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활용수업 아, 스스로 깨치고 서로 배우는구나 - 교사도 성장하는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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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01 14:05 조회 9,119회 댓글 0건본문
교육내용선정 및 조직하기
학교 교육과정 자율화 방안에 따라 우리 학교는 국어과 시수를 증가하여 독서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2009학년도 12월경 정해졌고 나는 독서교육 수업을 어떤 내용으로
할 건지 고민하느라 무거운 마음으로 방학을 보냈다. 임용고사를 보고 다시는 볼 것
같지 않던 전공서적들을 다시 보면서 가장 적합한 -사서교사가 어떤 내용으로 수업을
해야 할지 체계를 세워주고 이론적 배경을 제시하는- 책 한 권을 선별했다. 이병기 교
수의 『정보활용교육론』이다. 그런데 그 책이 절판되어 구할 수가 없었다. 출판사에 전
화해서 혹시 남은 책이 있는지 물어봤다. 없다고 했다. 다시 출판할 계획은 있는지 물
어봤다.
아직은 없다고 했다. 저자인 이병기 교수께 전화를 했다. 혹시 그 책 여분이 있
는지 여쭤봤다. 없다고 했다. 별수 없이 도서관에서 그 책을 빌려 복사를 했다(이러면
저작권에 걸리는 건가? 지면을 통해 이병기 교수님과 출판사에 허락을 구한다). 『정
보활용교육론』을 탐독하며 -정말이지 임용고사 이후 전공서적은 처음 읽어보는 것
이었다. 그렇게도 열심히!- 수업의 전체적인 틀을 구상했다.
적어도 독서영역 부분의 학년별 독서교육 목표 및 성취기준, 평가영역 등이 제시되
어야 할 것 같아 여기저기 책과 인터넷을 뒤졌지만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사교육 업
체에서 제시하는 성취기준은 있었지만 공교육에서 제시하는 성취기준은 없었다. 그래
서 교무부장께 고민을 털어놓으니 국어과 성취기준을 참고하면 어떻겠느냐 조언해주
셔서 경기도교육청에서 발간한 「2009학년도 국어과 성취기준 및 필수지도내용」을 참
고하여 성취기준을 작성했다.
‘독서를 통한 정보문제 해결능력 기르기/송기호 외 3인 공저/사단법인 국민독서
문화진흥회’, ‘책 스케치 여행을 통한 논술의 향기(장학자료 2008-42호)/경기도교
육청’ 등 여러 자료를 참고하고, 전에 했던 수업 중에서 괜찮았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컴퓨터 파일을 뒤지기도 했고, 다른 사람이 했던 수업 중에서 좋은 것이 무엇이 있나
인터넷을 헤매기도 했고,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자료를 조
사하고 작성하면서 보다 절실히 느꼈던 부분은 우리가 수업했던 지도안이나 활동지
등은 어느 정도 있는데 그 수업을 계획하기 위하여 선행되어야 할 성취기준 및 필수
지도내용, 평가영역 및 방법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에겐 과목도
없고 학교마다 수업시수를 배정받은 과목도, 학년도, 차시도 달라 그럴 수도 있겠지
만 그래도 보다 질 좋은 수업을 하기 위해 우리가 연구해야 할 부분은 성취기준, 필수
지도내용, 평가영역 및 방법 등일 것이다.
6학년 1차시수업 | 정보사냥 대회
6학년은 6학년이 아니다. 초등학생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미 중학생의 마음을(?) 갖고
있기에 중학교로 보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6학년을 빨리 해치우기로 했다. 그
나마 조금이라도 초등학생 정서가 남아 있을 때 수업을 빨리 해야겠다는 생각에 학기
초인 4월 2주째에 1차시 수업을 시작했다. 6학년 아이들은 2008년부터 2년 동안 도서
관 이용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도서관 이용교육 부분은 넘어가고 아이들이 그동안 배
운 내용을 상기하는 수준으로 재밌게 참여할 수 있도록 수업을 설계하였다. 1차시 수
업은 ‘정보사냥대회’였다. 대회 문제는 총 8개로 유형은 4가지. 첫 번째 유형은 분류에
대한 이해, 두 번째 유형은 도감을 활용할 수 있는지, 특히 색인을 이용하여 빨리 찾을
수 있는지, 세 번째 유형은 백과사전을 활용할 수 있는지, 이것도 도감과 마찬가지로 색
인을 이용하여 빨리 찾을 수 있는지, 네 번째 유형은 청구기호에 대한 이해로 나누었다.
