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활용수업 [중등] 과학과 도서관 협력수업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11-25 05:17 조회 20,917회 댓글 1건본문
전보라 서울 경기여고 사서교사
2012.02.20 교직원 회의 시간, 시청각실
2012년 2월 새 학기 준비를 위해 학교 시청각실에서 교직원 회의가 있던 날이었다. 우연히 과학과 부장 선생님 옆에 앉게 되었다. 2학년 문과 4개 학급의 수업을 1학기에 맡게 되었다며 걱정을 하셨다. 집중이수제의 도입에 따라 4시간씩 ‘생명과학Ⅰ’의 수업을 해야 하는데, 문과 학생들이 수능에서 선택하지 않는 과학을 어떻게 하면 재미있고 의미 있게 진행할 수 있을지 고민하셨다. 과학 선생님과 대화를 하면서 사서교사로서 주체성을 발휘하여 ‘도서관에서 과학 수업을 해보는 것을 어떨까요?’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었지만, 용기가 부족해 머릿속에서만 맴돌았다.
2012.05.09 방과 후, 도서실–과학과 도서관 협력수업의 물꼬를 트다!
학교의 모든 일과가 종료된 후 도서실에 교과 선생님 6명이 모였다. 학교도서관 컨설팅이 있는 날이다. 전년도에도 1:1로 받았던 도서관 컨설팅이었지만, 큰 변화가 없었기에 교과 선생님들께 사전에 신청을 받아 소수정예가 모여 연수와 비슷한 방식으로 컨설팅을 받았다. 송곡여고 이덕주 선생님께서 학교도서관에서 십년 넘게 실시했던 다양한 교과의 도서관 협력수업 사례를 이야기 해주셨고 선생님들은 바로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하셨다. 중국어 선생님께서 재빠르게 도서관 협력수업을 먼저 제안하셨고, 2월에 수업 고민을 하시던 생물선생님께서 두 번째로 신청하셨다. 그래서 기말고사 이후 4차시에 걸쳐 수업을 진행하기로 결정이 났다.
2012.07.11 도서실
7월 5일부터 11일까지 4차시에 걸쳐 2학년 4개 학급이 ‘Ⅲ. 항상성과 건강-3. 방어작용’ 단원의 탐구 학습을 도서실에서 마쳤다. 무기력하게 자는 친구도 없이 머리를 맞대고 책을 찾아 읽고, 보고서를 작성하며 눈에는 호기심을 담아 움직이는 아이들을 보며 생물선생님은 만족하셨다. 하지만, 내년에 ‘생명과학Ⅰ’ 수업을 맡게 된다면 다시 해보시겠다는 말씀은 없으셨다.
2013.03.08 제1교무실 앞 복도
학교 교육계획에 도서관 협력수업 계획을 반영해야 하기에 연간 수업 일정을 확정지으려 했다. 마침 작년에 함께 수업을 하셨던 과학 부장님이 지나가신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다시 한번 말을 건네 본다.
“선생님, 올해도 ‘생명과학Ⅰ‘ 수업 맡으셨나요? 그렇다면 한 번 더 도서실에서 수업 하실 계획은 없으세요?”
과학 선생님께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어요. 생각해 보겠습니다.”라고 하시며 지나가셨다. 다시 의기소침해진 나는 다시 도서실 책상에 들어와 앉았다. ‘올해는 전년도에 수업했던 1학년 사회과 선생님도 전근을 가시고, 협력수업이 작년보다 활성화되지 않겠구나’ 생각했다.
2013.04.19 도서실
중간고사 출제가 끝나고 교과교사에게 비교적 여유로운 시간이 주어진 때였다. 5월에 예정된 중국어 도서관 협력수업 준비를 위해 수서를 하고 있던 찰나였다. 작년에 수업을 같이 했던 과학 부장님이 찾아오셨다.
