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활용수업 정보활용교육은 헛되지 아니하다 - ➍ 정보활용교육의 실제 사례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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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08 22:34 조회 8,543회 댓글 0건본문
정보활용교육에 대한 강조는 미래지향적 비전을 가지고 새로운 교육 방법론적 틀을 제시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학교 현장의 많은 이들은 정보활용과정을 단순하고 직관적인 것으로 여겨 정보
활용교육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학생들이 정보원을 이용하여 교과서 내
용을 더 깊고 의미 있게 다룰 수 있도록 가르치는 정보활용교육의 필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
고, 수많은 정보의 바다인 온라인 세상에서 컴퓨터를 이용하여 누구나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고
정보활용교육의 필요성을 일축해 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정보활용교육의 의미와 필요성을 제대로
파악한다면 현재 주입식 교육의 패러다임을 학습자 중심으로 의미 있게 전환시킬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는 정보활용교육의 도입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
앞서 9월, 10월, 11월호에 연재한 글에서 필자는 정보활용교육의 개념, 정보활용교육이 요구하
는 학습환경, 그리고 교수자로서 사서교사의 역할에 관하여 살펴보았다. 필자가 소개한 내용이 이
론적으로 제시된 개념이라 현장 사서교사들에게는 구체적으로 와 닿지 않을 수 있다는 염려가 있
었으나, 그러한 내용은 많은 연구와 수많은 학교 현장의 사례를 바탕으로 형성되었고 정보활용교
육이 어떠한 내용을 가지고 어떠한 목적 아래 시행되어야 한다는 공감대 형성을 위한 큰 틀을 제시
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미국고교의 탐구중심 학습과제수행과정
정보활용교육이 학교도서관 현장에 공허한 메아리로만 들리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연재의 마
지막 글은 조금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다. 필자는 2003년에 미국 고등학생들의 탐구중
심 학습과제 수행과정을 연구하였는데, 이 연구를 통해 학생들이 정보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다양
한 사고력을 활용함을 밝힐 수 있었고, 사고력 함양을 위한 정보활용교육의 중요성을 제시할 수 있
었다. 특히 정보활용교육을 위한 교수설계와 목표설정에 지침이 될 수 있는 틀을 제시하였는데, 국
내 사서교사들에게도 실제 활용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소개하려고 한다. 먼저 배경을 아주
간략하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자료수집 장소: 미 동부 중산층 지역에 위치한 공립고등학교로서 연구진행 당시 학생 수는 1831명, 교사 수는 71명이었다. 학교도서관 담당인력은 사서교사 1인, 사서보조원 2인, 시청각자료담당 1인, 그리고 비서 1인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사서교사가 책임을 맡고 있었다.
■ 교과 과목: 영어과 교과목인 ‘설득력 있는 연설 Persuasive Speech’
■ 학생: 고등학교 2학년 우등생 21명
■ 학습과제
-최종결과물: 5~7분의 연설, 연설의 아웃라인
-과정결과물: 개념도 두 개(과정 시작과 종료 시점에 각각 한 개씩), 정보검색저널, 노트카드(서지 정보 및 주요정보 추출기입)
-학습과제의 조건: 다섯 개 이상의 신뢰성 있는 정보원을 근거로서 인용할 것
■ 학습과제 진행기간: 총 16일
과제를 받아 연설을 하기까지 _ 학습과제의 진행
1. 학습과제 폴더 배부 각 학생들의 학습과제 폴더는 과제 수행을 위한 과정 결과물을 모두 소화할
수 있도록 양식 및 샘플이 포함되어 있었다. 학생들이 정보활용의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과정 중심
의 활동을 혼란스러워 하지 않도록 색깔별 종이를 이용해 양식을 구분하고 폴더를 구성하였다.