개인별 활동이었기 때문에 수업에 적합한 도감과 백과사전이 한 반 아이들이 한
꺼번에 사용할 만큼 많지가 않았고 서가에서 복잡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아이들
을 세 모둠으로 나누었다. 1모둠은 A유형을, 2모둠은 B유형을, 3모둠은 C유형을 먼저
시작하게 했고 유형별로 문제 푸는 시간을 10분으로 주었다. 다 풀지 못해도 시간이
되면 다음 유형 문제를 풀어야 한다. ABC유형을 다 풀면 책상에 앉아 D유형을 풀면 되
는 것이다.
물론 주어진 시간 안에 해당하는 유형 문제를 다 푼 사람은 D유형 문제를
풀어도 된다. 1모둠은 ABC유형 순으로, 2모둠은 BCA유형 순으로, 3모둠은 CAB유형
순으로 문제를 푸는 것이다. 처음에는 A유형(분류에 대한 이해)과 D유형(청구기호
에 대한 이해)이 합쳐진 한 가지 유형으로 설계하였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유형별
로 난이도가 다르고 개인마다 문제를 푸는 시간이 달라질 것 같았다. 그래서 청구기
호에 대한 이해 부분을 따로 떼어 D유형을 만들었다.
아이들은 제법 수업에 몰두하며 민첩하게 행동했다. 서로가 색인사용법을 알려
주기도 했다. 내가 바란 바였다. 색인사용법을 몰랐던 아이들이 이 수업을 통해서 교
사가 아닌 친구로부터 색인사용법을 알게 된 것이다. 또한 친구에게도 도움을 받지
못하고 찾기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있으면 대회이긴 했지만 교사가 색인사용법을 알
려주었다.
제법 복잡한 수업이었지만 별 탈 없이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4월이라 마침
교생이 세 사람이나 실습 나와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정말 다행이었다. 6학년 다섯
반 수업을 다 마치고 나니 힘이 쭉 빠졌다. 활동하는 수업은 힘들다. 하지만 보람 있고
재밌다. 채점을 하고 다음 시간에 성적이 우수한(?) 아이들에게 미리 준비한 선물을
주었다. 뜻하지 않은 선물이라 아이들이 무척 좋아했다. 누가 6학년이 중학생이라고
했는가? 이렇게 귀엽고 예쁜데…….
7, 8차시 | 실학에 대해 조사하기
난 역사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학교 다닐 때도 사회과목의 재미를 느끼지 못했
다. 외울 것이 많았고 외워야 하는 것들이 서로 뒤죽박죽이 되어 늘 헷갈렸다. 그런데
이 수업을 준비하면서 사회과목이 무식하게 외워야 하는 과목이 아니었음을 알았다.
이 수업은 담임교사와 협력으로 진행할 생각이었다. 차시별 계획을 작성하고 담
임선생님들에게 공지하였다. 나름으로는 담임선생님들의 힘을 조금이나마 덜어주
고자 수업계획 및 자료를 혼자서 작성하였다. 그리고 협력수업 전에 담임선생님이 담
당해야 할 부분만 설명드렸다. 아이들이 조사한 내용을 발표할 때 피드백과 수업내용
의 마무리를 해달라고 했다. 크게 나눈다면 ‘실학 조사하기’ 총 2차시 중 1차시 조사
하기는 사서교사가, 2차시 발표하기는 담임교사가 하기로 했다. 그런데 담임선생님
들이 대체로 적극적이지 않았다. 그 원인은 내게 있었다. 수업계획을 혼자 해버렸다
는 것!
