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활용수업 내가 만일 출판사 편집장이라면… - 독서 아닌‘책’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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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8-04 14:36 조회 11,105회 댓글 0건본문
책을 제자리에 꽂아야 하는 이유를 이제 알겠지?
2011년, 나에게도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 한 시간이 주어져, 지난 일 년 동안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도서관에서 사서교사 단독으로 도서관 활용수업을 했다. 수업은 1학년 모두에게 배부된 독서기록장을 사용하여 통합교과적으로 진행했다. 1학기 첫 수업으로 도서관 이용교육을 2차시에 걸쳐 진행했다. 해마다 빠듯한 이용교육 시간에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도서관 이용교육 1차시는 도서관에 대한 소개, 도서관의 공간구성, 도서관에서 갖추어야 할 예절 등에 대한 개괄적인 내용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2차시에는 평소 시간이 모자라 직접 해보지 못했던 자료접근 방법에 대한 내용으로 수업하였다. 우선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한 권씩 골라오도록 하였다. 다음 책등에 붙어있는 분류기호 스티커의 색깔과 숫자를 외치도록 하고, 이러한 스티커가 붙어 있는 이유와 우리 학교도서관에서 사용하고 있는 KDC(한국십진분류법)를 자연스럽게 소개하였다. 다음으로 분류 스티커 밑에 적혀 있는 숫자들이 바로 책의 주소인 ‘청구기호’라고 안내하며,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300과 800의 책을 골라와 하나씩 분석하였다. 평소에 이 숫자에 대해 궁금했다는 학생들도 나왔고, 아무 의미가 없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신기하다고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분류기호와 저자기호, 권차기호, 복본기호에 대한 분석을 한 후 직접 책을 검색하고 접근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마지막으로 처음 가지고 왔던 책을 제자리에 꽂는 활동으로 이용교육을 마쳤다. 학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800문학은 분류기호의 두 번째 자리가 국가, 세 번째 자리가 문학의 장르를 나타낸다. 학생들도 쉽게 다른 문학작품의 분류기호를 추측해 볼 수 있으므로 가지고 온책들을 이용하여 분류기호 추측해보는 활동도 진행하였다. 이 수업의 가장 좋았던 점은 도서관에서 책을 제자리에 꽂아야 하는 이유를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가 높았다는 점이다.
책을 보고, 책을 만들고, 책을 읽다
우리는 항상 책을 가지고 생활하지만 정작 책 자체에 대해서는 모르는 경우가 많다. 책을 친숙하게 여기고 즐겁게 읽던 아이들도 중학생 이상이 되면, 책은 읽고 독후활동을 해야 하는 것 혹은 과제를 하기 위해 읽어야만 하는 무거운 대상이 되기 시작한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책은 점점 더 멀어진다. 대학입시 혹은 논술고사 준비를 위한 독서를 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책을 통해 간접 경험을 확대하고 사고력을 넓히며 정서적인 즐거움을 얻는 독서는 점점 멀어지기 마련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책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책 자체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안내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책을 읽게 하는 것 말고 책으로 학생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연수 때 배웠던 ‘동그라미 책만들기’를 수업에 적용해 보기로 하였다. 수업은 총3차시로 진행되었다.
1차시에는 책의 구조를 살펴보고, 동그라미를 그리며 책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소개하였다. 책의 구조에 대하여 설명할 때에는 학생들이 평소에 잘 알지 못했던 ‘판版’과 ‘쇄刷’의 구분, ISBN(국제표준도서번호)에 대한 설명을 곁들였다. 그리고 책의 유형에 대해서도 알아보며,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로 이용 가능한 전자책에 대한 설명도 하였다.
책의 구조와 구성
(1) 표지(cover) : 책의 외부를 감싸고 있는 부분(표지가 담고 있는 정보: 제목, 저자, 출판사, 책의 내용을 함축하거나 이해하기 쉽도록 하는 그림 혹은 부제)
(2) 책등(spine, back) : 보통 책이름, 지은이, 출판사, 혹은 출판사의 마크 등이 인쇄되어 있다(책등에 출판사 마크가 있는 책들을 선별하여 학생들에게 발표하도록 해 보았다).
(3) 속표지(Title page) : 완전한 책이름을 비롯해서 지은이, 출판사가 적혀 있다.
