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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질문수업으로 행복한 교실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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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2-01-14 15:23 조회 1,508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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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가 독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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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질문수업으로 행복한 교실 만들기 




“선생님! 말이 무거워졌어요.”

그림책 질문수업을 하며 아이가 한 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이다. 그때 나는 아직도 허둥거리는 5년차 초임 교사였다. 과연 내가 수업은 제대로 하고 있는지, 학급 경영과 생활 지도는 잘하고 있는지, 그 어떤 방면에도 확신이 없었다.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시도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림책 질문수업 역시 그 시도의 일환이었다. 의욕을 갖고 석 달 정도 꾸준히 진행했지만, 뚜렷한 가이드 없이 수업 방법을 직접 고안하다 보니 수업이 성공적이었다고 느낀 날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그만 해야겠다 마음먹은 순간, 이 말을 들은 것이다. 이 말을 꺼낸 동혁이는 당시 열 살이었다. 

“말이 무거워졌다니, 그게 무슨 뜻이니?”

아이답지 않은 어려운 말에 내가 물었다. 동혁이는 맑은 눈을 굴리며 천천히 대답했다.

“왜, 지난주 질문수업 때 같이 읽은 그림책 『내가 함께 있을게』 말이에요. 제목인 ‘함께 있겠다’는 말이 제가 평소에 친구에게 하는 ‘내가 함께 있을게!’라는 얘기와 다르게 무겁게 느껴졌거든요.”


그림책 『내가 함께 있을게』(볼프 에를브루흐 글·그림, 김경연 옮김, 웅진주니어, 2007)에는 오리에게 죽음을 예고하는 해골 모습의 죽음이 등장한다. 죽음이 오리에게 전달하는 ‘내가 함께 있을게.’라는 말의 무게감을 3학년인 동혁이가 인식했다니 놀라웠다. 수업을 하며 이야기와 관련한 물음들을 만들고 친구들과 대화를 하다 보니 동혁이의 노트에는 ‘죽음은 정말 우리와 같이 있는 걸까?’ 같은 메모가 점점 늘어 갔는데 아마 이 때문인 듯했다. 평범하게 여겼던 말에 여러 생각이 담기는 것을 직접 경험한 동혁이는 ‘말이 무거워졌다.’라고 표현한 것이다.


우리가 쓰고 읽는 수많은 말들이 그저 가볍게 스치지 않고 나름의 생각과 서사를 가지고 아이에게 다가갈 수 있다면, 그 과정이야말로 진짜 의미 있는 수업이지 않을까? 문장 하나가 삶을 흔들리지 않게 잡아 주는 지축이 되고 그림 한 점이 아이 삶에 빛을 비추는 고유한 반짝임이 될 수 있다면 이 수업을 해야 할 의미가 충분하다고 느꼈다. 그렇게 아이가 던진 말 한마디는 그림책 질문수업을 계속하게 해 준 힘이 되었다.



① 그림책 질문수업이란?


그림책 질문수업은 두 가지로 나뉜다. 그림책을 읽고 아이 스스로 질문을 직접 만들어 보는 수업과 선생님이 제시하는 질문에 답하는 수업이다. 첫 번째 방식을 흔히 ‘하브루타’라고 한다. ‘공부하는 파트너를 가지는 것’이라는 의미로 유대인들이 짝을 지어 질문하고 대화하는 공부법을 말한다. 이 공부법은 ‘아이가 질문을 직접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두 번째 방식은 그림책을 읽고 선생님이 질문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묻는 형태로, 그림책 수업에 많이 활용되는 방법이다. 두 가지 수업 방식은 각기 다른 장점을 갖고 있다. 


첫 번째, 그림책을 읽고 직접 질문을 만들고 서로 대답하는 하브루타식 수업의 장점은 무엇일까? 이 수업은 ‘어른이’ 궁금한 것이 아니라 ‘아이가’ 궁금한 것을 찾는다. 스스로 만든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상대와 소통하며 대화하는 과정에서 세상을 이해하는 토대를 만들고 문제 해결력을 키울 수 있다. 아이가 그림책을 읽고 스스로 질문을 만드는 방법은 이 책의 2장에서 아홉 가지 기법으로 분류해 다루었다. 


