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활용수업 방학의 문을 여는 독서교실 - 주제로 깊이를 더한 방학 중 독서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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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24 21:32 조회 9,752회 댓글 0건본문
계획은 곰국끓이듯 은근하게 천천히
도서관 이용지도 수업이나 활용수업이 연간 교육과정 속에서 체계적이고 계획적인,
의도된 수업이라면 방학 중 독서교실 프로그램은 즐겁게 재밌게, 사서교사가 꿈꾸는
대로 조몰락거릴 수 있는 수업이다. 무엇을 할 것인지, 얼마나 할 것인지도 교사가 주
도적으로 정할 수 있고 수업에 들어오는 학생도 참여를 희망한(사전에 열의를 밝힌)
학생들이니 독서교실이 더욱 알찬 활동이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부담스럽다. 사서교사가 단독으로 진행한다는 점, 교육과정이나 교과 안내서 같은 보
기 쉬운 참고자료가 없다는 점, 참여 학년이 다양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여
러 날에 걸쳐 힘든 노동(?)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독서교실에 대한 설렘을 사그
라지게 하는 이런 부담감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하나하나 살펴보자.
★ 혼자서도 잘해요! 하지만……
한마디로 다수의 힘을 보여주자는 것. 학교도서관의 운영자는 사서교사지만, 함께 꾸
려나가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어린이 도서부나 학부모 도서위원이 있을 수도 있다. 독
서에 관심이 많은 동료 교사라면 더욱 좋다. 팀을 꾸려 주제를 나누어 준비하고 진행을
맡겨보는 것도 좋고, 학년을 나누어 개별 교실에서 실시할 수도 있다. 진행에 도움을
주는 사람이 많으면 아이디어도 다양해지고 더 많은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서 매력적이다.
★ 위대한 도약도 시작은 작은 걸음이다
사서교사로서 처음 학교도서관에 입문했을 당시만 해도 독서교실에 대한 가이드라
인이 없었다. 그야말로 내가 디딘 첫걸음이 위대한 도약이 되는 순간순간이었다. 지금
은 많은 선생님들이 자료를 공유하고 이렇게 공개된 몇 개의 기사들과 지역도서관을
비롯한 연수 자료 등에서 독서교실에 대한 개념이나 종류, 틀, 다양한 사례들을 만나볼
수 있게 됐다.
★ 네 멋대로 해라?
머리가 나쁘면 사지가 고생한다는 말은 진정 옛말이다. 요즘은 욕심(생각)이 많으면
고생이다. 고학년에 맞추자니 저학년이 울고, 이틀만 하자니 뭔가 부족하고, 일주일
을 하자니 내 몸이 견뎌낼 수 없을 것 같은 그런 마음. 사서교사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고
뇌하는 문제들이 아닐까? 그럴 땐 좀 과감해질 필요가 있다. 내 페이스에 맞추어 기간
을 정하고 실제로 해보고 싶은 활동 수준에 맞는 학년에 한정하자. 학교 사정은 그 다
음!(항상 이렇게 당당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이제 탁상공론은 그만하고
실전으로 들어가 보자.
1단계-주제정하기
주제와 형태를 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독서교실에서 중심이 되어야 할 것이 활동
인지, 책인지, 혹은 주제인지 결정한다. 보통 세 가지를 적절히 섞어서 계획을 하지만
그 중심이 무엇인지 정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주제 중심의 자료가 가장 많은 편이다. 내가 소개할 주제는 ‘크고 작음, 많고 적음’이
다. 이 주제는 지난 4월 경기도 사이버 도서관, 독서프로그램 개발 TF팀의 ‘책수리 마수
리’ 연수를 통해 알게 된 ‘크거나 작거나’를 참고했다. 이런 독서 프로그램들을 많이 개
발하고 학교 현장에 적용하여 생산적인 피드백이 계속 이루어지길 바란다.
2단계-대상정하기
같은 활동을 하더라도 학년에 따라 그 성격과 수준이 달라진다. 따라서 세부 계획을 세
우기 전에 몇 학년을 대상으로 할 것인지 정한다. 저학년과 고학년으로 나눌 수도 있
고, 한 학년에만 한정할 수도 있다. 또 희망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할지, 학기 중에 독
서 활동을 열심히 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할지, 독서를 싫어하는 아이들이나 읽기 능력
이 낮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할지 정하는 것도 독서교실의 성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여기서는 4~6학년에게 적용한 사례를 담았다. 1~3학년도 수준과 분량을 다르게 해서
실행해보았다. 이번 사례는 참여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했다. 물론 신청한
아이들은 많았지만 한 학급수준(35명)을 기준으로 제비뽑기를 했다.
