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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활용수업 어때, 생각 겨루기 한판 - ➊ 토론의 기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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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20 22:36 조회 9,597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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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출근과 동시에 보이는 교실은 밖에서 보는 것보다 더 복잡하고 시끄럽고 분주하다. 수 많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답해주어야 하고, 수업 외적인 질문과 다툼이 일어나기도 한다. 10여 년 전부터 ‘바르게 듣고, 바르게 이야기하는 의사소통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관심을 갖게 되었다. 마침 내 자식들이 우리 반 아이들과 나이가 비슷했기 때문에 더욱 관심이 많았다. 그때 선택한 것이 토론수업이다. 토론을 통해서 나와 우리 반 어린이들이 서로 공감하며 깊어지는 것을 느낄 때 다가오는 감동은 가르치는 일에 대한 보람을 갖게 했다. 모든 학습 활동에 바탕이 되고, 학교 생활을 즐겁게 하는 여러 요소 중 하나로 토론이 자리 잡아가는 모습은 오늘도 나 스스로에게 게으르지 않은 교직 생활을 지속하게 하는 힘이 된다. 그동안 아이들과 함께 해온 수업 장면들을 이야기해볼까 한다.

1 . 토의와 토론, 어떻게 다른가
토의(Discussion)란 어떤 공통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나아가 그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하여 둘 이상의 사람들이 모여 그에 관한 정보, 의견, 생각 등을 서로 나누고 평가하는 협동적인 의사소통 또는 의사결정 과정이다. 토의는 사회자를 중심으로 자유로운 의사개진과 대담을 통해 이루어진다.
토의는 공동 학습의 형태로 학습자 상호간의 의사교환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수업 방법이다. 비교적 다수의 집단이 어떠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서로 의견을 교환해가면서 원만하고 바람직하게 해결해가는 수업의 한 방법이다.

토론(Debate)은 양편이 찬성과 반대 쪽으로 나뉘어 자기 쪽 주장이 옳음을 내세우며 각각 자기 쪽 주장을 받아들이도록 상대방 또는 제삼자를 설득하는 경쟁적인 의사결정 과정이다. 토론은 일정한 규칙 아래서 주어진 논제에 대해 의견대립이 존재한다는 것(변증법적사고)을 인정하면서, 자신의 입장이나 해답을 분명히 하고 타인을 설득하는 것이 목적이다.

토론은 사실, 논거, 근거에 의한 자기 주장을 이성적으로 관철하는 반면, 토의는 참석자들이 자유롭게 마음을 터놓고 답을 구한다. 시골 마을회관에서 구제역을 방지하기 위해서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는 것도 그 예가 될 수 있다. 토의에서는 타협, 흥정이 통하는 반면 토론에서는 타협, 흥정의 여지가 없이 공정하다. 이 차이를 표로 만들어 보면 구분이 뚜렷하다. 아래 보는 바와 같이 토론은 토의의 한 부분이다. 양자가 혼합되어 사용되기도 하지만, 구별되어 사용되어야 하는 까닭이 여기 있다.



2 . 왜 토론인가?
토론수업을 진행한 선생님들 말이 한결같다. 토론수업이 시작되면 아이들이 수업에 몰입하며 뜨겁게 달아오른다는 것이다. 공정한 룰이 있는 가운데 승패가 있고,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수업의 형태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들이 잊지 말아야 할 토론의 중요한 내용은 승패를 경험함으로써 수업에 흥미를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다. 토론을 통해 대립되는 가치에 대해 존중하는 태도를 가르치는 데 가장 큰 목적이 있다.

1)의사소통 능력(이해력, 표현력, 반대 의견에 대한 설득력)을 향 상시킨다. 교실은 늘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와 움직임으로 소란하지만, 정작 수업시간에 발표를 할 때면 우물쭈물하거나 말문을 닫아버리는 경우가 잦은데, 토론은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효과적인 교수 방법이다. 발표력이 없는 아이들이 부족한 대로 말문을 열어가는 과정을 바라보는 것은 교사들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이다.

2)사고력(논리적 사고력, 창의적 사고력, 비판적 사고력)을 향 상시킨다. 기본적인 토론의 틀을 벗어나면 아이들은 곧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선입견이나 감정에서 벗어나 사실에 입각하여 사고하도록 하며 객관적이고 공정한 안목을 갖게 한다. 찬성과 반대 입장 전체를 두루 경험함으로써 자신이 주장하는 근거를 찾아나가는 과정에서 사고력을 향상시킨다. 소집단토론 과정이 필요한 것이 바로 사고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3)바른 언어 습 관과 자료를 다루 는 능력을 길러준다. 토론준비 과정에서 아이들은 논제와 관련된 다양한 자료를 수집한다. 도표나 그래프, 수치 등 객관화된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정보 수집력과 분석력을 키운다. 마이크를 들고 친구들이 바라보는 가운데 발표하는 아이들의 언어 습관은 자연스럽게 순화된다.
4)참여의식을 통해 자 아 존 중감 을 길러준다. 토론수업에 참여한 아이는 어느 역할을 담당하든 참여하게 된다. 사회자, 게시원, 토론자, 판정인 등 다양한 역할을 통해 토론에 참여함으로써 자신의 자아존중감을 키운다.