2. 학습과제를 위한 주제 선정 학습과제를 부여받은 학생들이 가장 먼저 주제를 선정하였는데, 그 과
목을 10년 이상 담당했던 교과 담당교사는 과거 학생들이 선정한 주제리스트를 준비하여 학생들
에게 알려주고 그중에서 선택할 수 있게 하거나, 자신이 관심 있는 주제를 자유롭게 선정할 수 있
도록 선택권을 주었다. 다만, 찬반이 있을 수 있는 논쟁적인 주제를 정하도록 하였다. 표1은 학생들
이 초기에 선정한 주제와 변경된 주제를 보여준다. 처음에 선정한 주제가 정보활용과정에서 변경
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한 주제변경은 새로운 정보에 접하면서 주제에 대한 초점과 뼈대를 잡아
가는 과정에서 일어난 자연스런 현상으로 이해된다.
3. 개념도 설명과 첫 번째 개념도 작성 필자는 담당교사에게 학습과제의 과정결과물로서 개념도를 포
함할 것을 제안하였다. 여기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었다. 첫째, 개념도는 “학습이라는 지적 여정을
기록하는 강력한 도구”라는 말처럼 객관적으로 접하는 정보를 학습자가 소화하여 그 의미를 표현
하도록 돕는 도구가 될 수 있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흔히 학습의 결과물로 지식수
준을 평가하기 위해 개념도를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나 이 연구에서는 어떠한 시점에 학생이
가진 지식상태를 표현하여 지식상태의 변화를 기록하도록 했다. 둘째, 개념도를 그릴 때 관련 용어
들을 생각해내야 하고 또 그러한 용어들 간의 관계를 생각하여 표현해야 하므로 학생들이 자신이
선정한 주제에 대해 집중할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 이는 후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정
보검색을 위한 좋은 활동이 될 수 있다는 점 또한 고려했다.
4. 도서관 활동 학생들은 교실 대신 도서관에 와서 각자 정보검색과 분석활동을 하였다. 신뢰성 있
는 정보원을 다섯 개 이상 인용해야 한다는 학습과제의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학생들은 데이터
베이스, 인쇄물자료 등을 주로 활용하였고 웹 검색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사서교
사는 선별된 관련 자료를 제공 및 안내했다. 학생들에게 관련 데이터베이스 검색 방법, 색인정보원
이용법, 신뢰성 있는 정보원 평가법을 가르치고 필요한 경우 개별 지도활동을 하였다. 또한 학생들
이 학습과제 수행 중에 정보검색저널 작성을 꾸준히 작성하도록 유도하면서 자신들의 정보활용과
정을 심사숙고하여 진행하고 연속성 있는 사고의 기회를 제공했다. 학생들은 검색 및 분석활동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서 사실정보, 의견정보, 통계정보, 그리고 사례정보를 분석
하여 추출하였다. 담당교사와 사서교사는 개념도에 표현한 주제별로 분류하여 이러한 네 가지 유
형의 정보를 정리하도록 지도했다
5. 두 번째 개념도 작성 도서관 활동 후 관련 정보와 확장된 주제 지식을 가지고 업데이트된 개념도를
그렸다. 개념도는 좀 더 정리된 형태로 구조화된 도식을 보였으며 검색된 많은 정보가 추가됐다.
6. 아웃라인 양식 배부 및 초안 작성 학생들은 두 번째 개념도와 검색되고 평가된 정보내용을 가지고
아웃라인을 구성하였다. 아웃라인 양식은 WORD 형태로 배포되었고 학생들은 양식에 따라 글을
삽입하고 자연스러운 흐름이 되도록 다듬는 과정을 가졌다.
7. 결과물 발표 및 최종 아웃라인 제출 마지막으로 학생들은 5분에서 7분 정도의 연설을 시행하였고
연설에 쓰인 최종 아웃라인을 제출했다.
창조! _ 정보활용 과정에서 발견된 다양한 사고활동
이 연구의 목적 중 하나가 ‘학생들이 정보활용과정을 통해 의미 있는 학습을 하고 있는가’였다. 필
자는 학생들의 개념도 작성, 개개 학생들과의 면담, 그리고 도서관 활동의 관찰을 통해 학생들이
정보활용과정 전반에 걸쳐 다양하고 깊이 있는 사고력을 활용하는 의미 있는 학습을 했다는 연구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기계적인 학습이 아닌
의미 있는 학습은 암기나 이해를 넘어선 다양하고 깊이 있는 사고활동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러한 사고활동은 암기 또는 이해 위주의 주입식 교육을 벗어나기 위해서 꼭 필요한 능력이다.
