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활용수업 가장 좋은 방법은 독서 ② 중학교 창의적 체험활동 진로수업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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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7-06 13:33 조회 12,697회 댓글 0건본문
창의적 체험활동
생소하기만 했던 창의적 체험활동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중학교를 기준으로 볼 때 학생들은 한 주당 33시간의 수업을 받는다. 30시간이 교과목 수업을 위한 시간이고 나머지 3시간이 창의적 체험활동을 위한 시간이다. 창의적 체험활동은 ‘자율활동, 진로활동, 봉사활동, 동아리활동’ 네 가지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만약 사서교사가 근무하는 학교라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가운데 진로활동 시간을 운영하게 된다.
진로가 사서교사에게도 생소한 부분이기에 ‘어떻게 수업을 구성해볼까?’,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 유익하고 도움이 되는 시간이 될까?’ 하는 생각에 밤잠을 설치게 된다. 특히 분주한 3월이 지나고 4월이 되면 수업에 대한 고민은 더 커진다. 도서관 이용지도가 끝나고 본격적인 수업에 들어가야 할 시점이기 때문이다. 진로수업을 준비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찾아보아도 ‘이거다!’ 콕 집어 말할 만한 참고 자료들이 많지 않다. 원하는 것에 가장 가까운 자료를 찾았다고 하더라도 지역별, 학교 급별, 아이들 성향별로 수업의 내용과 수준이 다양하기 때문에 걱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럴 때는 ‘도서관과 사서교사가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일까?’,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해보면 의외로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다. 도서관에서의 진로지도, 진로교육은 도서관 자료에 의존해야 하며 이 정보원들을 아이들이 스스로 탐색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이것이 사서교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부분이며, 비전공자이지만 사서교사로서의 전문성을 살려 아이들의 진로교육에 이바지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체험으로 봐도 원하는 정보원을 찾아 독서하는 것이야말로 아이들이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고 자신이 선택한 직업을 간접체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물론 직접체험이 더 좋겠지만 ‘인턴십 제도’가 도입되지 않은 현재로서는 직접체험의 방법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독서를 통한 진로교육
속초중학교에서는 2011학년도 1학기, 1학년을 대상으로 ‘독서를 통한 진로교육’을 17차시에 걸쳐 진행하였다. 이제부터 그 수업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수업의 내용과 방법은 그 수업을 듣는 학생과 수업을 하는 교사에 따라 수정 보완되어야 하기에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처음 시작하는 그 막연함을 해소해 줄 수는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 진로직업교육 교과서를 참고하여 ‘진로와 도서관’, ‘삶과 직업’, ‘자아 이해’, ‘변화하는 직업의 세계 이해’, ‘합리적인 진로계획’의 다섯 부분으로 수업의 큰 틀을 정하였다. 그리고 그 틀 안에서 도서관 정보 자원을 활용하여 아이들과 함께 학습할 수 있는 부분을 끌어내 수업내용을 구성하였다. 일단 진로라는 주제 아래 대여섯 개의 커다란 틀을 잡고 대략의 흐름을 계획한다면 수업내용을 구성하기는 어렵지 않다.
도서관은 어떤 수업이든 가능하게 한다
첫 번째 세부 주제인 ‘진로와 도서관’은 ‘도서관 이용지도’로 이해하면 쉽겠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사서교사라면 학기초 당연히 실시하는 교육이다. 도서관에 대한 기본적 이해를 돕기 위한 중요한 교육으로, 독서자료 및 도서관 정보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초가 된다.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 아이들이 궁금해하는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하여 정보원을 활용하는 법,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 활용하는 법, 우리 학교 도서관 이용 방법 등 도서관을 이용할 때 학생들이 꼭 알아야 하는 기본적인 사항들에 관한 것들로 각 학교 도서관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구성하면 된다.
‘삶과 직업’, ‘자아 이해’, ‘변화하는 직업의 세계 이해’ 부분의 도입은 책 퀴즈로 시작하였다. 아이들이 도서관에 들어와서 모두 자리에 앉아야 문제가 제시되며 정답을 가장 빨리 맞춘 학생에게는 작은 선물이 주어진다. 학생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책을 퀴즈를 통해 소개하고 이 책은 수업시간을 통하여 활용된다. 대부분 진로 및 직업 탐색을 위한 책으로, 책 속에 담긴 활동지를 활용할 수도 있겠고, 북 토크를 통해 책 내용을 재미있게 소개할 수도 있다. 짧게는 5~10분 길게는 20분 이상이 소요되는데, 투자 시간에 비해 아이들 반응도 좋고 또 그 책을 활용하는 빈도도 높아진다.
사전을 찾아보자: 진로=꿈=직업?
‘삶과 직업’ 부분에서는 ‘진로’, ‘직업’, ‘꿈’, ‘행복’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는 것으로 시작하였다. 아이들은 진로와 꿈의 의미를 직업과 동일하게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너의 꿈은 무엇이니?”
