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활용수업 오늘은 도서관에서 뭘 하고 놀까? - 한 사서교사의 ‘놀이터 도서관’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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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06 22:46 조회 9,355회 댓글 0건본문
강화도령들을 만나다
신규 교사가 되어 처음 강화도로 발령받아 강화중학교에 와서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귀여운 한복을 입은 강화도령 캐릭터였다. ‘저렇게 귀여운 아이들과 같이 학교생활을 시작하는구나’ 하는 설레임도 잠시, 개학하고 도서관에 온 아이들은 도령이랑은 너무도 틀린 아이들이었다. 도서관이 별관에 떨어져 있어 책을 읽겠다고 찾아와주는 것만으로 감사해야하나 했지만 만화책, 무협지만 읽는 아이들, 책을 던져 놓고 그냥 가버리는 아이들, 책 검색조차 못하는 아이들을 보며 체계적인 도서관 이용교육과 독서교육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소외된 농촌지역 아이들일수록 교육적 기회균등의 가장 쉬운 방법은 체계적인 독서교육을 통한 평생교육의 기틀 마련이라는 생각과 강화지역 유일한 사서교사로서 느끼는 책임감이 들었다. 내가 하는 서툴고 어설픈 독서관련 행사들은 무엇이든 강화 대표로 벤치마킹되어 주변 학교 선생님들이 문의하셨고, 또 남학생 그것도 남자 중학생의 독서력이 가장 부족하다는 생각에 첫 발령지인 강화중학교에서 괜한 사명감을 느꼈던 것 같다. 해야 할 일들이 많다는 조급한 마음이 앞섰지만 우선 창의적 재량활동을 통한 독서수업, 다양한 도서관 이벤트, 우리 학교 사고뭉치들을 위한 그린마일리지 제도를 활용한 독서교육 등 재미있는 도서관을 만들기 위한 계획들을 하나둘 실천해가기 시작했다.
사 서 교 사 와 함 께 하 는 도 서 관 이 용 교 육
우선 가장 먼저 수업시간을 확보하고 도서관 이용자 교육부터 시작했다. 전교생 모두 수업시간에는 도서관을 이용해야 한다. 2학년, 3학년 중에 “도서관 처음 와요.” 하는 아이들이 있어 별관이라는 장소의 제약을 다시 한번 느끼며 “앞으로 쭈~~욱 이용하게 될 거야.”라는 말로 도서관 이용교육을 시작해갔다.
국 어 · 한 문 · 사 서 교 사 가 함 께 이 용 하 는 도 서 관 = 교 실
강화지역은 소규모 학교가 많고 다른 큰 지역 교육청 학교들보다 선생님들 사이의 유대와 협동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특성을 가진다. 친근함으로 교과연구회도 활성화되어 있고, 협동수업도 어쩜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는 인적 기반을 가질 수 있고, 그리고 사서교사는 신규이다. 그래서인지 선생님들이 관심도 많이 가져주고 뭘 하든 예뻐해줘 도서관 활용수업, 협동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우선 국어, 한문, 사서교사가 한 교과연구회 소속으로 함께 하자는 분위기로 동아리를 만들고 수업도 여러 차례 함께 진행하였다. 교과 선생님들과 수업을 함께하다 보면 수업 효과는 물론이고 도서관 이용, 독서교육에도 훨씬 효율적인 것 같다.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기초적인 단계의 협동수업 예를 들어보면….
