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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활용수업 시가 내게로 오다 - ➌ 시낭송회, 시비평회, 시화전시회, 시낭송축제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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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18 13:11 조회 8,853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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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그 나이였어…시가/ 나를 찾아왔어. 몰라, 그게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어, 겨울에서인지 강에서인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어,
아냐, 그건 목소리가 아니었고, 말도/ 아니었으며, 침묵도 아니었어……
-「시詩」, 파블로 네루다,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 중

아침부터 도서관이 부산스러웠다. 지난 시간에 미리 예고한 시낭송과 시비평회를 준비하며 아이들은 각자 준비한 배경음악 파일을 도서관 컴퓨터에 저장하느라 분주했다. 미처 음악을 준비하지 못한 아이들을 위해 몇 개의 음악 시디를 미리 준비해 두었다.

시낭송 발표수업은 아이들에게 그동안의 탐구수업을 통한 애송시 찾아 정리하기(개인별⇒두레별⇒학급별), 암송하기, 시화꾸미기 등을 활동하며 최종적인 ‘나만의 시’를 낭송 혹은 암송하고 감상하는 통합적인 수업이다. 자신이 선택한 시 한 편을 발표하기 위해 느낌과 분위기를 시화로 표현해보고, 시적 분위기에 어울리는 배경음악을 찾아 준비하고 실제로 친구들 앞에서 낭송과 비평을 하는 가슴 떨림. 더불어 친구들의 발표를 들으며 감상을 메모하고 사고하며, 진지하게 평가하는 활동을 통해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등 총체적인 언어활동을 수행하는 수업.

그러기에 아이들에겐 충분한 준비 시간을 확보해주고, 미처 준비가 부족한 아이들은 개별적
으로 도움을 주며 미리 낭송 연습과 나아가 암송을 할 수 있도록 격려했다. 어쩌면 한순간의
발표를 위해 긴 시간을 준비하며 조바심치고 마음 설레는 과정이 아이들에겐 더욱 소중한 체
험이 되어 시의 가슴을 품게 했다.



시화전시로 한껏 분위기를 띄우고…
아이들만 분주한 것은 아니었다. 시낭송과 시비평 발표수업을 위해 도서관의 분위기도 최선을
다해 꾸몄다. 시 탐구수업을 통해 미리미리 제출한 인상적인 시구들은 산뜻한 색상지에 인쇄
하여 도서관에 오르는 계단 사이사이에 붙여 걸음이, 마음이 머물도록 했다. 도서반 아이들의
봉사활동으로 화장실 눈길 가는 곳에도 붙여주었다. 아이들 각자가 A4 용지에 미리 제출한 나
만의 애송시화들은 모두 코팅하여 창가에 걸어주었다. 전시가 끝난 후 개인별 멋진 책받침을
갖게 될 터였다. 학교 기사님이 신경 써서 가꾼 국화 화분을 얻어다 분위기를 자아내고, 특수
학급 선생님의 협조를 얻어 풍선으로 그럴싸한 무대도 꾸몄다. 스탠드 마이크와 무선 마이크
도 준비하여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했다.

전교생을 대상으로 ‘시란 □이다’라는 네모퍼즐을 공모하여 아이들의 상상력과 감수성을
동원했다. 그리고 우수작은 도서관의 눈에 띄는 곳곳에 게시하여 다시금 생각거리를 던져주었
다. 점심시간에 도서관을 찾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풍선시 만들기를 하여 크게 불게 한 후, 자
발적으로 인상적인 시구를 써넣어 여기저기 매달아 재미와 분위기를 한층 띄웠다.

무엇보다 고마운 것은 미술선생님의 협조였다. 학기 초에 사전 협의를 하여 2학년 미술시간
에 학급공동작으로 시 글자 조각을 하였다. 아이들이 미리 토의하여 정한 학급시를 각자 1~2
개의 글자를 맡아 종이공예로 부조하여 전지 판넬에 붙이면 멋진 한 편의 시 조각 협동작품이
됐다. 도서관 복도에 이젤에 세워 전시한 시화를 감상하며 아이들은 스스로 대견해 하고 뿌듯
해 했다. 학급구성원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협동활동을 통해 시화 꾸미기를 하며 공동체 의식
을 느낄 수 있었다.

