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경이로움’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
도서관에서 구입할 책을 고를 때 점점 다양해지고 세분화되는 책의 종류에 입맛을 다시게 된다. 그리고 서가 정리를 할 때 세상의 모든 지식이 서가에 유의미한 순서에 의해 정렬되어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감탄한다. 마치 서가 사이사이를 탐색하는 그 순간이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하는 판타지 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그리고 대출 반납을 할 때 아이들이 어디서 그렇게 숨겨진 재미있고 특이한 별의 별 주제의 책들을 잘도 골라 오는지 그 다양함에 책 표지만 보고도 군침이 돈다. 그럴땐 이런 생각이 든다. ‘나도 어렸을 때부터 이렇게 다양한 책을 접하고 살았다면 지금 훨씬 다른 삶을 살고 있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인터넷으로 책을 주문해서 보는 사람은 알 수 없는, 서점에서 베스트셀러나 신간 위주로 배열된 도서 진열로는 알 수 없는, 도서관에서 한 권 한 권 책을 ‘구경’하며 고르면서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는 인간의 욕망과 고통과 기억과 관심사가 뒤섞인 그 별천지. 그건 주제별로 책을 꽂아 놓은 도서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경이로움이다. 이 경이로움을 아이들이 알아가길 바란다. 그래서 청소년이 되고 어른이 되었을 때 아무에게도 말 못할 또는 말해도 소통이 충분하지 않은 번뇌와 어려움이 생겼을 때 그 모든 고민에 대해 치열하게 써 놓은 책이 이미 존재한다는 걸 기억해내고 거기에서 길을 찾기를 바란다. 내가 과거에 했던, 지금 하고 있는, 미래에 하게 될 거의 모든 고민은 이미 과거의 사람들이 모두 겪었던 그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이 도서관에 와서 책을 읽지 않고 놀기만 해도 분명히 도움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 겉표지만 보아도 다양한 책과 자료의 종류를 몸으로 자연스럽게 익히게 될 거라 믿는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키워드 접근수업’이다. 한정된 키워드 하나에 다양한 분야에서 접근하면서 이렇게 많은 종류의 책이 있다는 걸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다. 어떤 키워드로 할까 고민하다가 초등학생들이 찾기 쉬운키워드, 이야기 속에 많이 등장하는 키워드로 ‘사과’를 꼽았다. 이 지면을 통해 소개할 수업은 방학 독서교실에서 열 명의 4～6학년 아이들과 세 시간 동안 함께했던 수업이다.


학습목표
1. 도서관에 ‘사과’에 관한 다양한 책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2. 도서관 자료 검색 또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사과’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책을 찾을 수 있다.
3. 찾은 책의 내용을 요약해서 정리하고 발표할 수 있다.
4. 도서관에 대한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한다.

수업진행
1. 사서교사가 ‘사과’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다양한 책이나 노래 등을 찾아 소개한다. 이때 교사가 ‘찾는 과정’을 아이들에게 보여준다. 도서를 검색하고 서가에 가서 찾아와 목차를 보고 찾는 일련의 과정을 아이들이 지켜보도록 한다.

*분류: 200(종교)–600(예술)
*참고정보원: 아담–공지영이 들려주는 성서속 인물 이야기(오픈하우스) +서양 미술에 관한 여러 책들
*내용: 아담과 이브의 선악을 알게 하는 과일. 성경에는 ‘사과’라는 언급이 없지만 많은 서양의 화가들이 빨갛고 매력적인 겉껍질과 하얀 속살을 가진 사과를 선악과로 그려 넣었다.



