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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금서 ON, 다시 여는 성교육] 성인지적 관점으로 바라본 우리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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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5-10-02 11:14 조회 109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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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지적 관점으로

바라본 우리 몸


아이와 동네 산책을 하다가 깜짝 놀란 경험이 있습니다. 제 키보다 조금 더 큰 입간판에 그려진 이미지 때문이었는데요. 피트니스 클럽의 회원 모집을 위한 광고였는데, 한눈에 봐도 너무 많은‘ 맨살’이 보였습니다. 광고 속 남성은 상의는 탈의한 채 울퉁불퉁한 근육을 자랑 중이었고, 여성은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모습이었습니다. 양쪽 어디를 봐도 두둑한 체지방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몸이었죠.


서현주 성교육 활동가, 작가


 

 


헬스장‘, S라인’을 만드는 곳이라는 착각

더 놀라운 것은 여성 모델의 자세였습니다. 가슴골이 훤히 드러나는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여성은 무릎을 꿇고 바닥에 앉아 있었습니다. 여성의 몸을 흔히 비유할 때 쓰이는 ‘S

라인’이 잘 보이도록 허리는 세우고 가슴은 내민 채 양손은 무릎 위에 다소곳이 올려놓은 모습이었어요. 뭐랄까, 그 자세는 운동을 열심히 하고 땀 흘리는 사람의 느낌이 아니었어요. 어딘가 불편해 보이고 수동적으로 보였죠. 그 사진을 본 순간 눈살을 찌푸렸던 것은 유흥가 뒷골목 바닥에 깔린 전단지에서 본 것과 겹쳐 보였기 때문입니다.


“엄마, 왜 저 사람들은 수영복을 입고 찌찌를 다 보여 주고 있어요? 창피하게.”

“그러게. 저 광고는 헬스장이라는 곳에 와서 열심히 운동해서 살도 빼고 건강한 몸을 만

들라고 홍보하는 내용인데, 저 사진은 엄마가 봐도 좀 이상하네.”

“엄마, 저도 헬스장에 가서 살 빼야 해요?”


저녁밥을 먹고 나온 아랫배를 통통 두드리며 아이는 말했습니다. 『내 아이를 지키는 성인지 감수성 수업』에서도 게임 광고 속 여성 캐릭터들 모습이 천편일률적으로 가슴골을


 훤히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한 적 있었는데요. 시간이 약간 흘렀는

데도 나아지기는커녕, 실제 사람의 과도하게 벗은 몸 사진을 평범한

주택가 길에서 맞닥뜨렸습니다.

광고라는 것은 사람들의 주의를 끌어 소비로 이어지게끔 해야

하기 때문에 자극적으로 만들 수 있음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

만 그 방식이 ‘헐벗은 몸’이어야만 하는지는 의문입니다. 어린이·청

소년이 헬스장 입간판과 같은 몸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요? ‘시

간과 돈을 들여 저런 몸을 만드는 것이 미덕이구나’ ‘내 주변에 있

는 어른들 몸 말고 저런 몸이 멋진 몸이구나’ ‘나와 다른 성별인 여

성 혹은 남성의 몸은 저렇게 생겼구나’ 하고 잘못된 인식을 가질

수 있겠죠.『유네스코 국제 성교육 가이드 라인』(이하 ‘국제 성교육 가이드’)에

서는 몸에 대해 가르칠 때 다음의 학습목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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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에 대한 비현실적인 기준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국제 성교육 가이드』 6.4 신체 이미지 학습목표 중에서

헬스장의 입간판뿐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많은 몸 이미지는 어떻게 나타날까요? 미디어에 나오는 방송인들의 복장, 홈쇼핑의 모델, 대중교통의 미용·성형 광고, 아이들이 보

는 웹툰에 등장하는 몸까지. 시간을 내어 의식적으로 미디어에 등장하는 몸을 관찰해 보시길 바랍니다. 현실과 동떨어진 모습이 꽤 많이 등장합니다.



우리 가슴은 자유로울까?