“올해는 전년도에 했던 방어 작용 말고, 지구온난화가 심각해짐에 따라 생물다양성 단원과 연계한 북극곰 살리기 프로젝트를 해보려 합니다.”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이 날로 심해지는 만큼 과학부와 환경동아리에서는 ‘지구 살리기 캠페인’을 펼치고 있었다. 또 ‘북극곰 살리기 프로젝트’를 주제로 미술 동아리는 학생 휴게실에서 그림을 그렸다. 학교 전방위적으로 펼치고 있는 캠페인이었는데, 도서실에서는 도서관 협력수업을 통해 지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수업 단원은 ‘생물 종다양성’입니다. 일단은 커다란 주제를 10개 정도 뽑아볼게요.”
과학 선생님께서 수업 단원에 맞는 주제 10개 정도를 뽑아오기로 했고, 바로 ‘생명과학Ⅰ’교과서와 교육과정 사이트를 화면에 띄우고, 수서 작업을 시작했다.
2013.05.16 도서실
전년도와 주제는 다르지만, 생명과학 협력수업을 해보았던지라 준비는 조금 더 수월했다. 그리고 교과 선생님도 마찬가지였다. 작년에는 주도적으로 활동지를 먼저 만들고, 교과 내용을 넣는 식으로 진행을 했었다. 하지만 교과 선생님의 전년도 경험으로 활동지는 생물선생님께서 주도적으로 만드셨다. 사서교사는 정보길잡이, 정보 분석 방법, 보고서 작성, 발표 방법을 지도하기로 했다.
교육과정도 재구성하여 생물선생님은 1학기 후반에 배울 ‘Ⅳ–2 생물의 다양성과 환경’ 단원을 먼저 배우기로 하였다. 또 전년도와 달리 생명과학 선택 학급이 늘어 총 3명의 생물교사와, 1명의 사서교사가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2013.05.22 학교 인근 개포도서관
생물선생님과 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개포도서관으로 ‘북극곰 살리기 프로젝트’ 관련 도서를 빌리러 갔다. 다행히 ‘지구온난화’, ‘생물 종다양성’ 관련 국내 도서가 많이 출간되어 책을 구하는 어려움은 없었다. 그리고 도서관의 ‘단체 대출 제도’를 이용하여 한 달간 최대 100권을 빌릴 수 있었다. KDC ‘470 생명과학’ 서가와 ‘539 환경 공학’ 서가의 책을 거의 쓸어 담듯 대출했다. 사전에 검색했던 것보다 서가에서 직접 찾아보니 눈에 들어오는 유용한 책들이 많았다. ‘북극곰 윈스턴’과 같은 그림책부터 전문서적까지 기쁜 마음으로 생물선생님과 빌려 차에 싣고 학교 도서실로 왔다. 그 이후 이루어진 작업은 학생들이 이 책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도록 도와주는 ‘정보길잡이(pathfinder)’의 개발이었다. 웹사이트 목록을 정리하고, 단행본의 해제를 달아 정보길잡이를 작성했다.
2013.05.27 2교시 도서실–드디어 북극곰 살리기 프로젝트 1차시
5월 27일 2교시 준비했던 생명과학 교과의 ‘북극곰 살리기 프로젝트’의 첫 수업 날이다. 시간이 4차시로 제한되어 있기에 교과 선생님은 미리 모둠을 나누어 안내하셨다. 모둠별 책상에 ‘1조’, ‘2조’라고 쓰여 있는 팻말을 놓아 학생들이 도서실에 들어오면서 자연스럽게 앉도록 준비한다. 전체 4차시의 수업 중 1차시이므로 교과 선생님의 설명이 다른 날보다 길게 이어진다. 15분간 생물 선생님이 ‘북극곰 살리기 프로젝트’의 취지와 목표, 최종 제출해야 할 과제를 설명하고 프로젝트 주제도 안내한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5분간의 시간이 주어진다. 5분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역시나 아이들의 눈에 가장 쉬워 보이거나 재미있어 보이는 주제부터 칠판에 희망 주제를 써나가기 시작한다. 모둠별로 4차시에 걸쳐 탐구할 주제를 1개씩 선택하는 것이 완료됐다.