그래서 담임선생님들은 이 수업이 내가 해야 하는 수업인가? 하는 의문과 그렇
게 하면 월권 행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있었던 모양이다. 아무튼 주체적인 수업
자의 역할을 부여받지 못한 것이다. 다음에 협력수업을 하게 된다면 협력수업에의 동
의, 수업계획, 자료작성 등에 대해 의논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행히도 담임선생님이 수업에 참여했던 한 반의 수업은 진지했다. 교과서로만
공부했다면 몰랐을 내용들을 아이들이 직접 조사하다 보니 다양한 내용을 가지고 밀
도 있는 수업이 진행되었다. 담임선생님에게도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한다.
학생들과 함께 활동지를 보면서 1단계를 작성했다. 해결해야 할 과제와 모둠별 과
제는 교사가 미리 정해 파워포인트(PPT)로 보여주었다. 아이들을 여섯 모둠으로 나
눈 뒤 모둠별로 과제를 제시하였다. 1모둠은 실학의 뜻과 발생 배경을, 2・3모둠은 실
학자들의 주장과 활동 내용을 조사하고, 4모둠은 실학의 역사적 의의, 5・6모둠은 진
위형, 단답형, 4지 선다형을 골고루 섞어 실학에 대한 문제 만들기로 정했다. 조사 가
능한 정보원 중 인터넷은 사용불가로 정했으며, 모둠별로 PPT 작성할 사람은 모둠원
들이 조사한 활동지를 가져가 집에서 과제로 작성해 오기로 했다. PPT를 다룰 줄 모르
는 모둠은 전지(1~4모둠)나 8절지(5, 6모둠)에 작성하기로 했다.
2차시에는 작성해온 자료를 발표하기만 하면 되었다. 그런데 반마다 제대로 과제
를 해오지 않은 모둠이 있어서 그런 모둠은 제외하고 발표하니 수업내용이 좀 부실해
졌다. 또 어떤 반은 거의 모조리 과제를 해오지 않은 경우도 있어서 도저히 수업을 진
행할 수가 없었다. 그런 반은 2차시에 전지와 8절지를 나누어 주고 수업시간에 자료를
작성하고 발표했다. 발표시간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셈이다. 5, 6모둠이 만든 문제 또
한 반별로, 모둠별로 문제의 질이 확연히 드러났다. 5, 6모둠이 만든 문제를 아이들이
실학에 대해 다시 알아보는 기회로 삼으려고 했는데 실패한 반도 성공한 반도 있었다.
아이들은 1차시 수업 때 본인에게 부여된 세부과제에 적합한 자료를 찾느라 힘들
어했다. 실학의 의의와 한계점을 조사한 1, 4모둠은 책을 읽고 본인이 맥락을 파악하
고 정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책에 ‘실학의 한계점’이라는 문장이 없다고, 책에 나와
있지 않다고 하는 아이들이 있었다. 또한 학교도서관에는 역사 관련서가 많다고 생각
했는데 실제 조선후기 실학에 관한 내용을 찾으려고 보니 생각보다 많지가 않았다. 2,
3모둠은 실학자에 해당되는 인물을 가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이름의 위인 책
을 가지고 정리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런 경우에는 다시 백과사전을 찾아보거나 실
학 내용이 들어간 조선후기 책을 다시 읽어보라고 권했다.
5, 6모둠이 출제한 문제는 문제로서의 가치가 없는 것도 있었다. 아이들이 문제를
출제하는 경험이 쌓이다 보면 많이 좋아질 것이라 생각하지만 수업 시작 전에 교사가
문제를 미리 검토해 보면 좋지 않을까 싶다. 2차시 수업 문제를 풀고 맞출 때는 아이들
이 정말 신나고 재미있어 했다. 이상한 문제인 경우에는 무슨 이런 문제가 있어? 모두
들 항의하기도 했다. 2차시 수업은 활기찼다. 교사에게 남긴 것은, 되도록 과제는 내
지 말 것, 수업시간 안에 해결할 것. 발표자료 작성시 수업시간 안에 해결해야 하고, 컴
퓨터 조작에 능숙하지 않은 초등학생이기에 PPT 작성보다는 전지와 8절지를 활용할
것. 무엇보다 역사는 외우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는 것이고 재밌다는 것!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서로 배우는 관계
6학년 수업이 끝났다. 아쉽다. 늘 그렇지만 끝날 때마다 아쉽다. 좀 더 연구할 걸, 이렇
게 했으면 좋았을 걸, 다음엔 이렇게 한번 해볼까……. 첫 번째 수업하는 반에게 늘 미
안하다. 자구책으로 수업 활동지는 전체 반의 것을 모두 복사해두지 않는다. 한 반 수
업을 해보고 수정할 것을 수정해서 다음 반은 수정된 활동지를 가지고 수업한다. 내
년에는 첫 번째 수업하는 반에게 조금 덜 미안하게 되길 바란다.
