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책으로 여는 생태전환교육] 동물, 우리와 동등한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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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3-05-02 11:44 조회 1,401회 댓글 0건본문
동물,
우리와 동등한 생명
이민지, 박경미, 박정윤, 신동영, 조미라, 김근영, 홍진희, 조소영, 남하나, 손희선
어린이책 큐레이터 책보샘
배고픔과 갈등으로부터의 자유, 정상적인 활동의 자유, 불편함으로부터의 자유, 공포와 스트레스로부터의 자유, 고통과 질병으로부터의 자유··· 이 다섯 가지 자유는 누구의 자유를 말하는 걸까? 어린이? 인간? 아니다. 동물의 다섯 가지 자유이다. 1993년 영국 농장동물복지위원회(FAWC)는 동물복지의 다섯 가지 자유를 제시했다. 이후 산업 동물을 포함해 사람이 키우는 모든 동물의 복지 또는 행복의 조건으로 이 원칙이 언급된다.
동물에게는 권리가 있다. 동물을 돈이나 음식, 옷의 재료, 실험 도구, 오락을 위한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의미의 동물권은 1970년대 피터 싱어의 ‘동물해방’에서 시작되었다. 이후 스피븐 핑거에 의하면 1970년대 동물권 논의가 확산한 이후 동물 학대뿐만 아니라 성차별, 아동 학대, 인종 혐오 범죄도 줄었다고 한다.
오늘날, 동물은 인간 삶의 필요와 충족을 위해 아직도 많은 수가 희생되고 있다.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동물실험으로 희생된 동물 수가 5억 마리로 추정된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희생까지 합하면 그 수가 과연 얼마나 될지 헤아리기 힘든 지경이다. 이런 상황이 알려지자 육류 섭취와 동물을 재료로 생산하는 물건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더불어 삶의 철학으로 동물의 생명과 권리를 존중하는 ‘비건’,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제품을 뜻하는 ‘크루얼티프리’ 등의 개념도 생겨났다. 의약 분야에서도 동물실험을 대체할 다양한 연구들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동물권에 관한 사람들의 인식 변화는 그림책에도 영향을 끼쳤다. 최근 등장하는 그림책에는 공장형 사육, 식용 동물, 살처분, 동물실험을 주제로 한 내용이 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동물실험을 주제로 한 그림책을 함께 읽고 어린이들이 스스로 동물권에 관한 올바른 관점을 형성할 수 있는 수업을 담아 보았다. 동물권 수업은 단순히 동물 권리를 알아보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 여러 ‘약자’들의 권리 문제, 생명권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에 의미 있다. 부모에게 반려동물을 기르고 싶다고 조르거나, 주말이면 동물원이나 애견카페에 가서 동물과 교감을 나누었다는 어린이들을 학급에서 흔히 접한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인형이나 옷과 소품도 동물 디자인이 많고 그림책 속에서도 동물이 자주 등장한다. 이렇게 어린이들의 삶에 친숙한 동물을 인간 생명과 같은 무게로 존중하는 감수성이 중요하다. 어린이들이 인간과 동물이 직면한 다양한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는 어른으로 자라기를 바라 본다.
오승민 지음, 만만한책방
동물실험실 안의 생명 이야기: 『붉은신』
어느 날, 약봉지에서 떨어진 파란 알약 한 알에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어느 누구나 몸이 아파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약을 먹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약의 안전성을 위한 동물실험으로 인해 많은 동물이 희생되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본 적은 드물 것이다. 약뿐만 아니라 화장품을 비롯한 다양한 일상 제품에서도 동물실험이 이루어지고 있다. 어린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동물실험과 동물권이 무엇인지 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수업을 구성했다. 또한 아이들이 동물실험에 관한 자기만의 인식을 가지도록 돕고자 프로콘(pro-con) 토론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프로콘 토론은 한 가지 주제에 관해 찬성과 반대 두 입장을 모두 경험한 후 자신의 입장을 정하는 토론이다. 더불어 다양한 선택 활동을 안내하여 어린이들에게 폭넓고 깊이 있는 동물권 수업이 되도록 구성했다.
읽기 단계별 수업의 과정
불편하지만 나누어야 할 이야기
읽기 전 활동으로 책제목과 표지를 살펴보며 내용을 예상해 보았다. 『붉은신』의 표지를 본 어린이들은 내용을 쉽게 예상하지 못하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했다. 특히 표지의 붉은색과 주인공이 동그랗게 뜬 눈에 흥미를 보였다. 몇몇 어린이들은 뒤표지를 보고 탈출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라 예상하기도 했다.
책을 읽기 시작하자 파리가 꼬이는 어린 쥐 ‘꼬리끝’의 상황에 웃음을 터뜨리는 어린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자 교실은 점점 숙연한 분위기로 변했다. 지쳐 쓰러진 꼬리끝이 마침내 붉은신을 만났을 때는 안도의 박수를 치는 어린이들도 있었다. 점점 동물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안타까워하는 아이들이 늘어갔다. 아이들은 실험동물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꼬리끝에게 응원을 보냈고, 동물실험이 중단되고 그들이 구조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책 읽기를 마무리했다.
‘동물실험은 필요한가’ 주제로 프로콘 토론에 따라 찬반 입장을 나타낸 입장문
읽기 후 활동으로 ‘동물실험은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프로콘 토론을 했다. 첫 번째 토론과 두 번째 토론을 하기 전에 정보를 수집할 시간을 주었다. 어린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 토론에 열띠게 참여했다. 그리고 자신의 최종 입장을 정하고 글쓰기를 했다. 자신의 입장이 동물실험을 찬성하든 반대하든 불필요한 동물실험은 줄이고, 동물실험을 대체할 신기술이 개발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득했다. 그리고 앞으로 동물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겠다고 썼다. 글쓰기를 마친 어린이들은 자연스럽게 동물실험 대체에 관심을 보였고 다 함께 관련 활동을 찾아보기도 했다. 무엇보다 크루얼티프리 제품에 관심을 보였으며 인증마크도 찾아보았다. 크루얼티프리 제품은 찾기 어렵고, 구매도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자 매우 안타까워했다. 크리얼티프리 마크에 주로 토끼가 그려진다는 것을 알게 된 어린이들은 자신만의 크루얼티프리 마크를 그려 보기도 했다.
분주하게 서로의 작품과 수집한 정보를 나누는 모습을 보며 어린이들 마음속에 피어난 생명 존중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수업 이후 동물뿐만 아니라 교실 밖에서도 다양한 약자들의 삶에 관심을 기울이는 시민들로 자랄 것이라는 기대가 들었다. 불편해서 외면하고 싶지만 꼭 나누어야 할 이야기, 동물권. 그림책과 함께 수업을 실천하시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