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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활용수업 우리 교육의 최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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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05 12:19 조회 7,658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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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번째 도서관
| 김 경 숙 |
오시느라고 애쓰셨습니다. 초·중·고등학교에서 활동하고 계신 학부모님들을 다 모시게 돼서 정말 다행이에요. 자유롭고 편하게 이야기를 풀어 주시면 되겠습니다. 먼저 자라면서 만난 첫 번째 도서관, 내 기억 속의 첫 번째 도서관 이야기 나눠 볼까요?

| 김 인 자 | 저는 도서관에 대한 기억이 없어요. 시골에서 자랐는데 거기엔 도서관이라는 게 없었거든요. 어릴 때부터 글자로 된 건 다 좋았어요. 5학년 때, 부잣집 아이집에 있는 전집이 너무 보고 싶어서 한 달 동안 그 아이가방을 들어 주기로 하고 책을 한 권 빌렸어요. 책을 보다가 그만 책에 숭늉을 쏟았는데, 책 주인 아이가 때리더라고요. 그때, 다음에 정말 원 없이 책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학교도서관에 책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어른이 되면 꼭 나 같은 아이를 위해 무언가 하리라, 학교에 있는 책 읽는 소녀상 앞에 가서 다짐했어요. 25년쯤 지나, 제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그 다짐을 실천할 수 있었어요.

| 오 현 애 | 다 마찬가지인데, 어린 시절에 학교도서관은 생각도 못했지요. 용산 근처에 살았는데 국립도서관, 남산도서관 갔던 기억이 나요. 가서 책을 읽었나? 아니에요. 도서관에서 책을 읽은 적은 없어요. 시험 기간 새벽에 가서 공부했던 기억, 그게 다예요. 커서도 도서관경험은 사실은 대학에 와서 했지요. 서가에 그렇게 책이 많다는 것도 그때 알게 된 거예요. 애들 키우면서도 동네에 도서관이 없었어요. 구립도서관 달랑 하나 있는 데 버스 타고 한참 가야 했지요.
| 박 경 혜 | 저도 정독도서관에 친구랑 공부하러 간 게 처음 간 거예요. 공부는 안 하고 친구랑 도서관 간다는 기분에 취해서 그냥 좋았어요. 결혼하고 나서 책하고 가까워진 게, 우리 동네는 수도권 신흥 도시인데 목요일마다 이동도서관이 왔어요. 거기서 책을 많이 빌려 봤지요. 애 키우면서 아이들 책에 관심이 점점 늘어났고요.

| 홍 정 희 | 저도 중학교 때 서가가 있는 도서실을 처음 만났어요. 책들도 워낙 오래됐고, 책 냄새를 맡으면 재채기가 났지요. 오래된 책 냄새 기억이 나요. 어릴 때에는 책이 귀하다는 생각 때문인지 그런 데 가서도 책을 함부로 꺼내지 못하겠더라고요. 책을 자주 만진 건 애들 키우면서예요. 애들이 워낙 책을 좋아해서 집 안 여기저기 책이 많았어요. 아이들이 학교에 가면서 번동 쪽으로 이사 왔는데, 마침 근처에 문화정보센터가 개관했어요. 도서관을 굉장히 좋아해서 날마다 학교 갔다 오는 길에 도서관을 들르는 게 일이었지요.

| 김 진 희 | 중학교 1학년 때, 항상 책을 보는 아이가 있었어요. 한번은 그 아이가 『테스』를 보고 있더라고요. 푹빠져 있는 모습을 보고 그런 책을 어디서 구했냐고 물었더니 도서관이래요. 그 아이 따라 처음 도서관에 갔을 때는 도서관이 나를 당겨 주고 끌어안는 느낌이 들지 않았어요. 전집이 일률적으로 꽂혀 있어 분위기가 다 칙칙했던 것 같고, 책상이나 의자도 무거운 느낌이었고, 굉장히 조용했어요. 무엇보다 도서관에 계신 선생님이 아이들이 오면 오나 보다 하는 무관심한 태도가 저를 굉장히 위축되게 했어요. 여기는 책을 정말로 좋아하고 공부도 잘하는 아이들만 드나들 수 있는 곳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친구가 재미있다고 권해 준책이 『데미안』이었는데, 이해가 안 되어 그냥 덮어 버렸어요. 그러다가 1999년 우리 아이 초등학교에 도서관을 만드는 데 참여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알게 됐어요. 아이들한테 어떻게 눈 맞춰 웃어 줄지, 사람들과 어떻게 협력해야 할지 같이 참여하면서 많이 배운 거예요.