수업을 처음 할 땐 아이들에게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가르치려고 했다. 이렇게 중
요한 수업을 하는데 왜 집중을 안 하지? 요즘 애들은 도통 집중력도 없고 끈기도 없어!
하며 아이들을 탓했다. 이렇게 열심히 가르치는데 왜 잘 모르지? 수업기술이 부족한
가? 빵빵 터지는 다양한 교수매체를 사용하지 않아 지루해하는 걸까? 그래서 수업기
술과 교수매체를 다루는 연수를 받으러 다닌 적이 있다. 하지만, 이게 답일지는 모르겠
지만, 수업은 기술과 매체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게 됐다.
아이들이 스스로 아, 이거구나! 하고 깨달을 수 있도록 수업을 설계해야 한다는 사
실을. 학생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데 나는 여태 교사가 중심이 되어 수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학생을 빠뜨리고 외부적인 것들만 건드리고 있었다는 것을. 수업의 목표가 무
엇인지를 교사가 확실히 알고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아이들이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
수업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고 고민해서 수업을 설계하는 방법밖에 없음을. 막상 적
용해보면 생각한 것과는 다른 반응이 나올 수 있지만 말이다. 그래도 수업하는 중에도
늘 생각해야 하는 것은 교사와 학생이, 학생과 학생이 서로 배우는 관계라는 것이다.
학교 교육과정 자율화 방안에 따라 우리 학교는 국어과 시수를 증가하여 독서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2009학년도 12월경 정해졌고 나는 독서교육 수업을 어떤 내용으로
할 건지 고민하느라 무거운 마음으로 방학을 보냈다. 임용고사를 보고 다시는 볼 것
같지 않던 전공서적들을 다시 보면서 가장 적합한 -사서교사가 어떤 내용으로 수업을
해야 할지 체계를 세워주고 이론적 배경을 제시하는- 책 한 권을 선별했다. 이병기 교
수의 『정보활용교육론』이다. 그런데 그 책이 절판되어 구할 수가 없었다. 출판사에 전
화해서 혹시 남은 책이 있는지 물어봤다. 없다고 했다. 다시 출판할 계획은 있는지 물
어봤다.
아직은 없다고 했다. 저자인 이병기 교수께 전화를 했다. 혹시 그 책 여분이 있
는지 여쭤봤다. 없다고 했다. 별수 없이 도서관에서 그 책을 빌려 복사를 했다(이러면
저작권에 걸리는 건가? 지면을 통해 이병기 교수님과 출판사에 허락을 구한다). 『정
보활용교육론』을 탐독하며 -정말이지 임용고사 이후 전공서적은 처음 읽어보는 것
이었다. 그렇게도 열심히!- 수업의 전체적인 틀을 구상했다.
적어도 독서영역 부분의 학년별 독서교육 목표 및 성취기준, 평가영역 등이 제시되
어야 할 것 같아 여기저기 책과 인터넷을 뒤졌지만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사교육 업
체에서 제시하는 성취기준은 있었지만 공교육에서 제시하는 성취기준은 없었다. 그래
서 교무부장께 고민을 털어놓으니 국어과 성취기준을 참고하면 어떻겠느냐 조언해주
셔서 경기도교육청에서 발간한 「2009학년도 국어과 성취기준 및 필수지도내용」을 참
고하여 성취기준을 작성했다.