3단계-분량정하기
며칠, 몇 차시를 할지 정해야 한다. 수업 시간을 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책 읽을 시간과
활동시간의 배분, 사전 준비물이나 숙제도 얼마나 내주어야 할지 계획한다. 계획을 세
우다 보면 너무 욕심을 부리거나 큰 계획만 세워 시간이 애매해질 수 있다. 아이들 수
준에 맞는 활동량을 정하는 것이 내실 있는 독서교실로 가는 지름길이니 유의해야 한
다. ‘책수리 마수리’에서 소개된 프로그램은 총 열세 가지였는데 그 중에서 초등학교
에 맞는 프로그램을 골라 적절한 시간을 배분하고, 3일 총 9시간(9시~12시)의 프로그
램을 계획했다.
즐거운 3일, 독서교실과 만나기
독서교실은 대체로 방학을 시작하자마자 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출석률도 낮
아지고, 준비하는 교사의 긴장도 조금 늘어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과학, 영어, 스카우
트와 같은 다른 행사들과 겹쳐 독서교실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아이들이 매년 생긴다
는 점이다. 날짜를 잡는 것은 담당교사의 몫이다.
독서교실을 시작하기 전에 오리엔테이션을 갖는다. 독서교실의 주제를 알려주고
준비물과 읽어와야 할 책을 사전에 제시한다. 지난여름 독서교실은 1~3학년을 대상
으로 이틀 먼저 진행했다. 4~6학년 아이들은 다른 행사와 겹치지 않아서 참여할 수 있
다며 좋아했다. 교사 입장에서는 1~3학년 아이들과 주제 수업을 해본 경험을 바탕으
로 4~6학년 아이들과 좀 더 밀도 있고 짜임새 있는 수업을 준비할 수 있어 좋았다.
첫날은 서로 얼굴을 익히고 독서교실에 흥미를 느끼게 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모둠 이름을 정하고 자기소개를 하는 데 꽤 많은 시간을 투자하게 된다. 서로
이름을 알 수 있게 이름표를 만드는 것도 좋다.
처음 하는 활동은 개인 활동보다 모둠 활동으로 준비했다. 아이들이 모둠 안에서
소속감을 느끼고, 게임 형식을 통해 주제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포인트
다. 도서관에서 가장 큰 책과 가장 작은 책, 페이지가 많고 적은 책을 찾아오게 했다. 두
께로 봐서는 가장 두꺼운 책인데 실제로 열어보니 오히려 페이지가 얼마 안 되는 책도
있어 아이들이 꽤 실망하는 눈치였다.
주제에 대해 워밍업을 하고 나면 모둠 아이들끼리 돈독해질 필요가 있다. 비교할
것들을 정해서 크고 작음과 많고 적음을 비교해 보기로 했다. 아이들끼리 손을 서로 대
어보기도 하고, 필통에 연필이 몇 자루나 있는지 세어보기도 하며 누가 더 크고 작은
지, 많고 적은지 그룹을 나누어 적었다.
쉬는 시간을 잠시 갖고 함께 책을 읽었다. 『그건 내 조끼야』라는, 유아 수준이지만
아주 재미있는 그림책이다. 준비물로 자신의 조끼나 겉옷을 준비해오게 하여 몸집이
가장 작은 아이의 옷을 다른 아이들이 입어보게 했다. 책의 순서를 그대로 따라 점점
몸집이 큰 아이에게 입히는데, 옷 주인은 불안해하고, 몸집이 큰 아이는 부담스러워 하
고, 보고 있는 아이들은 자지러지게 웃는다. 이럴 땐 자칫 몸집이 큰 아이가 ‘비만’이나
‘뚱뚱보’로 인식되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한다.
그다음엔 모둠별로 크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책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모티브는
주제 책에서 그대로 가져오되 종류나 주인공을 다르게 해서 계획도 짜고 직접 그림과
글을 집어넣었다.