■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문학작품을 도서관에서 찾아 읽어보기
예시)
- 보충·심화 자료로 제시되는 심훈의 『상록수』를 도서관에서 찾아 전문全文으로 읽어보기
- 보충·심화 자료로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김용택의 시 외에 그의 다른 시 작품을 도서관에서 찾아 읽어보기
-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을 사서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읽기
■ 사서교사와 함께 비슷한 주제를 가진 다른 작가의 작품 읽어보기
예시) 심훈의 시 「그날이 오면」을 읽고 일제에 저항하는 다른 작가의 작품 읽어보기 (윤동주나 이육사의 저항시)
■ 다양한 형태의 도서관 활용수업
국어과 수업 연구시 도서관 활용수업을 권장하여 학생들의 학습 의욕을 높이고, 학생 스스로 수업 자료를 찾아보았다. 예시) 설화 「아기 장수 우투리」에 나오는 ‘희망’의 메시지(아기 장수 우투리가 다시 살아나 고통받는 백성을 구해줄 것이라는 믿음)를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판도라의 상자’나 김수영의 현대시 「풀」과 연계하여 학습함으로써 동서고금 사이의 정서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 음악과 도서관 활용수업
국어, 한문뿐 아니라 음악 선생님과 협력하여 음악수업 시간에 도서관 활용교육을 하게 되었다. 모둠을 나누어 고전파 음악에 대한 도서관자료, 인터넷자료를 수집하여 ‘음악신문’을 제작, 발표하는 방법으로 진행하였고 신문뿐 아니라 UCC 동영상을 제작하는 모둠에게는 가산점을 부여하기도 하였다. 베토벤, 하이든, 모차르트 등 유명한 음악가의 생애와 시대적 배경 등 교과서에 실리지않은 다양한 정보들을 수집, 정리하고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도 서 관 에 서 맞 짱 떠 ? 맞 짱 독 서 토 론 반
매일 7, 8교시에 운영되는 방과 후 독서토론교실은 특히나 인기 있는 반이다. 물론 학기가 끝나면 피자파티가 열린다는 소문 때문이기도 하지만 항상 만원을 이루는 수업이다. ‘아낌없이주는 나무의 사랑은 진정한 사랑인가?’ 등 다소 유치하고 쉬운 주제의 토론에서 시작하여 사형제도나 인터넷실명제 등 진지한 주제에 대한 찬반 토론이 팽팽하게 진행된다. 찬반 토론을 통해서 독서에 대한 관심뿐 아니라 관련 주제에 대한 철저한 사전조사를 통해 배경지식도 넓히고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는 자세도 배우게 된다.
흥미진진한 토론 후에는 승패와 상관 없이 피자파티가 열린다는 것을 학기말이면 알게 되지만, 피자를 통한 동기부여는 남자 중학교에서는 아주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는 촉진제인 것 같다. 무엇보다 맞짱 독서토론반 수업만큼은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독서교육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과 평상시에 볼 수 없는 자유로우면서도 진지한 학생들의 성장 가능성을 보게 되는 시간 같아 수업을 진행하는 내내 뿌듯하다.
학 교 도 서 관 을 놀 이 동 산 으 로
‘신나는 학교도서관 체험교실’ 선정학교인 우리 학교는 매달 한 번씩은 공작소가 된다. 나만의 다이어리 만들기, 핸드폰 줄 만들기, 카드지갑 만들기, 에코북 만들기 등 남학생들의 서툰솜씨이지만 다 만들고 나면 나름 그럴듯한 작품이 된다. 신발주머니, 필통, 모자 등을 항상 두고 가는 아이들이지만 자기가 만든 작품들은 꼭 챙겨 가는 센스를 보여 뿌듯함을 느끼게 한다.
처음엔 도서관이 무슨 놀이터냐며 핀잔을 듣기도 했지만 도서관을 오는 학생들, 이제 선생님들까지 “이번 달엔 뭐 만들어? 나도 같이!”, “선생님, 이번엔 뭐 만들어요? 전 저번에 잘 만들었으니까 꼭 제일 먼저 신청이요! 예약이요!”를 외치는 아이들이 마냥 귀엽기만 하다. 도서관은 그런 곳이 아닐까? 물론 조용한 분위기에서 책을 읽고 정보를 찾는 지식의 보고인 건 당연하다. 그렇지만 학교도서관은, 우리에게 학교도서관은 학생들에게 운동장 못지않은 생활의 활력소, 놀이터이자 휴식터 같은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나는 도서관에 오는 학생들과 뭐 하고 놀지를 고민하는 강화중학교 生날선생이다.