정보활용과정에서 나타난 학생들의 사고활동을 개정된 블룸의 택사노미1)에 적용하여 구분, 제
시하면 표2와 같다. 개정된 블룸의 택사노미가 원래 사고활동에 따른 학습 단계를 나누고 각 단계
에 맞는 교수목표 개발과 설계를 도와주는 목적이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 연구 결과는 각각의
단계에 해당하는 학생들의 다양한 사고활동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정보활용교육을 위한 교수목
표 개발과 설계에 유용성이 크다고 판단된다. 각 단계별로 발견되 사고 활동을 자세히 살펴보겠다.
1. 기억하다 ‘기억하다’는 제일 낮은 단계의 사고활동이다. 앤더슨과 크래스울은 “장기 기억 장치로
부터 관련 정보를 검색해내기”(p.66)라고 하였는데 이 단계에 적용되는 학생들의 사고활동은 (주
제 관련성) ‘인식하기’와 (주제 관련정보) ‘기억해내기’였다. 학생들은 검색 중 주제 관련성을 보여
주는 제목 등의 서지정보나 본문의 헤드라인 등의 본문 정보를 빠르게 살펴보고 주제 관련성을 인
식하였다. 또한 막상 자신이 원하는 초점이나 방향에 대해 가늠할 수 없을 때 무리하게 생각하려
노력하지 않고 일단 검색을 시도하고 이러한 서지정보 및 본문정보를 빠르게 살펴보고 원하는 것
인지 판단했다.
1) Anderson, L. W, & Krathwohl, D. R. (2001). A Taxonomy for learning, teaching, and assessing: A
revision of Bloom’s taxonomy of educational objectives. New York: Longman.
2. 이해하다 ‘이해하다’는 “말, 글, 그래프 등의 표현된 내용으로부터 의미를 구성하다”(p.70)고 정의
된다. 학생들은 이 단계에 해당하는 ‘비교하고 추출하기’와 ‘자세하고 구체적 정보를 확인하기’ 활
동을 했다. 학생들은 데이터베이스 등 전자정보원이 제공하는 많은 양의 정보를 검색하면서 전자
정보원의 장점을 충분히 누리고 있었다. 잘 알지 못하는 주제에 대하여는 배경정보를 찾아 정독하
기보다는 일단 검색을 시도하며 검색된 결과가 제시하는 정보의 서지정보 및 본문정보를 빠르게
살펴보며 일반화하여 주제 내용을 가늠하였다. 또한 빠르게 살펴보다가 사실, 의견, 통계, 사례 정
보 등 자신들의 학습과제가 요구하는 정보가 발견되면 천천히 읽어나가며 이해를 시도했다.
3. 적용하다 ‘적용하다’는 “새롭게 주어진 상황에서 어떠한 절차를 수행한다”(p.74)고 정의된다. 학
생들은 이 단계에 해당하는 ‘추출된 정보로부터 아이디어 만들어내기’와 ‘정보에 따라 아이디어
재정리하기’ 활동을 했다. 초기 개념도에 제시된 주제관련 아이디어들은 정보검색을 통해 확장되
고 수정 및 재정리되어 학생들이 검색정보를 자신들의 주제에 적용하는 사고활동을 보였다.
4. 분석하다 ‘분석하다’는 정보를 “구성 요소별로 쪼개어 그 요소들 간의 연관성을 밝히고 전체 조
직 및 목적의 연관성을 결정한다”(p.79)고 정의된다. 학생들은 이 단계에 해당하는 ‘초점 맞추기’와
‘분류하고 아웃라인 만들기’의 사고활동을 보였다. 이 단계부터는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조직적으
로 표현하려고 검색 정보를 분석하는 사고활동을 보였다. 광범위한 주제를 선택한 경우, 학생들이
초점을 명확히 하려는 시도를 보였으며, 그러한 가운데 소주제별로 정보를 분류하고 이들 간의 관
계를 명확히 하려고 시도했다. 이는 아웃라인을 작성하는 사고활동을 통해 제시됐다.
