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활용수업 시인과의 만남, 그 아름다운 소통과 향기 - ➍ 체험활동수업 - 시인초청강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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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15 22:45 조회 7,763회 댓글 0건본문
“얘들아, 시인이 오신대~. 정말 살아 계신 국어책의 작가, 시인이 오신대~.”
아이들이 먼저 흥분하여 들썩였다. 그해 여름, 정호승 시인은 초록의 싱그러운 햇살을 안고 정말로 강원도 산골 학교를 찾아오셨다. 버스를 타고 여우고개를 넘어 구불구불 소구니 강변을 따라, 그렇게 아이들의 마음 한 자락에 선물처럼 시인이 오셨다.
시인초청강연을 준비하며 아이들이 선택한 시인은 뜻밖에도 국어교과서에 소개된 정호승시인이었다. 평소 학교 방문을 부담스러워 하신다는 시인께 아이들은 손수 초청글을 보내고 성심을 다하여 시인과의 만남을 고대하고 준비했다. 평소에 날마다, 다달이 시를 읊고 암송하며 시와 친해진 경험을 바탕으로 학교도서관에 시인의 시집과 산문, 동화 등 50여 권을 미리 구비하여 읽고, 전교생이 시인의 인상적인 시를 각자 시화로 꾸며 시인이 들어오는 현관입구에서부터 복도의 창가까지, 도서관의 온 사방에 전시하고는 쉬는 시간, 점심시간, 방과 후에도 들며날며 감상했다.
시인의 시를 낭송하고 암송하며 시노래를 함께 부르고 악기로 연주했다. 시집에 대한 감상을 다행시로 표현해 보기도 했다. 다양한 내용의 질문지도 미리미리 받아 따로 전시했다. 시인께서 돌아보며 뽑아들고 친히 답변을 해 나가시도록…. 교사들도 아이들의 들썩임에 동참하여 틈틈이 짬을 내어 기타 반주에 맞춰 시인의 「수선화에게」 시노래를 연습하며 사전 공연을 준비했다. 정작, 시인과의 만남을 설렘으로 준비하며 기다리는 한 달여 시간이 아이들에게는 참으로 소중하고 아름다운 경험이었다.
시인을 만나고, 아이들은 어느덧 스스로 시인이 되었네
[시인과의 만남, 그 아름다운 소통과 향기_ 정호승 시인을 만나다] 주제에 걸맞게 아이들은 두어 시간이 넘도록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시인의 강연과 대화에 몰입했다.
아예 도서관 책상과 의자를 모두 치우고 바닥에 편히 앉아 전교생과 교직원, 그리고 문화적 경험이 거의 없는 시골의 학부모님들까지 초대하여 한바탕 잔치처럼 즐겁고 신나게 시인과의 만남을 가졌다. 감자밭에서 일하시다 손을 털고 갓 캐낸 햇감자를 감사의 마음을 담아 시인께 드린 학부모님도 계셨다. 시낭송을 주고받고 시인의 자작시 낭송을 화답으로 듣고, 교사들의 시노래 중창과 아이들이 특별히 준비한 플루트와 리코더 연주를 감상하며 우리는 행복했다. 아담한 학교도서관에 시와 음악이 흐르는 작은 시낭송콘서트 무대가 열린 듯했다.
그동안 학교 강연을 꺼렸다는 시인의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된 따듯하고 행복한 만남의 시간이었기에 더욱 의미가 있었다. 물론 시인과의 만남 이후, 시에 대한 아이들의 관심과 흥미는 폭발적으로 높아졌다. 매달 시암송 활동에도 더욱 열의를 보였고, 아이들은 어언간 모두가 스스로 시인이 되어갔다. 짧고도 아쉬웠던 시인과의 만남이었지만 아이들, 교사, 학부모, 교육공동체 모두가 더불어 시를 사랑하는 평생 시 독자가 될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다.
