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24 저자 인터뷰_ 더 발칙해지고, 더 유쾌해진 우주 학교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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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단편에서 장편 연작까지, 장르를 확장해 나가는 김동식 작가의 새로운 도전, 끝없는 상상력의 세계
『우주 학교 2』 김동식 작가 서면 인터뷰

『회색 인간』으로 데뷔해 ‘초단편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김동식 작가가 이번엔 주니어 독자들을 위한 연작 장편소설 『우주 학교 2 수상한 관찰 일지』로 돌아왔다. 문해력이나 정서 차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몰입할 수 있는 ‘학교도서관저널 주니어소설’ 시리즈의 대표작으로, 김동식 작가의 세계관이 또 한 번 확장되는 지점을 보여 준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발칙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이야기를 끌어내는 작가 특유의 감각은 이번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외계 존재가 뒤섞인 ‘우주 학교’라는 배경 안에서, 인간과 타 종족 사이의 오해와 편견, 그리고 우정을 이야기하며 재미와 메시지를 모두 잡아냈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라는 주제를 유쾌한 설정과 빠른 전개 속에 녹여낸 이 작품은,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열린 태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아이들의 생각의 폭을 넓혀 준다.
전작 『우주 학교』는 외계 종족과 인간이 공존하는 학교를 배경으로 다양한 문화의 존중과 이해를 그렸습니다. 이번 후속작에서는 한층 더 발칙해진 사건들과 로맨스가 등장하는데요. 2편에서 새롭게 담고 싶었던 변화나 메시지는 무엇이며,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1편은 우주 학교라는 공간과 상황에 집중했다면, 2편부터는 인물에 집중하고 싶었습니다. 우주 학교에 매력적인 친구들이 많거든요. 그 과정에서 보여 주고 싶었던 건 ‘사람은 입체적이다’라는 메시지입니다. 요즘은 극단적으로 사람을 딱딱 정의 내리는 세상인데, 사실 사람은 그렇게 딱 떨어지는 존재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선유를 조명했습니다. 단순한 비호감인 줄로만 알았던 선유가 복잡한 비호감(?)이라는 걸 보여 주는 게 참 재밌었습니다.
『우주 학교』시리즈는 작가님의 첫 연작 장편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작가님 특유의 단편 스타일에서 벗어나 연작을 기획하고 구성하며 어려웠던 점이나 흥미로웠던 점이 있으셨다면 무엇일까요?
저는 사실 ‘단편잡이’로 태어난 사람입니다. 장편을 쓰는 건 왼손으로 젓가락질을 하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지요. 그런 저에게 이 우주 학교는 ‘왼손잡이용 젓가락질 교본’입니다. 장편을 쓰는 방법을 이 책을 통해 배워 나가고 있습니다. 저는 눈에 보이는 무대 위의 이야기만을 생각하는 작가였지, 무대 뒤편의 이야기는 굳이 그리질 않는 작가였습니다. 그런데 우주 학교를 쓰면서 처음으로 각 캐릭터들이 무대 뒤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를 그리게 되었습니다. 캐릭터가 연기자가 아닌 본인인 소설, 그게 장편의 핵심이었던 겁니다. 이게 참 어렵지만, 그만큼 흥미롭기도 하더군요. 이 캐릭터들이 영원히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비호감’ 캐릭터 선유를 짝사랑하는 내용이 담긴 ‘관찰 일지’라는 요소가 핵심이더라고요.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과 사건들이 조화를 이루는데요. 인물 설정에 특히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이며, 독자들이 주목해 주셨으면 하는 캐릭터가 있다면요?
선유를 설정할 때 가장 신경 쓴 게, 반전 매력이 있으면서도 여전히 비호감이긴 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어떤 이에게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부분은 남겨 두면서도, 어떤 이에게는 무척 매력적인 부분은 나타내야 했죠. 그 선을 잘 지켰는지 모르겠네요. 여전히 선유는 비호감이었으면 좋겠는데요. 하하. 물론 성장하는 비호감으로요. 특히 주목해 주셨으면 하는 캐릭터는 이로사입니다. 이로사가 또 굉장히 매력적인 캐릭터인데, 아직 5%도 본인을 보여 주지 않았거든요. 과연 이로사가 3편에서 어떻게 등장할지 기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라는 메시지가 이야기 전반에 담겨 있습니다. 이 주제를 아이들의 성장 이야기로 풀어내기까지 실제 어린이 독자들을 떠올리며 고민하신 지점이 있을까요?