중간 날은 크기와 양을 다루는 전통 도량형 단위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홉, 자(척),
근 등 부피, 길이, 무게를 재는 단위들이 오늘의 주인공이다. 홉이나 척은 아이들이나 내
게도 좀 생소한 말이다. 『장날』이라는 병풍 그림책을 펼쳐놓고, 장에서 크기나 양을 재
는 모습을 찾아 포스트잇으로 표시해보라고 하니 서로 먼저 찾으려고 혈안이다.
그림책에 나온 모습을 바탕으로 도량형 단위를 살펴보고, 그 단위들과 현재 쓰고
있는 kg, cm, l(리터) 환산 수치를 알아보았다. 계산이 복잡해서 재미없어 할 줄 알았는
데 아이들 눈빛이 초롱초롱하다. 오늘의 준비물은 좋아하는 연예인 프로필 조사해오
기와 쌀 한 줌이다. 조사해온 키, 몸무게를 전통 도량형으로 바꿔보게 했다. 계산이 복
잡한데도 꽤 열심이다.
이제는 실전이다. 자신의 손으로 직접 한 홉이 얼마나 되는지, 손 한 줌은 몇 kg나 되
는지 알아보았다. 자신의 손과 팔을 재보아 몇 자가 되는지도 알아보았다. 어느 정도
몸자 측정에 익숙해지면, 측정의 달인을 뽑는다. 각 모둠별로 부피, 길이, 무게의 달인
을 뽑고 그 중에서 가장 근사치를 맞춘 아이에게 ‘달인’의 영광이 돌아갔다.
마지막 차시에는 우리가 썼던 전통 도량형을 왜 지금의 모습으로 바꾸었는지, 통일
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측정 단위가 여러 가지일 때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관련된
기사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과 함께 오늘 체험활동에 대
한 생각을 간단하게 써보았다.
벌써 마지막 날이다. 첫날과 중간 날은 종이책을 읽었고, 마지막 날은 동영상 보기
다. <세상이 100명의 마을이라면>이라는 짧은 동영상인데 책으로도 볼 수 있다. 세계
여러 나라를 다룰 때도 좋은 책이다. 언어, 인종, 대륙, 나이, 식량 등을 기준으로 100칸
그림을 그리게 했다. 주제를 대륙으로 했다면 대륙별 인구 비율에 따라 다른 색을 정해
칸 개수에 맞게 색을 칠하면 된다.
세상에 배불리 밥을 먹는 사람이 두 명이라면, 약간 배고픈 사람이 두 명, 굶주리다
곧 죽을 것 같은 사람이 여섯 명이라는 사실을 영 못 믿는 눈치다. 곧바로 쪽지를 나누
어 주었다. 쪽지에는 배부름, 배고픔, 굶주림이 위의 비율대로 적혀 있다. 아이들이 쪽
지를 받아들고 어리둥절해 할 때 간식을 나누어주기 시작했다. 배부름을 뽑은 아이에
게는 충분한 양의 간식을 주고, 배고픔을 뽑은 아이들에게는 그보다 더 조금, 굶주림을
뽑은 아이들에게는 과자 몇 조각만 주니 여기저기서 원성이 터져 나왔다.
식량을 모두 나누고 서로 나누어 먹을지, 그냥 받은 대로 먹을지, 나누어 먹으면 어
떻게 나누어 먹을지 정하게 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나누어 먹는 아이들이 많지 않
았다. 이유는 ‘치사하다’는 것이다. 맛있는 간식을 많이 받은 아이들이 생각보다 매우
적은 양만 공유하려고 했던 것이다. 또 집에 가서 먹으면 된다는 마음도 한 몫 했다. 이
활동은 그래서 더 아쉬웠다. 내 의도는 이것이 아니었는데…… 하지만 이런 복병도
독서교실 속의 매력이다.
마지막 날, 마지막 활동은 뭔가 감동적으로 끝맺고 싶었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세
계 여러 나라의 아이들에 관한 책을 각 꼭지 별로 나누어 읽고, 그 아이들에게 그림엽
서를 만들어 편지를 쓰게 했다. 마지막까지 페이스가 늘어지지 않고 열심히 집중하는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마지막에는 서로 감상을 공유하고, 도서관을 청소하며 마무리 했다. 서로 수고했다
고 박수를 쳐주고 즐겁게 이별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다음 독서교실에서 만나자며
즐겁게 방학을 맞았다.
