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옆집이 사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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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6-07 15:00 조회 8,102회 댓글 0건본문
겨울
영빈이와 마주 앉은 계절은 겨울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겨울의 끝이 보이는 2월 중순이었다. 곧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영빈이, 드럼을 칠 때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하는 영빈이는 대학입시라는 부담감 때문에 아직도 겨울 깊은 곳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친구였다.
“선생님. 제 고민은 어떤 일을 시작하면 처음엔 잘하다가 중간에 포기해버린다는 거예요. 고3이 되어서도 그렇게 할까봐 걱정이 돼요.”
그렇게 영빈이와의 상담은 시작되었다. 영빈이와 이야기하는 내내 영빈이의 삶이 사소한 것에서부터 비교적 크게 느껴지는 것까지 많은 일들을 시작했다가 포기하는 과정을 반복했음을 알 수 있었다. 간단한 심리검사를 해본 결과 영빈이의 마음에는 외로움과 두려움, 그리고 공격성이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가족들과 거리를 확실하게 두려는 심리를 파악할 수 있었다. 가족…, 거기서부터 영빈이의 문제를 풀어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빈아. 그럼 네가 일을 하다가 중도에 포기하면 네 주변 사람들 중에 누가 가장 힘들어할까?”
조금 뜸을 들이던 영빈이는 교회 전도사님이랑, 현재 교회 대학부에 다니는 교회누나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지금 전도사님은 외국에 공부하러 가셨고, 교회누나는 결혼을 해서 지방으로 내려갔다고 말했다. 나는 자꾸 나의 눈을 피하는 영빈이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한마디 툭 내뱉었다.
“거 참 이상하다.”
영빈이가 잠깐 놀라는 표정을 짓더니 왜 그러시냐고 물었다.
“보통 내가 이런 질문을 하면 가족들이라고 대답을 하거든. 그런데 너는 아까 검사할때도 그렇고, 지금 대답할 때도 그렇고, 가족들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아서 말이야.”
영빈이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빠른 어조와 손짓을 해가면서 이야기를 했다.
“아버지는 언제나 절 믿는다고 하셨구요. 엄마는 저와 대화를 많이 하니까 절 믿으실거구요. 여동생은, 여동생은 동생이잖아요.”
“그래, 그런데 말이야. 너의 상담을 부탁한분은 부모님이거든.”
기억
나는 가만히 영빈이를 바라보았다. 영빈이의 어깨가 조금씩 내려가기 시작하면서 조금 젖은 목소리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한동안 방황을 하셨어요. 요즘에 와서 정신을 차리고 다시 일을 시작하셨어요. 그리고 어머니는 아버지가 방황을 하실 때 고생을 너무 많이 하셨어요. 저마저 부모님을 힘들게 하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네가 힘들 때는 가족들이랑 이야기하지 않는 방법을 택했구나.”
잠시 생각에 잠기던 영빈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영빈이, 집에서 참 외로웠겠다. 가슴 답답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말이야.”
영빈이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나는 영빈이에게 휴지와 물을 건네고 잠시 기다렸다.
“제가 어릴 때 몸이 많이 아팠어요. 몸이 아프니까 밖에 나가서 다른 애들하고 잘 놀지 못하고, 그냥 집에서 엄마랑 아빠랑 지내면서 텔레비전만 멍하니 보고 지냈어요. 제가 잘 웃지도 않고 말도 잘 안 하니까 엄마가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랬구나. 영빈이가 어머니, 아버지에게 미안한 마음을 지금까지 갖고 살고 있구나. 그 미안함 때문에 지금 아픈 마음을 풀어놓지도 못하고 있구나. 영빈이, 참 힘들겠다. 영빈아, 혹시 그 어릴 때, 지금 네가 느끼는 이런 두려움이나 외로움을 느꼈던 일이 기억나니?”
