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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이데아 [색다른 모두의 그림책 교실] 내가 마음에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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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4-05-02 12:22 조회 71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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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마음에 들어요 

그림책과 카메라를 활용한 자기표현 활동


지그재그 특수교사연구회 셋업(SET-UP) 유닛




누군가가 “당신은 무슨 색에 가까운 사람인가요?” 묻는다면 “○색입니다!” 하고 답할 수 있는 색깔이 저마다 하나씩 있지 않을까? 그림책 유닛인 지그재그의 멤버 열한 명은 모두 다른 색깔을 가진 선생님들이다. 매월 한 번씩 만나서 그림책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때면, 같은 책을 보고 있더라도 해석도 삶을 바라보는 시선도, 학급에서 수업을 하는 방식과 추구하는 방향도 모두 다르다. 특히 특수학급은 특수교사들의 색깔이 가득 담긴 공간임을 매번 느낀다. 일반 학급보다 더 소수의 아이들과 특수교사가 만나고 교육과정 재구성이 꼭 필요한 학급 특성상, 특수학급은 선생님이 무엇에 관심 있는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보여 주는 전시회장 같다. 선생님으로서 한 개인으로서 좋아하는 것들을 담아 공간을 꾸미고 수업에 녹여낸다는 것은 특수학급 수업의 큰 매력이다. 그림책과 미술작품, 연극으로 가득 담아낸 교실 안에 있다 보면, 아이들이 바라보는 세상이 문득 궁금해진다. 아이들은 학교를 오가면서 무엇을 볼까? 내가 보는 세상과 아이들이 보는 세상은 어떻게 다를까?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 보여 주고 싶은 자신의 이미지는 무엇일까? 가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세상이 보고 싶은데, 어른이 되어버린 교사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작년 한 해 동안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보기 위해 교실에서 했던 활동들을 소개한다. 



아이들의 세상을 배우는 방법들

아이들의 시선을 엿볼 수 있는 것! 혜안을 줄 도구로 카메라가 떠올랐다. 아이들의 세상을 좀더 가까이서 같이 지켜보기 위해 그림책과 카메라를 활용하기로 했다. 필름카메라와 학급 창고에 있던 먼지 쌓인 DSLR로 함께 1년을 보낼 계획을 세웠다. 한창 필름카메라가 유행이었고, 대형 문구점에서 예쁘게 디자인된 필름카메라들을 파는 것을 보고 필름카메라를 아이들에게 선물해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필름카메라를 처음 본 아이들은 카메라 셔터를 눌러 보기도 하고, 필름을 감는 레버를 돌려보며 요리조리 살폈다. 텔레비전에서 보는 것처럼 ‘찰칵’ 소리가 나고, 스마트폰과 다르게 사진을 찍으면 인화가 될 때까지 결과물을 기다려야 한다는 점도 아이들에게는 즐겁고 기대되는 일이었다.


첫째, 나만의 필름 카메라 디자인하기

우리는 먼저 나만의 필름카메라를 디자인하기로 했다. 필름카메라의 앞뒷면 본을 뜬 도안에 각자 좋아하는 색깔과 이미지를 표현해 보았다. 꾸미기 재료를 제공하여 좋아하는 대상이나 캐릭터를 그려서 필름카메라를 완성해 갔다. 분명 꾸미기 전에는 다 똑같은 32장짜리 일회용 카메라일뿐이었다. 하지만 카메라 디자인을 공들여 고르고, 나만의 카메라를 개성껏 꾸미고 나니 각자의 카메라가 더 특별해진 느낌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일 년을 기록했다. 일 년간 카메라를 다루는 것의 목적은 아이들이 자신의 주변을 기록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생각해 보기 위함이었다. 


둘째, 그림책 읽고 ‘나를 행복하게 하는 사물’ 함께 찾기 

이를 더욱 북돋아 주기 위해 학급 아이들과 함께 행복을 주제로 다룬 그림책을 읽었다. 그중 기억나는 책이 『행복한 곰, 비욘1∼3』이다. 숲속에서 동물 친구들과 함께 사는 곰 비욘은 어느 날 이벤트에 당첨되어 3인용 소파를 상품으로 준다는 편지를 한 통 받는다. 그렇게 비욘의 집에 소파가 배달되고, 비욘의 집에 놀러온 동물 친구들은 비욘의 쇼파에 앉아보며 비욘에게 운이 좋다고 말한다. 비욘의 쇼파는 충분히 푹신했고 모든 동물 친구들이 쇼파에 앉으며 행복해했다. 하지만 정작 소파의 주인인 비욘은 행복하지 않았다. 비욘은 쇼파를 동물 친구들이 모두 모이는 숲속 빈터에 가져다 놓는다. 쇼파 없는 동굴에서 비욘이 행복감을 느끼며 이야기는 마무리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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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의 이야기를 읽은 후 아이들과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학교 안에서 좋아하는 장소나 사물이 있다면 카메라로 찍어 보기로 했고, 때때로 교실 밖으로 함께 나가기도 했다. 어떤 아이는 놀이터가 좋아서 미끄럼틀, 그네, 정글짐을 찍었다. 아이는 카메라를 들고 미끄럼틀과 정글짐 꼭대기에 올라가서 학교, 하늘을 찍기도 했다. 또 다른 아이는 운동장에 있는 예쁜 모양의 돌멩이들을 찾아서 찍었다. 그러다가 시선이 넓어져 학교에 있는 작은 풀과 학교 화단에 심어진 꽃, 나무를 가까이에서 찍기도 했다. 자연물을 찍는 아이가 새로워 보였던 이유는 그 아이가 평소에 풀이나 나무, 꽃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작 나는 그냥 지나쳤던 화단에 아이가 나를 데려가서 작은 민들레꽃이 피었다는 것을 알려 주었을 때, 작은 깨달음이 마음에 일었다. 내 생각과 다르게 아이는 학교를 오가는 동안 나무도 보고 화단에 핀 꽃도 보며 주변을 자세히 살피고 있었다. 교사가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들의 시선과 다양한 관점을 사진 찍기 활동을 통해 알아가는 사건이었다. 


