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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청소년에게 도서관을]청소년실의 공간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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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5-07-15 17:03 조회 12,569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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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하 독서교육 강사 및 프로그래머, 『독서교육 어떻게 할까?』 저자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미국과 유럽의 공공도서관은 청소년실을 적극적으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의 경우, 2005년부터 2010년까지 공공도서관에 257개나 되는 청소년실이 새로 만들어지거나 개보수 되었지요. 이번 호에서는 전 세계의 다양한 청소년실을 구석구석 살펴보면서, 청소년을 위한 도서관 공간의 디자인적 특성을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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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1 미국 Monterey Public Library Teen Zone(CC BY Monterey Public Library 2.0)
 
1. 청소년을 위한 공간임을 강조한 공간 구성
우선, 이용자들이 청소년 공간을 다른 공간과 구분하고, 쉽게 찾도록 표시판을 만듭니다. 입구, 서가, 안내데스크의 간판으로 청소년실임을 알리기도 하고, 벽면과 바닥, 서가의 색을 다른 공간과 달리하기도 합니다. 벽화 등으로 청소년실의 벽을 꾸미는 경우도 있습니다. 먼저, 간판은 가장 효과적으로 공간을 알리는 표식이지요. 미국 몬테레이 공공도서관은 틴존(Teen Zone)이라는 간판을 서가 위 조명으로 만들었습니다(사진1). 조명으로 만들어져 현대적인 느낌이 들며 형광의 밝은 빛 때문에 쉽게 눈에 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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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2 미국 Seattle Central Library의 십대 안내 데스크(CC BY-SA Liz Lawley 2.0)

세계적인 건축가 렘 쿨하우스(Rem Coolhaus)가 설계한 미국 시애틀 중앙도서관은 안내 데스크의 전면에 ‘teens’라고 크게 적어, 이곳이 청소년을 위한 공간임을 알립니다(사진2). 색과 그림을 다채롭게 쓰는 어린이 공간과는 달리, 베이지 바탕에 붉은 폰트로만 디자인하여 세련된 느낌을 줍니다.
벤쿠버 중앙도서관의 경우, 천정에서 내려오는 휘장으로 이곳이 청소년 공간임을 알리고 있습니다. 이 도서관은 청소년실을 별도의 층이나 방으로 배치하지 않고, 성인실의 한쪽에 마련해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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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4 나무색의 성인 소설 서가와 대비되는 빨간색의 청소년 소설 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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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캐나다 Vancouver central library
          십대 공간을 나타내는 휘장                                 사진 5 채도가 낮은 붉은 색으로 통일감을 주는
                                                                                          십대 공간의 소파

 
대신 성인 공간과 구별하기 위해 빨간색을 청소년 공간의 상징으로 이용합니다. 멀리서도 이 공간을 알 수 있도록 천정부터 빨간색 휘장을 여러 개 드리워 놓았습니다. ‘사진4’에서 볼 수 있듯이 일반 성인의 서가는 베이지색인데 비해, 청소년 서가는 빨간색이라서 구분이 쉽습니다.(사진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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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6 십대 논픽션 서가 표지판                     사진 7 십대 잡지 서가 표지판                       사진 8 십대에게 나누어 주는 행사 안내지 

벤쿠버 중앙 도서관은 십대와 관련된 모든 표시판에 통일된 상징물을 이용합니다. 서가의 표시판(사진6, 사진7), 행사 안내지(사진8), 게시판에 부착하는 게시물 위에, 항상 빨간 정사각형의 십대 상징을 오른쪽 위에 배치합니다. 이는 청소년 공간으로서 통일감을 주며, 멀리서도 청소년들이 자신을 위한 게시물이나 정보를 빨리 찾도록 도와줍니다. 상징의 가시성을 높이려면 디자인을 심플하게 하고 가독성이 높은 글자 모양으로, 색의 대비가 되도록 만듭니다. 가능하면 청소년실의 계획 단계에서 디자인해 두면 좋습니다. 표시판, 가구, 서가, 게시판 등과의 조화를 고려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2. 시각적으로 흥미롭고, 편안한 자세가 가능한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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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9 네덜란드 Amsterdam Public Library,
     자연 주제의 청소년 서가와 가구(CC BY Tofsrud 2.0)
 
 
 
 
 
사진 10 Vancouver Central Library,
     모임을 위한 가구의 변형
 
 
 