| 서 윤 정 | 여러분 말씀 들으니까 저는 행복한 경우네요. 어렸을 때 집에 책이 많았어요. 아버지가 화가셨는데, 삽화를 그리면 출판사에서 소년소녀 칼라북스 같은 백권짜리 전집을 주는 거예요. 아버지가 원래 보셨던 책들도 많았고요. 우리 집 재산은 책이었어요. 4부제 수업으로 유명했던 창신국민학교에 다녔는데, 책이 유리 장식장 속에 있었고 어둡고 눅눅해서 아이들은 안 가는 곳이었어요. 동사무소에 동네 도서관이 있는데, 거기는 주로 아저씨들이 많고 담배연기도 자욱햇어요. 아이는 저밖에 없었고요. 4학년 때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읽고 큰 충격을 받았어요. 그렇게 아저씨들 틈에서 책을 읽으면서 도서관이라는 게 뭔지 알았던 거 같아요. 학년 초마다 학급문고 모을 때, 100권씩 갖고 갔어요. 처음에 100권을 갖다 놓고 방학 때 집으로 가져갈 때는 반도 못 가져갔지요. 그래도 아버지는 아낌없이 해 주셨고, 전 너무 당연하게 책을 몰고 다니는 애였어요. 내가 보든 안 보든 항상 선물을 책으로 하면서 컸어요. 그런데 우리 아이들 학교도서관을 보니까 이상한 거예요. 도서관이 있긴 있는데, 도무지 이용 안 하는 게 너무 이상해서 참여하게 되었어요.



학교도서관과 인연
| 김 경 숙 |
우리는 책 이야기는 많이 하는데, 책 환경에 대한 고민은 덜 한 것 같아요. 서윤정 씨처럼 부모님이 그런 상황을 마련해 준 경우 말고는 대부분 좋은 독서환경이나 도서관을 만나지 못했지요. 도서관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도서관 경험도 거의 없었던 학부모들이 어떻게 학교도서관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열정적인 활동을 할 수 있었나? 어떤 계기가 있는지요?

| 김 인 자 | 엄마도 아이하고 같이 크는 듯해요. 2003년 우리 아이 1학년 때 선생님이 도서관을 만들고 싶어 하신다고 해서 학교도서관에 들어갔어요. 누군가 앞장서는 사람이 있어야 하잖아요. 8년쯤 되니까 열정이 식은 게 아니냐고 하시겠지만, 그게 아니라 제도하고 맞물려 순간순간이 새로워요. 교장 선생님은 4년마다 바뀌고, 담당 선생님은 해마다 바뀌면, 다시 원점인 거예요. 끝이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혼자서는 힘들고 같이 가는 분들이 많아져야 하는데, 점점 줄어들어요. 우리 학교만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요.

| 오 현 애 | 저도 애들 때문에 시작했어요. 아이들 그림책이 막 쏟아지고 어린이도서연구회에서 독서 문화 운동이 벌어질 때 막 아이를 키우고 있어서 어린이도서연구회 목록이나 서평 나온 것들 열심히 찾아봤어요. 어느날 엄마들의 왜곡된 치맛바람이 참 안 좋아 보이면서, 어떻게 하면 엄마들이 긍정적으로 일할 수 있을까? 그래야 학교 분위기도 바뀌고 엄마들 자세도 바뀔 텐데, 고민을 했어요. 그러다가 학교도서관을 보게 됐죠. 저기다, 무작정 들어가서 회장이 되고, 그때부터 일을 했어요. 험난한 길을 오긴 했지만, 주변에 도와주는 사람이 많아서 잘됐어요. 선생님들과 별로 문제도 없었고. 해야 한다는 당위성 때문에 굉장히 많이 지원해 주신 편이에요.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 박 경 혜 | 앞의 두 분은 뜻을 갖고 스스로 나서서 열심히 하셨는데, 저는 처음에 그냥 소극적으로 참여했어요. 아이가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어머니 모임을 가니까 서경은 선생님이 어머니 독서 모임을 모집한다고 하시더라고요. 마침 저는 딸 하나밖에 없어서 시간도 많고 학교 모임에 가면 학교 정보도 얻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모임에 들었어요. 주마다 한 번 엄마들 만나서 책한 권씩 읽고 이야기하는 거였어요. 그러다가 사서 선생님이 학교도서관 운영하는 데 도와달라고 하셔서 매주 한 번씩 나가게 됐지요.