‘독서를 통한 정보문제 해결능력 기르기/송기호 외 3인 공저/사단법인 국민독서
문화진흥회’, ‘책 스케치 여행을 통한 논술의 향기(장학자료 2008-42호)/경기도교
육청’ 등 여러 자료를 참고하고, 전에 했던 수업 중에서 괜찮았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컴퓨터 파일을 뒤지기도 했고, 다른 사람이 했던 수업 중에서 좋은 것이 무엇이 있나
인터넷을 헤매기도 했고,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자료를 조
사하고 작성하면서 보다 절실히 느꼈던 부분은 우리가 수업했던 지도안이나 활동지
등은 어느 정도 있는데 그 수업을 계획하기 위하여 선행되어야 할 성취기준 및 필수
지도내용, 평가영역 및 방법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에겐 과목도
없고 학교마다 수업시수를 배정받은 과목도, 학년도, 차시도 달라 그럴 수도 있겠지
만 그래도 보다 질 좋은 수업을 하기 위해 우리가 연구해야 할 부분은 성취기준, 필수
지도내용, 평가영역 및 방법 등일 것이다.
6학년 1차시수업 | 정보사냥 대회
6학년은 6학년이 아니다. 초등학생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미 중학생의 마음을(?) 갖고
있기에 중학교로 보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6학년을 빨리 해치우기로 했다. 그
나마 조금이라도 초등학생 정서가 남아 있을 때 수업을 빨리 해야겠다는 생각에 학기
초인 4월 2주째에 1차시 수업을 시작했다. 6학년 아이들은 2008년부터 2년 동안 도서
관 이용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도서관 이용교육 부분은 넘어가고 아이들이 그동안 배
운 내용을 상기하는 수준으로 재밌게 참여할 수 있도록 수업을 설계하였다. 1차시 수
업은 ‘정보사냥대회’였다. 대회 문제는 총 8개로 유형은 4가지. 첫 번째 유형은 분류에
대한 이해, 두 번째 유형은 도감을 활용할 수 있는지, 특히 색인을 이용하여 빨리 찾을
수 있는지, 세 번째 유형은 백과사전을 활용할 수 있는지, 이것도 도감과 마찬가지로 색
인을 이용하여 빨리 찾을 수 있는지, 네 번째 유형은 청구기호에 대한 이해로 나누었다.
개인별 활동이었기 때문에 수업에 적합한 도감과 백과사전이 한 반 아이들이 한
꺼번에 사용할 만큼 많지가 않았고 서가에서 복잡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아이들
을 세 모둠으로 나누었다. 1모둠은 A유형을, 2모둠은 B유형을, 3모둠은 C유형을 먼저
시작하게 했고 유형별로 문제 푸는 시간을 10분으로 주었다. 다 풀지 못해도 시간이
되면 다음 유형 문제를 풀어야 한다. ABC유형을 다 풀면 책상에 앉아 D유형을 풀면 되
는 것이다.
물론 주어진 시간 안에 해당하는 유형 문제를 다 푼 사람은 D유형 문제를
풀어도 된다. 1모둠은 ABC유형 순으로, 2모둠은 BCA유형 순으로, 3모둠은 CAB유형
순으로 문제를 푸는 것이다. 처음에는 A유형(분류에 대한 이해)과 D유형(청구기호
에 대한 이해)이 합쳐진 한 가지 유형으로 설계하였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유형별
로 난이도가 다르고 개인마다 문제를 푸는 시간이 달라질 것 같았다. 그래서 청구기
호에 대한 이해 부분을 따로 떼어 D유형을 만들었다.
아이들은 제법 수업에 몰두하며 민첩하게 행동했다. 서로가 색인사용법을 알려
주기도 했다. 내가 바란 바였다. 색인사용법을 몰랐던 아이들이 이 수업을 통해서 교
사가 아닌 친구로부터 색인사용법을 알게 된 것이다. 또한 친구에게도 도움을 받지
못하고 찾기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있으면 대회이긴 했지만 교사가 색인사용법을 알
려주었다.