그해 가을, 독서기행에서 노란 은행잎이 꽃잎처럼 흩날리던 부석사 무량수전 오르는 길에 놀랍게도 아이들은 정호승 시인의 「그리운 부석사」를 자연스럽게 떠올리며 거침없이 읊조렸다.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오죽하면 비로자나불이 손가락에 매달려 앉아있겠느냐…” 아이들이 몇 잎씩 주워 온 은행잎을 잘 눌러 도서반 아이들과 서가를 누비며 책갈피에 꽂았다. 아이들의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한 은행잎은 방부제 역할을 함은 물론 하마 언제쯤,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장을 넘기다가 은행잎이 발견되면 아이들은 잠시 생각에 젖어 그 가을 행복했던 순간들을 떠올리리라…. 그랬다. 해가 바뀐 이듬해 봄에 우연히 은행잎을 발견한 아이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책 속 보물찾기가 따로 없었다. 무슨 대단한 보물을 찾기라도 한 듯이 환호성을 지르며 교무실까지 냅다 달려오는 아이들까지….
아이들 삶에 잊지못할 ‘시간의 점’으로 자리매김 한 시인
춘천 지역에서는 두 차례에 걸쳐 손택수 시인과의 만남을 가졌다. 우연히도 남자중학교에만 근무하게 되면서 청소년기 남학생들의 마음을 헤아려 줄 수 있는 형님 같은 시인으로 손택수 시인이 떠올랐다. 시인의 따듯하고 쉬우면서도 현실에 발딛고 선 예리한 시들은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더불어 독서기행을 겸해 황순원문학촌의 소나기마을까지 찾아가서 만난 시인은 김기택 시인이다. 역시 두 분 시인도 검인정 국어교과서에 시가 소개되어 낯설지 않은 작가였다.
교정에 은행잎이 날리던 시월의 어느 멋진 날, 난생처음 시인을 만나 본다며 도서관에 모여든 아이들에게 시인의 존재를 오롯이 보여 준 손택수 시인. 이듬해 새로 옮긴 학교 운동장에 흰 눈이 소복이 쌓인 아침, 손택수 시인은 상기된 표정으로 다시 반갑게 찾아왔다. 믿음직한 형님처럼. 그렇게 손택수 시인은 아이들 삶에 잊지 못할 ‘시간의 점’으로 자리매김했다. 유난히도 추웠던 그해 겨울, 자신들의 심금을 울린 시인이 손꼽은 영화라는 이유만으로 몇몇 아이들은 고전장편영화「닥터 지바고」를 감상했다. 아니, 어쩌면 아이들은 운동장에 쌓인 눈만큼이나 깊어진 마음으로 러시아 대평원의 눈 덮인 영상 속으로 시인의 마음이 되어 빠져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시인초청강연은 만남 그 자체의 순간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만남을 위해 설렘으로 기다리는 사전 준비 활동이 더욱 소중하다. 시인의 시집을 미리 읽고, 읊조리며, 느낌을 표현해 보고, 궁금한 것들을 생각해 보며 각자의 마음속에 시인을 미리 모시다 보면 누가 말하지 않아도 정말 오붓하고 알찬 만남의 시간이 되었다. 아이들의 삶에 소중한 ‘시간의 점’으로 자리한 시인과의 만남은 훗날 아이들이 세상을 살아가며 지치고 힘들어 나락에 빠져들 때 불현듯 솟구치는 힘이 되어 아이들을 다시 일으켜 세워 주리라. 시인과 더불어 품었던 시의 가슴이 아이들의 흔들리는 영혼을 붙들어 주리라 믿는다.
손을 내밀면 연하고 보드라운 혀로 손등이며 볼을 쓰윽, 쓱 핥아주며 간지럼을 태우던 흰둥이. 보신탕감으로 내다 팔아야겠다고, 어머니가 앓아누우신 아버지의 약봉지를 세던 밤, 나는 아무도 몰래 대문을 열고 나가 흰둥이 목에 걸린 쇠줄을 풀어주고 말았다. 어서 도망가라, 멀리, 자꾸 뒤돌아보는 녀석을 향해 돌팔매질을 하며 아버지의 약값 때문에 밤새 가슴이 무거웠다. 다음 날 아침 멀리 달아났으리라 믿었던 흰둥이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돌아와서 그날따라 푸짐하게 나온 밥그릇을 바닥까지 다디달게 핥고 있는 걸 보았을 때, 어린 나는 그예 꾹 참고 있던 울음보를 터뜨리고 말았는데 흰둥이는 그런 나를 다만 젖은 눈빛으로 핥아주는 것이었다. 개장수의 오토바이에 끌려가면서 쓰윽, 쓱 혀보다 더 축축이 젖은 눈빛으로 핥아주고만 있는 것이었다.