 
사진 11 네덜란드 델프트 지방의 DOK Library
     Concept Centre(CC BY-SA Ellen Forsyth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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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실의 가구는 시각적으로 흥미롭고, 신체적으로 편안하며 다양한 자세가 가능하도록 디자인합니다.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도서관의 청소년 공간은 ‘사진9’에서 볼 수 있듯이 한쪽이 터진 원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서가가 가벽으로 활용되어 개방성과 독립성을 동시에 살린 디자인이지요. 중앙에 동그란 가구에는 바로 앉을 수도, 기대어 앉을 수도, 누울 수도 있습니다. 혼자 앉을 수도 있고, 친구와 함께 옆으로 붙어 앉을 수 있고, 다른 의자를 놓으면 마주 보고 앉을 수도 있습니다. 여럿이 둘러앉을 수도 있지요. 독서실의 고정된 책상과는 달리 학생들이 다양한 읽기 활동과 포즈에 따라 가구를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가구를 옮기기 쉽게 만들면, 공간의 활용성이 높아집니다. 바퀴가 달린 서가나 테이블, 너무 무겁지 않은 의자나, 쌓을 수 있는 의자를 이용하면, 쉽게 무대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사진10’은 청소년 담당 사서가 책을 소개하는 모습입니다. ‘사진5’에서의 가구 배치가 사서를 향해 바뀌었지요. 중앙에 카펫만 깔면, 의자가 모자라도 많은 수의 아이들을 포괄할 수 있습니다. 카펫에 앉은 아이, 의자에 앉은 아이, 의자 뒤로 선 아이, 모두 시야를 방해받지 않고 사서의 설명을 들을 수 있습니다. 의자와 테이블을 재배치하면 조별 활동도 가능해집니다. 공공도서관에서 청소년에게 할애할 수 있는 공간이 적은 데 비해, 다양한 읽기와 활동을 포괄하려면 옮기기 쉬운 다목적 가구가 필수적입니다. ‘사진11’의 디오케이 도서관은 바퀴 달린 서가를 평소에는 고정해 놓고 행사가 있을 때는 자유롭게 옮겨, 공간을 만들기도 하고 가벽을 만들기도 합니다.
 
3. 다양한 전자매체를 활용할 수 있는 공간 배치
청소년실에 다양한 전자매체를 읽고 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놓습니다. 컴퓨터와 인터넷을 이용하는 자리는 대부분의 청소년실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도서관에 따라 음악과 팟캐스트 등의 녹음을 위한 스튜디오가 있는 곳도 있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스튜디오가 구비된 곳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Wii 등의 비디오 게임을 할 수 있는 스테이션을 마련한 청소년실도 늘고 있습니다(사진12). 서구의 도서관은 아이들의 게임 중독이 우리나라만큼 심각하지 않기에, 비디오 게임을 청소년들이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놀 수 있는 활동의 하나로 수용하는 듯합니다.
청소년기에는 음악과 영화에 대한 관심도 급격히 늘지요. 그래서 청소년실에 음악과 영화를 보고 들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합니다(사진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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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2 DOK Library Concept Centre의 플레이스테이션(CC BY-SA Ellen Forsyth 2.0)
사진 13 DOK Library Concept Centre의 음악 감상용 좌석(CC BY Michael Edson 2.0)


