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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이데아 [사서교사의 문해력 코칭 수업] 꿈과 끼를 펼치는 교실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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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3-10-04 14:44 조회 509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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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끼를 펼치는

교실을 열다


허민영 전주 우림중 사서교사




‘꿈’과 ‘끼’라는 단어를 좋아합니다. 두 단어 모두 쌍기역이 들어가는 외자이기 때문일까요. 투박하지만 강렬하게 꽂히는 소리가 참 좋습니다. 두 단어가 합쳐진 ‘꿈과 끼’의 조화는 희망차고 사랑스럽기까지 합니다. 비단 저만의 느낌은 아니었는지 꿈과 끼는 교육 관련 글에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꿈과 끼를 키운다는 건 무엇일까요? 꿈과 끼를 기르기 위한 수업은 어떠해야 할까요? 문해력 수업은 학생들의 꿈과 끼를 기르는 장으로서 기능하고 있을까요? 

『열하일기』는 연암 박지원이 청나라 황제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중국의 도시인 열하에 다녀온 일을 적은 여행기입니다. 『열하일기』에서 연암은 광활한 요동 벌판을 만난 심정을 갓난아이의 첫울음과 비교합니다. “갓난아이가 어머니 태중에 있을 때 캄캄하고 막히고 좁은 곳에서 웅크리고 부대끼다가 갑자기 넓은 곳으로 빠져나와 손과 발을 펴서 기지개를 켜고 마음과 생각이 확 트이게 되니, 어찌 참소리를 질러 억눌렸던 정을 다 크게 씻어 내지 않을 수 있겠는가.”(도강록 7월 8일) 생각과 사상의 자유를 허용하지 않는 조선 사회에서 벗어난 연암의 자유가 실로 느껴지는 듯합니다. 연암의 꿈은 자유와 함께 찾아왔습니다. 

꿈과 끼를 펼치기 위한 수업은 요동 벌판과도 같아야 합니다. 연암이 요동에서 느낀 것처럼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기회가 수업 곳곳에 있어야 합니다. 표현을 통한 해방은 꿈과 끼를 펼치는 교육의 시작입니다. 이번 호에는 행동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무이와 하미가 등장합니다. 수업을 놀이터와 무대 삼아 꿈과 끼를 펼치는 학생들의 자유로움을 느껴 주세요.



'긍정 에너지'를 퍼트리는 무이


무이는 장난꾸러기입니다. 씩 웃을 때 뾰족하게 드러나는 송곳니에도 상하좌우로 움직이는 동공에도 장난기가 묻어납니다. 저는 무이의 장난을 좋아합니다. 무이는 수업에 참여하며 장난을 찾기 때문입니다. 장난은 출석을 부를 때 한껏 멋있는 자세를 취하며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거나 친구가 발표할 때 자리에서 일어나 손뼉을 치는 방식입니다. 특히 무이는 발표자를 찾고 있을 때 수업에 열심히 참여한 학생을 추천합니다. 장난을 앞세워 친구의 속마음을 보았던 걸까요? 무이에게 추천받은 학생은 항상 기꺼운 마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무이는 단어 퀴즈 시간을 좋아합니다. 단어 뜻을 제시하기 무섭게 손을 들고 답을 말합니다. 정답이 아닐 때가 더 많지만, 무이는 낙담하지 않습니다. 번쩍 든 오른손의 팔꿈치를 꺾어 곱슬머리를 긁적이고는 곧바로 정답을 고민할 뿐입니다. 무이를 시작으로 점차 많은 학생이 떠오르는 답을 편하게 입 밖으로 꺼냈습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무이의 태도가 같은 공간의 다른 학생에게 영향을 미친 것이지요. 우리는 무이를 통해 오답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정답으로 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임을 배웠습니다.

잦은 실패 끝에 얻은 성공은 참 달콤합니다. 무이는 이러한 기쁨을 온몸으로 표현했습니다. 정답을 맞히면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손을 번쩍 들던 무이는 학기말이 되자 교실 앞으로 나와 반지 세레모니를 했습니다. 무이를 시작으로 많은 학생이 기쁨을 자기 방식으로 표현했고 우리는 이 시간을 은밀히 기다렸습니다.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에서 ‘아이의 정신’을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아이는 순진무구요 망각이며, 새로운 시작, 놀이, 스스로의 힘에 의해 돌아가는 바퀴이며 최초의 운동이자 거룩한 긍정이다. 그렇다. 형제들이여, 창조의 놀이를 위해서 거룩한 긍정이 필요하다”. 저는 무이를 통해 수업을 놀이터 삼아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아이의 정신을 보았습니다.



도서관은 나의 무대, 하미는 연설의 달인


하미만큼 수업을 무대로 사용해 자신의 메시지를 전하는 학생이 또 있을까요. 하미는 알아주는 연설의 달인입니다. 여러 사람 앞에서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에 능한 하미는 문해력 수업을 연설장으로 활용했습니다. 하미는 배운 단어를 활용해 청중이 있다는 가정하에 자신의 소견을 발표하기 위한 글을 적습니다. 하미는 연설할 때면 자리에서 일어나 목을 가다듬는 것으로 시작을 알립니다.



