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활용수업 [교육 학교도서관 활용수업–중등] 수업 중 도서관이 와글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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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6-11 12:36 조회 13,696회 댓글 1건본문
강봉숙 대구 경운중 사서교사
“수행평가 계획을 제출해 주세요!”라는 연구부장 선생님의 안내가 있으면 나는 귀를 쫑긋하고 세운다. 가장 체계적으로 교과 수업 중에 도서관 활용수업을 하기 위해서는 교과 선생님들이 수행평가 및 연간 수업에 대한 계획을 짜는 이 시점에 그들과 협의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이때 사서교사는 “올해는 도서관 활용수업 한번 해보시면 어때요?” 하고 용기를 내어 보는 것이 가장 좋다는 말이다. 하지만 대부분 선생님들은 도서관 활용수업이라고 하면 일단 연구 공개 수업쯤의 거창하고 번거로운 수업으로 생각하거나 또 하나의 업무로만 받아들여 부담을 가지게 마련이다.
나는 학습지 양식까지 만들어서 교내 메신저로 파일을 보내고 수업 아이디어를 전달한다. 중학교 2학년 과학에 화학 주제의 단원이 나오니 그 주제와 관련한 자료를 탐색하고 이를 읽고, 분석, 정리해서 또 다른 작은 책으로 써보는 수업을 해보자고 말이다. 한 시간 안에는 어려울 것이고 두세 시간 정도를 할애한 수업을 중간고사 마치고 해보면 어떻겠냐고 이야기한다. 그 즈음 되어서야 교과 선생님들은 마음의 무장을 해제하고 도서관 활용수업을 한 번 시도해볼 용기를 얻는 듯하다.
과학과뿐 아니라 영어과에도 비슷한 양식의 학습지 파일을 첨부하여 “‘영어 레시피 북 만들기’ 수업 한번 해봅시다.” 넉살 좋게 이야기를 꺼낸다. 이렇게 교과 교사들의 일거리를 줄여주고 아이디어까지 제공해주면 교과 교사들은 반드시 도서관 활용수업에 대한 마음의 장벽을 거둔다. 한 번 도서관 활용수업을 경험해본 후에는 두 말을 할 필요도 없다.
도서관에는 수업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료는 물론이고 학생들이 과제 수행을 위해 쓸 수 있는 색사인펜과 색연필, 가위, 풀 등 학용품을 바구니에 담아 모둠별로 제공한다. 또한 저자 사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모둠별로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준다. 모둠별 학습지는 가능한 한 크게 만들어서 여러 학생들이 모둠별로 작성하기 편하게 준비한다. 애니라벨이나 포스트잇과 같이 스티커 기능이 있는 종이에 개인적으로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작은 학습지를 만들고 그 종이를 커다란 모둠 학습지에 붙여서 모둠의 과제를 공동으로 해결할 수 있게 한다. 이는 모둠 학습 시 무임승차 문제를 해결해 주고 과제 참여도를 높여 준다. 수업에 대해 고민해야만 베풀 수 있는 크고 작은 교사의 배려는 학생들이 도서관 활용수업에 대해 재미를 느끼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데에 큰 효과를 발휘한다.
학생들에게 도서관에서 자료를 활용해 해결해야 할 과제를 교과 교사가 제시하는 것으로 도서관 활용수업은 시작이 된다. 하지만 도서관 활용수업이라는 생경한 수업의 형태에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은 제시된 과제를 듣고 처음부터 쉽게 자신이 만들 책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리지 못할 수도 있다. 이때 사서교사인 나는 모둠에 침입해서 “이런 주제는 어때? 저런 주제는 어때?”하며 아이들이 이야기하고 고민하고 있는 주제와 단계에서 아이들 수준만큼의 힌트를 준다.
과제 수행을 위한 주제가 정해지면 학생들은 자료를 탐색하게 된다. 하지만 어느 모둠은 인터넷 자료만 찾고 있고 어느 모둠은 DLS에서 책의 제목만을 검색해 책만 찾고 있는 풍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학생들은 자료를 탐색할 때 연관어에 대한 검색 등을 통한 확장 검색 능력이 부족하기에 이에 대한 지도를 해준다. 또한 관련 주제의 책 속에서 목차나 색인을 활용해서 보다 적합한 부분을 찾아내고 이에 대한 발췌독을 통해 책에서도 신속하고 정확하게 정보를 탐색할 수 있는 기법을 가르쳐준다.