(4) 서문 혹은 프롤로그 : 지은이가 책을 쓴 동기, 목적, 범위, 경위, 감상 등을 쓴 부분으로 서론과는 구별된다. 이 부분을 읽는 것이 내용을 이해하는 데 큰도움이 된다.
(5) 목차(차례)
(6) 본문
(7) 부록 : 최규석 만화 『100℃』는 부록으로 현대 민주주의를 설명하는 ‘그래서 어쩌자고?’가 실려 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끝 부분에는 답사 지도가, 대하소설 『객주』, 『토지』 등에는 낱말 풀이가 실려 있다.
(8) 색인 : 책의 내용에서 필요한 검색어를 찾아 정리해 놓은 것으로 문학작품이 아닌 책에서는 필요한 경우가 많다(특히 사회과학, 자연과학 분야에서). 영국의 어느 학자는 책에다가 색인을 만들지 않은 지은이는 사형을 시켜야 한다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9) 판권지 : 책의 맨 끝장이나 표제지 앞에 지은이, 출판사항 등을 기록해 둔 곳으로 지은이의 인세를 계산하도록 지은이의 인지를 붙이기도 한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맨 뒷장에 두었는데 점차 서양처럼 맨 앞장에 두는 추세이다. 이때 ‘판版’은 내용이 조금이라도 바뀌었을 경우에만 사용해야 하며, 책이 잘 팔려서 자꾸 찍어낼 때는 원칙적으로 ‘쇄刷’라고 써야 한다(‘판’과 ‘쇄’의 구분).
사고력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동그라미 책 만들기’
[학습 목표] 동그라미 이야기책을 만들며 상상력과 이야기 구성 능력을 키울 수 있다.
[활동 방법]
1. 4명씩 한 모둠을 이룬다. (4명씩 정한 이유는 동그라미 여러 개 그린 종이 3장을 다른 친구 3명에게 주어야 하기 때문)
2. 모둠원 모두 A4용지를 4장씩 갖는다. (이면지 사용해도 됨)
3. 받은 A4용지를 각각 반으로 접어 접힌 부분을 손으로 꾹꾹 눌러 찢는다.
4. 8쪽 중 2쪽은 백지로 남겨 두고 나머지 6쪽의 3장에는 동그라미 한 개, 다른 3장에는 동그라미 두 개 이상을 각각 그린다. (동그라미 그릴 때 크기, 위치, 색깔은 자유임)
5. 동그라미 두 개 이상이 그려진 종이 3장을 자신을 뺀 나머지 3명의 모둠원에게 각각 한 장씩 준다.
(자신이 그린 동그라미 두 개 이상의 종이는 반드시 다른 사람에게 줄 것)
6. 동그라미가 그려진 종이들을 모아 쪽수를 매기되, 1쪽 동그라미 한 개, 2쪽 동그라미 두 개 이상, 3쪽 동그라미 한 개, 4쪽 백지(남겨 두었던 백지 중 하나), 5쪽 동그라미 두 개 이상, 6쪽 동그라미 한 개, 7쪽 동그라미 두 개 이상이 오게 한다. (백지 1장은 표지로 활용할 것이니, 우선 따로 보관하도록 한다)
7. 장마다 동그라미를 보며 떠오르는 생각들을 써 넣어 한 편의 이야기를 만든다.
[이야기를 만들 때 주의 사항]
— 지금까지 읽은 책 내용이나 들은 이야기 등 다양한 이야기 속 내용을 연결하여 하나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도록 한다.
— 단순히 기존에 있던 이야기를 편집하는 방식보다는 그 속에서 자신만의 경험이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데 중점을 두고 쓰도록 한다.
— 한 쪽에는 가능하면 5줄 이상의 글은 쓰지 않도록 한다.
2~3분 내에 한 권의 책을 다 읽을 수 있는 가장 짧은 이야기책을 만들 것이다.
8. 장마다 반으로 접어 1쪽의 오른쪽 뒷면과 2쪽의 왼쪽 뒷면을 붙여 나가는 식으로 7쪽까지 모두 붙인다.
9. 앞표지에는 표지 그림을 그려 넣고, 책 제목, 지은이, 출판사도 쓰고, 뒷표지에는 책 소개글, 책값, 바코드 등을 넣어 책처럼 만든다.