각자 낭송하고, 서로비평하고, 함께 감상하고
학급별로 약속한 발표수업일에 아이들이 도서관에 들어서면 영상시 감상과 시노래로 긴장된
마음을 열어주고, 교사인 내가 먼저 시범을 보였다. 아이들과 똑같은 활동지를 작성하고, 애송
시를 암송하며, 배경음악을 고르고, 잠시 아이들의 하냥 풋풋한 마음이 되어 더불어 시수업을
열어가곤 했다.

일단 시낭송과 비평회가 시작되면 어느 누구도 중간에 끼어들지 않도록 하고, 오롯이 시를
읊고 감상을 나누는 시간이 되도록 했다. 상호감상 활동지에 발표자의 태도, 낭송(호흡과 어조),
비평(내용), 인상적인 점 등을 간단히 기록하며 듣도록 하면 아이들은 마치 스스로 비평와 평론가가
되기라도 한 듯 사뭇 진지한 자세로 수업에 참여했다. 굳이 순서를 정하지 않더라
도 아이들의 발표 순서는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무대 옆에 대기석을 마련하여 다음 발표자가
미리 대기석에 나와 앉아 마음의 준비를 하도록 하면 자신 있는 아이들부터 발표를 하게 되고,
아이들은 스스로 배워갔다.

어느 해인가는 담임선생님이 학급 아이들의 시낭송 수업을 참관하고 싶다고 하여 두 시간
내내 참관을 하셨는데, 미처 몰랐던 학급 아이들의 면면을 알게 되었다며 시수업의 감동을 함
께 나누기도 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잊지 못할 수업은 홍천 시골학교 아이들과 함께 교정 뒷동산에서 야외
수업으로 펼친 시감상 수업이다. 노란 산국이며 구절초, 쑥부쟁이가 피어나고, 바람은 산들한
데, 단풍이 막 물들어가는 떡갈나무 아래 둘러앉은 아이들은 그 자체로 훌륭한 무대를 이루었
다.

아이들은 이미 자신의 애송시를 모두 암송하여 자신감에 넘치고 나름대로 감상과 비평을
막힘없이 풀어내며 누구랄 것도 없이 스스로 일어나 아름다운 자연 속 주인공이 됐다. 마지막
으로 특수학급 친구가 어눌한 목소리로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
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너에게 묻는다」, 안도현) 낭송을 마쳤을 때 마음에서 우러나는
박수가 울렸다. 그날 상호감상 활동지에 수업 소감을 정리하며 아이들의 눈빛에 어린 즐거움
과 상기된 표정이 불현듯 생각날 때마다 코끝이 싸~해지곤 한다. 그 가을날, 부서질 듯 투명한
햇살 아래 한 폭의 맑은 수채화로 내 가슴에 남아 있는 아이들…….


시낭송축제의 밤… 멋대로, 맛대로, 맘대로!
학급별로 국어수업 시간에 펼친 시낭송과 비평을 겸한 ‘작은 시낭송회’가 끝나면 도서관 행
사로 시낭송축제의 밤을 열었다. 우선 학급에서 상호감상 평가를 통해 추천된 아이들과, 교내
시암송대회에서 선발된 아이들이 우선 순서를 맡고, 희망하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나머지 순
서를 맡았다. 그저 참가하겠다는 아이들에게도 자유롭게 방청객 순서를 넣었다. 혼자서 혹은
둘이서, 더러는 선생님과 함께 짝을 이룬 적극적인 아이들도 있었고, 희망하는 학부모들도 참
여했다. 교정의 은행잎이 노랗게 흩어지는 시월의 마지막 밤, 아이들은 이미 교내 시암송대회
를 통해 개인별 애송시, 두레시, 학급시는 물론 전교생 지정시로 안내한 「사랑」(김남주)과 국
어시간마다 함께 읽은 시를 통해 15~20여 편의 시는 절로 암송했다. 좀 더 적극적인 아이들은
30~40여 편의 시도 거뜬하게 읊조렸다.