5. 평가하다 ‘평가하다’는 “설정된 기준에 근거하여 판단을 내린다”(p.83)고 정의되며 학생들은 정보
의 ‘우선순위 정하기’와 ‘확인하기’ 활동을 하였다. 학생들의 결과물은 5분에서 7분이라는 (연설)
시간의 제한이 있었기 때문에 수집한 모든 정보를 다 포함시킬 수 없었다. 따라서 우선적으로 언급
되어야 할 정보의 순위를 정하여 순위에 밀리는 정보는 과감히 생략했다. 또한 정보원의 신뢰성을
확인하여 신뢰성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정보원들은 좀 더 신뢰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정보원으로
대체하기도 하였다.
6. 창조하다 가장 높은 단계인 ‘창조하다’는 “요소들을 모두 종합하여 논리적, 기능적으로 완전한 전
체를 구성하고 요소들을 재정리하여 새로운 패턴과 구조를 만든다”(p.84)고 정의된다. 학생들은
(주제관련 주장) ‘가설 만들기’와 (아이디어) ‘구성하기’ 활동을 진행하였다. 사실 이 단계는 이하
다섯 개의 하위 단계가 전제되며 학생들은 이러한 다양한 사고활동을 통해 자신만의 관점을 보여
주는 논리적 결과물을 제시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단계라고 할 수 있다. 학습 과제 자체가 ‘창조
하다’ 단계의 교수목표를 가지고 시작했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많은 과정결과물이 요구되었다. 개
념도 아웃라인 작성을 통해 자신만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했으며 정보검색과 활용을 통해 주
제학습을 하면서 자신의 주장에 대한 근거를 발견하고 제시할 수 있었다.
실제 본 연구 결과를 정보활용교육에 적용하면 사서교사는 여섯 단계에 제시된 사고활동을 중
심으로 교수설계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소개된 학습과제는 마지막 단계인 ‘창조하기’ 학습을 목
표로 하고 있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학생들이 주장에 대한 가설을 세우고 내용을 구성하는 사고
활동을 했다. 사서교사는 학생들이 보여준 사고활동을 교수목표로 삼아 학습과제를 설계하고 구
성할 수 있다. 또한 ‘창조하기’ 학습 단계는 하위 단계의 활동을 전제로 하므로 본 연구에서 제시된
하위 단계의 사고활동을 모델로 하여 세부 목표 설정을 비롯한 학습과정의 설계를 할 수 있다.
무엇이 사서 교사의 역할을 대신 할것인가
필자는 본 연구 결과를 통해서 밝혀진 정보활용교육의 교수자로서 사서교사의 중요성을 꼭 한 번
더 강조하면서 이 연재를 마치고 싶다. 정보기술이 발전하면서 컴퓨터와 정보시스템은 점점 더 우
리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용이하게 검색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으나 그러한 시스템조차 정보를
기억해내고 이해하는 수준 이상으로 우리를 도와주기 어렵다. 생각을 대신해줄 수 없는 것이다. 정
보를 적용하고 분석 및 평가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창조적인 자신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은
‘깊고 복잡한 생각’을 필요로 하며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을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여기에 사서교사의 역할이 있다. 정보활용교육은 정보활용과정에서 ‘깊이 있는 생각’을 할 수 있
도록 그 방법을 알려주어 학습을 잘할 수 있게 교육한다. 따라서 사서교사는 학생들 수준에 맞는
적절한 학습과제 설계로부터 시작하여 그러한 과정을 순탄하게 진행할 수 있는 교수전략과 교수
자료를 갖추도록 해야 할 것이다. 사서교사는 정보활용교육을 통하여 깊이 있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다. 그리고 학생들은 깊이 있는 생각을 요구하는 학습과제를 ‘혼란스럽지 않게’ 배
우는 즐거움을 느끼며 ‘의미 있는’ 학습을 할 수 있다.