| 홍 정 희 | 집 앞에 있는 중학교에 큰애랑 작은애를 연달아 보내서 올해 6년째 학교도서관을 드나들고 있어요. 큰애 때는 우리 아이한테 어떤 책을 골라 줄까 고민하다가 독서지도 공부를 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도서관도우미를 하게 되었지요. 그때는 한 달에 한두 번 나가서 서가 정리를 해 주는 간단한 일이었는데, 작은애가 학교에 들어가고 사서 선생님이 새로 오시면서 도서관을 리모델링하느라 일이 굉장히 많아졌어요. 독서치료에 관심이 많았는데, 공부하면서 사서 선생님하고 이야기도 잘 했어요. 저도 그림책에 관심이 굉장히 많고, 사서 선생님도 그림책에 관심이 많으셨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중학교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지 않겠냐, 그래서 아이들하고 독서 모임을 해 보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굉장히 많이 깊어졌어요.

| 김 진 희 | 저는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교육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학부모 단체에도 참여하고 경험했지만 늘 찜찜한 부분이 있었어요. 하지만 1999년 학교도서관 만들기에 참여하면서는 달랐어요. 도서관 만드는 일 하면서 만난 학부모들은 교육 문제를 바라보는 눈이 차원이 너무 다른 거예요. 도서관만들면서 정말로 바빴지만 즐거웠어요. 월급 받는 것도 아닌데 날마다 도서관에 갔어요. 그땐 젊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집에 올 때 지치지도 않고 신이 났어요. 가장 자신 있었던 게, 아이들을 중심에 두고 부끄럽지 않게 일을 한다는 거예요. 아이들 표정이라든지 엄마들 단합이라든지……. 엄마들이 한마음이 된다면 못 이룰 게 없다는 걸 느꼈어요. 제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얻은 성취감하고는 차원이 다른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답니다.



| 서 윤 정 | 첫 해에는 딱 한 번, 위임장 주는 날 도서관 담당 선생님을 만났고, 그 다음에 “다음 주 월요일에 오세요” 전화 한 번 받은 게 1년 동안 선생님을 만나 뵌 전부였어요. 도서관에 앉아 있는 동안, 그 먼지구덩이 속에서 무얼 할지 몰라 그냥 앉아서 제가 가져간 책을 보고있는데, 한 아이가 책을 찾으러 왔어요. “찾아줄게” 하고 아무리 뒤져도 못 찾겠어요. 너무 미안해서 “내일 와라. 여기 적어 놓고 가면 선생님이든 다른 분이 찾아 주실 거다” 하고 돌려보냈어요. 다음 날 혹시나 싶어서 학교도서관에 전화를 했더니 안 받는 거예요. 담당 선생님은 수업이 있어서 연락이 안 되고. 그 아이가 올 것 같은데, 어떡하지……. 갓난쟁이를 업고 5층까지 올라가서 그 아이를 기다렸어요. 근데 진짜로 아이가 온 거예요. 그 순간, 내가 올라오기도 힘든데 돌아가는 아이가 한 명이라도 있으면 안 되겠구나 싶었어요. 일 년 동안해보니까, 그 다음 해부터는 주마다 정한 날에 가서 해봐야겠다,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다가 인천시 교육청 학부모연수에 가서 학도넷 선생님 강의를 듣게 되었어요. 그때 엄마들과 함께 갔는데, ‘아, 나랑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많이 있구나. 그리고 더 먼저 고생한 분들이 많구나. 나는 쫓아가면 되겠구나’ 하는 용기가 생겼어요. 돌아와서 엄마들을 꼬드기기 시작했어요. “도서관이 이렇게 있으면 안 돼” 하고요.