“글쎄요. 별로 생각이 나지 않아요. 저는 텔레비전만 보며 하루 내내 지냈고, 그때는 엄마가 일도 안 다니셨고…. 아! 한 가지 기억이 나긴 해요. 어느 날 엄마, 아빠 그리고 여동생 셋이서 나갔어요. 집에 저만 혼자 남겨두고 어디론가 나갔어요. 저는 갑자기 혼자 남아 있다고 생각하니까 무서워서 옆집으로 뛰어가서 문을 막 두드린 기억이 나요. 그런데요, 그거 큰일 아니에요. 나중에 여동생이 몸이 안 좋아서 병원에 갔었다고 하셨어요.”
옆집나는 그때 영빈이가 어린 시절의 경험으로 인해 누군가가 자신을 떠나가는 것에 대해 극도의 공포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영빈이에게 현재 어린 시절 문을 두드렸던 옆집에 해당하는 사람이 누구겠냐고 물어보았다. 영빈이는 다시 교회 전도사님과 누나를 이야기했다.
“그렇구나. 그 두 분이 영빈이에게는 옆집이었구나. 가족들마저 날 버리고 떠난 것처럼 느꼈을 때 달려갈 수 있던 옆집. 문을 두드리면 문을 열고 같이 걱정해주는 사람이 있는 옆집. 그런데 그 두 분이 너를 떠났으니 너는 정말 힘들었겠다. 아파도 아프다고 말할 사람이 없어졌으니까 말이야.”
영빈이의 눈에 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기 시작했다.
“그래, 영빈아. 이제 선생님이 너를 좀 도와주고 싶구나. 더 이상 외롭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얘기해주고 싶구나. 사람이 쓸 수 있는 에너지가 100이라고 가정을 해보면 너는 너무 착해서 가족을 걱정하는 마음, 그리고 떠나간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 이런 느낌 때문에 에너지의 50 이상을 쓴 것 같아. 그럼 남은 에너지가 50밖에 없지.그러니까 너는 어떤 일을 하다가 중간에 포기할 수밖에 없어. 기름이 없는데 차가 갈 수 없잖아?”
영빈이의 눈이 맑아지기 시작했다.
“네가 어떤 일을 하다가 중간에 포기하는 것은 에너지가 없어서야. 네가 부족한 사람이라서도 아니고, 네가 최선을 다하지않은 것도 아니야. 그런데 선생님이 대단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렇게 에너지가 없어서 포기를 하는 일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너의 앞날에 대해 고민하는 영빈이 바로 네 모습이야. 그게 너의 매력이고, 너의 가
장 큰 에너지야.”
보석
“선생님, 그럼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와우! 좋아. 힘들다고 이야기하다가 이젠 하고 싶다고 말하고 있네. 좋았어! 영빈아, 너는 전도사님이나 누나가 떠나간 것만 생각하고 다시 만날 방법에 대해서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아. 이메일을 보낼 수 도 있고, 가끔 문자를 드릴 수도 있겠지. 방법을 만드는 것은 네 몫이야. 이젠 옆집을 네가 만들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았으면 좋겠어. 음… 그리고 말이야. 뭐 조금손해 보는 것 같지만 네가 원한다면 나도 네 옆집이 되어줄 수도 있고!”
영빈이가 슬며시 웃으면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나도 하나 부탁하자. 너도 내 옆집이 되어줬으면 좋겠다.”
영빈이의 눈이 조금 커지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거래는 끝났고, 내가 마지막 보석을 하나 줄게. 잘 들어봐라. 옆집은 말야, 우리 집이 있어야 있는 집이야. 우리 집은 내 마음대로 해도 다 이해하는 가족들이 있는 곳이고 말이야.”
그렇게 영빈이와 대화를 마치고 나서 나는 영빈이에게 무서워서 옆집 문을 두드렸던 그 어린 시절 영빈이에게 편지를 쓰라고 하였다. 많이 위로해주라고 하였다. 그리고 이제는 괜찮으니 안심하라는 내용을 쓰라고 하였다.
영빈이는 진진하게 참 긴 편지를 썼다. 쓰는 동안 혼자 울고, 웃기를 반복하고 난 영빈이의 얼굴이 빛나고 있음도 나는 봤다. 상담을 마치면서 나는 소설 『완득이』를 영빈이에게 선물했다. 아프지만, 모범생은 아니지만 이 친구가 정말 예쁘다고,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완득이의 매력이라고 말하면서 선물했다.