도서관 이용지도 수업이나 활용수업이 연간 교육과정 속에서 체계적이고 계획적인,
의도된 수업이라면 방학 중 독서교실 프로그램은 즐겁게 재밌게, 사서교사가 꿈꾸는
대로 조몰락거릴 수 있는 수업이다. 무엇을 할 것인지, 얼마나 할 것인지도 교사가 주
도적으로 정할 수 있고 수업에 들어오는 학생도 참여를 희망한(사전에 열의를 밝힌)
학생들이니 독서교실이 더욱 알찬 활동이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부담스럽다. 사서교사가 단독으로 진행한다는 점, 교육과정이나 교과 안내서 같은 보
기 쉬운 참고자료가 없다는 점, 참여 학년이 다양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여
러 날에 걸쳐 힘든 노동(?)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독서교실에 대한 설렘을 사그
라지게 하는 이런 부담감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하나하나 살펴보자.
★ 혼자서도 잘해요! 하지만……
한마디로 다수의 힘을 보여주자는 것. 학교도서관의 운영자는 사서교사지만, 함께 꾸
려나가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어린이 도서부나 학부모 도서위원이 있을 수도 있다. 독
서에 관심이 많은 동료 교사라면 더욱 좋다. 팀을 꾸려 주제를 나누어 준비하고 진행을
맡겨보는 것도 좋고, 학년을 나누어 개별 교실에서 실시할 수도 있다. 진행에 도움을
주는 사람이 많으면 아이디어도 다양해지고 더 많은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서 매력적이다.
★ 위대한 도약도 시작은 작은 걸음이다
사서교사로서 처음 학교도서관에 입문했을 당시만 해도 독서교실에 대한 가이드라
인이 없었다. 그야말로 내가 디딘 첫걸음이 위대한 도약이 되는 순간순간이었다. 지금
은 많은 선생님들이 자료를 공유하고 이렇게 공개된 몇 개의 기사들과 지역도서관을
비롯한 연수 자료 등에서 독서교실에 대한 개념이나 종류, 틀, 다양한 사례들을 만나볼
수 있게 됐다.
★ 네 멋대로 해라?
머리가 나쁘면 사지가 고생한다는 말은 진정 옛말이다. 요즘은 욕심(생각)이 많으면
고생이다. 고학년에 맞추자니 저학년이 울고, 이틀만 하자니 뭔가 부족하고, 일주일
을 하자니 내 몸이 견뎌낼 수 없을 것 같은 그런 마음. 사서교사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고
뇌하는 문제들이 아닐까? 그럴 땐 좀 과감해질 필요가 있다. 내 페이스에 맞추어 기간
을 정하고 실제로 해보고 싶은 활동 수준에 맞는 학년에 한정하자. 학교 사정은 그 다
음!(항상 이렇게 당당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이제 탁상공론은 그만하고
실전으로 들어가 보자.
1단계-주제정하기
주제와 형태를 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독서교실에서 중심이 되어야 할 것이 활동
인지, 책인지, 혹은 주제인지 결정한다. 보통 세 가지를 적절히 섞어서 계획을 하지만
그 중심이 무엇인지 정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주제 중심의 자료가 가장 많은 편이다. 내가 소개할 주제는 ‘크고 작음, 많고 적음’이
다. 이 주제는 지난 4월 경기도 사이버 도서관, 독서프로그램 개발 TF팀의 ‘책수리 마수
리’ 연수를 통해 알게 된 ‘크거나 작거나’를 참고했다. 이런 독서 프로그램들을 많이 개
발하고 학교 현장에 적용하여 생산적인 피드백이 계속 이루어지길 바란다.
2단계-대상정하기
같은 활동을 하더라도 학년에 따라 그 성격과 수준이 달라진다. 따라서 세부 계획을 세
우기 전에 몇 학년을 대상으로 할 것인지 정한다. 저학년과 고학년으로 나눌 수도 있
고, 한 학년에만 한정할 수도 있다. 또 희망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할지, 학기 중에 독
서 활동을 열심히 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할지, 독서를 싫어하는 아이들이나 읽기 능력
이 낮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할지 정하는 것도 독서교실의 성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여기서는 4~6학년에게 적용한 사례를 담았다. 1~3학년도 수준과 분량을 다르게 해서
실행해보았다. 이번 사례는 참여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했다. 물론 신청한
아이들은 많았지만 한 학급수준(35명)을 기준으로 제비뽑기를 했다.
