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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국가로 가는 길, 도서관에서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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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2-02-07 10:58 조회 1,48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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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것은 도서관에서 시작되었다』 지은이가 독자에게





나의 새로운 이야기가 

책 읽는 사회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좋은 도서관을 위해 애쓰는 사람들, 

복지국가를 꿈꾸는 사람들 모두에게 힘이 되고, 

새로운 시야를 열어주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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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운영하는 작은도서관에 들락거리며 틈나는 대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작품을 읽었다. 린드그렌의 작품에는 가난한 농업국가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어린이들 모습이 많이 그려져 있는데, 그중 『라스무스와 방랑자』에는 매우 특이한 장면이 있다. 고아원을 탈출한 라스무스가 방랑자와 함께 강도들에게 쫓기다 한 마을로 숨어들었는데, 마을에는 집들이 모두 비어 있었고 사람들이 한 명도 없었다. 이 텅 빈 마을이 이야기의 전환점이 되었는데, 텅 빈 마을이 있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2013년 최연혁 교수가 쓴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2012)를 읽고 나서야 스웨덴에 실제로 텅 빈 마을이 많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1890년에서 1920년 사이에 스웨덴에는 북미 대륙으로 떠나는 이민 붐이 있었다. 남부여대하여 떠난 이민자가 당시 스웨덴 전체 인구의 4분의 1에 이를 정도로 많았고, 마을 주민 전체가 떠난 곳도 많이 있었다. 세계를 선도하는 복지국가로 자리 잡은 스웨덴은 1900년대 초만 해도 그렇게 살기 어려운 나라였다는 것이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스웨덴은 어떻게 복지국가가 된 것일까?” 


그해 여름 동료 시의원들과 함께 스웨덴에 첫발을 디뎠다. 스톡홀름에서 최연혁 교수의 강의를 듣고 복지 현장을 둘러보았다. 사회복지 현장을 찾아다니며 높은 수준의 복지정책과 그 속에서 안정감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거동이 불편할 때 자신의 집에서, 또는 요양시설에서도 자신이 사용하던 물품을 그대로 옮겨 놓은 각자의 방에서 돌봄을 받는 노인들 모습은 다인실에서 최소한의 프라이버시도 보호받지 못하는 우리의 노인들과 비교가 되었다. 사회의 모든 이면에 그런 수준 높은 복지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귀국 길에 핀란드 헬싱키 공항에서 나는 동료들과 헤어져 다시 스웨덴으로 돌아갔다. 호스텔 다인실 침대 하나에 캐리어를 던져놓고, 최연혁 교수의 책에 소개된 곳을 혼자 돌아다녔다. 국회도 가보고, 노동조합총연맹LO에도 가보고, 역사적인 노사협약이 이루어진 살트셰바덴에도, 총리가 매주 목요일 노사정 대화를 했다는 하르프순드에도 가보았다. 그런데 도시든 시골이든 가는 곳마다 도서관이 있다는 것이 인상 깊었다. 


그 뒤 “북유럽은 어떻게 복지국가가 되었는가?” 하는 의문을 풀기 위해 북유럽에 관한 많은 자료와 책을 찾아 읽었다. 그리고 2015년 가을부터 북유럽 현장을 다니기 시작했다. 사회복지 관계자들과 함께 북유럽 복지 현장을 둘러보는 탐방을 다니고,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함께 북유럽의 정치・사회 현장을 둘러보고, 도의원들과 함께 교육 현장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돌아와서는 현장에서 챙겨온 자료들을 정리하고, 원서를 구해 읽으며 꼬리를 무는 의문을 파헤쳐나갔다. 그중에서도 도서관 활동가들을 안내해서 북유럽의 이름난 도서관들을 둘러본 경험은 특별했다. 


도서관만 찾아다녀도 좋은 여행이 되었다. 가는 곳마다 새로웠다. 몇 군데를 다녀보고 나니 다음에 갈 곳은 어떨까 기대하게 됐고, 틀림없이 새로운 모습, 새로운 이야기, 새로운 서비스로 맞아주었다. 가는 곳마다 작은 탄성을 지르며 하나라도 빠트릴세라 구석구석 사진에 담았고, 설명을 해주는 사서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었다. 혼자 다닐 때는 도서관이 참 잘 꾸며져 있다고 생각하는 정도였는데, 도서관을 방문해 사서들로부터 자세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북유럽은 세계에서 도서관 시스템이 가장 잘 갖춰져 있고, 시민들도 도서관을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도서관은 책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것이다.” 처음 방문한 핀란드 탐페레중앙도서관에서 린드베리 피르코 관장의 설명을 들으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 도서관은 책을 열람하고 대출하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피르코 관장은 “장서는 도서관의 많은 서비스 중 하나일 뿐”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고는 “도서관은 그것이 속한 사회에서 시민의식을 형성하고, 모든 사람이 자유롭고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과제를 갖고 있다”고 하였다. 도서관의 존재 이유와 사회적 역할에 대해 생각해볼 메시지를 던져준 것이다. 