사서교사는 이후 등장하여 주제를 구체화하여 ‘브레인스토밍’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예시 자료를 보여준다(전년도 수업자료가 없다면 교사가 함께 학생들과 그려가며 설명하거나 샘플을 보여줘야 학생들이 보고 작성할 수 있다). 브레인스토밍에서 학생들이 썼던 키워드 중 일부는 검색어로도 활용될 수 있음을 사전에 말하고, 제한 시간 5분을 주고 적게 했다. 그리고 도서관 자료 검색법을 설명하며, 참고자료를 나누어준다.
“여러분 유인물 마지막 페이지 ‘참고자료’라고 쓰여 있는 것을 펴보세요. 여러분들이 참고하면 좋을 웹사이트와 단행본을 정리해 두었습니다. 이외에 다른 책을 더 찾아보고 싶다면 서가에서 찾아볼 수 있어요. KBC 470 서가에 가면 생명과학 관련도서를, KBC 530 서가에 가면 환경공학 관련 도서를 찾아볼 수 있어요. 환경공학은 환경문제도 다루고 있기 때문에 환경공학 분야에서 다룬답니다.”
설명이 끝나면 역할 분담을 하게 하고, 역할을 나눴다면 반드시 역할 분담표에 명시하도록 안내했다. 역할 분담의 팁이 있다면 교과교사가 사서교사가 팀별 활동이 왜 유의미하며 필요한지에 대한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다.
일상생활 정보를 찾기 위한 검색은 ‘일상어’를 통해 찾고, 네이버와 같은 일반 포털 사이트의 불특정 다수가 올리는 블로그를 활용할 수 있지만, 수업 시간 중 과제 해결을 위한 검색은 ‘탐구’를 위한 검색이므로 검색어도 신중히 써야 한다고 주지시켰다.
“여러분, 검색 키워드 목록을 왜 작성해야 할까요? 선생님이 역사 시간에 독도분쟁에 대해 탐구하는 모둠이 있어 ‘독도분쟁’ 외에 어떤 단어로 또 찾아볼 것인지 질문을 했던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놀라운 상황이 벌어졌어요. 학생이 ‘다케시마’라는 단어 1개밖에 말하지 못하는 것이에요. 적어도 몇 차시에 걸쳐 하나의 주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탐구한다는 것은 그 분야의 키워드를 5개 이상 알고, 활용하여 검색할 줄 알아야 해요.”
학생들에게 설명한 키워드 찾는 방법은 3가지이다. 첫째, ‘브레인스토밍’에서 떠올렸던 단어 중 일부이다. 둘째, 학술기사의 첫 페이지 혹은 마지막 페이지에 쓰여 있는 키워드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셋째, 국립중앙도서관의 주제명표목표에서 확장 검색(www.dlibrary.net/kolis/)을 하는 것이다.
2013.05.29 6교시 도서실–북극곰 살리기 프로젝트 2차시
1차시 생물교사의 상세한 주제 설명과 아이들의 역할 분담이 끝났기 때문에 2차시 수업에서는 사서교사의 ‘보고서 작성법’과 ‘발표 방법’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뛰어난 발표로 국내 유치를 이끌었던 김연아의 PT, PT의 달인으로 알려진 스티브 잡스 등의 다양한 일화를 잠시 소개하며 정보를 종합하고 표현하는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한다.
보고서 양식은 학교홈페이지에 탑재했음을 알리고, 수집한 정보를 정리하는 방법부터 직접 유인물을 슬라이드 화면으로 띄우고 지도했다. 보고서의 성격을 띤 형식이므로 책을 읽을 때 백과사전이나 사전 등에서 개념 및 사실을 찾도록 하고, 해당 분야 전문가(해당 분야의 교수, 석·박사,해당 분야 시민단체 10년 이상 활동가, 환경 전문 기자, 생물교사 등)의 의견을 메모할 수 있다고 알려준다. 또 신문기사나 통계포털의 통계 등을 읽어보도록 했고 사례 수집을 위해 신문 및 뉴스 등의 정보원을 활용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주지시킨다.