3단계-분량정하기
며칠, 몇 차시를 할지 정해야 한다. 수업 시간을 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책 읽을 시간과
활동시간의 배분, 사전 준비물이나 숙제도 얼마나 내주어야 할지 계획한다. 계획을 세
우다 보면 너무 욕심을 부리거나 큰 계획만 세워 시간이 애매해질 수 있다. 아이들 수
준에 맞는 활동량을 정하는 것이 내실 있는 독서교실로 가는 지름길이니 유의해야 한
다. ‘책수리 마수리’에서 소개된 프로그램은 총 열세 가지였는데 그 중에서 초등학교
에 맞는 프로그램을 골라 적절한 시간을 배분하고, 3일 총 9시간(9시~12시)의 프로그
램을 계획했다.
즐거운 3일, 독서교실과 만나기
독서교실은 대체로 방학을 시작하자마자 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출석률도 낮
아지고, 준비하는 교사의 긴장도 조금 늘어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과학, 영어, 스카우
트와 같은 다른 행사들과 겹쳐 독서교실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아이들이 매년 생긴다
는 점이다. 날짜를 잡는 것은 담당교사의 몫이다.
독서교실을 시작하기 전에 오리엔테이션을 갖는다. 독서교실의 주제를 알려주고
준비물과 읽어와야 할 책을 사전에 제시한다. 지난여름 독서교실은 1~3학년을 대상
으로 이틀 먼저 진행했다. 4~6학년 아이들은 다른 행사와 겹치지 않아서 참여할 수 있
다며 좋아했다. 교사 입장에서는 1~3학년 아이들과 주제 수업을 해본 경험을 바탕으
로 4~6학년 아이들과 좀 더 밀도 있고 짜임새 있는 수업을 준비할 수 있어 좋았다.
첫날은 서로 얼굴을 익히고 독서교실에 흥미를 느끼게 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모둠 이름을 정하고 자기소개를 하는 데 꽤 많은 시간을 투자하게 된다. 서로
이름을 알 수 있게 이름표를 만드는 것도 좋다.
처음 하는 활동은 개인 활동보다 모둠 활동으로 준비했다. 아이들이 모둠 안에서
소속감을 느끼고, 게임 형식을 통해 주제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포인트
다. 도서관에서 가장 큰 책과 가장 작은 책, 페이지가 많고 적은 책을 찾아오게 했다. 두
께로 봐서는 가장 두꺼운 책인데 실제로 열어보니 오히려 페이지가 얼마 안 되는 책도
있어 아이들이 꽤 실망하는 눈치였다.
주제에 대해 워밍업을 하고 나면 모둠 아이들끼리 돈독해질 필요가 있다. 비교할
것들을 정해서 크고 작음과 많고 적음을 비교해 보기로 했다. 아이들끼리 손을 서로 대
어보기도 하고, 필통에 연필이 몇 자루나 있는지 세어보기도 하며 누가 더 크고 작은
지, 많고 적은지 그룹을 나누어 적었다.
쉬는 시간을 잠시 갖고 함께 책을 읽었다. 『그건 내 조끼야』라는, 유아 수준이지만
아주 재미있는 그림책이다. 준비물로 자신의 조끼나 겉옷을 준비해오게 하여 몸집이
가장 작은 아이의 옷을 다른 아이들이 입어보게 했다. 책의 순서를 그대로 따라 점점
몸집이 큰 아이에게 입히는데, 옷 주인은 불안해하고, 몸집이 큰 아이는 부담스러워 하
고, 보고 있는 아이들은 자지러지게 웃는다. 이럴 땐 자칫 몸집이 큰 아이가 ‘비만’이나
‘뚱뚱보’로 인식되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한다.
그다음엔 모둠별로 크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책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모티브는
주제 책에서 그대로 가져오되 종류나 주인공을 다르게 해서 계획도 짜고 직접 그림과
글을 집어넣었다.