우리는 이런 환경에서 다채롭고 다양한 몸을 경험할 수 있을까요? 아직도 남성에게는 근육질의 몸을, 여성에게는 잘록한 허리, 근육 없이 길게 뻗은 다리, 풍만한 가슴을 이상향으로 설정해 놓고 표현하고 있지 않나요? 특히 가슴은 미디어에서 가장 왜곡하여 표현하는 신체 부위입니다. 가슴이라는 기관은 여성과 남성 모두 가지고 있지만 그 쓰임새가 다릅니다. 많은 남성에게는 별 쓰임새가 없는 그저 신체의 일부이고, 어떤 남성들에게는 근육을 뽐낼 수 있는 곳 중 하나입니다. 여성들에게 가슴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여성의 가슴은 출산 후 아기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기관입니다. 생명의 근원지 그 자체죠. 하지만 이러한 모유 수유 기간은 인생 전체를 놓고 봤을 때 매우 짧습니다. 출산 후 모유를 먹이지 않는 여성도 있고 모유 수유를 하더라도 길어야 1년여 정도니까요. 오히려 그 나머지의 기간에 여성의 가슴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리고, 사회 통념상 여성의 가슴은 그저 몸의 일부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옷을 입을 때, 운동을 할 때, 성적 접촉이 있을 때, 성적인 매력이나 호감도를 표시할 때 등 여성의 가슴은 시선을 붙드는 고려의 대상이 되곤 합니다. “아기 출산 후 모유 수유하느라 가슴이 작아져서 스트레스예요. 확대 수술을 해야 할까요?”라는 고민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주 올라오는 단골 질문 중 하나입니다. 출산 경험자뿐 아니라 많은 평범한 여성이 지금도 가슴 확대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위험하니까 하지 마세요” 혹은 “저도 했는데 만족해요” 등의 답변이 달린 것을 보았습니다. 만약 친한 친구가 그런 이야기를 할 때도 비슷한 반응을 보일 수 있겠죠. 이 문제를 단순히 찬반 문제로 봐선 안 됩니다. 우리는 어떠한 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면, 그것이 개인만의 일이 아님을 알아채야 합니다. 성인지적 관점으로 들여다보는 노력도 필요하죠.



여성 신체에만 매겨지는‘ 수상한 등급’

유방 확대 수술은 ‘쌍까풀 수술을 할까 말까’ 정도로 고민할 만한 소규모 수술이 아닙니다. 전신 마취를 해야 하고 천 단위 이상의 돈이 들어가며, 근육 일부를 잘라 몸에 이물

질을 삽입해야 하는 정말 위험한 수술이에요. 실제로 수술 중 중상을 입거나 사망 사고도 종종 발생합니다. 수술 이후 장점은 옷을 입을 때 보기 좋다는 것과 성적 접촉 시 상

대에게 만족감을 줌으로써 자신감을 얻을 수 있음이 꼽힙니다. 성인지적 관점에서 맥락을 살피려면 가슴 확대 수술을 하고 싶어 하는 개인에게 책임을 돌려선 안 됩니다. 대신 이런 질문을 던져야겠죠. 여성들이 자라면서 어떠한 압력을 받아 왔길래 위험을 무릅쓰고 수술을 감행하려고 고민할까? 풍만한 가슴이 여성성을 상징한다는 통념은 얼마만큼 개인의 삶에 깊이 박혀 있을까? ‘보기 좋게 큰’ 가슴의 기준은 누가 정할까? 여성의 가슴은 신체 수치를 잴 때 등급제로 나뉘고 있습니다. 브래지어 업계에서는 밑가슴 둘레와 윗가슴 둘레의 차이를 계산해 A컵, B컵, C컵으로 상품을 구분하고 있죠. 실제 성형 후기에서도 A컵이었는데 C컵이 되었다는 직관적인 후기가 조회수가 높습니다. 우

리의 신체 부위를 크기로 줄 세우기를 한다는 점이 끔찍하게 다가옵니다. 실제로 모 남초 커뮤니티에서 여성을 볼 때 ‘C컵이 좋으냐 D컵이 좋으냐’를 질문거리로 논쟁을 벌이는 것을 보았습니다. C컵이나 D컵이나 큰 차이 없고, 골반이 더 중요하다는 답변도 있었고요.