1. 제로웨이스트 글 읽고 활동하기

하미는 바닥에 버려진 쓰레기를 그냥 지나치지 못합니다. 아이스크림이 간식으로 나온 날, 하미가 점심시간 내내 바닥에 떨어진 아이스크림 비닐을 주웠던 일화는 유명합니다. 그런 하미에게 제로웨이스트와 관련한 문해력 수업 읽기 자료는 더욱 큰 의미로 다가갔을 것입니다. 역시나 하미는 배운 단어로 연설문을 써서 발표했습니다. “작은 실천, 집 앞 쓰레기 하나 줍는 것. 이런 것이 세상을 바꿉니다.” 발표 와중 ‘작은 실천’이란 단어가 나왔을 때 쓰레기를 쥐고 있는 하미 손이 떠올랐습니다. 같은 공간에 있는 학생들은 몰입하여 말하는 하미에게 시선을 떼지 못했습니다. 하미의 행동과 언어가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기대됩니다. 


“…지금부터 저는 우리에게 닥칠 미래와 이를 극복할 현실적인 방법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중략) 불과 내일이면 다시 내 일 하느라 바쁩니다. 저는 여러분들께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자동차를 타지 말자거나 큰거 바라지 않습니다. 작은 실천으로 집 앞 쓰레기 하나를 줍는 것.

이런 것이 세상을 바꿉니다. 내가 영웅이 되려 하지 마십쇼. 우리는 가해자입니다.

지구를 다시 되살리는 것으로 용서가 안 될 걸 내가 뭐 대단해져야겠다 이런 생각 제발 버리세요.

다 같이 함께할 때 그 힘이 가장 세집니다. 우리는 결코 남이 아닙니다.

하나의 이웃, 민족을 넘어 같은 지구 사람이니까···”

-제로웨이스트를 주제로 한 하미의 연설문 중에서


 

2. 히잡 혁명 글 읽고 활동하기

역사 시간에 아랍권의 이슬람 여성이 머리에 쓰는 수건인 히잡에 대해 배운 것을 더 자세히 알고 싶다는 요청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문해력 수업 시간에 히잡과 종교의 연관성을 살피는 글을 읽었습니다. 그 글에는 ‘박탈’, ‘침해’, ‘자유’ 등의 단어가 등장했고 하미는 단어를 이용해 국권을 되찾기 위해 애쓰는 지도자의 연설문을 작성했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몇 가지 단어를 보고 나라를 빼앗긴 지도자의 연설문을 생각하다니 가히 놀라운 창의력입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으로 시작하는 귀를 사로잡은 글은 “함께해 주셔서 영광”이라는 매듭으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수업이란 무대에서 하미는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었습니다. 학생들의 꿈과 끼는 어디까지 뻗어 나갈 수 있을까요. 하미의 발표를 들은 학생들은 애국심이 차오른다며 다음 시간에는 광복과 관련한 글을 읽고 싶다며 읽기 자료를 요청했습니다.


 “…그들은 우리의 문화, 정체성, 자유를 침해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저희는 그들에게 항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단호하게 저항하고, 우리의 국가적 가치와 자랑스러운 역사를 영원히 지키기로 결심했습니다. 이 시련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우리가 한몸이 되어야 합니다. 국가의 비장한 힘은 그 안에 있는 각 개인과 함께하는 우리의 단결에서 비롯됩니다. 저는 여러분의 열정과 용기에 큰 힘을 느낍니다. 우리는 공동으로 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국권을 되찾고자 애쓰는 지도자를 주제로 한 하미의 연설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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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자의 꿈과 끼는 어디에 있는가


수업은 무이의 놀이터이자 하미의 무대이고 연암이 말한 요동 벌판입니다. 이렇게 떠오르는 생각을 펼치고 꿈틀대는 감정을 표현하는 환경에서 꿈과 끼는 자연스럽게 싹틉니다. 움트는 내 옆의 친구를 보며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틀려도 괜찮구나.’, ‘생각이 다를 수 있구나.’, ‘나도 할 수 있겠구나.’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을 표출할 기회가 주어질 때 학생의 꿈과 끼는 피어나고 퍼집니다. 가을이 지나 겨울이 오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말이죠. 그렇다면 교육의 주체인 교사의 꿈과 끼는 어디에서 키울 수 있을까요? 꿈이 꺾이고 끼가 사그라든 교육자가 학생의 꿈과 끼를 위한 교육을 잘할 수 있을까요?

누구나 그러하듯 저 역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교육자가 되었습니다. 모두가 저를 “선생님”이라고 불렀지만, 그 호칭에 익숙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낯선 호칭이 익숙해질 무렵 학생과의 만남에서 과거 저에게 말을 건네는 경험을 했습니다.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에는 어린 스즈메와 성장한 스즈메가 만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문을 열며 과거를 만났던 스즈메처럼, 학생을 만나며 과거의 저를 만난 것이지요. 저의 꿈은 학교에서 학생을 만나며 과거의 저에게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올해 새로운 꿈이 생겼습니다. 그 꿈은 교사의 꿈을 물어보는 교육 현장에서 일하는 것입니다. 그 꿈에 다가가기 위해 묻겠습니다. 독자 선생님께서는, 어떤 꿈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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