라는 질문을 해보면 ‘의사’, ‘공무원’ 등 직업명을 말한다. 물론 ‘진로(進路: 앞으로 나아가는 길)’와 ‘꿈(실현시키고 싶은 바람이나 이상)’이 아이들이 희망하는 ‘직업’이 될 수도 있겠지만 ‘생계를 위하여 일상적으로 하는 일’이라는 ‘직업職業’의 의미를 생각해보면 ‘직업’이란 단어 속에 ‘진로’, ‘꿈’의 의미를 모두 담아내기에는 그 그릇이 너무 작다.
학생들의 꿈이 직업명인 ‘교사’보다 ‘아이들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교사’, 연예인보다 ‘시청자에게 감동을 주는 방송인’, 의사보다는 ‘사랑을 실천하는 의사’나 ‘외과 수술 분야에서 신기원을 이룬 의사’가 된다면 어떨까? 권위적인 의사가 되어 환자 위에 군림하기보다 생명을 가여워할 줄 아는 의사를 꿈꾸게 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직업을 갖기보다는 꿈을 꿀 수 있도록 하는 것, 진로와 꿈이 단순히 직업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도록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시기에 아이들에게 소개해준 책은 모니카 페트의 『행복한 청소부』, 윤여주의 『나, 화가가 되고 싶어』로 ‘일의 보람’, ‘행복한 삶’ 등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짧은 그림책이었다. 전문을 다 읽어줄 수 있는 짧은 그림책이기에 함께 읽고 토론활동을 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토론활동이 짧은 시간 안에 이루어지다 보니 심도 있는 토론이 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넉넉잡고 1~2차시 정도 할애하여 아이들과 함께 논제를 정하고 그에 맞추어 토론 준비 및 토론을 하면 더 좋았을 것이다.
나를 이해하고 세상을 이해하면 길이 보인다
‘자아 이해’ 부분에서는 『Who am I?』라는 책에 소개된 ‘레밍 이야기’로 수업의 문을 열었고,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활동지를 활용하였다. 정창현의 『Who am I?』 외에 활동지를 풀어가며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으로는 박철균의 『오! 돼지』, 하영목의 『10대의 꿈을 실현해 주는 진로 코칭』 등과 같은 책들이 있다. 이 밖에 활동지는 없으나 이 시점에서 소개하면 도움이 될 만한 책으로는 배유안의 『스프링 벅』, J. 슈타이너의 『토끼들의 섬』과 『난 곰인 채로 있고 싶은데…』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난 곰인 채로 있고 싶은데…』는 짧은 그림책으로, 곰이 사람의 세계에 들어와 일어나는 일들을 그리고 있어서 매우 흥미롭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에게 경종을 울리는 뼈아픈 풍자가 있어 씁쓸하다. 이 책을 읽으며 책 속의 곰이 되어 “과연 나는 누구인가?”를 생각해보는 활동을 함께하면 좋겠다. 꼭 이 책이 아니더라도 도서관 서가를 한번 둘러보고 아이들의 수준과 취향에 맞는 책들을 선정하여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학교도서관에서는 보통 3,4월에 1차 수서를 하게 된다. 이때 내가 진행할 수업에서 필요한 자료, 진로지도나 직업선택에 관한 자료를 선정하여 확보해 둔다면 수업 준비 및 진행에 대한 짐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커리어넷, 워크넷, 신문자료의 활용
‘변화하는 직업의 세계 이해’ 부분은 커리어넷www.career.go.kr과 워크넷www.work.go.kr, 신문자료 등을 많이 활용하였다. 없어진 직업, 없어질 직업, 생겨날 직업들에 대해 생각해보고 미래사회 유망직종이 무엇인지 탐색해보는 것을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하였다. 특히 입시철이나 취업철이 되면 각 기관에서 조사 발표한 유망 직종과 유망 학과에 대한 기사가 신문에 많이 실린다. 이 자료를 활용하여 왜 유망 직종으로 선정되었는지를 논의해보고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직업이나 학과에 대해 평가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커리어넷의 ‘미래의 직업의 세계’를 클릭하면 직업별・학과별 소개와 전망, 미래사회 직업의 변화에 대한 설명, 주요 성장 분야 직업의 세계 등 다양한 자료들이 업로드 되어 있다. 특히 특정 직업인 인터뷰 동영상 자료를 접할 수 있는데, 평소 책이나 매체에서 만나기 어려운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포함하고 있어 아이들이 무척이나 좋아한다. 한 편의 인터뷰를 시청하는 데 5~1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므로 수업 일정에 맞추어 활용하면 좋겠다.
커리어넷에는 교사가 진로교육을 진행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하여 진로교육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물론 개개 교사별로 수업시간의 목표와 그 방향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여기에 소개된 자료가 적합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수업을 계획하고 구성하고 진행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느낀다면 한번쯤 참고해도 괜찮겠다.