보고서 작성법도 보고서 양식만을 주는 것보다는 보고서 양식을 같이 보면서 탐구 결과는 어떻게 작성하는지 참고문헌은 어떻게 기술하는지 등을 꼼꼼히 짚어준다. 이렇게 10여 분에 걸친 짧은 설명이 끝나면 아이들에게 온전한 활동의 시간 40분이 주어진다. 이때 아이들은 지난 시간에 골라 두었던 책들을 가져다 펼쳐 읽고, 모둠원들과 의논한다. 모둠원 전원이 조사 활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자유롭게 개인 활동을 하거나 노는 학생은 없다. 무임승차자가 생기지 않도록 교사들은 모둠 활동을 꼼꼼히 지켜보고,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도록 독려하며 조언해야 한다.
2013.05.30 5교시 도서실–북극곰 살리기 프로젝트 3차시
2학년 5반의 3차시 수업이 시작됐다. 3차시부터는 교사의 강의식 수업은 없고, 학생들이 책과 인터넷을 활용하여 자료를 찾고 토론하며, 결과를 정리하는 시간이다.
학생들의 수준에 따라 다양한 그림책부터 백과사전, 잡지 등의 모든 정보원이 총동원된다. 기후변화정보센터 홈페이지와 기상청 사이트를 수시로 오가며 정보를 찾아 기록하는 모습이 펼쳐진다. 어떤 모둠은 인터넷으로 ‘지식채널e’ 영상을 찾아보고, 친구들에게 발표 때 소개하면 좋을 영상은 없는지 토의한다. 얼음이 없어 아주 작은 해빙에 기대어 위태롭게 서 있는 사진을 찾고 기뻐하는 아이들, 조용히 각자 읽어야 할 책을 펼쳐 놓고 진지하게 분석하는 아이들 등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역동적으로 움직이며 탐구한다. 생물 선생님은 더 많은 자료 제공을 위해 과학부 교무실에 가서 과학교사 연구서적까지 꺼내 오신다.
수업 종료 시간이 임박하면 아이들을 다시 교수학습 공간으로 소집하여 4차시 발표상의 주의점을 생물교사가 안내한다. 시간 절약을 위해 반드시 사전에 발표 PC 바탕화면 폴더에 발표 자료를 넣어두고 반드시 파일이 열리는지 확인하라고 당부한다.
도서관 협력수업을 진행하며 사서교사로서 딜레마에 빠지는 부분이 아이들이 가장 필요로 할 때 복본이 부족하여 대출을 못해주는 부분인데, 이번 수업부터는 밤샘대출(overnight loan)을 시작했다. 7교시가 종료되는 시간부터 다음날 아침 0교시 반납을 조건으로 학생들에게 대출을 해주니 쉬는 시간까지 빠르게 흘러간다.
2013.05.31 4교시 도서실–북극곰 살리기 프로젝트 4차시
쉬는 시간 종료 종이 칠 때가 돼서야 느지막이 나타나던 학생들이 오늘은 발표날이어서 그런지 미리 와서 앉아 있거나 컴퓨터 앞에서 파일을 설치하느라 바쁘다. 포인터 작동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이기 때문에 사서교사는 사전에 학생들이 기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포인터 작동법을 발표자에게 알려준다.
1차시 시작종이 친 후 생물 선생님은 다시 한 번 시간 엄수를 당부한다. 발표자나 청중이 된 학생들이나 모두 진지한 표정으로 슬라이드를 응시한다.
발표의 방법을 제대로 숙지하고 발표하는 조가 있는가 하면 정확히 내용 전달이 안 되는 아쉬운 조도 나왔다. 하지만 교사는 큰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과제를 완수하기에는 넉넉한 시간이 아니었음에도 참신함과 기발함을 갖추고 감동적인 프로젝트를 보여준 모둠이 더 많기 때문이다.
마치며–앞으로의 과제
본교에서 실시되었던 ‘생명과학Ⅰ 도서관 협력수업’ 진행과정을 지난호처럼 시간의 흐름순으로 기술하였다. ‘생명과학Ⅰ 도서관 협력수업’을 도서관에서 바라봤을 때 성과라면 도서관 협력수업에 참가하는 교사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전년도에 도서관 협력수업의 이점을 경험해 보신 생물 선생님께서 나머지 생물 선생님 두 분과도 협의하여 수업을 진행하기로 하신 것이다. 그래서 본교의 모든 생물 선생님이 도서관 협력수업을 진행해 보는 수업 경험을 하게 되었다.