- 「흰둥이 생각」, 손택수
아이들이 먼저 흥분하여 들썩였다. 그해 여름, 정호승 시인은 초록의 싱그러운 햇살을 안고 정말로 강원도 산골 학교를 찾아오셨다. 버스를 타고 여우고개를 넘어 구불구불 소구니 강변을 따라, 그렇게 아이들의 마음 한 자락에 선물처럼 시인이 오셨다.
시인초청강연을 준비하며 아이들이 선택한 시인은 뜻밖에도 국어교과서에 소개된 정호승시인이었다. 평소 학교 방문을 부담스러워 하신다는 시인께 아이들은 손수 초청글을 보내고 성심을 다하여 시인과의 만남을 고대하고 준비했다. 평소에 날마다, 다달이 시를 읊고 암송하며 시와 친해진 경험을 바탕으로 학교도서관에 시인의 시집과 산문, 동화 등 50여 권을 미리 구비하여 읽고, 전교생이 시인의 인상적인 시를 각자 시화로 꾸며 시인이 들어오는 현관입구에서부터 복도의 창가까지, 도서관의 온 사방에 전시하고는 쉬는 시간, 점심시간, 방과 후에도 들며날며 감상했다.
시인의 시를 낭송하고 암송하며 시노래를 함께 부르고 악기로 연주했다. 시집에 대한 감상을 다행시로 표현해 보기도 했다. 다양한 내용의 질문지도 미리미리 받아 따로 전시했다. 시인께서 돌아보며 뽑아들고 친히 답변을 해 나가시도록…. 교사들도 아이들의 들썩임에 동참하여 틈틈이 짬을 내어 기타 반주에 맞춰 시인의 「수선화에게」 시노래를 연습하며 사전 공연을 준비했다. 정작, 시인과의 만남을 설렘으로 준비하며 기다리는 한 달여 시간이 아이들에게는 참으로 소중하고 아름다운 경험이었다.
시인을 만나고, 아이들은 어느덧 스스로 시인이 되었네
[시인과의 만남, 그 아름다운 소통과 향기_ 정호승 시인을 만나다] 주제에 걸맞게 아이들은 두어 시간이 넘도록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시인의 강연과 대화에 몰입했다.
아예 도서관 책상과 의자를 모두 치우고 바닥에 편히 앉아 전교생과 교직원, 그리고 문화적 경험이 거의 없는 시골의 학부모님들까지 초대하여 한바탕 잔치처럼 즐겁고 신나게 시인과의 만남을 가졌다. 감자밭에서 일하시다 손을 털고 갓 캐낸 햇감자를 감사의 마음을 담아 시인께 드린 학부모님도 계셨다. 시낭송을 주고받고 시인의 자작시 낭송을 화답으로 듣고, 교사들의 시노래 중창과 아이들이 특별히 준비한 플루트와 리코더 연주를 감상하며 우리는 행복했다. 아담한 학교도서관에 시와 음악이 흐르는 작은 시낭송콘서트 무대가 열린 듯했다.
그동안 학교 강연을 꺼렸다는 시인의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된 따듯하고 행복한 만남의 시간이었기에 더욱 의미가 있었다. 물론 시인과의 만남 이후, 시에 대한 아이들의 관심과 흥미는 폭발적으로 높아졌다. 매달 시암송 활동에도 더욱 열의를 보였고, 아이들은 어언간 모두가 스스로 시인이 되어갔다. 짧고도 아쉬웠던 시인과의 만남이었지만 아이들, 교사, 학부모, 교육공동체 모두가 더불어 시를 사랑하는 평생 시 독자가 될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다.
그해 가을, 독서기행에서 노란 은행잎이 꽃잎처럼 흩날리던 부석사 무량수전 오르는 길에 놀랍게도 아이들은 정호승 시인의 「그리운 부석사」를 자연스럽게 떠올리며 거침없이 읊조렸다.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오죽하면 비로자나불이 손가락에 매달려 앉아있겠느냐…” 아이들이 몇 잎씩 주워 온 은행잎을 잘 눌러 도서반 아이들과 서가를 누비며 책갈피에 꽂았다. 아이들의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한 은행잎은 방부제 역할을 함은 물론 하마 언제쯤,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장을 넘기다가 은행잎이 발견되면 아이들은 잠시 생각에 젖어 그 가을 행복했던 순간들을 떠올리리라…. 그랬다. 해가 바뀐 이듬해 봄에 우연히 은행잎을 발견한 아이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책 속 보물찾기가 따로 없었다. 무슨 대단한 보물을 찾기라도 한 듯이 환호성을 지르며 교무실까지 냅다 달려오는 아이들까지….
