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아빠랑 세상 책 읽기]원고지에 글을 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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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7-11-01 15:49 조회 5,358회 댓글 0건본문
아빠는 글 쓰는 일 때문에 할머니 집도 있고 작업실도 있는 정읍에 먼저 내려갔다. 그래서 엄마랑 나는 정읍에 가
는 KTX를 타고 정읍역에 도착했다. 정읍역에는 아빠가 우산을 들고 나와 있었다. KTX를 타고 있었을 때는 몰랐
는데 비가 오고 있었다. 그래서 그날 어디 놀러 가기로 한 건 미루고 할머니 집에 갔다. 그 다음날에도 비가 와서
결국 2일 후에 아빠 작업실이 있는 마을에 갔다.
는 KTX를 타고 정읍역에 도착했다. 정읍역에는 아빠가 우산을 들고 나와 있었다. KTX를 타고 있었을 때는 몰랐
는데 비가 오고 있었다. 그래서 그날 어디 놀러 가기로 한 건 미루고 할머니 집에 갔다. 그 다음날에도 비가 와서
결국 2일 후에 아빠 작업실이 있는 마을에 갔다.
아빠 작업실 마을 위로 올라가니까 아빠 구절초밭이 나왔다. 그 구절초밭은 아빠가 ‘땀 공부’를 하기 위해 구절
초 농사를 짓고 있는 밭이다. 이제 피려고 하는 꽃들은 꽃잎이 연보라색이고 피어난 꽃들은 꽃잎이 하얀색이었다.
구절초 밭에서 바라본 풍경은 그림 같이 예뻤다. 산들이랑 마을도 보였는데 나는 강물이 가장 예쁜 것 같았다. 그
강물은 원래 빠르게 흐르는 물이었는데 섬진강댐이 생겨서 지금은 호수처럼 고여 있는 물이라고 아빠가 말해주
었다. 아빠는 원래 구절초 농사를 지어서 차를 만들려고 했는데 차를 만들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왜냐면 막
피어나고 있는 예쁜 꽃을 따려다 보니까 내 생각이 나서 꽃을 따지 못하겠다고 했다. 나도 꽃을 따지 않는 게 좋
을 것 같았는데 내 생각을 해서 꽃을 안 딴 아빠한테 고마웠다.
초 농사를 짓고 있는 밭이다. 이제 피려고 하는 꽃들은 꽃잎이 연보라색이고 피어난 꽃들은 꽃잎이 하얀색이었다.
구절초 밭에서 바라본 풍경은 그림 같이 예뻤다. 산들이랑 마을도 보였는데 나는 강물이 가장 예쁜 것 같았다. 그
강물은 원래 빠르게 흐르는 물이었는데 섬진강댐이 생겨서 지금은 호수처럼 고여 있는 물이라고 아빠가 말해주
었다. 아빠는 원래 구절초 농사를 지어서 차를 만들려고 했는데 차를 만들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왜냐면 막
피어나고 있는 예쁜 꽃을 따려다 보니까 내 생각이 나서 꽃을 따지 못하겠다고 했다. 나도 꽃을 따지 않는 게 좋
을 것 같았는데 내 생각을 해서 꽃을 안 딴 아빠한테 고마웠다.
구절초 위에는 나비, 애벌레, 벌 등이 있었다. 아빠는 “저 나비 이름이 뭔 줄 알아?” 하고 물었다. 나는 나비 이름
이 호랑나비인 줄 알았는데 아빠는 ‘네발나비’인 것 같다고 했다. 아빠가 나중에 네발나비랑 비슷한 나비로는 ‘작
은멋쟁이나비’, ‘암끝검은표범나비’, ‘들신선나비’ 같은 게 있다고 알려줬다. 구절초밭에는 감나무가 세 그루 있는데
감나무에 달린 감을 따려고 점프를 했다. 나는 점프를 해도 감나무 가지에 달린 감이 손에 닿지 않았다. 엄마랑
감을 따려고 있는 힘껏 뛰었지만 결국 못 따서 아빠가 따줬다. 구절초밭 밑에는 메밀밭이 있는데 메밀꽃이 다 져서
풀밭으로 보였다. 구절초밭을 내려가는 길에 아빠가 ‘자리공 열매’를 하나 따서 나한테 줬다. 그래서 그 자리공을
약하게 눌러서 손톱에 바르니까 손톱에 보라색 물이 들었다.