학생들이 수행할 과제 관련 도서의 복사본이 충분하지 못하다면 사서교사는 해당되는 주제와 관련된 도서의 일부를 복사해두고 이를 제공하기도 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공공도서관이나 인근 학교도서관과 상호대차를 하거나 전자자료 활용 등을 통해서 도서관 활용수업 시 특정 교과 주제 자료에 대한 이용이 순간적으로 과밀하게 집중되는 데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이는 도서관 활용수업이 한 단계 성숙하게, 그리고 실질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 반드시 연구되고 해결되어야 할 과제라 생각한다.
학생들은 정보를 탐색하고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읽고 분석해서 자기 것으로 만들고 이를 종합한다. 제시된 과제에 따라 자신이 파악한 정보를 또 다른 문장으로 표현한다든지 UCC로 제작하거나 토론을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하게 된다. 도서관 활용수업 시 과제의 표현 방법을 독후감이나 탐색한 자료의 요약에 그치지 않고 UCC나 프레지, 노래 등으로 다양하게 제시하는 것이 좋다. 이는 학생들이 도서관에 대해 가지는 정적이고 고지식한 이미지의 고정 관념을 버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더불어 새로운 느낌의 수업에 대해 흥미를 가지게 한다. 학생들에게 높은 판단력과 사고력, 창의력을 요구하는 정보 분석, 종합, 표현의 과정을 거치는 도서관 활용수업으로 학생은 스스로 생각하고 공부할 수 있게 된다. 이때 학생들에게 시행착오는 필수 과제이다. 그들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고 실수하는 과정에 대해 교과 교사와 사서교사는 느림의 미학을 발휘해 지켜보아야 한다. 정답을 제시하지 않은 채 일정 부분은 자연스레 그들이 난관에 부딪히도록 두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도록 놓아두는 것이 좋다.
학생들이 도서관 활용수업을 통해 과제를 수행해내고 나면 과제물 자체의 결과에 대한 평가와 함께 과제를 해결하면서 정보를 활용한 과정에 대한 평가를 하게 된다. 이러한 정보탐색 과정에 대한 평가는 사서교사의 몫이 될 것이다. 과제 해결을 위한 정보탐색 과정에 대한 평가가 교과 수행평가에 함께 반영된다면 가장 이상적인 도서관 활용수업 모형이 될 것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경운중학교의 도서관 활용수업에서도 정보탐색 과정에 대한 평가가 수행평가까지 연계되어 이루어진 적은없다. 따라서 반드시 도전하고 해결할 과제로 남아있다. 이를 위해 학생들의 정보 과제 해결 과정에 대하여 사서교사가 평가할 수 있는 평가 지표의 개발과 보급이 필요하다.
이렇듯 사서교사가 도서관 활용수업 중에 자료를 제공하는 역할 외에 교사로서 학생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영역은 무한대에 가깝다. 과제 제시, 정보 탐색, 정보 접근, 정보 분석, 정보 종합, 정보 평가 등 각 단계별로 사서교사가 교수자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한다면 도서관 활용수업이 가질 수 있는 스펙트럼은 한없이 넓어진다. 그러나 도서관 활용수업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대부분의 학교도서관의 현실이고 도서관 활용수업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사서교사의 역할이 대부분 정보 탐색에 대한 안내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교과 교사와의 심리적 거리감을 좁힐 수만 있다면 사서교사가 협업을 통해 정보 과제 해결을 위한 전 과정에 걸쳐 교과 교사와 함께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학생과 교과 교사 모두에게 가장 이상적인 도서관 활용수업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교과 교사의 마음을 이끌어낼 사서교사의 리더십은 필수적이다. 동료 교사와의 관계가 잘 정립되어야 그들에게 “도서관 활용수업 하자.”라고, “하면 된다.”라고 자연스레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되는 것이다.
그런 단계까지 도달한 초보 사서교사들에게 도서관 활용수업의 첫걸음으로 앞서 언급한 교과 주제에 따른 ‘작은 책 만들기’를 추천하고 싶다. 경운중학교에서는 교과별로 이러한 수업을 다양하게 시도해 보았고 그 결과물은 사진에 나타난 바와 같다.
조금 발전된 형태로는 작은 책이 아니라 모둠별로 A4용지 6장 이내의 분량으로 책을 만드는 방법이 있다. 모둠의 학생들이 책의 목차를 정하고 각각 A4 한 페이지 정도의 내용을 목차에 따라 나누어서 쓰고 이를 제본기를 활용해 가제본 형태의 책으로 엮는다. 2012학년도에는 기술과 선생님과 함께 중학교 2학년 기술・가정 교과에 나오는 정보통신기술 단원과 연계하여 그러한 도서관 활용수업을 하였다.