청소년 공간을 실제로 이용하는 아이들은 이 공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4명의 미국 학자들은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하나 기획했습니다.(Agosto, D.E., Bell, J.P., Bernier, A. & Kuhlmann, M.(2015). “This Is Our Library, and It’s a Pretty Cool Place”: A User-Centered Study of Public Library YA Spaces. Public Library Quarterly. 34, pp.23–43.)  새로 청소년실을 마련한 미국의 25개 도서관을 무작위로 뽑아, 도서관마다 1명의 사서와 1명의 청소년에게 비디오카메라를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들에게 청소년실을 영상으로 찍은 후,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유롭게 담아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연구자들은 비디오에서 언급된 공간의 특성을 주제별로 분석하여, 청소년실의 공간에 대한 사서와 청소년의 생각을 알아보았습니다. 그 결과 가장 많이 언급된 성공적인 청소년 공간의 특성은 ‘물리적인 편안함’이었습니다. 학교의 교실처럼 딱딱한 의자가 아니라 편안하게 몸을 기댈 수 있는 소파, 매력적인 디자인의 가구, 자연광이 많이 드는 창문, 자리에 맞게 구비된 독특한 조명, 공간의 개방감 등이 편안함을 이루는 물리적인 환경으로 꼽혔습니다. 편안함을 주는 안식처로서의 청소년실이 가장 우선시되는 걸 알 수 있지요. 다음으로는 여가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공간에 대한 언급이 뒤따랐습니다. 즐거움을 위한 책과 자료, 전자 매체, 게임, 사교 활동, 프로그램, 간식 공간 등이 청소년실에서 중요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다음으로는 공부를 위한 읽기에 필요한 공간과 자료, 학교 과제를 하기 위한 컴퓨터, 참고 서비스 등이 언급되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이 공간이 우리의 것이라는 느낌을 주는 요소들, 다른 공간과 구별되는 청소년의 감성을 담은 장식이나, 공간에 전시되어 있는 그들의 작품이꼽혔습니다. 마지막 요소는 서가의 전시나 게시판, 십대 전용 정책이었습니다. 사서들과 청소년들 사이에 약간의 차이가 있었는데, 사서들이 도서관의 물리적 시설에 대한 언급이 많았던 반면, 청소년들은 그 공간에서 어떤 다양한 활동을 하는지에 더 집중했습니다. 개인 활동과 집단 활동, 사교와 휴식, 여가로서의 읽기와 공부로서의 읽기 등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도록 공간을 디자인할 필요가 있겠지요.
청소년실의 구성 요소들을 계획할 때 청소년들의 의견을 다양한 방식으로 반영하면, 아이들의 사랑을 받는 공간이 될 수 있습니다. 어떻게 가능할까요? 우선, 행동 관찰을 할 수 있습니다. 도서관에서 청소년들이 어떤 공간에 주로 머무르고, 어떤 활동을 주로 하는지, 혼자 있을 때와 친구와 함께 있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 등을 살필 수 있습니다. 또한 청소년들이 주로 머무르는 도서관 밖의 공간에서 아이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분석할 수도 있습니다. 몇 명씩 함께 다니는지, 어떤 자세로 이야기하고 어떤 상호작용을 하는지 말이지요. 다음으로는 질문지를 통해 아이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습니다. 도서관이 어떤 모습이면 좋을지 물을 수도 있고, 자신이 좋아하는 공간(카페, 쇼핑몰, 공원 등)의 어떤 요소가 매력적인지 물을 수도 있습니다. 기존의 다양한 청소년실 사진을 놓고 좋아하는 요소와 그 이유를 달도록 해도 아이들의 뜻을 모을 수 있습니다. 도서관에 오지 않는 아이들에게는 왜 그런지를 물어도 좋습니다. 세 번째로는 자문 그룹을 만들어 장기간 함께하며, 결정의 시기마다 도서관과 디자이너에게 자신들의 의견을 보태는 방법이 있습니다.
 
2005년부터 3년간 아이들과 도서관의 공간을 함께 디자인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스웨덴의 로클래손(Lo Claesson)은 아이들과 무대 디자이너가 함께 도서관의 청소년실 가구를 만들도록 했습니다. 저는 2009년 그의 인터뷰에서 왜 무대 디자이너를 선택했느냐고 물었습니다. 무대 디자이너는 값싼 재료를 가지고 공간을 창의적으로 만드는 작업 방식에 익숙하기 때문에, 도서관 가구를 구입하는 것보다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답하더군요. 나중에 만들어진 가구를 폐기하기에도 경제적인 부담이 없고요. 또한 아이들이 원하는 기존의 가구를 고르는 것보다, 상상에 한계를 두지 않고 가구를 디자인하는 편이 그들의 의견을 더 충분히 반영하기 때문이랍니다. 이 과정을 통해서 아이들은 청소년실이 자신들의 공간이라는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었다고 하네요. 그녀는 청소년이 시민이 되어가는 과정에 도서관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고 했습니다. 아이들이 예비 시민으로서 공공의 공간인 도서관을 상상하고 목소리를 내고 듣고 협의하는 과정이 교육이 아니겠냐며, 민주주의의 확장이 아니겠냐며 이야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이들과 함께 한번 상상해 보세요. 청소년 공간을 디자인한다면 간판을, 서가를, 벽면을, 가구를, 의자와 테이블을 그리고 그 너머의 것을 어떤 모양으로 어떤 빛깔로 담고 싶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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