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독서, 중요하다고 강제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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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04 17:10 조회 7,014회 댓글 0건본문
독서는 중요하다. 이 견해에 이견을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독서가 중요하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독서를 체계적으로 지도해야 한다고 한다. 이 견해에도 이견을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학생들이 독서를 잘 하지 않고, 학교에서도 독서 지도를 체계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학생들의 독서를 권장하기 위한 방안으로 ‘독서이력철’ 정책이 제안되고 있다. 학생들에게 자신의 독서이력철을 만들게 하고, 이를 대학 입학의 전형 자료로 활용하자는 제안이다. 이미 5년 전에 이에 대한 정책 연구도 있었고, 공청회도 있었다. 그런데 학생들의 독서를 대입 전형의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학생 개개인의 독서를 ‘평가’해야 하고, 또 다른 학생들의 평가와 ‘비교’도 해야 한다. 과연 독서가 평가되고, 더 나아가 다른 사람과 비교되어야 하는가? 이런 독서교육 정책이 정말 성공할 수 있겠는가? ‘독서의 개념’과 ‘독서 지도의 현실’을 중심으로 대입전형을 위한 독서이력철 정책을 검토해 보고자 한다.
독서 지도가 아닌 독서 말살이될 수도 있다
독서는 자율과 창의와 자기주도적인 고등 수준의 사고 활동이다. 학생들은 자신의 필요와 수준에 맞춰 자율적으로 책을 선정하고 읽는다. 그리고 읽는 과정에서 지식과 정보를 창조적으로 습득, 구성한다. 의미의 창조인 것이다. 독서 과정은 또한 자기주도적 판단과 조정의 과정이다. 독서가 독자 개인의 자율적인 활동이고, 의미의 창조 과정이고, 자기주도적 판단과 조정의 과정이라면, 이런 성격의 독서는 결코 강제되어서는 안 된다. 또 평가되어서도 안 되고, 비교되어서도 안 된다. 독서의 강제와 평가와 비교는 자율에 대한 거부이고, 창조에 대한 훼손이며, 자기주도적 판단에 대한 부정이다.
독서는 분명 자율과 창의와 자기주도적인 고등 수준의 사고 활동이다. 그런데 이런 고등 수준의 사고 활동인 독서는 사회적 상호작용 속에서 더욱 극대화된다. 다시 말해서, 읽은 책의 내용과 그 내용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다른 사람과 교환하고 비교하고 교수토의 및 토론을 할 때에 독서의 효과가 극대화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학교에서의 독서 지도는 개인적 독서 권장을 넘어서서 집단적 비교·판단·조정의 활동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런데 학교에서 하는 이 같은 집단적 독서 활동은 결코 평가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것은 독서 지도가 아니라 독서 말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독서는 크게 교양독서, 교과독서, 진로독서의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세 가지 중에서 ‘교과독서’는 실제로 학교에서 하는 교과학습과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학교 내신성적을 반영하는 대입전형에서는 교과독서를 반영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독서이력철에서 반영할 독서는 ‘교양독서’와 ‘진로독서’뿐이다. 그런데 교양독서와 진로독서는 다분히 개인적 성격의 독서이다. 그래서 이 두 독서는 평가되어서도 안 되고 또 다른 사람과 비교되어서도 안 된다. 독서가 갖고 있는 이 같은 본질적 개념에서 보더라도 대입전형의 하나로 제안되는 독서이력철 정책은 상당히 비독서적, 비독서교육적 정책이 되기 쉽다.
독서이력철 정책이 대입전형에 걸치게 되면…
독서이력철이 진정 학생의 독서이력을 보여주는 개인적 자료가 되기 위해서는 기록의 내용과 방법이 획일화를 벗어나 다양화되어야 한다. 그런데 다양화를 지향하는 독서이력철은 결코 비교 평가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설사 비교의 자료로 삼는다 하더라도, 그 내용은 반드시 객관성, 공정성, 보편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런데 독서이력철에 기록할 내용, 학생의 독서 과정이나 결과에 대한 평가, 그리고 평가 결과의 기록 방법 등에서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없다. 기록 내용의 정량화도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런 점에서 독서이력철의 자료적 가치에 큰 의문이 제기된다.
대입전형의 자료로 활용할 학생 독서이력철은 고등학교에서 또는 초중학교에서부터 만들어져야 한다. 그렇다면 이 과제는 분명 교사들의 또 하나의 과제가 될 것이다. 그런데 교사들은 이런 일을 할 전문성도 부족하고 시간의 여유도 갖고 있지 못하다. 그래서 독서이력철의 기록은 다분히 형식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아진다. 만일 독서이력철의 기록이 형식적으로 흐르게 된다면, 거기에는 학생 본인의 진정한 자료가 아닌 외부의 도움(학부형, 학원 등)이 개입될 소지가 높아진다. 독서이력철은 자칫 학교 교육의 장에 거짓이 들어올 틈새를 제공하게 될 수도 있다.
독서는 중요하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독서를 활성화하고 체계적으로 지도해야 한다. 그런데 독서교육 활성화라는 선한 목적이 지나치게 목적론적으로 흐르게 되어 대입전형에 걸치게 되면, 이는 오히려 독서와 독서교육에 해악이 될 수도 있다. 독서이력철 정책은 그런 점에서 매우 조심스러워야 한다. 모든 정책이 다 그러하듯, 독서와 독서교육 정책도 학교와 교사와 학생을 강제가 아닌, 격려와 지원 수준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독서의 개념이요 교육정책이라 생각한다.