이 시기에 소개한 자료들은 특정 직업에 관한 것들이다. 니시카와 츠사카의 『해바라기카짱』에서는 초등학교 4학년이 될 때까지 자기 이름조차도 쓰지 못하며 바보라고 놀림받던 카짱에게 배움의 기쁨과 아는 즐거움을 깨우치도록 돕는 모리타 선생님을 소개했으며, 이를 통해 진정한 교사, 아이들을 마음으로 사랑하는 교사에 대해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마리 오드 뮈라이유의 『열네 살의 인턴십』을 통해서는 성공한 헤어디자이너가 된 소년과 헤어디자이너라는 직업을 갖기 위해 부모, 선생님과의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가고 있는지, 진정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열정과 결정이 필요한지 등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하였다.
나의 진로를 계획해보자
‘독서를 통한 진로교육’의 핵심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합리적인 진로계획’은 그동안 진행한 수업을 종합하는 활동이다. 쉽게 말하자면 자신의 ‘꿈 찾기’, ‘직업 찾기’, ‘인생 계획 세우기’ 등의 과제를 설정해 놓고 그 과제를 해결하는 수업이다.
진로 및 직업 탐색에 관한 자료는 별치해 두었으며, 한 모둠당 한 대의 노트북을 나눠주어 도서자료와 웹자료를 모두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때 중학교 「도서관과 정보생활」부록4 ‘미래의 내 직업’을 참고하면 좀 더 편하게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 진로교육을 위한 패스파인더‘합리적인 진로계획’ 부분의 수업을 진행하면서 아쉬웠던 점은 아이들이 조은주의 『한 권으로 보는 그림 직업 백과』, 와이즈멘토 『만화로 보는 직업의 세계』, 파트리시아 올 『직업옆에 직업 옆에 직업』처럼 백과사전식으로 나열된 도서자료와 포털사이트 검색만을 주로 참고한다는 점이었다. 다양한 자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단 편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자료만을 이용한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또 직업이나 학과에 관해 자세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책들은 책 제목에 직업명이나 학과명이 명시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이용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만약 의사를 꿈꾸는 아이가 있다면, 의사가 되는 법, 의사가 하는 일, 관련 학과와 같은 단순 사실 정보를 담고 있는 자료 외에도 박경철의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홍순범 『인턴일기』, 송명근 『꿈은 박동한다』, 김은식 『장기려, 우리 곁을 살다 간 성자』 등 의사의 일상과 그들의 철학이 담긴 책도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싶고, 단순 포털사이트 검색이 아니라 ‘대한의사협회’, ‘의협신문’ 등의 전문 사이트를 검색하도록 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런 자료를 찾아내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기에 아이들은 백과사전식으로 나열된 책만을 참고하고 포털사이트를 검색한다.
‘어떻게 하면 좋은 정보원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할까?’,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쉽게 탐색할 수 있을까?’, ‘나는 어떻게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고 이때 생각한 것이 진로와 직업에 관한 패스파인더pathfinder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패스파인더란 정보길라잡이, 학습안내서와 유사한 것으로, 한 주제 분야에 대한 초기 안내 길잡이다. 주로 참고 정보원을 중심으로 간략한 목록을 작성하여 제공한다. 하나의 직업 혹은 학과에 대한 다양한 자료들을 정리하여 아이들에게 제공해준다면 그 직업 혹은 학과를 희망하는 아이들이 효율적으로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수많은 직업이 있고 다양한 학과들이 존재한다. 혼자의 힘으로는 다양한 직업과 학과의 세계를 정리하여 패스파인더를 만들 자신이 없었다. 이때 신기하게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다섯 명의 선생님들을 만나게 되었고, 현재 강원도사서교사협의회 패스파인더 연구모임에서는 「우리 아이 꿈 찾기: 진로・직업 패스파인더」라는 첫 번째 자료를 완성했다. 여기에는 진로・직업 일반에 대해 소개하는 패스파인더와 14개의 학과 및 직업에 관한 패스파인더가 담겨져 있다. 패스파인더 자료를 활용한다면 최소한 아이들이 원하는 직업이나 학과를 찾기 위해서 어떤 자료를 활용해야 할지를 알게 될 것이며, 패스파인더에 소개된 자료들을 활용하여 막연하게나마 자신의 인생길을 설계할 정도가 된다면 더 이상 패스파인더에 의존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패스파인더 자료는 포털사이트 Daum의 ‘학교도서관을 살리는 교사들’ 카페에 공개되어 있다. 모든 직업을 망라하지는 못하였지만 앞으로 계속 발전할 것이며 그 작업을 다른 여러 선생님들과 함께하고 싶다.
오은미 속초중 사서교사. 강원도사서교사협의회 패스파인더 연구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