이 호랑나비인 줄 알았는데 아빠는 ‘네발나비’인 것 같다고 했다. 아빠가 나중에 네발나비랑 비슷한 나비로는 ‘작
은멋쟁이나비’, ‘암끝검은표범나비’, ‘들신선나비’ 같은 게 있다고 알려줬다. 구절초밭에는 감나무가 세 그루 있는데
감나무에 달린 감을 따려고 점프를 했다. 나는 점프를 해도 감나무 가지에 달린 감이 손에 닿지 않았다. 엄마랑
감을 따려고 있는 힘껏 뛰었지만 결국 못 따서 아빠가 따줬다. 구절초밭 밑에는 메밀밭이 있는데 메밀꽃이 다 져서
풀밭으로 보였다. 구절초밭을 내려가는 길에 아빠가 ‘자리공 열매’를 하나 따서 나한테 줬다. 그래서 그 자리공을
약하게 눌러서 손톱에 바르니까 손톱에 보라색 물이 들었다.
구절초밭에서 작업실로 향했다. 아빠 작업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작업실에는 책상이 두 개가 있다. 그런데 아빠 책상에 원고지랑 내가 평소에 잘 쓰는 펜이 있었다. 원고지에 그 펜으로 글을 쓰려고 했는데 뭘 쓸지 생각이 안 나서 생각나는 대로 ‘내 소개’를 썼다. 평소에는 공책에 썼는데 원고지에 써보니까 진짜 작가가 된 것 같았다.
작업실을 나와서 작업실 마당 옆 계곡 쪽에 갔다. 계곡으로 내려간 아빠가 계곡에 떨어진 호두를 주워서 마당으로 던지면 나는 호두를 주워서 바위 위에 올려놨다. 아빠가 그 호두들은 원래 다람쥐 꺼라고 했다. 아빠는 매년 다람쥐가 이맘때쯤 와서 호두를 먹었는데 올해는 아직 안 왔다고 했다. 그래서 나중에라도 와서 호두를 먹으라고 바위에 올려놓았다. 그런데 나도 계곡에 내려가고 싶어서 아빠를 잡고 계곡으로 내려갔다. 내려가서 보니 호두나무 아래 물이랑 돌들 위에 호두가 떨어져 있었다. 그렇게 계속 호두를 줍는데 아빠가 “으아!” 하면서 뒷걸음질을 쳤다. 아빠한테 왜 그러냐고 하니까 아빠는 계곡 돌 위에 있는 뱀을 가리켰다. 아빠는 뱀이 어제 비가 와서 젖은 몸을 말리려고 돌 위에서 일광욕을 하는 거라고 했다.
뱀 때문에 계곡에서 나와 아빠 작업실 동네를 산책하러 갔다. 동네에는 코스모스가 피어있었는데 그 코스모스들은 마을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가꾼 거라고 했다. 그리고 아빠도 도왔다고 했다. 강가에 가서 놀다가 오는 길에 동네에서 가장 커다란 밤나무가 있는 곳으로 가서 밑에 떨어진 밤 하나를 까보았다. 마을 공터에는 경운기가 있었는데 아빠가 타보라고 해서 타보았다. 아빠가 글 쓰는 사람은 외로움을 잘 견뎌야 한다고 하면서 원고지를 선물로 주었다. 아빠가 준 원고지에는 ‘내 소개’ 말고 딴 글을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