학교도서관에서 하는 학부모 활동
| 김 경 숙 |
밖에서 보면 학교의 권위가 단단한 벽처럼 보이지만, 학부모들이 실제로 학교도서관에 들어가서 만나 보면 그렇지만은 않을 텐데요. 지금 학교 도서관에서 하시고 있는 일이 조금씩 다 다르시잖아요. 초창기부터 일한 분들은 전담자 없이 시작하신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주변과 소통하는 일뿐 아니라 아이들 만나는 일, 책관련 행사를 기획하는 일, 또 누군가를 설득하는 일, 학교를 중심으로 한 지역 사람들을 설득해 내는 일들도 있고요. 지금 하고 계신 도서관 일 얘기를 들려 주세요.

| 김 인 자 | 저는 쌈닭이었어요. 학교도서관을 정비해서 문을 열고 정말 많은 일들을 해 왔지만 선생님들을 설득하는 일, 관리자들을 변화시키는 일이 가장 어려웠어요. 하지만 선생님들이나 아이들에게 책에 대한 안내자 역할을 하고 싶었어요. 지금도 사서 선생님 없이 학부모들이 모든 일을 하고 있어요. 우리 꿈마루에서는 책 읽어 주기도 하고 작가와의 만남도 하고 인형극도 해요. 책을 통해 꾸는 꿈, 아이들의 꿈, 선생님들의 꿈, 마을의 꿈, 공동체의 꿈을 학교도서관을 통해 이루고 있다고 생각해요. ‘좋은 책으로만 하는 도서바자회’도 정착시켰고 지역 학교 학부모들과 연대하는 행사들도 했지요.

| 오 현 애 | 처음 도서관에 갔을 때는 거의 창고였어요. 대출도 안 되고, 하루에 두 시간 열려 있어 책만 읽고 가는 식이었어요. 첫 해에는 애들한테 대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자, 그 다음에는 책을 몇 권까지 만들자, 그 다음에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진행하자. 그래서 교장 선생님을 설득하기 위해 기안을 올렸어요. 담당 선생님한테도 이렇게 하겠다고 말씀드리고요. 전체적인 윤곽을 잡아 보고서를 열 몇 장 올리니까 선생님들도 함부로 보지 않았던 것 같아요. 먼저 오래된 책 버리는 일을 했어요. 컴퓨터도 요청하고, 책 고르고, 목록 작업하고, 책입력, 라벨 붙이기, 서가 정리……. 사서 역할을 다 했어요. 그 다음에 운영은 당번제로 해야 하니까, 엄마들모아서 책 읽기 모임 시작하고, 도서관 분류법 공부하고……. 기본 운영법을 익히고 나니까, 두세 명이 그룹을 지어서 역할을 할 수 있게 조직화가 되었어요.

| 박 혜 경 | 두 분 너무 존경스럽네요. 우리는 사서 선생님이 도서관 운영을 너무 잘하셔서 상도 받았어요. 저는 그냥 선생님이 미처 손 못 대신 거, 옛날 문서 같은 거 컴퓨터에 정리 도와드리고 일주일에 한 번 가서 애들 대출 반납 받고 그런 것만 하고 있어요. 우리는 중고등학교가 같이 있거든요. 점심시간이고 쉬는 시간이고 10분 사이에 얼른 와서 책을 빌려 가거나 반납하는 일이 많아요. 학부모들과 함께하는 독서 모임도 활발해요. 아이들이 졸업해도 지역 주민으로서 모임을 함께해요. 지역 주민들은 월요일만 빼고 화수목금토일 애들 손잡고 오셔서 책 대출하고 그러거든요. 중학교 애들 위주로 일 년에 한 번 도서실에서 자리 깔고 1박 2일 독서 캠프를 하는데 애들이 아주 좋아해요. 아마도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 홍 정 희 | 도서관에 무슨 행사가 있으면 모여서 서가 정리를 하거나 하다가 소모임 같은 걸 하자는 얘기가 나왔어요. 학부모 중에 피오피 하신 분이 계셔서 다 같이 그 강의를 들으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 모임을 했어요. 그러면서 서가 정리도 하고, 대출 반납하는 일도 봐 드리게 되고. 큰애 때는 사서 선생님이 그냥 앉아서 대출반납만 하시니까 나도 하겠다 생각했는데, 지금 계신사서 선생님을 보니 굉장히 일이 많더라고요. 도서관일이라는 게 벌이면 벌일수록 커지잖아요.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니까 저절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면 도와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중학생들을 만나면서 성장소설 같은 데 관심이 많이 가니까 선생님께서 책 선정하실 때 도움도 드리고 있어요.

