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활용수업 [학교도서관 활용수업 - 중등 2]아이들과 소통하는 기쁨 서로서로 성장하는 경험 - 프로젝트수업, 교과교사 마인드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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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2-11 14:47 조회 10,004회 댓글 0건본문
3년 전부터 우리 학교 사서선생님이 사회과가 도서관 활용수업에 가장 적합한 교과 중 하나라면서 사회과 프로젝트수업 한번 해보는 것이 소원이라며 계속 조르셨다. 첫해는 학교를 옮긴 후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거절했고, 작년에는 담임을 맡아 신경 쓸 것이 너무 많아 어렵다고 핑계를 댔다. 3년째인 올해는 더 이상 뺄 수 없어 할 수 없이 시작했다. 작년부터 집중이수제로 한 학기에 다섯 개 반씩 수업을 했다. 올해 1학기는 1학년 1반부터 5반까지, 2학기는 현재 6반부터 10반까지 모든 반이 도서관연계 프로젝트수업 6차시까지 끝내고 발표까지 마친 상태다.
아이들이 실제 고민하는 문제는 뭘까?
1학기에는 교과서에 있는 내용, 사회 전반적인 내용을 망라해 각기 다른 주제 총 50여 개의 주제 중 하나를 학생들이 직접 선택해서 조별로 나누어 생각하게 해보자고 사서선생님과 합의하고 시작했다. 이때는 주제가 적으면 각 반마다 같은 주제를 하는 학생들이 있어서 서로 베낄 우려를 생각했고, 교과서의 범위가 넓으니까 각 단원에서 균형 있게 주제를 선정하고자 했다. 마침 4월에 실습 나온 사서교생 선생님들과 함께 다양한 주제를 선정하여 학급당 10개씩의 각기 다른 주제를 주고, 그중에 6개조가 주제를 하나씩 정하게 했다.
그런데 결과는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그 이유는? 교사들 입장에서는 학생들 입장에서 뽑는다고 선정했으나 그래도 주제에 친근함이 떨어져 학생들이 본인들이 갖고있는 능력에 비해 보고서나 발표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또 하나의 이유는? 프로젝트수업에 대한 지도 경력이 없는 내가 동기부여를 제대로 하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사서선생님 분석은 신입생 아이들의 첫 번째 프로젝트다 보니 중학교 때의 습성이 남아 있어서 다양한 자료 찾기나 전문적인 자료, 인용 표시 등 많은 것이 서툰 것 같다고 한다.
사서선생님은 2학기 때는 한번 다른 교과에서 해본 반이 프로젝트 과제를 반복해서 또 할 것이기 때문에 방법적인 측면에선 아이들의 수준이 나아질 것이라고 위로해주셨는데, 2학기 수업은 아이들이 훨씬 잘해주었다. 물론 주제도 욕심내지 않고 모두 고쳐서 학생들이 일상에서 실제 고민하는 문제들과 연관시킨 효과도 크다고 본다.
[도서관과 연계한 사회교과 프로젝트 학습과제]
[1학기]
01. 다문화 가정, 어떻게 생각해? 02. 우리들만 쓰는 말은? 03. 위원회를 만들어 보자.
04. 규칙을 만들어 보자. 05. 개인정보가 유출되면? 06. 소비자 보호란? 07. 대통령이 잘못하면?
08. 학생인권조례, 어떻게 생각해? 09. 민주화, 어떻게 발전했을까? 10. SNS를 이용한 정치참여란?
11. 5년 후… 12. 학생인권조례 어디 갔어? 13. 우리 이야기도 들어줘~
14. 20년 후 (2032년) 우리 사회는? 15. 휴대폰은 언제부터 사용했을까?
16. 사람들은 왜 예절을 지키지 않을까? 17. 학생인권조례는 나쁜 걸까? 좋은 걸까?
18. 법을 지키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19. 미래에는 어떤 법이 만들어질까?
20. 왜 피부색에 따라 차별을 받을까? 21. 의견을 전달하는 새로운 방식은?
22. 투표율이 점점 낮아지는 이유는 뭘까? 23. 성별에 따라 차별받고 있을까?
24. 우리들이 쓰는 말을 어른들은 모를까? 25. 커뮤니티의 문화는 대중문화와 다를까?
26. 공익광고는 정말로 장애인을 위한 광고일까? 27. 우리 학교 교칙은 이대로 괜찮을까?
28. 햇빛에도 권리가 있다면? 29. 이 문제 풀기 싫은 사람 무한 RT
30. 무정부주의? 그게 뭐예요? 31. 4월 11일은 학교 쉬는 날 ~
[2학기]
01. 학생인권조례 관련 우리들의 입장은? 02.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바라본 우리 집 명절증후군?