학생들의 독서를 권장하기 위한 방안으로 ‘독서이력철’ 정책이 제안되고 있다. 학생들에게 자신의 독서이력철을 만들게 하고, 이를 대학 입학의 전형 자료로 활용하자는 제안이다. 이미 5년 전에 이에 대한 정책 연구도 있었고, 공청회도 있었다. 그런데 학생들의 독서를 대입 전형의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학생 개개인의 독서를 ‘평가’해야 하고, 또 다른 학생들의 평가와 ‘비교’도 해야 한다. 과연 독서가 평가되고, 더 나아가 다른 사람과 비교되어야 하는가? 이런 독서교육 정책이 정말 성공할 수 있겠는가? ‘독서의 개념’과 ‘독서 지도의 현실’을 중심으로 대입전형을 위한 독서이력철 정책을 검토해 보고자 한다.
독서 지도가 아닌 독서 말살이될 수도 있다
독서는 자율과 창의와 자기주도적인 고등 수준의 사고 활동이다. 학생들은 자신의 필요와 수준에 맞춰 자율적으로 책을 선정하고 읽는다. 그리고 읽는 과정에서 지식과 정보를 창조적으로 습득, 구성한다. 의미의 창조인 것이다. 독서 과정은 또한 자기주도적 판단과 조정의 과정이다. 독서가 독자 개인의 자율적인 활동이고, 의미의 창조 과정이고, 자기주도적 판단과 조정의 과정이라면, 이런 성격의 독서는 결코 강제되어서는 안 된다. 또 평가되어서도 안 되고, 비교되어서도 안 된다. 독서의 강제와 평가와 비교는 자율에 대한 거부이고, 창조에 대한 훼손이며, 자기주도적 판단에 대한 부정이다.
독서는 분명 자율과 창의와 자기주도적인 고등 수준의 사고 활동이다. 그런데 이런 고등 수준의 사고 활동인 독서는 사회적 상호작용 속에서 더욱 극대화된다. 다시 말해서, 읽은 책의 내용과 그 내용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다른 사람과 교환하고 비교하고 교수토의 및 토론을 할 때에 독서의 효과가 극대화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학교에서의 독서 지도는 개인적 독서 권장을 넘어서서 집단적 비교·판단·조정의 활동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런데 학교에서 하는 이 같은 집단적 독서 활동은 결코 평가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것은 독서 지도가 아니라 독서 말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독서는 크게 교양독서, 교과독서, 진로독서의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세 가지 중에서 ‘교과독서’는 실제로 학교에서 하는 교과학습과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학교 내신성적을 반영하는 대입전형에서는 교과독서를 반영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독서이력철에서 반영할 독서는 ‘교양독서’와 ‘진로독서’뿐이다. 그런데 교양독서와 진로독서는 다분히 개인적 성격의 독서이다. 그래서 이 두 독서는 평가되어서도 안 되고 또 다른 사람과 비교되어서도 안 된다. 독서가 갖고 있는 이 같은 본질적 개념에서 보더라도 대입전형의 하나로 제안되는 독서이력철 정책은 상당히 비독서적, 비독서교육적 정책이 되기 쉽다.
독서이력철 정책이 대입전형에 걸치게 되면…
독서이력철이 진정 학생의 독서이력을 보여주는 개인적 자료가 되기 위해서는 기록의 내용과 방법이 획일화를 벗어나 다양화되어야 한다. 그런데 다양화를 지향하는 독서이력철은 결코 비교 평가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설사 비교의 자료로 삼는다 하더라도, 그 내용은 반드시 객관성, 공정성, 보편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런데 독서이력철에 기록할 내용, 학생의 독서 과정이나 결과에 대한 평가, 그리고 평가 결과의 기록 방법 등에서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없다. 기록 내용의 정량화도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런 점에서 독서이력철의 자료적 가치에 큰 의문이 제기된다.
대입전형의 자료로 활용할 학생 독서이력철은 고등학교에서 또는 초중학교에서부터 만들어져야 한다. 그렇다면 이 과제는 분명 교사들의 또 하나의 과제가 될 것이다. 그런데 교사들은 이런 일을 할 전문성도 부족하고 시간의 여유도 갖고 있지 못하다. 그래서 독서이력철의 기록은 다분히 형식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아진다. 만일 독서이력철의 기록이 형식적으로 흐르게 된다면, 거기에는 학생 본인의 진정한 자료가 아닌 외부의 도움(학부형, 학원 등)이 개입될 소지가 높아진다. 독서이력철은 자칫 학교 교육의 장에 거짓이 들어올 틈새를 제공하게 될 수도 있다.
독서는 중요하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독서를 활성화하고 체계적으로 지도해야 한다. 그런데 독서교육 활성화라는 선한 목적이 지나치게 목적론적으로 흐르게 되어 대입전형에 걸치게 되면, 이는 오히려 독서와 독서교육에 해악이 될 수도 있다. 독서이력철 정책은 그런 점에서 매우 조심스러워야 한다. 모든 정책이 다 그러하듯, 독서와 독서교육 정책도 학교와 교사와 학생을 강제가 아닌, 격려와 지원 수준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독서의 개념이요 교육정책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