| 서 윤 정 | 장소가 다르고 사람도 다르지만, 경험 축적은 거의 비슷하군요. 10년 동안 하신 일을 저희는 4년 동안했는데, 정말 힘들었던 적이 많아요. 도서관 일이 해결이 안 돼서 운영위원회에 들어갔는데, 왕따가 됐어요. 저는 그 이유를 모르겠어요. 교실에 들어가서 책 읽어주기도 선생님들은 원하셨어요. 분위기가 잡히니까 1학년 선생님들이 “그러면 해 봅시다” 이런 얘기가 오가서 결재를 받으러 갔는데, 교장 선생님이 “교실에 학부모가 들어가면 안 된다.” 엄마들과 학교의 중간 역할을 하면서 여기서 터지고 저기서 터지고 “다시는 이거 안해” 이랬다가, 아이들하고 같이 있는 시간이 좋아서 또오고 그랬어요. 저는 책 읽기 잘 해 주는 엄마가 도서관에 와서 책 꽂아 주는 일도 다 같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도서관에 드나드는 아이들 늘 눈 맞춰 주고 등두드려 주는 일이 가장 행복한 일이에요.





학교도서관을 만나면서 인생의 새로운 방향 설정
| 김 경 숙 |
초등학교도서관 자원활동 경험을 살려서 지역문화운동으로 넓혀가서 새로운 일들을 하신다고 하는데, 그 이야기도 좀 들려 주세요.

| 김 진 희 | 우리 아이가 5학년 때인가, 2년 동안 도서관을 만들고 운영하면서 많은 걸 배웠어요. 그러다가 아이가 졸업하고 나서 동사무소에 있는 마을문고로 갔어요. 학교도서관에서 해 본 프로그램을 마을문고에서도 해 보았어요. 가장 중요한 건 책임자가 소신을 갖고 이끌면 주변 사람들이 따라온다는 거예요. 그래서 전국도서관대회에서 상을 받기도 했어요. 모든 회원들이 자기 일처럼 그렇게 열심히 해요. 지난 방학 동안에도 프로그램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봉사자들도 뿌듯한 마음으로 다들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봉사자 대기자가 있을 정도로 소문이 나 있어요. 다른 동네로 이사 가서 봉사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학교도서관경험이 구심점이 돼서 지역으로 번져가는 것 같아요. 마을도서관에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모여서 구석구석 앉아서 책 보고 있는 모습을 떠올려 보세요. 너무너무 행복합니다.

| 오 현 애 | 학교도서관이 내 아이부터 시작했던 봉사가 학교를 넘어서 지역으로 갈 수 있는 모델이라고 생각해요. 여기 선생님 경험처럼 마을문고로 가든지 아니면 지속적으로 끈들을 가지고 가면 지역운동에 이만큼 좋은 게 없다고 생각해요. 10년 가까이 일을 하면서 보니까, 도서관에 나와서 일을 하는 엄마들은 끊임없이 배움에 대한 욕구도 있고 건강해요. 봉사하려고 하는 것도 있고, 자기를 가꾸는 것도 있고 그래서 끝없이 뭔가를 배워요. 주5일 휴업일이 시작되던 해, 학교도서관에서 자원봉사를 했던 엄마들이 모여서, ‘꿈꾸는 토요학교’를 열고 프로그램도 만들어 진행했어요. 그랬더니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프로젝트로 서울시의 지원을 받기도 했어요. 학교도서관이 지역운동으로 이어지는 산실이 되지 않았나 하는데요. 학교도서관이 지역운동가들을 배출한 거예요.