제법 복잡한 수업이었지만 별 탈 없이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4월이라 마침
교생이 세 사람이나 실습 나와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정말 다행이었다. 6학년 다섯
반 수업을 다 마치고 나니 힘이 쭉 빠졌다. 활동하는 수업은 힘들다. 하지만 보람 있고
재밌다. 채점을 하고 다음 시간에 성적이 우수한(?) 아이들에게 미리 준비한 선물을
주었다. 뜻하지 않은 선물이라 아이들이 무척 좋아했다. 누가 6학년이 중학생이라고
했는가? 이렇게 귀엽고 예쁜데…….
7, 8차시 | 실학에 대해 조사하기
난 역사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학교 다닐 때도 사회과목의 재미를 느끼지 못했
다. 외울 것이 많았고 외워야 하는 것들이 서로 뒤죽박죽이 되어 늘 헷갈렸다. 그런데
이 수업을 준비하면서 사회과목이 무식하게 외워야 하는 과목이 아니었음을 알았다.
이 수업은 담임교사와 협력으로 진행할 생각이었다. 차시별 계획을 작성하고 담
임선생님들에게 공지하였다. 나름으로는 담임선생님들의 힘을 조금이나마 덜어주
고자 수업계획 및 자료를 혼자서 작성하였다. 그리고 협력수업 전에 담임선생님이 담
당해야 할 부분만 설명드렸다. 아이들이 조사한 내용을 발표할 때 피드백과 수업내용
의 마무리를 해달라고 했다. 크게 나눈다면 ‘실학 조사하기’ 총 2차시 중 1차시 조사
하기는 사서교사가, 2차시 발표하기는 담임교사가 하기로 했다. 그런데 담임선생님
들이 대체로 적극적이지 않았다. 그 원인은 내게 있었다. 수업계획을 혼자 해버렸다
는 것!
그래서 담임선생님들은 이 수업이 내가 해야 하는 수업인가? 하는 의문과 그렇
게 하면 월권 행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있었던 모양이다. 아무튼 주체적인 수업
자의 역할을 부여받지 못한 것이다. 다음에 협력수업을 하게 된다면 협력수업에의 동
의, 수업계획, 자료작성 등에 대해 의논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행히도 담임선생님이 수업에 참여했던 한 반의 수업은 진지했다. 교과서로만
공부했다면 몰랐을 내용들을 아이들이 직접 조사하다 보니 다양한 내용을 가지고 밀
도 있는 수업이 진행되었다. 담임선생님에게도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한다.
학생들과 함께 활동지를 보면서 1단계를 작성했다. 해결해야 할 과제와 모둠별 과
제는 교사가 미리 정해 파워포인트(PPT)로 보여주었다. 아이들을 여섯 모둠으로 나
눈 뒤 모둠별로 과제를 제시하였다. 1모둠은 실학의 뜻과 발생 배경을, 2・3모둠은 실
학자들의 주장과 활동 내용을 조사하고, 4모둠은 실학의 역사적 의의, 5・6모둠은 진
위형, 단답형, 4지 선다형을 골고루 섞어 실학에 대한 문제 만들기로 정했다. 조사 가
능한 정보원 중 인터넷은 사용불가로 정했으며, 모둠별로 PPT 작성할 사람은 모둠원
들이 조사한 활동지를 가져가 집에서 과제로 작성해 오기로 했다. PPT를 다룰 줄 모르
는 모둠은 전지(1~4모둠)나 8절지(5, 6모둠)에 작성하기로 했다.
2차시에는 작성해온 자료를 발표하기만 하면 되었다. 그런데 반마다 제대로 과제
를 해오지 않은 모둠이 있어서 그런 모둠은 제외하고 발표하니 수업내용이 좀 부실해
졌다. 또 어떤 반은 거의 모조리 과제를 해오지 않은 경우도 있어서 도저히 수업을 진
행할 수가 없었다. 그런 반은 2차시에 전지와 8절지를 나누어 주고 수업시간에 자료를
작성하고 발표했다. 발표시간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셈이다. 5, 6모둠이 만든 문제 또
한 반별로, 모둠별로 문제의 질이 확연히 드러났다. 5, 6모둠이 만든 문제를 아이들이
실학에 대해 다시 알아보는 기회로 삼으려고 했는데 실패한 반도 성공한 반도 있었다.