억눌린 가슴 대신, 건강한 가슴을 이야기하는 책 

반대로 생각해 볼까요? 여성들은 남성 신체를 두고 A사이즈가 좋냐 B사이즈가 좋냐는 토론을 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신체 크기를 매기는 부위가 없기 때문이죠. 대신 키에 대해서 매력도를 평가하기도 합니다. 키 몇 센치미터 이상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냐 얘기를 나눌 수 있겠죠. 중요한 것은 키 자체를 섹슈얼하게 다루고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국제 성교육 가이드』에서 제시한 것처럼 우리는 외모에 대한 비현실적인 기준을 비판적으로 분석했습니다. 몸의 특정 부위가 어떻게 평가 대상이 되는지, 특히 성적으로 다루는 것이 어떤 사회적 맥락인지 함께 잘 따라오셨겠지요. 그럼, 이런 사회적 압력에서 살아가는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가슴 관련 도서’들을 살펴봅시다.

 『가슴이 궁금한 너에게』는 교양도서이지만 알록달록한 삽화 덕

분에 그림책처럼 보이기도 하는 사랑스러운 도서입니다. 이 책이 가

장 좋았던 이유는 가슴을 현실적으로 그려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짝짝이 가슴, 늘어진 가슴, 튼살이 있는 가슴, 납작한 가슴 등 우

리 주변에 존재하는 ‘타고난 그대로의 몸을’ 보여 줍니다. 그 모든

것이 ‘정상’이라고 말해 주기도 하고요. 가슴 몽우리가 잡히기 전의

여자아이와 여성의 가슴을 모르고 자랄 남자아이 모두에게 추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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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발달의 특징인 여성의 가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남자아이들이 서운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남성의 몸은 사회적으로 어떻게 다뤄지고 있나요?’ ‘어떤 자세를 가지고 사춘기 변화를 받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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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하나요?’라는 물음이 생길 수 있는데, 이는 훌륭한 질

문입니다. 이번에는 급격한 변화를 맞이할 남자아이들에게

그리고 남성의 몸이 이해하기 어려운 여자아이에게 추천하

는 도서를 소개합니다.


『소년들의 솔직한 몸 탐구생활』은 소년들이 자라면서 궁

금해할 질문들에 관한 모든 답이 담긴 도서입니다. “제 음

낭은 왼쪽이 오른쪽보다 더 커요” “포르노를 본 뒤 혐오스

러운 기분이 가시지 않아요” 등의 현실적인 고민에 대한 실

마리를 이 책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독일 작가의 책으로,

문장마다 특유의 재치가 묻어나서 책을 좋아하지 않는 청

소년들도 단숨에 읽어내려 갈 수 있을 거예요. 남성은 사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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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호르몬 변화 때문에 근육이 여성보다 더 잘 생기고 단단한 몸을 가지게 되는데, 이것이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도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줍니다. 특히 사춘기가 시작되기 직전인 초등 3, 4학년 어린이들이 읽으면 더욱 효과적일 거예요.



『국제 성교육 가이드』에서는 당연히 사춘기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습니다.


“사춘기는 성적 성숙의 시기로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 인지적 변화를 가져온다.”

-『국제 성교육 가이드』 6.3 사춘기 학습목표 중에서

사춘기가 ‘성적 성숙의 시기’라는 말이 참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성을 이분법적으로 나눠 단순히 순결 혹은 죄악 두 개념으로 다루는 경우가 많죠. 그러

다 보니 청소년의 성에 대해서도 쉬쉬하고 넘어가기 일쑤였죠. 역설적으로 그동안 대한민국의 성교육은 사춘기 중심적이기도 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사춘기에 대해 다방면으로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배란, 월경, 발기, 호르몬 변화 등 ‘신체적’인 것에만 몰두해 왔다는 사실이에요. 성을 가르치되, 생물학적인 접근만 한 채 사회적인 맥락에서의 성을 가르치지 않다 보니 우리 몸에 대해서도 지식을 나열하는 수준밖에 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다행인 것은 2022 개정교육과정에서 중학교 보건 교과에서의 성취 기준이 조금 더 열린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에요.



“성과 건강 [9보03-01] / 성의 개념과 성역할 및 영향요인에 대해 성인지적 관점에서 탐색

하여 안전하고 행복한 성문화와 성의식의 필요성을 이해한다.”

사춘기에 접어든 학생들 몸의 변화도 빨라지고 성문화 흐름도 급격히 변하는 시대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성인지적 관점으로 문화를 이해하는 노력은 청소년들에게 자의식을 올바르게 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우리 몸의 사회적 맥락을 이해하도록 돕는 다음의 책들이 어린이·청소년에게 건강함, 자존감, 자유로움을 선물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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