| 김 인 자 | 저는 학교도서관 만든 경험을 살려 복지시설이나 어린이집에서 도서관을 만든다고 하면 도서관 개관 준비를 돕기도 해요. 학교뿐만 아니라 장애우 친구들에게 책 읽어 주러 가기도 하고 전철에서 우연히 만난 아기에게도, 길거리 공원에서 만난 친구에게도 아무곳에서나 책 읽어 주는 재미에 폭 빠졌습니다. 지금은 책 읽어 주는 아줌마로 통하지요. 그러다가 그림책도 한 권(『책 읽어 주는 할머니』, 글로연, 2009)도 냈어요.



학부모 자원 활동 어떻게
| 김 경 숙 |
학부모 자원활동이 제도적인 바탕이 서면 훨씬 더 편하겠지요? 학부모들이 참여해서 움직이는 게 어떻게 제도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으로 정착이 되면 좋을까요? 앞으로 학교도서관에서 학부모 자원활동이 어떻게 되는 게 좋을지 짧게 얘기해 주세요.
| 김 인 자 | 저희 학교는 사서 선생님이 없어요. 사서 선생님이 계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왜냐면 아이들이 전문적으로 도움을 받아야 되거든요. 진짜 준비가 잘된 선생님이 오기를 바랍니다. 그것도 운이죠. 사서 선생님이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혼자서 어떻게 그 많은 아이들을 끌어안아요. 학부모 자원활동에 대한 학교도서관 운영규칙을 정해서 학교장이나 담당자가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고 나갈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해요.

| 오 현 애 | 학교도서관에서 전체 방향을 잡아가는 몫이 사서교사라고 한다면 그 내용을 채워야 하는 사람들은 학부모 자원봉사자들이면 좋겠어요. 도서선정위원회도 힘이 들어도 학부모들이 참여해야 합니다. 그 힘은 작은 모임부터 하는 게 맞아요. 새 책 서평단, 아이들 추천도서 고르는 모임도 필요해요. 학년별로 그렇게 책을 모아서 읽고 서평을 어떤 식으로든지 써서 도서관벽에다가 “이런 책 읽어보세요” 이렇게 결과물을 내놓으면 선생님들도 설득할 수 있어 가장 좋을 것 같아요.

| 홍 정 희 | 할 일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들어요. 처음에는 서가 정리하고 청소하고 이런 일을 하다가, 사서 선생님이 오시면서 여러 가지 일을 기획하시고 일을 잘 맡아서 해 주시니까 참 좋아요. 도서도우미라고 해서 뭔가 역할을 맡아서 일을 해야 되는데, 한번은 선생님께서 아이들한테 책을 읽어 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복지대상 아이들한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사실, 그거 중요하거든요. 제가 그전에 한 아이를 데리고 했어요. 방학 내내 책을 읽어 줬어요. 4년 동안 했는데, 그게 굉장히 좋았어요. 그 일을 도서도우미 엄마들이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는데 엄마들이 다 겁을 내더라고요. 그런 엄마들의 생각을 바꾸는 게 먼저 돼야 되지 않을까요.
| 김 경 숙 | 경험이 없는 분들은 겁먹는 게 당연해요. 그래도 손잡고 움직여 보세요. 한 번 두 번 경험이 사람을 단단하게 합니다. 그분들한테 다른 세상을 열어 줄 수 있는 기회이지요. 지금 번동중학교 같은 경우는 사서 한사람이 바뀌니까 도서관 양상이 확 달라지는 걸 사람들이 느꼈을 거예요. 그래서 어디든 사람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인상적인 이용자
| 김 경 숙 |
그동안 도서관에 참여하면서 인상적인 이야기 한 가지씩 나누지요. 인상적인 일도 괜찮고, 정말 잊을 수 없는 아이가 있어도 괜찮고요. 황당한 기억도 있을 거고, 아픈 기억도 있을 거예요.
| 김 인 자 | 우리 학교에 자폐가 심한 6학년 아이가 있었어요. 아침 10시에 도서관 문을 여는데, 이 아이가 먼저와 있어요. 마치 교감 선생님처럼 아무 말도 안 하고 복도를 빙빙 돌다가 나랑 눈도 마주치지 않고 혼자서 들어와요. 그러고는 한 바퀴 빙 돌고 나가요. 그리고 수업중에도 혼자 왔다 가요. 그 아이가 2학기에 전학을 갔다가 다시 왔어요. 애가 여기로 다시 오고 싶다고 그랬대요. 그 엄마가 아이 졸업할 때까지,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통학을 했어요. 도서관 때문에 참 좋았다고 했을 때 보람을 느꼈어요.