영빈이와 마주 앉은 계절은 겨울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겨울의 끝이 보이는 2월 중순이었다. 곧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영빈이, 드럼을 칠 때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하는 영빈이는 대학입시라는 부담감 때문에 아직도 겨울 깊은 곳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친구였다.
“선생님. 제 고민은 어떤 일을 시작하면 처음엔 잘하다가 중간에 포기해버린다는 거예요. 고3이 되어서도 그렇게 할까봐 걱정이 돼요.”
그렇게 영빈이와의 상담은 시작되었다. 영빈이와 이야기하는 내내 영빈이의 삶이 사소한 것에서부터 비교적 크게 느껴지는 것까지 많은 일들을 시작했다가 포기하는 과정을 반복했음을 알 수 있었다. 간단한 심리검사를 해본 결과 영빈이의 마음에는 외로움과 두려움, 그리고 공격성이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가족들과 거리를 확실하게 두려는 심리를 파악할 수 있었다. 가족…, 거기서부터 영빈이의 문제를 풀어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빈아. 그럼 네가 일을 하다가 중도에 포기하면 네 주변 사람들 중에 누가 가장 힘들어할까?”
조금 뜸을 들이던 영빈이는 교회 전도사님이랑, 현재 교회 대학부에 다니는 교회누나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지금 전도사님은 외국에 공부하러 가셨고, 교회누나는 결혼을 해서 지방으로 내려갔다고 말했다. 나는 자꾸 나의 눈을 피하는 영빈이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한마디 툭 내뱉었다.
“거 참 이상하다.”
영빈이가 잠깐 놀라는 표정을 짓더니 왜 그러시냐고 물었다.
“보통 내가 이런 질문을 하면 가족들이라고 대답을 하거든. 그런데 너는 아까 검사할때도 그렇고, 지금 대답할 때도 그렇고, 가족들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아서 말이야.”
영빈이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빠른 어조와 손짓을 해가면서 이야기를 했다.
“아버지는 언제나 절 믿는다고 하셨구요. 엄마는 저와 대화를 많이 하니까 절 믿으실거구요. 여동생은, 여동생은 동생이잖아요.”
“그래, 그런데 말이야. 너의 상담을 부탁한분은 부모님이거든.”
기억
나는 가만히 영빈이를 바라보았다. 영빈이의 어깨가 조금씩 내려가기 시작하면서 조금 젖은 목소리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한동안 방황을 하셨어요. 요즘에 와서 정신을 차리고 다시 일을 시작하셨어요. 그리고 어머니는 아버지가 방황을 하실 때 고생을 너무 많이 하셨어요. 저마저 부모님을 힘들게 하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네가 힘들 때는 가족들이랑 이야기하지 않는 방법을 택했구나.”
잠시 생각에 잠기던 영빈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영빈이, 집에서 참 외로웠겠다. 가슴 답답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말이야.”
영빈이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나는 영빈이에게 휴지와 물을 건네고 잠시 기다렸다.
“제가 어릴 때 몸이 많이 아팠어요. 몸이 아프니까 밖에 나가서 다른 애들하고 잘 놀지 못하고, 그냥 집에서 엄마랑 아빠랑 지내면서 텔레비전만 멍하니 보고 지냈어요. 제가 잘 웃지도 않고 말도 잘 안 하니까 엄마가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랬구나. 영빈이가 어머니, 아버지에게 미안한 마음을 지금까지 갖고 살고 있구나. 그 미안함 때문에 지금 아픈 마음을 풀어놓지도 못하고 있구나. 영빈이, 참 힘들겠다. 영빈아, 혹시 그 어릴 때, 지금 네가 느끼는 이런 두려움이나 외로움을 느꼈던 일이 기억나니?”
“글쎄요. 별로 생각이 나지 않아요. 저는 텔레비전만 보며 하루 내내 지냈고, 그때는 엄마가 일도 안 다니셨고…. 아! 한 가지 기억이 나긴 해요. 어느 날 엄마, 아빠 그리고 여동생 셋이서 나갔어요. 집에 저만 혼자 남겨두고 어디론가 나갔어요. 저는 갑자기 혼자 남아 있다고 생각하니까 무서워서 옆집으로 뛰어가서 문을 막 두드린 기억이 나요. 그런데요, 그거 큰일 아니에요. 나중에 여동생이 몸이 안 좋아서 병원에 갔었다고 하셨어요.”