5)발표력 못지않게 듣기 능력을 키워준다. 어린이의 다양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말하기를 좋아하지만, 듣기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들은 내용을 토대로 자신의 이야기를 상대에게 설득하는 토론 과정은 ‘귀담아듣기’가 필수적이다. 상대방을 공격하기 위해서는 잘 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아이들은 금방 경험하게 된다.
6)협동 심과 배려심을 길러준다. 학습 방법으로써의 토론은 지극히 개별화된 활동이지만, 결코 개인별로 할 수 없는 활동이다. 찬성 측과 반대 측의 입장인 아이들끼리 서로 협동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토론은 규칙과 예절을 지켜야 하는 활동이다. 발표하는 동안 끼어들지 않으며 끝까지 경청하고 예의를 갖추어 반박해야 한다.



3 . 토론논제만들기 _ 논제가 좋으면 토론도 좋다
토론을 함에 있어 논제를 결정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논제 자체가 모순되거나 오류를 포함하는 일이 없도록 유의해야 한다. 토론 주제가 정해지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아이들과 함께 논제를 다듬는 일이다. 우선, 논제를 칠판에 문장으로 적어 놓고 한 낱말씩 밑줄을 그어가면서 검토한다. 논제에 씌어진 낱말 하나하나가 쓰임에 따라 다르고, 조사 한 글자가 토론해야 할 범위를 한정하거나 포괄하기 때문이다.

1)논제는 구체적이어야 한다. 논제가 광범위하면 토론이 집중력을 잃고 만다. 예를 들어 ‘데이문화는 바람직한가’라는 논제는 적절하지 못하다. 데이문화라 하면 발렌타인데이, 빼빼로데이 등 온갖 ‘데이’를 포괄적으로 뜻한다. 나는 ‘빼빼로데이’에 관해 토론하기를 바라는데, 상대방은 반지를 주고받는다는 ‘링데이’에 대해 말한다면 논점이 달라질 것이다. 하나의 논점을 확보하기 위해서 ‘빼빼로데이는 바람직한가’라는 것으로 구체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논제 자체에 부정문 을 쓰지 않는다. 논제에 부정문이 들어 있으면 혼란을 가져온다. ‘노약자석에는 앉지 말아야 한다’는 논제로 토론을 할 경우 어린이는 앉아도 된다는 것이 찬성인지, 앉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찬성인지 토론자들에게 혼돈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3)종교적인 문제를 포함 하지 않는다. 특정한 종교 문제를 논제로 다루는 것은 토론수업에서 적절하지 않다. 예를 들면 ‘지구의 종말은 올 것인가’라는 논제로 토론을 하게 되면 종교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이 다룰 수 있는 토론의 범위를 넘어서게 된다. 나아가 논제가 종교적인 문제를 포함하게 되면 학부모들로부터 민원이 제기될 수도 있다.

4)논제에서 다 룰 과제가 하나라야 한다. 논제는 한 가지만 집중적으로 다루자. 이를테면 ‘국토를 보존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는 논제는 개발과 보존, 찬성과 반대를 이중으로 다뤄야 한다.
5)논제의 표현이 객관적이어야 한다. 논제가 은근히 어느 한쪽을 지지하는 듯한 인상을 주지않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어떤 논제든 골똘히 살펴보면 왠지 찬성 쪽 편을 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는 논제 개발과 탐구에서 오는 언어의 한계이므로 동수로 판정됐을 경우 반대 측이 이기는 것으로 했다.

6)논제에 문 장부호를 사 용하지 않는다. 경우에 따라서 ‘심청은 효녀인가?’라고 하면 다양한 각도에서 생각을 이끌어내기 위해 의문부호가 없는 것보다 더 나은 효과가 있다. 토론연습 과정에서는 무난하지만, 정식 토론대회에서는 문장부호를 사용하지 않는다. 물론 학급에서 토론수업을 위해서 하는 것이라면 붙여도 무난하다.

4 . 토론수업을 풍요롭게 하는 기본 준비물
토론수업을 참관하거나 진행하면서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별다른 물건도 아니건만 아이들은 몇 가지의 물품에도 몰입한다. 무작정 교사용 지도서만 읽고 순서와 절차를 적어 놓고 시도했던 나의 초기 모습을 보면 어쩜 그렇게 준비가 없었는지 얼굴이 붉어진다. 토론 준비물을 갖추는 데 그다지 큰 비용이 들지도 않는다.

1)마이크 장치 서너 명이 토론하더라도 마이크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고장이 나서 소리가 나오지 않아도 좋다. 마이크가 없다면 장난감이나 종이를 둘둘 말아 사용하더라도 꼭 준비하길! 내가 발표하는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내 귀로 들려오는 경험은 설렘과 집중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당연히 사용하는 언어가 순화되고, 진지해진다. 자신감이 없는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문장 끝까지 이야기해보도록 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아이들이 토론수업을 유난히 좋아하는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가 마이크 사용이라는 생각이 든다. 스피커 세트에 마이크가 사회자용 한 개, 토론자용 두 개 정도면 충분하다.

2)타이머 휴대전화에 내장되어 있는 스톱워치 프로그램이 좋다. 학교에서는 큰 텔레비전화면에 타이머를 띄워서 토론자들과 심사자 그리고 방청인들이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체의 집중을 위해서 텔레비전에 논제와 함께 스톱워치를 보여주면 효과적이다.

3)게시대 아이들은 역할을 분담하면 최선을 다한다. 게시대는 아이 자신이 어떤 역할을 맡게 되는지에 대한 자부심과 그 역할에 기대되는 모습을 파악하게 하는 데 중요한 기능을 한다. 게시대에 적어 넣을 내용은 대개 사회자, 찬성토론자, 반대토론자, 게시원, 판정인 등이다. 토론하는 방법과 절차와 규칙을 익히는 것이므로 토론 시간이나 절차 등의 정형화된 틀을 지키되 아이들의 참여를 촉진하기 위하여 학급의 상황과 인원수에 따라 다양한 방법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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