학부모가 기증한 누런 호박 두어 통을 아이들이 직접 손질하여 호박등을 만들어 도서관 무
대에 꾸미니 더욱 그럴싸한 분위기가 흘렀다. 마음 열기를 위해 특별히 초청한 마임 강사의 특
강과 몇 동작을 직접 몸으로 표현하기를 배우며 시적 상상력을 떠올리게 했다. 장날에 미리 잘
익은 홍옥 사과를 한 바구니 사두었다가 친구들과 선생님, 부모님과 더불어 사과를 쪼개 나눠
먹으며 김남주 시인의 「사랑」을 함께 낭송했다. ‘사랑만이/ 인간의 사랑만이/ 사과 하나 둘로
쪼개 나눠가질 줄 안다.’ 시낭송축제의 밤, 아름다운 나눔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아이들의
애송시가 이어지고, 중간 중간 시인의 육성 녹음시와 선생님과 부모님의 애송시도 이어졌다.

친구를 위한 헌시가 발표되자 아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꼬리를 물며 헌시 낭송과 암송이 감
동의 물결 속에 두 시간이 넘도록 이어졌다. 한밤중, 별똥별이 지는 운동장에 나가서는 두 남학
생이 자발적으로 주고받으며 「별헤는 밤」(윤동주)을 막힘없이 암송했다.

자정이 되어서야 자리를 정돈하고 그 밤, 아이들은 영화 속 시인의 삶 속으로 빠져들었다. <일
포스티노>(마이클 레드포드 감독), 노벨문학상을 받은 세계적 명성의 칠레 시인 파블로 네루
다와 지중해의 작은 섬 어부의 아들인 우편배달부 청년 마리오와의 우정과 잔잔한 사랑, 시에
대한 열정. 그림같은 지중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아름답고 무한한 시적 은유의 세계로, 마치
한 편의 시를 써 내린 듯한 영화의 흐름 속으로 아이들의 마음은 차츰 젖어들었다. 한 아이는
그 밤의 느낌을 “시가 내게로 왔다”고 쓰기도 했으며, 한 편의 시로 막힘없이 마음을 표현한 아
이도 있다.



“가을이 한껏 깊어갔다. 아침저녁 삽상한 바람결이 어느덧 쌀랑쌀랑, 하늘도 점점 푸르러지던 그날, 그가 날 찾아
왔다. 나뭇잎이 서서히 물들어 가듯이, 내 마음도 차츰 그에게 물들어 갔다. 그가 날 찾아온 날은 우리 학교 도서관
글빛나래 시낭송축제의 밤이었다. 그를 만나리라고는 생각도,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아니 마음의 준비도 전혀 하지
않은 나의 빈 마음을 가만가만 울리며 그가 내게로 왔다. 그는 내 고정관념을 깨뜨려주었고, 전혀 다른 느낌으로 날
찾아왔다.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되어주기도 했고, 아무도 모르게 무언가에 빗대어 내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
도 가르쳐주었다. 가을을 닮아 외로워지는 내 마음을 어루만지며…….” -「시가 내게로 왔다」, 동화중 2학년 엄채린

축제
잊을 수 없네,/ 재잘대던 목소리/ 저릿하게 울리던 목소리/ 온 밤을 함께 했던 몸짓
별빛이 흐르는 시간/ 시가 흐르는 시간/ 마음이 마음으로 흐르는 시간/ 멈추고 싶었네.
옹기종기 모여 앉아/ 음식을 나누듯/ 누군가를 위해 묻어둔 마음/ 낭랑한 목소리로 내보이던 시간
시에 취해, 우정에 취해/ 울먹이던 눈망울/ 영화보다 진지했던 표정/ 이슬떨이, 먼저 일어나
새벽을 훔쳐버린 우리들/ 텅 빈 운동장 가슴가득 밀려왔네.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 한 자락/ 살며시 품었다네/ 마음은 시를 노래하고
눈은 깜박이며 수없이 셔터를 누르고/ 가슴 깊이, 깊숙이/ 누구도 갖지 못할 나만의,
우리들만의 추억을 품었다네,/ 축제의 그 밤. -「시낭송축제의 밤을 마치고」, 동화중 2학년 김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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