[준비물 및 유의 사항]
— 준비물은 자, 칼, 풀, 색연필, 사인펜
— 동그라미를 그릴 때 색은 검은색으로 통일한다.
— 종이를 자르고 난 뒤의 방향은 가로로 하도록 한다. (세로로 그림을 그리게 되면 종이를 붙이고 책을 넘겨서 볼 때 불편하기 때문에)
— 이야기를 구성하고 각 장을 붙이는 시간까지 꽤 걸리기 때문에 색연필을 이용해서 책을 꾸미거나 하는 활동은 다음차시에 진행하도록 한다.
2차시에는 책에 바코드와 정가도 적고, 출판사도 정하여 완성된 책을 만들었다. 학생들은 직접 책을 만들었다는 성취감도 느꼈지만, 생각지도 않았던 아이디어들이 나와서 은근히 뿌듯함을 느끼는 것 같았다. 그리고 표지를 꾸밀 때에는 책을 읽고 싶도록 만드는 부제나 작가 소개 등을 넣는 등 학생들이 스스로 발전해 나가는 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동그라미 책을 완성하고 남은 시간에 최대한 많은 학생들에게 발표의 기회를 주었다. 그리고 모든 조원들이 서로 다른 조의 책을 읽어볼 수 있도록 돌려가며 동그라미 책을 읽었다. 나도 조원으로 동참하여 학생들이 그린 동그라미를 바탕으로 상상력을 발휘해 책을 만들었고, 교사의 책을 읽어주는 시간도 가졌다.
3차시에는 책을 만든 후 후속적으로 할 수 있는 활동으로 조원들의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활동을 하였다. 그리고 각자 책을 얼마를 주고 살지 정가를 매겨보는 시간을 가지기도 하였다. 모든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였고, 상상력들이 대단해서 좋은 작품도 많이 나왔다. 그리고 각 반마다 진짜 책으로 만들어도 좋겠다는 추천 책들도 있었다. 수업을 마무리하면서 ‘내가 출판사 편집장이 된다면’이라는 주제로 내가 진짜 책을 만든다면 어떤 책을 만들고 싶은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대상 독자와 책의 형태, 주제, 책 표지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적으면서 책을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 대해 생각해보며 3차시의 수업을 모두 마쳤다. ‘동그라미책 만들기’는 간단한 활동이지만 학생들의 사고력과 상상력을 자극하고, 책을 직접 만들어보는 새로운 입장에 서게 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시집으로 시작한 활용수업, 시낭송 음악회를 낳다
처음 이 수업을 시작했을 때에는 학생들과 함께 시집을 골라서 읽고, 자신이 좋아하는 시를 직접 옮겨 적어보고, 마지막 시간에 스스로 창작까지 해보는 3차시의 수업을 진행했다. 물론 영상매체와 시집을 활용한 단순한 도서관 활용수업이었지만, 이때 창작했던 학생들 작품이 작년 12월에 기획한 ‘맛있는 도시락圖詩樂’의 훌륭한 결과물이 되어주었다. 도서관에서 시와 음악을 즐기는 축제의 장! 시가 어렵고 두려운 장르가 아니라 도서관에서도 언제든지 찾아 읽을 수 있고, 내가 직접 쓸 수도 있다는 내용을 확실히 전달해서인지 시낭송 음악회에 참가한 학생들은 대부분 1학년 학생들이었다.
교과교사에게 먼저 다가가는 사서교사로 거듭나기 위하여
작년에는 단독수업이었고 또 통합교과적으로 수업을 진행하다보니 대부분의 수업이 1~3차시 이내에 종료되었다. 어떤 주제에 대해 책과 자료로 접근하고, 수업 준비를 하면서 떠오르는 아이디어로 진행하고 마는 식이었다. 교과교사에게 먼저 다가가 계획적으로 도서관 활용수업을 진행하는 다른 사서교사들의 모습을 보며 항상 반성하고 마음을 다잡는다. 소극적인 도서관 활용수업에서 벗어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용기가 아닐까 싶다. 나도 이제 용기를 가져보려고 한다. 도서관 안에서 안주만 할 것이 아니라 선생님과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미리 준비해서 다가가는 사서교사로 거듭나고 싶다. 도서관에서 좌충우돌 아직도 헤매고 있지만 나에게는 책 그리고 학생들이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