의도가 담겨 있다. 학교 현장의 많은 이들은 정보활용과정을 단순하고 직관적인 것으로 여겨 정보
활용교육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학생들이 정보원을 이용하여 교과서 내
용을 더 깊고 의미 있게 다룰 수 있도록 가르치는 정보활용교육의 필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
고, 수많은 정보의 바다인 온라인 세상에서 컴퓨터를 이용하여 누구나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고
정보활용교육의 필요성을 일축해 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정보활용교육의 의미와 필요성을 제대로
파악한다면 현재 주입식 교육의 패러다임을 학습자 중심으로 의미 있게 전환시킬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는 정보활용교육의 도입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
앞서 9월, 10월, 11월호에 연재한 글에서 필자는 정보활용교육의 개념, 정보활용교육이 요구하
는 학습환경, 그리고 교수자로서 사서교사의 역할에 관하여 살펴보았다. 필자가 소개한 내용이 이
론적으로 제시된 개념이라 현장 사서교사들에게는 구체적으로 와 닿지 않을 수 있다는 염려가 있
었으나, 그러한 내용은 많은 연구와 수많은 학교 현장의 사례를 바탕으로 형성되었고 정보활용교
육이 어떠한 내용을 가지고 어떠한 목적 아래 시행되어야 한다는 공감대 형성을 위한 큰 틀을 제시
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미국고교의 탐구중심 학습과제수행과정
정보활용교육이 학교도서관 현장에 공허한 메아리로만 들리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연재의 마
지막 글은 조금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다. 필자는 2003년에 미국 고등학생들의 탐구중
심 학습과제 수행과정을 연구하였는데, 이 연구를 통해 학생들이 정보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다양
한 사고력을 활용함을 밝힐 수 있었고, 사고력 함양을 위한 정보활용교육의 중요성을 제시할 수 있
었다. 특히 정보활용교육을 위한 교수설계와 목표설정에 지침이 될 수 있는 틀을 제시하였는데, 국
내 사서교사들에게도 실제 활용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소개하려고 한다. 먼저 배경을 아주
간략하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자료수집 장소: 미 동부 중산층 지역에 위치한 공립고등학교로서 연구진행 당시 학생 수는 1831명, 교사 수는 71명이었다. 학교도서관 담당인력은 사서교사 1인, 사서보조원 2인, 시청각자료담당 1인, 그리고 비서 1인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사서교사가 책임을 맡고 있었다.
■ 교과 과목: 영어과 교과목인 ‘설득력 있는 연설 Persuasive Speech’
■ 학생: 고등학교 2학년 우등생 21명
■ 학습과제
-최종결과물: 5~7분의 연설, 연설의 아웃라인
-과정결과물: 개념도 두 개(과정 시작과 종료 시점에 각각 한 개씩), 정보검색저널, 노트카드(서지 정보 및 주요정보 추출기입)
-학습과제의 조건: 다섯 개 이상의 신뢰성 있는 정보원을 근거로서 인용할 것
■ 학습과제 진행기간: 총 16일
과제를 받아 연설을 하기까지 _ 학습과제의 진행
1. 학습과제 폴더 배부 각 학생들의 학습과제 폴더는 과제 수행을 위한 과정 결과물을 모두 소화할
수 있도록 양식 및 샘플이 포함되어 있었다. 학생들이 정보활용의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과정 중심
의 활동을 혼란스러워 하지 않도록 색깔별 종이를 이용해 양식을 구분하고 폴더를 구성하였다.