신규 교사가 되어 처음 강화도로 발령받아 강화중학교에 와서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귀여운 한복을 입은 강화도령 캐릭터였다. ‘저렇게 귀여운 아이들과 같이 학교생활을 시작하는구나’ 하는 설레임도 잠시, 개학하고 도서관에 온 아이들은 도령이랑은 너무도 틀린 아이들이었다. 도서관이 별관에 떨어져 있어 책을 읽겠다고 찾아와주는 것만으로 감사해야하나 했지만 만화책, 무협지만 읽는 아이들, 책을 던져 놓고 그냥 가버리는 아이들, 책 검색조차 못하는 아이들을 보며 체계적인 도서관 이용교육과 독서교육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소외된 농촌지역 아이들일수록 교육적 기회균등의 가장 쉬운 방법은 체계적인 독서교육을 통한 평생교육의 기틀 마련이라는 생각과 강화지역 유일한 사서교사로서 느끼는 책임감이 들었다. 내가 하는 서툴고 어설픈 독서관련 행사들은 무엇이든 강화 대표로 벤치마킹되어 주변 학교 선생님들이 문의하셨고, 또 남학생 그것도 남자 중학생의 독서력이 가장 부족하다는 생각에 첫 발령지인 강화중학교에서 괜한 사명감을 느꼈던 것 같다. 해야 할 일들이 많다는 조급한 마음이 앞섰지만 우선 창의적 재량활동을 통한 독서수업, 다양한 도서관 이벤트, 우리 학교 사고뭉치들을 위한 그린마일리지 제도를 활용한 독서교육 등 재미있는 도서관을 만들기 위한 계획들을 하나둘 실천해가기 시작했다.
사 서 교 사 와 함 께 하 는 도 서 관 이 용 교 육
우선 가장 먼저 수업시간을 확보하고 도서관 이용자 교육부터 시작했다. 전교생 모두 수업시간에는 도서관을 이용해야 한다. 2학년, 3학년 중에 “도서관 처음 와요.” 하는 아이들이 있어 별관이라는 장소의 제약을 다시 한번 느끼며 “앞으로 쭈~~욱 이용하게 될 거야.”라는 말로 도서관 이용교육을 시작해갔다.
국 어 · 한 문 · 사 서 교 사 가 함 께 이 용 하 는 도 서 관 = 교 실
강화지역은 소규모 학교가 많고 다른 큰 지역 교육청 학교들보다 선생님들 사이의 유대와 협동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특성을 가진다. 친근함으로 교과연구회도 활성화되어 있고, 협동수업도 어쩜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는 인적 기반을 가질 수 있고, 그리고 사서교사는 신규이다. 그래서인지 선생님들이 관심도 많이 가져주고 뭘 하든 예뻐해줘 도서관 활용수업, 협동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우선 국어, 한문, 사서교사가 한 교과연구회 소속으로 함께 하자는 분위기로 동아리를 만들고 수업도 여러 차례 함께 진행하였다. 교과 선생님들과 수업을 함께하다 보면 수업 효과는 물론이고 도서관 이용, 독서교육에도 훨씬 효율적인 것 같다.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기초적인 단계의 협동수업 예를 들어보면….