| 박 경 혜 | 애들한테 약간 왕따 당하는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이 있는데요, 하루에 도서실은 세 번이나 네 번 와요. 책 도서 카드가 모자라면 붙여 주고 해서 이렇게 두꺼워요. 다른 아이들이 놀아 주지 않으니까 쉬는 시간마다 올라오는 것 같아요. ‘도서실이 없었으면 저 아이가 어떻게 학교생활을 버텨낼 수 있을까, 도서실은 정말 좋은 거구나’, 그렇게 느낀 적이 있어요. 책을 빌리러 오면 도서실 선생님들이 “○○이 또 왔네”, “오늘 두 번째네” 하고 반갑게 대해 주잖아요. 그러니까 그 맛에 오고. 웬만한 애들보다는 책을 많이 읽었으니까 나중에는 훨씬 나을 거예요.

| 홍 정 희 | 중학교 도서관인데 그림책 서가가 따로 있어요. 온돌마루 깔아서 따뜻하게 앉아 서로 무릎 맞대고 얘기하고 그러거든요. 초반에 받았던 아이들은 거의 다 왕따 경험이 많은 아이들이고 친구들하고 못 어울린 아이들인데. 그중에 공격적인 아이가 있었어요.

중학교 1학년까지 살면서 사고를 대여섯 번을 당했대요. 자기가 재수가 없는 아이라고, 세상에 태어나 참 재수가 없게 살아서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제가 독서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그 모임에서 친구들이 얘기를 해 주더라고요. “네다섯 번인가 사고가 났는데 죽지 않고 여태까지 살아 있는 거 보면, 너는 재수가 없는 게 아니라 운이 억세게 좋은 아이”라고요. 또래상담이 된 거죠. 그 다음부터 이 아이가 마지막 자서전 쓰기를 하면서 앞으로 계획 같은 걸 쓰는데,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생겨서 책도 많이 봐야 될 것 같고, 공부도 열심히 해야 될 것 같다고 썼어요. 그 아이가 계속 책을 보는데, 최고 많이 볼 때는 17권까지 본대요. 몰입해서 계속 읽어나가는 그 아이를 보면서, 그 아이가 생의 전환점을 맞아 꿈을 가지고 시작할 수 있는 곳이 학교도서관이 될 수 있어서 뿌듯합니다.

| 김 진 희 | 도서관 개관하고 2학년 남자아이가 매일 도서관에 왔어요. 학원도 안 다니는 아이였어요. 줄기차게 앉아서 책을 봐요. 6학년 되니까 도서관 책은 거의 다 읽었다 하더라고요. 그 아이를 어렸을 때부터 보면서 저 아이가 어떻게 자랄까 계속 유심히 바라봤거든요. 중학교에 가서는 도서반장이 되어 자기가 운영자가 되어 열심히 한다고 해요. 그 뒤에 고등학교에 가서도 도서반 활동을 하면서 평생 같이 갈 지기들을 거기에서 만났대요. 지난해에 서울대학교에 조기입학 했는데 학교에 가서 맨 먼저 중앙도서관부터 쭉 돌았다고 하더라고요. 지난해 학도넷 심포지엄에도 나와서 야무진 사례발표를 했지요. 도서관이 키운 아이들은 많아요.