2. 학습과제를 위한 주제 선정 학습과제를 부여받은 학생들이 가장 먼저 주제를 선정하였는데, 그 과
목을 10년 이상 담당했던 교과 담당교사는 과거 학생들이 선정한 주제리스트를 준비하여 학생들
에게 알려주고 그중에서 선택할 수 있게 하거나, 자신이 관심 있는 주제를 자유롭게 선정할 수 있
도록 선택권을 주었다. 다만, 찬반이 있을 수 있는 논쟁적인 주제를 정하도록 하였다. 표1은 학생들
이 초기에 선정한 주제와 변경된 주제를 보여준다. 처음에 선정한 주제가 정보활용과정에서 변경
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한 주제변경은 새로운 정보에 접하면서 주제에 대한 초점과 뼈대를 잡아
가는 과정에서 일어난 자연스런 현상으로 이해된다.
3. 개념도 설명과 첫 번째 개념도 작성 필자는 담당교사에게 학습과제의 과정결과물로서 개념도를 포
함할 것을 제안하였다. 여기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었다. 첫째, 개념도는 “학습이라는 지적 여정을
기록하는 강력한 도구”라는 말처럼 객관적으로 접하는 정보를 학습자가 소화하여 그 의미를 표현
하도록 돕는 도구가 될 수 있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흔히 학습의 결과물로 지식수
준을 평가하기 위해 개념도를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나 이 연구에서는 어떠한 시점에 학생이
가진 지식상태를 표현하여 지식상태의 변화를 기록하도록 했다. 둘째, 개념도를 그릴 때 관련 용어
들을 생각해내야 하고 또 그러한 용어들 간의 관계를 생각하여 표현해야 하므로 학생들이 자신이
선정한 주제에 대해 집중할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 이는 후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정
보검색을 위한 좋은 활동이 될 수 있다는 점 또한 고려했다.
4. 도서관 활동 학생들은 교실 대신 도서관에 와서 각자 정보검색과 분석활동을 하였다. 신뢰성 있
는 정보원을 다섯 개 이상 인용해야 한다는 학습과제의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학생들은 데이터
베이스, 인쇄물자료 등을 주로 활용하였고 웹 검색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사서교
사는 선별된 관련 자료를 제공 및 안내했다. 학생들에게 관련 데이터베이스 검색 방법, 색인정보원
이용법, 신뢰성 있는 정보원 평가법을 가르치고 필요한 경우 개별 지도활동을 하였다. 또한 학생들
이 학습과제 수행 중에 정보검색저널 작성을 꾸준히 작성하도록 유도하면서 자신들의 정보활용과
정을 심사숙고하여 진행하고 연속성 있는 사고의 기회를 제공했다. 학생들은 검색 및 분석활동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서 사실정보, 의견정보, 통계정보, 그리고 사례정보를 분석
하여 추출하였다. 담당교사와 사서교사는 개념도에 표현한 주제별로 분류하여 이러한 네 가지 유
형의 정보를 정리하도록 지도했다
5. 두 번째 개념도 작성 도서관 활동 후 관련 정보와 확장된 주제 지식을 가지고 업데이트된 개념도를
그렸다. 개념도는 좀 더 정리된 형태로 구조화된 도식을 보였으며 검색된 많은 정보가 추가됐다.
6. 아웃라인 양식 배부 및 초안 작성 학생들은 두 번째 개념도와 검색되고 평가된 정보내용을 가지고
아웃라인을 구성하였다. 아웃라인 양식은 WORD 형태로 배포되었고 학생들은 양식에 따라 글을
삽입하고 자연스러운 흐름이 되도록 다듬는 과정을 가졌다.
7. 결과물 발표 및 최종 아웃라인 제출 마지막으로 학생들은 5분에서 7분 정도의 연설을 시행하였고
연설에 쓰인 최종 아웃라인을 제출했다.
창조! _ 정보활용 과정에서 발견된 다양한 사고활동
이 연구의 목적 중 하나가 ‘학생들이 정보활용과정을 통해 의미 있는 학습을 하고 있는가’였다. 필
자는 학생들의 개념도 작성, 개개 학생들과의 면담, 그리고 도서관 활동의 관찰을 통해 학생들이
정보활용과정 전반에 걸쳐 다양하고 깊이 있는 사고력을 활용하는 의미 있는 학습을 했다는 연구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기계적인 학습이 아닌
의미 있는 학습은 암기나 이해를 넘어선 다양하고 깊이 있는 사고활동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러한 사고활동은 암기 또는 이해 위주의 주입식 교육을 벗어나기 위해서 꼭 필요한 능력이다.