옆집나는 그때 영빈이가 어린 시절의 경험으로 인해 누군가가 자신을 떠나가는 것에 대해 극도의 공포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영빈이에게 현재 어린 시절 문을 두드렸던 옆집에 해당하는 사람이 누구겠냐고 물어보았다. 영빈이는 다시 교회 전도사님과 누나를 이야기했다.
“그렇구나. 그 두 분이 영빈이에게는 옆집이었구나. 가족들마저 날 버리고 떠난 것처럼 느꼈을 때 달려갈 수 있던 옆집. 문을 두드리면 문을 열고 같이 걱정해주는 사람이 있는 옆집. 그런데 그 두 분이 너를 떠났으니 너는 정말 힘들었겠다. 아파도 아프다고 말할 사람이 없어졌으니까 말이야.”
영빈이의 눈에 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기 시작했다.
“그래, 영빈아. 이제 선생님이 너를 좀 도와주고 싶구나. 더 이상 외롭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얘기해주고 싶구나. 사람이 쓸 수 있는 에너지가 100이라고 가정을 해보면 너는 너무 착해서 가족을 걱정하는 마음, 그리고 떠나간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 이런 느낌 때문에 에너지의 50 이상을 쓴 것 같아. 그럼 남은 에너지가 50밖에 없지.그러니까 너는 어떤 일을 하다가 중간에 포기할 수밖에 없어. 기름이 없는데 차가 갈 수 없잖아?”
영빈이의 눈이 맑아지기 시작했다.
“네가 어떤 일을 하다가 중간에 포기하는 것은 에너지가 없어서야. 네가 부족한 사람이라서도 아니고, 네가 최선을 다하지않은 것도 아니야. 그런데 선생님이 대단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렇게 에너지가 없어서 포기를 하는 일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너의 앞날에 대해 고민하는 영빈이 바로 네 모습이야. 그게 너의 매력이고, 너의 가
장 큰 에너지야.”
보석
“선생님, 그럼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와우! 좋아. 힘들다고 이야기하다가 이젠 하고 싶다고 말하고 있네. 좋았어! 영빈아, 너는 전도사님이나 누나가 떠나간 것만 생각하고 다시 만날 방법에 대해서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아. 이메일을 보낼 수 도 있고, 가끔 문자를 드릴 수도 있겠지. 방법을 만드는 것은 네 몫이야. 이젠 옆집을 네가 만들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았으면 좋겠어. 음… 그리고 말이야. 뭐 조금손해 보는 것 같지만 네가 원한다면 나도 네 옆집이 되어줄 수도 있고!”
영빈이가 슬며시 웃으면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나도 하나 부탁하자. 너도 내 옆집이 되어줬으면 좋겠다.”
영빈이의 눈이 조금 커지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거래는 끝났고, 내가 마지막 보석을 하나 줄게. 잘 들어봐라. 옆집은 말야, 우리 집이 있어야 있는 집이야. 우리 집은 내 마음대로 해도 다 이해하는 가족들이 있는 곳이고 말이야.”
그렇게 영빈이와 대화를 마치고 나서 나는 영빈이에게 무서워서 옆집 문을 두드렸던 그 어린 시절 영빈이에게 편지를 쓰라고 하였다. 많이 위로해주라고 하였다. 그리고 이제는 괜찮으니 안심하라는 내용을 쓰라고 하였다.
영빈이는 진진하게 참 긴 편지를 썼다. 쓰는 동안 혼자 울고, 웃기를 반복하고 난 영빈이의 얼굴이 빛나고 있음도 나는 봤다. 상담을 마치면서 나는 소설 『완득이』를 영빈이에게 선물했다. 아프지만, 모범생은 아니지만 이 친구가 정말 예쁘다고,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완득이의 매력이라고 말하면서 선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