분 처음 학교도서관을 담당하는 분들이 많았기 때문에 학교도서관 운영에 대한 정보가 전무하였습니다. 온라인 카페를 통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기는 하지만 실제 행사를 진행하고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세세한 이야기들을 통해 운영의 묘를 나누었기 때문에 보다 자신감을 갖고 도서관을 운영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또한 더욱 중요한 부분은 같은 신분과 처지(계약직)라는 공감을 나눌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담당교사와 수직적인 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는 처지이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담당교사로 인해 답답한 상황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점들을 서로가 공감하기 때문에 ‘맞아, 맞아. 우리도 그래!’라는 대화 속에서 서로가 위안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연사네 모임의 가장 큰 의미는 서로의 신세 한탄을 들어줄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비정규직이라는 신분 때문에 교직원 사이에서는 기름 위에 뜬 물과 같은 처지일 수밖에 없고 거기에 관리자들의 임시직이라는 인식 속에 책임 있게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지도 않고 보건휴가와 같은 법적인 권리조차 제대로 누릴 수 없는 상황을 어디다 하소연할 곳도 없던 선생님들에게 이 모임은 해우소解憂所였던 것입니다.
2011년 12월 22일 연사네 1기 마지막 회의가 있었습니다. 마지막 회의의 주된 안건은 겨울방학 프로그램에 대한 내용이었지만, 다루지 못했습니다. 대부분 선생님들이 1월 중순 이전에 계약이 만료되어 학교도서관을 지키시는 분이 거의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연사네 선생님들은 기약 없는 헤어짐을 가졌습니다. 우리 학교 사서선생님은 공공도서관으로 가고, 누구는 사서교사가 배치되어 학교를 옮기고, 누구는 재계약이 안 되어 학교를 알아보고 있다 하고, 다행히 누구는 재계약이 되었다하고, 누구는 연락이 안 되고, 누구도 연락이 안 되고….
제게도 꿈(?)이 있었습니다. 모임을 제안했다는 이유만으로 유일한 담당교사였던 제가 연사네 대표를 맡게 되었을 때, 내년엔 새로운 대표를 세우고 발을 빼겠다는 야무진 꿈이 말입니다. 하지만 남아 있는 선생님이 없으니 발을 뺄 수가 없답니다. 이 글을 다 쓰고 나면 제안서를 써야겠습니다. 연사네 2기모집 제안서 말입니다. 이번에도 ‘과부 마음은 홀아비가 안다’는 말을 써도 괜찮겠죠?!
* 연수구 사서 네트워크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은 분은 http://cafe.naver.com/hagdosa [연수구사서네트워크] 게시판 3666번 글을 읽으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