정보활용과정에서 나타난 학생들의 사고활동을 개정된 블룸의 택사노미1)에 적용하여 구분, 제
시하면 표2와 같다. 개정된 블룸의 택사노미가 원래 사고활동에 따른 학습 단계를 나누고 각 단계
에 맞는 교수목표 개발과 설계를 도와주는 목적이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 연구 결과는 각각의
단계에 해당하는 학생들의 다양한 사고활동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정보활용교육을 위한 교수목
표 개발과 설계에 유용성이 크다고 판단된다. 각 단계별로 발견되 사고 활동을 자세히 살펴보겠다.
1. 기억하다 ‘기억하다’는 제일 낮은 단계의 사고활동이다. 앤더슨과 크래스울은 “장기 기억 장치로
부터 관련 정보를 검색해내기”(p.66)라고 하였는데 이 단계에 적용되는 학생들의 사고활동은 (주
제 관련성) ‘인식하기’와 (주제 관련정보) ‘기억해내기’였다. 학생들은 검색 중 주제 관련성을 보여
주는 제목 등의 서지정보나 본문의 헤드라인 등의 본문 정보를 빠르게 살펴보고 주제 관련성을 인
식하였다. 또한 막상 자신이 원하는 초점이나 방향에 대해 가늠할 수 없을 때 무리하게 생각하려
노력하지 않고 일단 검색을 시도하고 이러한 서지정보 및 본문정보를 빠르게 살펴보고 원하는 것
인지 판단했다.
1) Anderson, L. W, & Krathwohl, D. R. (2001). A Taxonomy for learning, teaching, and assessing: A
revision of Bloom’s taxonomy of educational objectives. New York: Longman.
2. 이해하다 ‘이해하다’는 “말, 글, 그래프 등의 표현된 내용으로부터 의미를 구성하다”(p.70)고 정의
된다. 학생들은 이 단계에 해당하는 ‘비교하고 추출하기’와 ‘자세하고 구체적 정보를 확인하기’ 활
동을 했다. 학생들은 데이터베이스 등 전자정보원이 제공하는 많은 양의 정보를 검색하면서 전자
정보원의 장점을 충분히 누리고 있었다. 잘 알지 못하는 주제에 대하여는 배경정보를 찾아 정독하
기보다는 일단 검색을 시도하며 검색된 결과가 제시하는 정보의 서지정보 및 본문정보를 빠르게
살펴보며 일반화하여 주제 내용을 가늠하였다. 또한 빠르게 살펴보다가 사실, 의견, 통계, 사례 정
보 등 자신들의 학습과제가 요구하는 정보가 발견되면 천천히 읽어나가며 이해를 시도했다.
3. 적용하다 ‘적용하다’는 “새롭게 주어진 상황에서 어떠한 절차를 수행한다”(p.74)고 정의된다. 학
생들은 이 단계에 해당하는 ‘추출된 정보로부터 아이디어 만들어내기’와 ‘정보에 따라 아이디어
재정리하기’ 활동을 했다. 초기 개념도에 제시된 주제관련 아이디어들은 정보검색을 통해 확장되
고 수정 및 재정리되어 학생들이 검색정보를 자신들의 주제에 적용하는 사고활동을 보였다.
4. 분석하다 ‘분석하다’는 정보를 “구성 요소별로 쪼개어 그 요소들 간의 연관성을 밝히고 전체 조
직 및 목적의 연관성을 결정한다”(p.79)고 정의된다. 학생들은 이 단계에 해당하는 ‘초점 맞추기’와
‘분류하고 아웃라인 만들기’의 사고활동을 보였다. 이 단계부터는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조직적으
로 표현하려고 검색 정보를 분석하는 사고활동을 보였다. 광범위한 주제를 선택한 경우, 학생들이
초점을 명확히 하려는 시도를 보였으며, 그러한 가운데 소주제별로 정보를 분류하고 이들 간의 관
계를 명확히 하려고 시도했다. 이는 아웃라인을 작성하는 사고활동을 통해 제시됐다.