오래도록 정치제도나 노동정책, 경제정책, 복지정책을 통해서 ‘북유럽을 변화시킨 동력은 무엇인가? 어떻게 그런 문화가 만들어졌는가?’ 하는 의문을 풀기 위해 공부를 했는데, 북유럽 도서관을 자세히 알고 역사를 읽으며 그 실마리를 찾았다.


1900년 전후 북유럽의 근대화를 주도한 사람들은 독서운동부터 시작하였다. 계몽을 통해 근대적인 시민의식, 자주의식을 갖게 하여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고, 소득을 증대하고, 생활을 개선하게 하려는 의도였다. 복지국가를 향한 모든 사회 개혁 과정에 도서관이 시민의식의 함양이라는 굳건한 토대를 쌓아올리는 역할을 하였다. 


나의 이야기는 북유럽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고, 도서관을 찾아다니며 보고 들은 것이다. 돌아와 자료들을 찾아보며 현장에서 들은 이야기들을 보충하는 과정에서 찾아낸 것들이다. 그동안 북유럽에서 다녀본 도서관이 80여 곳에 달한다. 여러 번 방문한 곳이 많다. 그 도서관의 특징들을 몇 가지 테마로 정리해서 소개해주고 싶다. 어디를 가서 새로운 것을 보면 그런 시도들이 이루어진 과정에 호기심을 갖는 편이다. 역사를 알아보고, 기획서를 찾아서 눈에 보이는 것에 담겨 있는 의도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해서 알게 된 것들을 들려주고 싶다. 


‘북유럽에서는 언제부터 왜 도서관을 그렇게 중요하게 여겼는가?’ 그런 의문을 갖고 스웨덴 도서관 역사를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도서관을 넘나들었다. 그런 과정에서 북유럽 도서관의 역사가 곧 복지국가의 역사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 북유럽 사람들의 독서문화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가? 다시 꼬리를 무는 의문을 풀기 위해 북유럽 역사를 파헤치고, 교육제도를 파헤쳤다. 그리고, 북유럽이 복지국가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도서관이 쌓아올린 높은 시민의식이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되짚어보았다. 


많은 도서관을 돌아다니며 도서관은 그 사회의 관심을 그대로 반영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회가 추구하는 바에 따라 도서관의 역할과 모습, 서비스는 달라진다.


우리나라에서 근대적인 도서관이 개관한 시기, 모두의 관심은 가난에서 탈피하는 것이었고, 시험을 통해 입신양명하여 안정된 직장을 잡는 것이 최고의 목표였다. 열악한 주거환경 때문에 집에서는 공부를 할 여건이 못 되었다. 도서관도 절대적으로 부족했고, 도서관 열람실마다 새벽부터 가방 줄이 이어졌다. 그런 문화가 지금도 크게 바뀌지 않고 있다. 도서관은 각자도생을 위한 경쟁 공간에서 크게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다. 


어느 도시에 새로 도서관이 만들어졌다는 소식을 들으면 챙겨보고, 틈나는 대로 직접 찾아가 둘러보았다. 반가움도 있지만, 안타까움도 컸다. 도서관 입지에서부터 아쉬움이 크다. 외진 곳, 조용해서 좋은 곳에 자리 잡은 곳이 많다. 도서관을 지어놓고는 관리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도서관을 도서관답게 가꾸고 운영할 사서를 배치하는 데 매우 소극적이다. 『도서관법』에서 공공도서관 관장은 사서로 임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현실은 도서관에 대해 무지한 행정직 공무원들이 쉬어가듯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곳이 훨씬 더 많다. 그런 환경 속에서 도서관의 꿈을 품었던 사서들은 어느덧 무기력한 도서관 관리인이 되어 있다.


기술이 발전하면 생활 수준은 높아질 수 있지만, 많은 OECD 국가들이 보여주듯이 복지국가가 되지는 않는다. 북유럽이 짧은 기간에 복지국가로 발전하고, 어려움 속에서 복지국가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도서관에서 길러진 높은 시민의식의 힘이라고 단언하고 싶다. 도서관이 복지국가를 만드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의 새로운 이야기가 책 읽는 사회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좋은 도서관을 위해 애쓰는 사람들, 복지국가를 꿈꾸는 사람들 모두에게 힘이 되고, 새로운 시야를 열어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2022년 1월, 윤송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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