03. 지금의 봉사활동, 과연 무엇을 위한 봉사인가? 04. 입학사정관 전형에 대한 심층 분석?05. 이번 대통령 선거에 만약 나에게 선거권이 있다면 누구를 뽑을 것인가?
06. K–POP, 싸이 열풍이 세계화?
07. 송곡의 개그콘서트 코너–용감한 형제들…폭로할 것들?
08. 휴대폰에 대한 나의 생각? 09. 나는 지금 행복한가? 어떤 삶이 행복한 삶일까?
10. 고령화 시대를 살아가는 나의 노후 대책?
아이들을 위해 프로젝트수업을 해야겠다!
내가 프로젝트수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사서선생님의 제안도 있었지만, 2년 동안 인문계 여고에서 일반사회 수업을 하면서 주당 1시간으로 5개 단원을 소화하기가 몹시 어려웠고, 실제로 뒤에 2개 단원을 다룰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주어지질 않았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교실에 앉아 있는 35명의 학생 중에 3분의 2가 넘는 학생들이 아무런 생각 없이 교사의 수업을 경청, 아니 시간만 죽이는 그런 수업에 익숙해 있었다. 학생도 교사도 행복하지 않은 수업이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교과서 내용을 숙지하고 수업에서 요구하는 준비를 해오는 것은 기대할 수조차 없고, 생각조차 하기 싫어하는 학생들이 점점 늘고 있다. 이런 현실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나를 되돌아보는 기회를 가져보았다.
내가 고1 때는 어땠나? 역시 지금의 학생들과 다르지 않았다. 나 역시 생각 없이 교실에 앉아 수업을 들었다. 수업시간이 행복했나? 아니, 행복하지 않았다.
잘 모르는 것이 있어도 선뜻 선생님께 질문할 수 없었다. 다른 친구들은 너무나 똑똑해서 다 아는 것을 나만 몰라서 창피할 것 같고, 이런 것도 모르냐며 선생님이 핀잔하실 것만 같았다. 그런 문제들을 학생들의 입장에서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이제는 학생들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생겼다. 학생들이 살아가야 하는 삶은 교과서에 나와 있는 것처럼 이론적이지가 않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의 나라면 할 수 없었겠지만, 요즈음은 좀 달라졌다. 십여 년의 교직생활이 나를 변하게 했다. 사람이 되어갔다. 생각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책 읽기를 좋아하는 그런 사람이 말이다. 방학 중에 널려 있는 교사를 위한 연수들을 ‘가르치기 위해’ 배워야 했던 나는 그렇게 변했던 것 같다. 교사라는 직업을 사랑하게 되었다.
독서의 중요성을 자연스레 전하는 기회
이번에 실시한 프로젝트수업은 지금까지 내가 살아오면서 느꼈던 수많은 감정들, 그리고 여러 시행착오들을 15년 동안 학생들과 생활하면서 꼭 전달하고 싶은 것들 가운데 현실성 있는 주제를 정하고, 그것들에 대해 토론하고, 어떤 것이 정말 학생들이 고민해야 할 것인지를 이야기하고 공감하면서, 그들이 선배로서의 내 조언을 최대한 많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다. 물론, 시작일 뿐이다. 그 효과도 확신할 수는 없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교실에서의 일방적인 수업보다는 학생들의 태도가 훨씬 적극적이었다는 것이다.
내가 이번 프로젝트수업을 시작하게 된 또 하나의 이유는 학생들에게 독서에 대한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전하고 싶어서였다. 수업을 위해 필요한 책 50여 권을 사서선생님과 인근 중랑구립도서관에서 골라 빌려다가 학생들이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독서에 대해 나 스스로 생각해 본 것은 서른이 훨씬 넘어서였다. 아무도 독서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준 사람이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가 누구의 말도 안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런 덕분에 독서 습관이 이상하게 들어서 한 번 읽은 책은 절대 반복해서 읽는 법이 없었다. 그런데 독서에 대해 고민하면서 아니, 공부를 하면서 생각했다. 여러 번 반복해서 읽고, 덧붙여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전달해야겠다고 마음먹고, 매년 학기 초에 담임 반은 물론 수업하는 모든 학생들에게 독서하는 법과 공부하는 법, 생각해야 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매 시간 확인한다. 학생들이 얼마나 받아들이는지 학기 말에 피드백을 받아 확인해 본다. 백퍼센트 신뢰하지는 않지만 미약하나마 조금씩은 변화하는 듯하다.