나를 자세히 살펴보는 시간: "너도 나도 모두 꽃"

같은 아이들과 길게는 5년까지 만나는 특수학급의 특성상,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질수록 다양한 사건들을 겪는다. 함께한 여러 추억 속에서 재미있었던 대화들과 아이들의 웃는 얼굴, 화를 내거나 토라진 얼굴, 눈물을 서럽게 뚝뚝 떨구면서 울던 얼굴을 보고 있으면서 한 명 한 명이 정말 다 다른 모양의 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아이들에게 “너희는 모두 꽃 같고 각자 특별한 개성을 가지고 있고 멋진 존재야!”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 관련 수업을 준비하던 중에 『모두 다 꽃이야』라는 그림책이 떠올랐다. 이 책은 아이들이 곧잘 따라 부르곤 하는 국악 동요인 <모두 다 꽃이야>라는 노래를 그림책으로 만든 책이다. 그림책에는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꽃과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 주면서 언제 피어도, 이름 없이 피어도 우리 모두 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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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나만의 개성 발견하기 

『모두 다 꽃이야』 그림책으로 나만의 개성 발견하기 수업을 진행했다. 그림책을 읽고 나는 어떤 꽃인지 꾸미는 말을 써 보는 수업이었는데, 가령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나는 (귀여운 큰) 꽃이야.” “나는 (장난기 많은) 꽃이야.” “나는 (씩씩한) 꽃이야.’ 아이들은 각각 저마다 자신이 생각하는 혹은 ‘바라는 자신의 모습’을 문장으로 만들어내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습들을 말로 표현했다. 말로 표현해 보고 내 모습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다가 다시금 카메라라는 도구를 떠올렸다.


둘째, 우리 반 셀프 사진관 열기 

대다수 아이들이 선생님이나 친구가 자신을 찍어 준 사진을 마주한 적은 있지만, 셀프 모드로 자기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면서 사진을 찍은 경험은 드물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과 ‘우리 반 셀프사진관’을 열기로 했다. 우선 아이들은 내가 준비한 여러 색깔의 전지 크기의 머메이드지들 중 자신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색깔(고르기 어려운 경우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색깔)의 색지를 고른다. 색지를 교실 뒤편 붙박이장에 붙이고 의자를 가져다 놓은 다음 카메라 거치대를 세운다. 휴대폰 카메라를 켜고, 셀프 모드로 설정한 다음 핸드폰 화면이 아이들에게 보이도록 거치대에 고정한다. 그러면 셀프 사진관이 완성된다. 아이들은 의자에 앉는다. 블루투스 리모컨을 눌러서 본격적으로 촬영을 시작한다. 아이들은 앞모습, 옆모습, 뒷모습, 뒤를 돌아보는 모습, 서 있는 모습을 블루투스 리모컨을 활용해서 여러 장 찍는다. 쉴 새 없이 깔깔거리면서 버튼을 눌러 사진을 찍기도 하고, 모델처럼 생각에 가득 잠긴 표정으로 사진을 찍어 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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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생각하기에 웃긴 표정이나 자세를 취하고 촬영을 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카메라에 찍히는 자기 모습을 보는 것이 행복하고 즐거워 보였다. 삼년간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보지 못한 표정이나 모습들이 종종 튀어 나왔는데, 내가 아는 그 아이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아이들이 새로이 보였다.


셋째, 나를 나타내는 대표 사진 고르기

사진은 적게는 스무 장 많게는 오십 장에 달하기도 했다. 각자 찍은 사진들을 모아 교실 텔레비전으로 함께 감상하며 관찰했다. 아이들은 자신의 모습을 찬찬히 그리고 자세히 관찰해 갔다. 그중 마음에 드는 사진 네 장을 스스로 선택했다. 선택한 사진들을 한 장에 모아 ‘네 컷 사진’ 모드로 편집하여 일 년 동안 자신을 나타내는 사진으로 사용했다. 아이들은 자신의 모습을 촬영하는 체험을 하면서 각자 마음에 드는 사진들을 가질 수 있었다. 교사 역시 아이들이 스스로 표현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어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우리 반에는 유독 사춘기 학생들이 많다. 그래서 자신을 이해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표현하는 것이 학급의 중요한 과제였다. 자기 이해, 자기 존중, 자존감을 주제로 한 그림책들을 읽어 보고, 자신을 표현하고, 사진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은 개성을 드러내며 일 년을 보냈다. 사진 찍기가 으레 그렇듯 수업이 끝난 이후에도 사진이라는 결과물이 남아 더욱 의미가 깊었다. 그림책을 느낀 감정들을 사진으로 표현하며 자신을 좀더 자세히 들여다본 기회가 된 듯싶다. 앞으로도 아이들 옆에서 아이들의 세상을 같이 바라보는 수업을 만들어 가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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