5. 평가하다 ‘평가하다’는 “설정된 기준에 근거하여 판단을 내린다”(p.83)고 정의되며 학생들은 정보
의 ‘우선순위 정하기’와 ‘확인하기’ 활동을 하였다. 학생들의 결과물은 5분에서 7분이라는 (연설)
시간의 제한이 있었기 때문에 수집한 모든 정보를 다 포함시킬 수 없었다. 따라서 우선적으로 언급
되어야 할 정보의 순위를 정하여 순위에 밀리는 정보는 과감히 생략했다. 또한 정보원의 신뢰성을
확인하여 신뢰성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정보원들은 좀 더 신뢰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정보원으로
대체하기도 하였다.
6. 창조하다 가장 높은 단계인 ‘창조하다’는 “요소들을 모두 종합하여 논리적, 기능적으로 완전한 전
체를 구성하고 요소들을 재정리하여 새로운 패턴과 구조를 만든다”(p.84)고 정의된다. 학생들은
(주제관련 주장) ‘가설 만들기’와 (아이디어) ‘구성하기’ 활동을 진행하였다. 사실 이 단계는 이하
다섯 개의 하위 단계가 전제되며 학생들은 이러한 다양한 사고활동을 통해 자신만의 관점을 보여
주는 논리적 결과물을 제시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단계라고 할 수 있다. 학습 과제 자체가 ‘창조
하다’ 단계의 교수목표를 가지고 시작했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많은 과정결과물이 요구되었다. 개
념도 아웃라인 작성을 통해 자신만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했으며 정보검색과 활용을 통해 주
제학습을 하면서 자신의 주장에 대한 근거를 발견하고 제시할 수 있었다.
실제 본 연구 결과를 정보활용교육에 적용하면 사서교사는 여섯 단계에 제시된 사고활동을 중
심으로 교수설계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소개된 학습과제는 마지막 단계인 ‘창조하기’ 학습을 목
표로 하고 있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학생들이 주장에 대한 가설을 세우고 내용을 구성하는 사고
활동을 했다. 사서교사는 학생들이 보여준 사고활동을 교수목표로 삼아 학습과제를 설계하고 구
성할 수 있다. 또한 ‘창조하기’ 학습 단계는 하위 단계의 활동을 전제로 하므로 본 연구에서 제시된
하위 단계의 사고활동을 모델로 하여 세부 목표 설정을 비롯한 학습과정의 설계를 할 수 있다.
무엇이 사서 교사의 역할을 대신 할것인가
필자는 본 연구 결과를 통해서 밝혀진 정보활용교육의 교수자로서 사서교사의 중요성을 꼭 한 번
더 강조하면서 이 연재를 마치고 싶다. 정보기술이 발전하면서 컴퓨터와 정보시스템은 점점 더 우
리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용이하게 검색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으나 그러한 시스템조차 정보를
기억해내고 이해하는 수준 이상으로 우리를 도와주기 어렵다. 생각을 대신해줄 수 없는 것이다. 정
보를 적용하고 분석 및 평가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창조적인 자신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은
‘깊고 복잡한 생각’을 필요로 하며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을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여기에 사서교사의 역할이 있다. 정보활용교육은 정보활용과정에서 ‘깊이 있는 생각’을 할 수 있
도록 그 방법을 알려주어 학습을 잘할 수 있게 교육한다. 따라서 사서교사는 학생들 수준에 맞는
적절한 학습과제 설계로부터 시작하여 그러한 과정을 순탄하게 진행할 수 있는 교수전략과 교수
자료를 갖추도록 해야 할 것이다. 사서교사는 정보활용교육을 통하여 깊이 있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다. 그리고 학생들은 깊이 있는 생각을 요구하는 학습과제를 ‘혼란스럽지 않게’ 배
우는 즐거움을 느끼며 ‘의미 있는’ 학습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