지금은 대 손절의 시대죠. 모든 인간관계의 가장 간편한 해결법으로 ‘손절해라’라고들 조언합니다. 그런 간편한 해결법 말고 어려운 해결법을 제시할 수 있는 책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의도가 완전히 성공적이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 책을 읽은 분들이 주변에서 선유처럼 손절하고 싶었던 친구들을 한 번은 더 들여다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해요.
책 속에는 ‘우주 학교 미식회’, ‘문학 대결’ 등 각 종족의 문화가 섬세하게 녹아 있습니다. 이런 장면들은 어디서 영감을 얻으셨나요? 작가님의 상상력 원천이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노하우가 궁금해요.
저는 아무것도 없이 뭔가가 떠오르는 일은 잘 없고, 항상 단서가 되어 주는 무언가를 봐야 합니다. 주로 화면 속 세상에서 많이 얻는데, 요리사로 비유하면 쉬울 것 같습니다. 요리 재료를 보는데, 어떤 재료는 원물 그 자체일 때가 있고, 어떤 재료는 실패한 요리일 때도 있죠. 그러면 그 재료를 이용해 저만의 요리를 만드는 겁니다. 어떤 재료가 주어져도 15분 만에 요리를 뚝딱 할 수 있는 경지가 된다면, 세상 모든 게 다 소재가 되어 줄 겁니다. 가령 길을 걷다가 만 원을 주운 장면을 재료로 한다면, 만약 그 만 원짜리에 ‘1분 안에 다 쓰면 2만 원을 줍는다’라고 써 있다면 어떨까? 상상력을 펼쳐 보는 거죠. 여기서 중요한 마인드가 하나 있으니, ‘뒤 내용은 내가 책임지지 않는다’입니다. 자유롭게 무리수도 막 던지는 거죠. 그렇게 즐기듯이 하면 분명 흥미로운 게 매일 쏟아질 겁니다.
초단편, 기담집, 에세이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작품 활동을 해 오셨는데요. 주니어 대상의 작품 집필은 어떤 점에서 특별했는지, 혹은 창작자로서 얻은 변화나 새로운 발견이 있었다면 알려주세요.
주니어 소설은 실제 독자를 생각하면서 쓴다는 점이 특별했던 것 같습니다. 평소 글을 쓸 때는 제 글을 어떤 분들이 읽는지 전혀 신경을 안 썼거든요. 그런데 처음으로 대상을 정해 놓고 쓰다 보니, 그들의 감각과 사유에 싱크로율을 맞춰야 한다는 숙제가 생기더라고요. 그건 장점이자 단점이었습니다. 구조가 좀 단순해도 죄책감이 덜 드는 건 좋지만, 순순한 상상력을 따라가기가 영 쉽지 않고 말입니다. 그래도 덕분에 상상력을 자극하는 장면의 필요성을 배운 듯하네요. 이야기 진행에는 꼭 필요하지 않더라도 어떤 장면은 그 장면 자체만으로 좋다는 거요.
『우주 학교』시리즈의 다음 이야기도 너무나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로사의 정체도 무엇일지 궁금하고요. 혹시 구상 중인 3편 이야기가 있다면 살짝 귀띔해 주실 수 있을까요?
요즘 학교 강연을 갔을 때 많이 들은 질문이군요. 3편의 내용을 스포해 달라, 이로사의 정체를 알려 달라, 이런 질문이 많습니다. 그때 저는 ‘3편이 곧 나오니 3편에서 확인하세요!’라고 늘 말하는데, 여기서는 살짝만 스포하겠습니다. 우주 학교가 지어진 땅은 과연 어떤 기준으로 선정된 걸까요? 세 종족이 합의한, 어쩌면 합의할 수밖에 없었던 그곳에 어떠한 비밀이 있을까요? 기대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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