| 서 윤 정 | 저도 기간이 짧지만, 방과 후에 갈 데가 없는 애들을 많이 만났어요. 정도 많이 들어서, 책 정리 하고 있으면 뒤에서 껴안고 “선생님, 저 왔어요” 이렇게 해요. 그런 친구들 보면 대부분 친구들하고 관계는 좋지않았던 경우를 많이 봤어요. 집이 이사를 갔는데, 전학을 안 가고 계속 다니는 애들이 있어요. 남매인데, 전학을 갔다가 다시 왔어요. 그 학교는 도서관이 없다고. 그때는 그냥 흘려들었는데, 아까 선생님 얘기를 들으니까 ‘얘도 그런 경우였구나. 갈 데가 여기밖에 없었던 아이였구나.’ 저는 도서관에서 일하는데, 다가와서 초콜릿하나 쥐어주고 가던 아이들도 많이 기억나는군요.





학교도서관이 나아갈 방향
| 김 경 숙 |
지금 얘기를 쭉 들으니까 도서관이 정말 아이들한테 피난처가 되어 주고, 고향이 되어 주는 그 기억들을 제일 많이 갖고 계신 것 같아요. 학교도서관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요. 요즘 중고등학생들은 입시경쟁으로 더욱 내몰리면서 자유롭고 즐거운 책 읽기도 어려워지고, 도서관도 독서실 중심의 자습실 공간으로 바뀌는 경우가 있어서 많은 걱정들을 사고 있는데요. 여태껏 애를 쓰고 참여하고 가꾸고 했던 학교도서관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면 좋겠다 생각하는지 한 말씀씩 부탁해요.

| 김 인 자 | 말씀하신 그 바람이 초등학교까지 왔어요. 초등학교부터 입시준비로 치닫다 보니까 아이들이 학원으로 내몰리고 자원활동하던 엄마들까지 덩달아 도서관을 떠나는 경우가 있어요. 학원비 뒷바라지한다고 일을 시작하는 엄마들도 있고요. 책과 함께 자라도 입시준비가 된다는 사례들을 많이 보여 주면 설득이 될까요?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자유롭게 책을 보며 자란아이들의 성공 사례를 선배들 입을 통해 듣게 해 주면 좋겠어요.

| 박 경 혜 | 저는 학부모들이 시간과 마음을 내서 사서 선생님 따라 작은 일이라도 기꺼이 나서서 조금씩 힘을 보태고 이러면 자연히 좋은 도서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 김 진 희 | 학교도서관 하면 좋은 책 환경이라든지 그런건 기본적으로 되어 있어야 하고요. 아이들이 정말 편안하게 즐겁게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그런 곳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자면 사서 선생님을 비롯해서 학부모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여튼 아이들이 도서관 하면 “내가 꼭 어떤 책을 고르고 가야지, 저 책을 읽어야지, 이 책이 좋아”만이 아니라, 놀이터 같은 곳이자 친구랑 만날 장소가 되고 정말 편안하게 드나들 수 있는 쉼터 같은 그런 곳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오 현 애 | 학교 선생님들은 임기를 채우고 떠나가는 분들이잖아요. 여기 지역에 사는 것은 우리예요. 우리가 지키고 가꾸어야지요. 우리 책임과 역할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할 일을 찾아 실천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 김 경 숙 | 오늘 말씀을 들으니, 학교도서관이 학부모들이 문화 인자로 거듭나는 장이기도 하고, 지역의 문화를 집약해 내기도 하고 아이들을 함께 키워 내는 장소가 되기도 하는군요. 학교도서관은 교사들 손길뿐 아니라 더 많은 따뜻한 눈길이 필요하지요. 학교와 학부모, 지역이 함께 나서야 되지 않을까요. 학교와 지역 사회연계의 기본은 학부모 협력을 통해서 잘할 수 있어요. 학교도서관은 우리 교육의 최전선입니다. 그러고 보니 학교도서관은 교육운동도 되지만 여성운동, 지역운동도 함께 해내는 공간이라 생각되네요. 그곳에서 우리아이들도 학부모들도 함께 삶을 가꿔 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야기에 빠져서 점심시간도 한참 지났군요. 긴 시간 애쓰셨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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