두 번째, 그림책을 읽고 선생님이 만든 질문에 답하는 수업의 장점은 무엇일까? 선생님은 그림책을 통해 다루고 싶은 주제를 직접 선정하여 주제와 관련된 다양한 배경지식을 제공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수업은 선생님이 질문을 다양한 활동과 연결 지어 더 풍성하게 그림책을 읽도록 도울 수 있다. 예를 들어 ‘우정’이라는 주제를 잡아 다양한 그림책과 매체를 제공한 뒤, 친구란 무엇인지 물어보고 줄다리기 놀이와 연관 지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의 수업은 이 책의 3장에 자세히 다루었다. 


그림책 질문수업이 꼭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가 경험하고 느끼고 고민하고 관찰한 내용은 대개 아이 머릿속에만 머무르고 있다. 이를 밖으로 꺼내는 데 가장 훌륭한 방법이 바로 ‘질문’이다. 머릿속 생각에 머물지 않고 입 밖으로 ‘말’이 되어 나온 질문과 답변은 그림책을 ‘나만의 언어’로 소화할 수 있게 해 준다. 남이 쓴 언어가 아닌 내가 쓰는 단어, 내가 쓰는 문장으로 표현된 책은 진짜 내 것이 된다. 



② 그림책 질문수업의 매력은?


그림책은 페이지 구성상 대부분 48페이지 내외로 마무리된다. 상대적으로 분량이 짧아, 한정된 시간 동안 아이들과 같은 호흡으로 책을 읽을 수 있다.


아이들과 긴 책을 읽을 때는 각자 읽는 속도가 너무 다르다 보니 읽는 부분을 통일하기도 힘들고, 중요하게 여기는 챕터가 달라 생각이 이리저리 흩어질 때가 많았다. 그러나 그림책은 달랐다. 책 속 단어나 그림을 함께 짚고 넘어갈 수 있었고, 읽어 주는 사람에 따라 책장을 넘기는 속도까지도 조절할 수 있었다. 진정한 함께 읽기의 즐거움이 느껴졌다. 


그림책 질문수업의 더 큰 매력은 함께 읽는 데서 나아가 함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데 있었다. 토머스 웨스트의 책 『글자로만 생각하는 사람 이미지로 창조하는 사람』(김성훈 옮김, 지식갤러리, 2011)에 따르면, 이미지와 결합한 글은 사고방식을 더 자유롭게 하고 창의성에 깊이를 더하도록 자극한다고 한다. 즉 그림책은 더 다양한 생각, 더 깊은 이야기가 가능하게 했다. 질문을 통해 각자가 찾은 그림책의 의미를 살펴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자 아이들 생각 성장의 토대가 되었다.


또한 그림책은 동화책과 달리 글과 그림이 모두 독자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글이 서툰 아이는 그림을 읽으며 의미를 파악할 수 있고 글과 그림을 다 잘 읽는 아이는 숨어 있는 의미를 찾으며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래서 교사가 아이들 수준에 따라 다른 자료를 준비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자신의 눈높이에 맞춰 그림책을 즐겼다. 이러한 점 덕분에 그림책 질문수업은 모두가 참여 가능한 수업이 되었다.


책 한 권을 제대로 읽어 내기 위해서는 혼자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하지만 이 수업은 책 한 권을 함께 읽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제대로 읽을 수 있게 했다. 많은 아이들이 독서를 ‘힘든 것’, ‘귀찮은 것’, ‘시켜서 하는 것’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그림책 질문수업을 하고 나면 더 이상 책 읽기가 어렵고 힘들지 않다. 재미있고 즐거운 책 읽기의 세계를 그림책 질문수업과 함께 열어 보자. 



아이들의 이야기가 언제나 빛나길 바라며,

『그림책 질문수업』 지은이 이한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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