아이들은 1차시 수업 때 본인에게 부여된 세부과제에 적합한 자료를 찾느라 힘들
어했다. 실학의 의의와 한계점을 조사한 1, 4모둠은 책을 읽고 본인이 맥락을 파악하
고 정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책에 ‘실학의 한계점’이라는 문장이 없다고, 책에 나와
있지 않다고 하는 아이들이 있었다. 또한 학교도서관에는 역사 관련서가 많다고 생각
했는데 실제 조선후기 실학에 관한 내용을 찾으려고 보니 생각보다 많지가 않았다. 2,
3모둠은 실학자에 해당되는 인물을 가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이름의 위인 책
을 가지고 정리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런 경우에는 다시 백과사전을 찾아보거나 실
학 내용이 들어간 조선후기 책을 다시 읽어보라고 권했다.
5, 6모둠이 출제한 문제는 문제로서의 가치가 없는 것도 있었다. 아이들이 문제를
출제하는 경험이 쌓이다 보면 많이 좋아질 것이라 생각하지만 수업 시작 전에 교사가
문제를 미리 검토해 보면 좋지 않을까 싶다. 2차시 수업 문제를 풀고 맞출 때는 아이들
이 정말 신나고 재미있어 했다. 이상한 문제인 경우에는 무슨 이런 문제가 있어? 모두
들 항의하기도 했다. 2차시 수업은 활기찼다. 교사에게 남긴 것은, 되도록 과제는 내
지 말 것, 수업시간 안에 해결할 것. 발표자료 작성시 수업시간 안에 해결해야 하고, 컴
퓨터 조작에 능숙하지 않은 초등학생이기에 PPT 작성보다는 전지와 8절지를 활용할
것. 무엇보다 역사는 외우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는 것이고 재밌다는 것!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서로 배우는 관계
6학년 수업이 끝났다. 아쉽다. 늘 그렇지만 끝날 때마다 아쉽다. 좀 더 연구할 걸, 이렇
게 했으면 좋았을 걸, 다음엔 이렇게 한번 해볼까……. 첫 번째 수업하는 반에게 늘 미
안하다. 자구책으로 수업 활동지는 전체 반의 것을 모두 복사해두지 않는다. 한 반 수
업을 해보고 수정할 것을 수정해서 다음 반은 수정된 활동지를 가지고 수업한다. 내
년에는 첫 번째 수업하는 반에게 조금 덜 미안하게 되길 바란다.
수업을 처음 할 땐 아이들에게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가르치려고 했다. 이렇게 중
요한 수업을 하는데 왜 집중을 안 하지? 요즘 애들은 도통 집중력도 없고 끈기도 없어!
하며 아이들을 탓했다. 이렇게 열심히 가르치는데 왜 잘 모르지? 수업기술이 부족한
가? 빵빵 터지는 다양한 교수매체를 사용하지 않아 지루해하는 걸까? 그래서 수업기
술과 교수매체를 다루는 연수를 받으러 다닌 적이 있다. 하지만, 이게 답일지는 모르겠
지만, 수업은 기술과 매체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게 됐다.
아이들이 스스로 아, 이거구나! 하고 깨달을 수 있도록 수업을 설계해야 한다는 사
실을. 학생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데 나는 여태 교사가 중심이 되어 수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학생을 빠뜨리고 외부적인 것들만 건드리고 있었다는 것을. 수업의 목표가 무
엇인지를 교사가 확실히 알고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아이들이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
수업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고 고민해서 수업을 설계하는 방법밖에 없음을. 막상 적
용해보면 생각한 것과는 다른 반응이 나올 수 있지만 말이다. 그래도 수업하는 중에도
늘 생각해야 하는 것은 교사와 학생이, 학생과 학생이 서로 배우는 관계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