실제 내가 실천하는 프로그램은 담임 반의 경우는 한 달에 한 권의 책을 읽고, 토론하고, 생각을 교환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 결과를 학생은 에듀팟에 기록하고, 나는 생활기록부에 개인세부능력특기사항으로 기록한다. 교과 수업시간에는 독서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도서관 소개와 꼭 읽어야 하는 도서목록을 제시해서 함께 고민하고 싶은 사람은 언제든지 환영한다고 이야기하고 멘토링을 하기도 한다. 올해의 경우에는 사회과 프로젝트 학습으로 학생들이 주제에 관련된 도서를 선택해서 조언하기도 했다. 특히 전문가인 사서교사의 적극적인 도움을 받아서 도서관연계 수업을 마쳤다. 독서에 대한 특별한 경험과 공부가 나에게 없었다면 도서관연계 수업이 잘 성사되었을까 다시 생각해보면 아마 그렇지 않았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회가 새롭다. 내가 해냈구나! 하는 생각에 또 한 번 나를 칭찬했다. 사서선생님의 도움이 컸지만 말이다.
[2012학년도 일반사회과 도서관 프로젝트 수업 개요서]
1. 학습목표
⑴ 조별 프로젝트 과제 해결 과정을 실제 사회문제에 적용하여 문제해결능력을 기를 수 있다.
⑵ 사회문제에 대한 다양한 입장을 검색을 통해 찾아볼 수 있고, 이를 토대로 자신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⑶ 도서관 홈페이지, 학술 데이터베이스, 신문기사 데이터베이스 등에서 원하는 자료를 검색하여 찾을 수 있다.
2. 수업 일정
1차시 : 프로젝트학습에 대한 교육 및 주제 소개, 선정
2차시 : 자료 활용 기준 교육 및 프로젝트 수행
3차시 : 보고서 쓰는 법에 대한 교육 및 프로젝트 수행
4차시 : PPT 만드는 법에 대한 교육 및 프로젝트 수행
5차시 : 프로젝트 수행 및 발표준비
6차시 : 조별 발표(조별로 5분 기준) 및 평가
–향후 지정된 일시까지 보고서 제출
3. 평가 기준
⑴ 프로젝트 주제에 적합한 자료수집 방법 (5점) - 상:5점 / 중:4점 / 하:3점
⑵ 논리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객관적 문제해결 (10점) - 상:10점 / 중:8점 / 하:6점
⑶ 팀원의 역할 분담에 대한 상호평가 (5점) - 상:5점 / 중:4점 / 하:3점
4. 배점
1학기 사회과 수행평가 30점 중 20점
–중간고사, 기말고사 70%, 수행평가 30% (이 중 프로젝트 과제 20%)
5. 참고 사항
⑴ 프로젝트 계획서 (첫 시간에 작성하여 제출)
⑵ 프로젝트 보고서 (발표 시 1차 제출, 향후 지정된 기일까지 최종 제출)
⑶ 발표 시 PPT 활용할 것
⑷ 태도점수 반영
교사들이 용기 내어 손잡으면 효과 만점
수업지도안이나 여러 형식에 대한 이야기는 최소화하기로 하고, 교사의 마인드에 대한 얘기에 초점을 맞추어 정리해보았다. 왜냐하면, 프로젝트수업 방식이 어려워서 시도를 못 하는 선생님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기 때문이다. 1학기에 처음 시작하기 전에는 실제로 프로젝트수업이 주는 압박감이 좀 있었다. 그런데 수업을 시작하면서 그 부담감이 따뜻한 봄날에 눈 녹듯이 스르르 녹아버렸다. 그 이유는 실제로 수업을 진행하니까 수업시간도 잘 가고, 학생들과 소통의 시간이 되고 있음이 마음으로 느껴졌다. 물론 이 수업에서 점수를 잘 받기 위해서만 노력하는 학생들도 몇몇 보았다. 반면, 학생들이 스스로 정한 주제에 대해 정말로 고민하고, 깊이 생각하고, 여러 가지 방법을 활용해서 수집한 자료를 주어진 형식에 맞추어 채워가는 모습이 너무나 예쁘게 보였다.
물론 지금이 시작 단계이고 부족한 점도 많지만, 학생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수업이야말로 진정한 수업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앞으로 계속 잘해볼 생각이다. 토론수업이나 프로젝트수업 등 새로운 수업을 시도하려는데 망설이고 있는 선생님들에게 일단 시작해 보시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학생과 교사 모두가 성장하는 수업을 경험하실 수 있을 거라고… 학생들과도 엄청 친해질 기회가 많이 생길 것이라고…. 또 하나 이번 사회과 도서관연계 프로젝트수업을 하면서 느낀 것은 교사들이 서로 협력하면서 교육하면 혼자서 수업을 진행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특히 학생들의 자아 형성과 가치관에 분명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확신! 자, 학생들과 소통하는 수업을 원하는 선생님들, 우리 함께 용기를 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