공립학교인지라 도서관 활용수업을 잘하던 선생님께서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시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면 나 역시 새로운 선생님들과 또 다른 관계를 형성하고 해당하는 선생님의 특성에 맞추어 도서관 활용수업의 형태도 다르게 제시해야 한다. 어떤 선생님은 함께 수업을 해도 한발 물러서서 내내 심리적 경계가 쉽사리 좁혀지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선생님은 사서교사인 나보다도 도서관 활용수업에 대해 고민을 더 많이 해서 더 참신한 주제로 기발한 수업 계획을 제시하기도 한다.
특히 기억에 남는 선생님은 사회 선생님이셨는데 3년간 도서관 활용수업을 하면서 매년 새로운 아이디어로 수업을 업그레이드해서 나에게 “올해는 이렇게 도서관 활용수업 해서 수행평가에 반영해 보면 어떨까요?”라고 하며 수업 아이디어를 제시하셨다. 그 선생님이 2010년 3월에는 올해는 교과 시간 중에 도서관 활용수업을 좀 해보고 싶다고 먼저 요청하셨다. 특히 3학년 1학기 사회과에 경제 관련 단원이 나오는데 이것을 도서관 활용수업으로 진행하면서 학생들에게 경제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게 하여 수행평가에 반영해보고 싶다고 하셨다. 그 선생님과 함께 점심을 먹으면서 수업 아이디어를 심각하게 곱씹었다. 결국 교과서에 등장하는 경제 용어를 경제용어사전 등을 통해 조사해 발표하는 것을 시작으로 도서관 활용수업을 하였다. 후속 차시에는 ‘허생전’처럼 문학 작품에 경제 개념이 녹아있는 것을 학생 스스로 찾아보고 이를 가상의 신문 기사처럼 쓰게 하는 수업을 하기로 했다. 경제 용어를 찾아내는 수업에서는 전에 없이 남학생들의 활약이 돋보였고 문학작품에서 경제 개념이 녹아있는 것을 발견해 내는 데에는 여학생들의 센스가 발휘되었다. 재미있게 수업을 하였다.
이듬해 봄인 2011년 3월에는 “올해도 3학년을 맡았는데 작년에 그 수업과 비슷한 수업을 하되 아이들에게도 조금 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수업으로 만들고 싶어요. 경제 개념을 적용한 미래 나의 진로 탐색 보고서를 쓰게 하면 어떨까요?”라고 사회 선생님은 이야기하셨다. 다시 함께 고민해서 3학년들이 3월에 진로 적성 검사를 하고, 그 결과지가 4월에 학생들에게 배포되니 그것과 연계해서 수업을 해보기로 협의했다. 나는 먼저 진로 적성 검사 결과로 제시되는 진로 영역별로 학생들이 읽으면 도움이 될 만한 자료의 목록을 개발하였다. 진로 영역별로 모둠을 구성하고 비슷한 진로를 꿈꾸는 학생끼리 관련 자료를 읽고 KINDS를 통해 뉴스 기사를 검색하기도 하여 진로에 대한 미래 전망을 해보는 수업을 하였고 이를 그림에 나타난 바와 같은 카드에 정리하게 하였다.
몇 해에 걸쳐 도서관 활용수업을 함께 하고 발전시킨 아이디어를 제시해준 사회 선생님 덕에 사서교사인 내가 더 많이 공부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뭔가 짐을 안겨 부담을 주는 것 같아 괜히 미안해하는 나에게 사회선생님은 “선생님이 제 수업이 더 잘 되게 도와주시는 것이니 제가 더 감사하다.”라고이야기하였다. 그런 비슷한 대화가 다른 선생님들과 도서관 활용수업 하면서도 꼭꼭 오갔다.
어찌 보면 ‘사서교사들은 도서관 활용수업을 해보자고 이야기하는 것을 지나치게 부끄러워하고 불필요하게 미안해했구나’ 하는 생각을 몇 해 지나서야 할 수 있게 되었다. 여태껏 사서교사들은 너무 겸손하고 소심했던 것이다. 교직 풍토 자체가 기존의 것을 과감히 벗어나는 시도를 하게 하는 것 자체를 몹시 무례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수업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수업을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하는 교사들은 분명 사서교사 주변에 존재한다. 사서교사들은 조금 더 눈에 띄게 환한 빛을 발휘해 고민을 일삼는 멋지기 그지없는 교사들에게 가장 먼저 다가가서 자신 있게 이야기하면 된다. “그럼 도서관 활용수업 해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