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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활용수업 『호모 부커스』로 시작해『소설처럼』을 넘고『철학 콘서트』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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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7-06 13:49 조회 7,123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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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학교를 옮겼다. 여러 가지 이유로 몸담았던 곳에서 남은 1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새로운 학교를 선택했다. 그 선택의 결과 가장 아쉬운 것이 학부모독서토론 동아리다. 물론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인 모임이라는 것도 있지만 함께했던 학부모들과 나눈 이야기와 공부의 구수한 맛 때문이다.

3년 전 처음 독서토론 모임을 하자고 제안했던 때가 아련히 떠오른다. 학교도서관 도우미로 참여하면서 자녀들이 책을 많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과 독서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갖고 있던 학부모들을 설득했다. 교사인 나도 그랬듯이 책 읽기는 좋아하지만 독서토론은 왠지 바닥을 다 보여야 한다는 두려움때문에 어머니들도 많이 망설였다. 서로 약간의 부담과 설레임을 갖고 처음 선택했던 책이 바로 『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였다. 개인적으로 이권우 작가의 팬이기도 했지만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를 속 시원하게 풀어놓은 책으로 꼭 같이 읽어보고 싶은 책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선생님, 우리들에게 너무 버거워요.” “저희들은 그동안 정말 책과는 담을 쌓고 살았는데, 도망가고 싶어요.” 처음에 학부모들은 독서토론 모임의 지속적인 꾸림이 힘들만큼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런데 한 장章 읽고 이야기 나누고, 또 견뎌보고, 경험하고 느끼면서 어머니들의 모습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몇 달이 지나면서 아이들 키우느라 놓았던 책을 자기만을 위해 다시 읽으면서 스스로를 뿌듯하게 느끼기도 하고, 남편과 아이들에게도 어느새 당당한 엄마로 변하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무작정 책을 권하고 읽기를 원했던 엄마에서 책 맛을 느끼면서 아이들에게 행복한 책 읽기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존재가 되어갔다. 그해 가을 우리는 함께 읽은 책의 저자인 이권우 작가 초청강연 기회도 가졌다. 저자를 만나 독서토론 때 나눈 이야기들을 다시 음미하고 저자와 직접 대화한 시간은 어머니 한 분, 한 분에게 참으로 뜻깊었으리라.

『호모 부커스』를 독서토론 모임에서 접하지 않았다면 과연 도서관의 수많은 책들 중 그 책에 선뜻 손이 갔을까. 깊이 있게 정독하지 않고는 저자가 주려는 독서의 중요성을 놓치기 쉬웠다. 챕터별로 독서토론의 분량을 정했기에 나름대로 분석하며 읽어나갔다. 그렇게 정독한 덕분에 나는 이 책에서 참 많은 것을 건진 독자가 되었다. 책을 읽는 동안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며 저자가 전하려는 메시지를 찾아내려 하니 내 자신의 시야가 확대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문 고전의 위대한 철학자들을 해석하기 위해 나도 한번 한 달이건 일 년이건 고민에 빠져보는 독자가 되고 싶다는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꿈이 생겨났다.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면 공부를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저자인 이권우 님을 만나고부터는 나도 저분처럼 책 속에 빠져봐야겠다는 마음을 더 다지게 되었다. 나 자신에게 남은 인생 동안 책을 선물하고 싶어졌다. - 이승희

겨울에는 다니엘 페낙의 『소설처럼』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독서교육을 바라보는 시선과 책 읽기에 대한 진솔한 마음을 풀어놓을 수 있는 책이었다. 그리고 작년에는 인문학자 황광우의 『철학 콘서트 1』을 읽으며 철학의 깊은 맛에 푹 빠졌다. 학창시절 시험 문제 하나 더 맞추려고 달달 외우면서 참 딱딱하고 재미없다는 생각을 가졌던 철학자들의 삶과 고뇌를 맛보면서 우리의 인생과 사회를 논했다. 왜 진작 이렇게 끝날 줄 모르는 많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철학의 묘미를 느끼지 못했을까? 하는 안타까움과 동시에 새삼 느끼게 된 철학의 참맛에 경악하며 탄복했다. 여름방학에 접어들 무렵 『철학 콘서트 2』를 시작했다.

이제 더 이상 내가 어머니들의 길잡이가 아니었다. 그들 스스로가 그들의 등불이 되어 있었다. 소크라테스를 논할 때면 이미 그들은 소크라테스 시대 속에 가 있었고, 어머니들의 공부는 겹쳐읽기와 따져읽기, 곱씹어읽기의 수준에 서 있었다. 어느 분은 어려운 철학을 설명하기 위해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거나 보고서를 작성해 와 마치 아이들의 자율탐구 발표처럼 이야기를 풀어냈고, 또 다른 분은 우리가 선택한 한 권의 책이 아닌 어린이용, 중학생용, 어려운 수준의 다른 책까지를 두루 섭렵하고 준비하여 독서토론을 이끌었다.

하루가 다르게, 한 달이 다르게 성장하고 깊어가는 어머니들의 모습은 나를 감동시켰다. 학부모와 교사로서의 관계가 아니라 고맙게도, 아주 감사하게도 그들은 나를 ‘스승’이라고 불러주었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벅찼다. 책을 통해 맺어진 인연, 독서토론을 통해 공감한 많은 것들,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더 이상은 아쉬워하지 않을 것이다. 2년 동안 함께한 시간들이 어느 곳에서나 빛을 발하고 한 분, 한 분에게 책 읽기의 힘이 강한 여운으로 남아 살아 숨 쉴 것이라 확신하기 때문이다.

최경림 김해 대청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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