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활용수업 [한 학기 한 권 두텁게 읽기] 한 학기 한 권 읽기와 함께하는 슬기로운 집콕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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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10-30 11:26 조회 3,431회 댓글 0건본문
집에서 부모와 펼쳐보는 학년별 책 선정하기
경기도교육청에서는 4월 9일부터 코로나19 사태가 안정될 때까지 휴관 또는 폐가제 운영으로 학교도서관에 머무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등 대응 방침을 마련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아이들의 독서교육을 방치할 수 없는 터, 사서교사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되는 나날이다.
담임선생님들과 머리를 맞대고 ‘한 학기 한 권 읽기’ 방안을 고심해 보았다. 아무래도 아이들이 가정에서만 지내다 보면 많이 지겨워할 것 같으니, 한 학기 한 권 읽기 도서를 미리 구입해서 가정으로 보내는 것이 어떨지에 대해 의논했다. 모두가 가정으로 보내는 것에 대해 찬성했다. 아이들이 가정에서 미리 읽고, 개학하면 다양한 활동을 함께하기로 했다. 책은 내용이 교육과정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책으로 선정하기로 했다. 가정에 같은 책이 있으면 안 되니, 신간 도서 중에서 선정했다. 다음은 각 학년에서 책 선정에 반영되었으면 하는 내용이다.
-유치원: 재미있으면서 놀이를 할 수 있는 책
-1학년: 신입생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책
-2학년: 다문화 가정 아이들과 함께 읽을 수 있는 그림책
-3학년: 신간 중에서 아이들과 학부모가 읽고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책(두껍지 않을 것)
-4학년: 등교 후에도 토론이 가능하고 동물이 주인공인 책
-5학년: 무조건 재미있는 책
-6학년: 우리나라 역사와 연결하여 읽을 수 있는 역사동화책
여주 이포초(하호분교)의 한 학기 한 권 읽기 가정 배부 도서
우선 선정한 책을 구입하고, 책에 간단한 소개를 쓴 안내문과 독후 활동지를 만들었다. 안내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안전한 책 배달로 집집마다 ‘ 책 읽는 소리’
독서활동은 학교 밴드를 최대한 활용하기로 했다. 학생들에게 도서를 나누어 준 후, 학년별 독서 퀴즈를 내고 댓글로 답을 달거나 독후 활동지, 독후활동 모습 등을 사진으로 찍어 밴드에 올리도록 했다.
담임선생님과 사서교사가 함께 책을 가정으로 가져다주기로 했다. 학생 수가 적고, 학구가 넓지 않아서 가능할 것 같았다. 그리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해야 하니 아이들과 접촉하지 않고, 드라이브스루 형태로 전달해 주기로 했다. 책을 주러 가기 전에, 담임선생님들께서 전화로 아이들이 잘 지내는지 안부를 확인했다. 그리고 학부모께 책 전달을 위한 가정 방문 형태에 대한 설명을 해주셨다. 학부모께서는 아이들에게 어떤 책을 읽혀야 할지 막막했다고 하시며 고마워하셨다. 나는 학교 밴드에 책 전달 내용을 가정통신문으로 올렸다. 아이들은 잠깐이라도 선생님을 만난다고 하니 무척 반가웠나 보다. 책이 생각보다 늦게 학교로 배송되어 가기로 약속한 날짜를 미뤘더니 아이들이 실망하고 있다는 제보도 들어왔다.
책을 각 가정으로 가져다주기로 한 날, 선생님들과 함께 비장하게 마스크와 일회용 장갑을 끼고 책과 간단한 책 소개 안내문, 독후 활동지를 봉투에 담았다. 약속한 시간에 맞춰 아이들의 집 앞으로 가보니, 아이들은 한껏 상기된 표정으로 팔짝팔짝 뛰며 우리를 반겼다. 코끝이 찡했다. 책을 전달하고 학교로 돌아오던 길에 우리는 조금 더 힘을 내자고 서로를 응원했다. 아이들 얼굴을 보고 왔더니, 없던 힘도 솟아났다.
책을 전달한 후에 학생들의 반응을 각 가정에 물어보았더니, 그렇게 책을 안 보던 아이가 책을 다 읽더라며 학부모들이 좋아하셨다. 코로나19 때문에 놀다가 지친 아이들이 이제 책을 읽고, 공부하려고 한다며 농담 섞인 말씀도 하셨다. 조용한 학교에 있으니, 아이들의 재잘거림과 웃음소리, 발구르는 소리 등 모든 것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어서 빨리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물러가고 평범했던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