*600(예술)–음악
*인터넷으로 노래 검색해서 들려주기
*사과 같은 내 얼굴 예쁘기도 하지요. 눈도 반짝, 코도 반짝, 입도 반짝 반짝~~♬
*600(예술)–회화
*미술관 밖에서 만나는 미술관 이야기(내일을여는책)
*세잔의 정물화 「사과」. 세잔에게 사과는 비길 데 없이 중요한 제재가 된다. 아니 세잔은 사과에 일생을 바쳤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며, 실제로 그는 한 비평가에게 보낸 편지에서 “사과 하나로 파리를 깜작 놀라게 하고 싶다”고까지 했다.
*100(철학)–서양 철학
*스피노자가 들려주는 윤리 이야기(자음과모음)
*스피노자가 노후에 사과나무를 심자 사람들이 그에게 물었다. “지금 사과나무를 심어서 언제 따 먹겠습니까?” 그가 대답했다. “나는 내일 지구의 종말이 와도 심겠다. 내가 못 먹어도 내 후손들이 따 먹을 수 있겠지.”
*800(문학)–문학
*빌헬름 텔(마루벌)
*13세기 스위스, 아름다운 자연 속에 자리 잡은 아주 평화로운 세 마을에 오스트리아 황제가 보낸 총독이 찾아와 사람들의 땅과 자유를 빼앗기 시작한다. 냉혹하고 잔인한 총독 게슬러는 소문난 명사수인 빌헬름 텔에게 무시무시한 명령을 내린다. 아들의 머리위에 놓인 사과를 화살로 맞혀야 하는 운명에 처한 빌헬름 텔. 텔이 쏜 화살로 자유를 되찾은 스위스 사람들의 이야기. 그 전설이 희곡과 오페라에 의해 더 유명해졌다.
*800(문학) - 시
*Love That Dog(비룡소)

2. 선생님의 소개가 모두 끝난 후 사과에 관한 책에 관해 다 함께 브레인 스토밍 한다. “사과가 등장하는 이야기 책이 뭐가 있을까요?” 그러면 저마다 백설공주, 뉴턴, 애플 스마트폰 등 정도까지 이야기가 나오고 그 이상은 생각해내지 못한다. 그럴 때 그리스 신화나 속담 중에도 있고, 요리 중에도 많고, 그림 중엔 더 많다고 이야기해주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
3. 학생들이 각자 자료 검색을 통해 자료를 찾고 정리한다. 아이들은 검색을 통해 또는 그냥 눈으로 000번부터 900번까지 훑으며 사과에 관한 책을 찾아냈다. 잘 못 찾는 아이들을 위해 특별히 요리책 코너와 미술책 코너에 데리고 가서 이 중에서 찾아보라고 안내했다. 특히 서양미술 책에서는 사과를 그린 그림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200(종교)–신화
*그림으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마로니에북스)
*불화의 신 에리스가 세 명의 여신에게 던진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란 글귀가 쓰인 황금사과이다. 세 명의 여신이 황금사과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였다. 결국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사과의 주인이 되었다. 파리스에게 아름다운 신부를 준다고 약속했었는데 사실은 약속한 신부가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와 결혼한 헬라나였다. 파리스는 사랑에 눈이 멀어 헬레나와 함께 트로이로 도망친다. 이렇게 해서 트로이 전쟁이 발발했다. 그래서 파리스의 사과는 세계역사를 바꾼 사과가 되었다.
*300(사회과학)–속담
*속담 관련 여러 도서
*“하루 한 알의 사과는 의사를 멀리한다”는 영국의 속담. “사과 나는 데 미인난다”는 우리 속담.
*800(문학)–동화
*아낌없이 주는 나무(시공주니어)
*사과나무가 소년에게 베푸는 아낌없는 사랑






*800(문학)–동화
*백설공주
*눈처럼 하얀 피부, 앵두처럼 붉은 입술, 칠흑 같이 검은 머리를 가진 아름다운 공주를 계모 왕비가 독이 든 사과를 먹여 깊은 잠에 빠뜨린다. 그러나 왕자가 나타나 공주를 깨우는 이야기.
* 400(과학)–과학자
*아이작 뉴턴(초록아이)
*뉴턴은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다.
*500(기술과학)–요리
*소문난 아이 밥상(비타북스)
*사과파운드케이크 만들기
*500(기술과학)–요리
*요리천사의 두뇌음식(세상풍경)
*사과고구마맛탕 만들기
*500(기술과학)–환경
*똥 먹은 사과(휴이넘)
*군것질만 좋아하고 편식하던 기찬이는 ‘똥 먹은 사과’로 인해 생각이 바뀐 후, 내 몸을 위하고 지구도 살리는 먹을거리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600(기술과학)–미술
*그림이랑 놀자(주니어랜덤)
*우리 명화 시리즈인데 특히 사과에 관한 그림이 많다. 우리 민족은 과일 중 사과를 특별히 생각하는 것 같다.
*900(역사)–인물
*세상을 바꾼 상상력 스티브 잡스(문이당어린이)
*애플사를 차리고 회사 로고를 한 입 베어 문 사과 모양의 그림을 넣은 것은 잡스가 유달리 사과를 좋아했고 사과를 완벽한 과일로 여겼기 때문이라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