아이들 삶에 잊지못할 ‘시간의 점’으로 자리매김 한 시인
춘천 지역에서는 두 차례에 걸쳐 손택수 시인과의 만남을 가졌다. 우연히도 남자중학교에만 근무하게 되면서 청소년기 남학생들의 마음을 헤아려 줄 수 있는 형님 같은 시인으로 손택수 시인이 떠올랐다. 시인의 따듯하고 쉬우면서도 현실에 발딛고 선 예리한 시들은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더불어 독서기행을 겸해 황순원문학촌의 소나기마을까지 찾아가서 만난 시인은 김기택 시인이다. 역시 두 분 시인도 검인정 국어교과서에 시가 소개되어 낯설지 않은 작가였다.
교정에 은행잎이 날리던 시월의 어느 멋진 날, 난생처음 시인을 만나 본다며 도서관에 모여든 아이들에게 시인의 존재를 오롯이 보여 준 손택수 시인. 이듬해 새로 옮긴 학교 운동장에 흰 눈이 소복이 쌓인 아침, 손택수 시인은 상기된 표정으로 다시 반갑게 찾아왔다. 믿음직한 형님처럼. 그렇게 손택수 시인은 아이들 삶에 잊지 못할 ‘시간의 점’으로 자리매김했다. 유난히도 추웠던 그해 겨울, 자신들의 심금을 울린 시인이 손꼽은 영화라는 이유만으로 몇몇 아이들은 고전장편영화「닥터 지바고」를 감상했다. 아니, 어쩌면 아이들은 운동장에 쌓인 눈만큼이나 깊어진 마음으로 러시아 대평원의 눈 덮인 영상 속으로 시인의 마음이 되어 빠져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시인초청강연은 만남 그 자체의 순간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만남을 위해 설렘으로 기다리는 사전 준비 활동이 더욱 소중하다. 시인의 시집을 미리 읽고, 읊조리며, 느낌을 표현해 보고, 궁금한 것들을 생각해 보며 각자의 마음속에 시인을 미리 모시다 보면 누가 말하지 않아도 정말 오붓하고 알찬 만남의 시간이 되었다. 아이들의 삶에 소중한 ‘시간의 점’으로 자리한 시인과의 만남은 훗날 아이들이 세상을 살아가며 지치고 힘들어 나락에 빠져들 때 불현듯 솟구치는 힘이 되어 아이들을 다시 일으켜 세워 주리라. 시인과 더불어 품었던 시의 가슴이 아이들의 흔들리는 영혼을 붙들어 주리라 믿는다.
손을 내밀면 연하고 보드라운 혀로 손등이며 볼을 쓰윽, 쓱 핥아주며 간지럼을 태우던 흰둥이. 보신탕감으로 내다 팔아야겠다고, 어머니가 앓아누우신 아버지의 약봉지를 세던 밤, 나는 아무도 몰래 대문을 열고 나가 흰둥이 목에 걸린 쇠줄을 풀어주고 말았다. 어서 도망가라, 멀리, 자꾸 뒤돌아보는 녀석을 향해 돌팔매질을 하며 아버지의 약값 때문에 밤새 가슴이 무거웠다. 다음 날 아침 멀리 달아났으리라 믿었던 흰둥이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돌아와서 그날따라 푸짐하게 나온 밥그릇을 바닥까지 다디달게 핥고 있는 걸 보았을 때, 어린 나는 그예 꾹 참고 있던 울음보를 터뜨리고 말았는데 흰둥이는 그런 나를 다만 젖은 눈빛으로 핥아주는 것이었다. 개장수의 오토바이에 끌려가면서 쓰윽, 쓱 혀보다 더 축축이 젖은 눈빛으로 핥아주고만 있는 것이었다.
- 「흰둥이 생각」, 손택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