■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문학작품을 도서관에서 찾아 읽어보기
예시)
- 보충·심화 자료로 제시되는 심훈의 『상록수』를 도서관에서 찾아 전문全文으로 읽어보기
- 보충·심화 자료로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김용택의 시 외에 그의 다른 시 작품을 도서관에서 찾아 읽어보기
-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을 사서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읽기
■ 사서교사와 함께 비슷한 주제를 가진 다른 작가의 작품 읽어보기
예시) 심훈의 시 「그날이 오면」을 읽고 일제에 저항하는 다른 작가의 작품 읽어보기 (윤동주나 이육사의 저항시)
■ 다양한 형태의 도서관 활용수업
국어과 수업 연구시 도서관 활용수업을 권장하여 학생들의 학습 의욕을 높이고, 학생 스스로 수업 자료를 찾아보았다. 예시) 설화 「아기 장수 우투리」에 나오는 ‘희망’의 메시지(아기 장수 우투리가 다시 살아나 고통받는 백성을 구해줄 것이라는 믿음)를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판도라의 상자’나 김수영의 현대시 「풀」과 연계하여 학습함으로써 동서고금 사이의 정서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 음악과 도서관 활용수업
국어, 한문뿐 아니라 음악 선생님과 협력하여 음악수업 시간에 도서관 활용교육을 하게 되었다. 모둠을 나누어 고전파 음악에 대한 도서관자료, 인터넷자료를 수집하여 ‘음악신문’을 제작, 발표하는 방법으로 진행하였고 신문뿐 아니라 UCC 동영상을 제작하는 모둠에게는 가산점을 부여하기도 하였다. 베토벤, 하이든, 모차르트 등 유명한 음악가의 생애와 시대적 배경 등 교과서에 실리지않은 다양한 정보들을 수집, 정리하고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도 서 관 에 서 맞 짱 떠 ? 맞 짱 독 서 토 론 반
매일 7, 8교시에 운영되는 방과 후 독서토론교실은 특히나 인기 있는 반이다. 물론 학기가 끝나면 피자파티가 열린다는 소문 때문이기도 하지만 항상 만원을 이루는 수업이다. ‘아낌없이주는 나무의 사랑은 진정한 사랑인가?’ 등 다소 유치하고 쉬운 주제의 토론에서 시작하여 사형제도나 인터넷실명제 등 진지한 주제에 대한 찬반 토론이 팽팽하게 진행된다. 찬반 토론을 통해서 독서에 대한 관심뿐 아니라 관련 주제에 대한 철저한 사전조사를 통해 배경지식도 넓히고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는 자세도 배우게 된다.
흥미진진한 토론 후에는 승패와 상관 없이 피자파티가 열린다는 것을 학기말이면 알게 되지만, 피자를 통한 동기부여는 남자 중학교에서는 아주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는 촉진제인 것 같다. 무엇보다 맞짱 독서토론반 수업만큼은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독서교육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과 평상시에 볼 수 없는 자유로우면서도 진지한 학생들의 성장 가능성을 보게 되는 시간 같아 수업을 진행하는 내내 뿌듯하다.
학 교 도 서 관 을 놀 이 동 산 으 로
‘신나는 학교도서관 체험교실’ 선정학교인 우리 학교는 매달 한 번씩은 공작소가 된다. 나만의 다이어리 만들기, 핸드폰 줄 만들기, 카드지갑 만들기, 에코북 만들기 등 남학생들의 서툰솜씨이지만 다 만들고 나면 나름 그럴듯한 작품이 된다. 신발주머니, 필통, 모자 등을 항상 두고 가는 아이들이지만 자기가 만든 작품들은 꼭 챙겨 가는 센스를 보여 뿌듯함을 느끼게 한다.
처음엔 도서관이 무슨 놀이터냐며 핀잔을 듣기도 했지만 도서관을 오는 학생들, 이제 선생님들까지 “이번 달엔 뭐 만들어? 나도 같이!”, “선생님, 이번엔 뭐 만들어요? 전 저번에 잘 만들었으니까 꼭 제일 먼저 신청이요! 예약이요!”를 외치는 아이들이 마냥 귀엽기만 하다. 도서관은 그런 곳이 아닐까? 물론 조용한 분위기에서 책을 읽고 정보를 찾는 지식의 보고인 건 당연하다. 그렇지만 학교도서관은, 우리에게 학교도서관은 학생들에게 운동장 못지않은 생활의 활력소, 놀이터이자 휴식터 같은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나는 도서관에 오는 학생들과 뭐 하고 놀지를 고민하는 강화중학교 生날선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