중간 날은 크기와 양을 다루는 전통 도량형 단위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홉, 자(척),
근 등 부피, 길이, 무게를 재는 단위들이 오늘의 주인공이다. 홉이나 척은 아이들이나 내
게도 좀 생소한 말이다. 『장날』이라는 병풍 그림책을 펼쳐놓고, 장에서 크기나 양을 재
는 모습을 찾아 포스트잇으로 표시해보라고 하니 서로 먼저 찾으려고 혈안이다.
그림책에 나온 모습을 바탕으로 도량형 단위를 살펴보고, 그 단위들과 현재 쓰고
있는 kg, cm, l(리터) 환산 수치를 알아보았다. 계산이 복잡해서 재미없어 할 줄 알았는
데 아이들 눈빛이 초롱초롱하다. 오늘의 준비물은 좋아하는 연예인 프로필 조사해오
기와 쌀 한 줌이다. 조사해온 키, 몸무게를 전통 도량형으로 바꿔보게 했다. 계산이 복
잡한데도 꽤 열심이다.
이제는 실전이다. 자신의 손으로 직접 한 홉이 얼마나 되는지, 손 한 줌은 몇 kg나 되
는지 알아보았다. 자신의 손과 팔을 재보아 몇 자가 되는지도 알아보았다. 어느 정도
몸자 측정에 익숙해지면, 측정의 달인을 뽑는다. 각 모둠별로 부피, 길이, 무게의 달인
을 뽑고 그 중에서 가장 근사치를 맞춘 아이에게 ‘달인’의 영광이 돌아갔다.
마지막 차시에는 우리가 썼던 전통 도량형을 왜 지금의 모습으로 바꾸었는지, 통일
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측정 단위가 여러 가지일 때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관련된
기사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과 함께 오늘 체험활동에 대
한 생각을 간단하게 써보았다.
벌써 마지막 날이다. 첫날과 중간 날은 종이책을 읽었고, 마지막 날은 동영상 보기
다. <세상이 100명의 마을이라면>이라는 짧은 동영상인데 책으로도 볼 수 있다. 세계
여러 나라를 다룰 때도 좋은 책이다. 언어, 인종, 대륙, 나이, 식량 등을 기준으로 100칸
그림을 그리게 했다. 주제를 대륙으로 했다면 대륙별 인구 비율에 따라 다른 색을 정해
칸 개수에 맞게 색을 칠하면 된다.
세상에 배불리 밥을 먹는 사람이 두 명이라면, 약간 배고픈 사람이 두 명, 굶주리다
곧 죽을 것 같은 사람이 여섯 명이라는 사실을 영 못 믿는 눈치다. 곧바로 쪽지를 나누
어 주었다. 쪽지에는 배부름, 배고픔, 굶주림이 위의 비율대로 적혀 있다. 아이들이 쪽
지를 받아들고 어리둥절해 할 때 간식을 나누어주기 시작했다. 배부름을 뽑은 아이에
게는 충분한 양의 간식을 주고, 배고픔을 뽑은 아이들에게는 그보다 더 조금, 굶주림을
뽑은 아이들에게는 과자 몇 조각만 주니 여기저기서 원성이 터져 나왔다.
식량을 모두 나누고 서로 나누어 먹을지, 그냥 받은 대로 먹을지, 나누어 먹으면 어
떻게 나누어 먹을지 정하게 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나누어 먹는 아이들이 많지 않
았다. 이유는 ‘치사하다’는 것이다. 맛있는 간식을 많이 받은 아이들이 생각보다 매우
적은 양만 공유하려고 했던 것이다. 또 집에 가서 먹으면 된다는 마음도 한 몫 했다. 이
활동은 그래서 더 아쉬웠다. 내 의도는 이것이 아니었는데…… 하지만 이런 복병도
독서교실 속의 매력이다.
마지막 날, 마지막 활동은 뭔가 감동적으로 끝맺고 싶었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세
계 여러 나라의 아이들에 관한 책을 각 꼭지 별로 나누어 읽고, 그 아이들에게 그림엽
서를 만들어 편지를 쓰게 했다. 마지막까지 페이스가 늘어지지 않고 열심히 집중하는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마지막에는 서로 감상을 공유하고, 도서관을 청소하며 마무리 했다. 서로 수고했다
고 박수를 쳐주고 즐겁게 이별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다음 독서교실에서 만나자며
즐겁게 방학을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