입시와 수학능력시험에 큰 부담을 가지지 않는 2학년 문과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실시하던 과학과 도서관 협력수업을 2013학년도 2학기에는 2학년 이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이는 과학과 도서관 협력수업이 과학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것뿐 아니라 도서관에서의 자원을 기반으로 한 과학 학습이 학업 성취와 교과 내용 습득의 기준을 달성하기 때문에 과학 선생님께서 내린 결정이라고 판단된다.
도서관 협력수업이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지금의 학교도서관이 교수학습 활동 지원에 더 우선순위를 두고, 서비스 집중도를 높여야 한다. 학교도서관의 교육적 위상이 우위에 놓여 더 많은 학생들이 이러한 유의미한 학습 경험을 갖고 졸업하여 평생학습 역량을 강화하는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려본다. 앞으로의 과제는 도서관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도서관 협력수업의 다양한 모형을 개발하여 적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작은 활동의 결실이 수업 개선과 공교육의 질 향상에 기여하기를 바란다.
2012.02.20 교직원 회의 시간, 시청각실
2012년 2월 새 학기 준비를 위해 학교 시청각실에서 교직원 회의가 있던 날이었다. 우연히 과학과 부장 선생님 옆에 앉게 되었다. 2학년 문과 4개 학급의 수업을 1학기에 맡게 되었다며 걱정을 하셨다. 집중이수제의 도입에 따라 4시간씩 ‘생명과학Ⅰ’의 수업을 해야 하는데, 문과 학생들이 수능에서 선택하지 않는 과학을 어떻게 하면 재미있고 의미 있게 진행할 수 있을지 고민하셨다. 과학 선생님과 대화를 하면서 사서교사로서 주체성을 발휘하여 ‘도서관에서 과학 수업을 해보는 것을 어떨까요?’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었지만, 용기가 부족해 머릿속에서만 맴돌았다.
2012.05.09 방과 후, 도서실–과학과 도서관 협력수업의 물꼬를 트다!
학교의 모든 일과가 종료된 후 도서실에 교과 선생님 6명이 모였다. 학교도서관 컨설팅이 있는 날이다. 전년도에도 1:1로 받았던 도서관 컨설팅이었지만, 큰 변화가 없었기에 교과 선생님들께 사전에 신청을 받아 소수정예가 모여 연수와 비슷한 방식으로 컨설팅을 받았다. 송곡여고 이덕주 선생님께서 학교도서관에서 십년 넘게 실시했던 다양한 교과의 도서관 협력수업 사례를 이야기 해주셨고 선생님들은 바로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하셨다. 중국어 선생님께서 재빠르게 도서관 협력수업을 먼저 제안하셨고, 2월에 수업 고민을 하시던 생물선생님께서 두 번째로 신청하셨다. 그래서 기말고사 이후 4차시에 걸쳐 수업을 진행하기로 결정이 났다.
2012.07.11 도서실
7월 5일부터 11일까지 4차시에 걸쳐 2학년 4개 학급이 ‘Ⅲ. 항상성과 건강-3. 방어작용’ 단원의 탐구 학습을 도서실에서 마쳤다. 무기력하게 자는 친구도 없이 머리를 맞대고 책을 찾아 읽고, 보고서를 작성하며 눈에는 호기심을 담아 움직이는 아이들을 보며 생물선생님은 만족하셨다. 하지만, 내년에 ‘생명과학Ⅰ’ 수업을 맡게 된다면 다시 해보시겠다는 말씀은 없으셨다.
2013.03.08 제1교무실 앞 복도
학교 교육계획에 도서관 협력수업 계획을 반영해야 하기에 연간 수업 일정을 확정지으려 했다. 마침 작년에 함께 수업을 하셨던 과학 부장님이 지나가신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다시 한번 말을 건네 본다.
“선생님, 올해도 ‘생명과학Ⅰ‘ 수업 맡으셨나요? 그렇다면 한 번 더 도서실에서 수업 하실 계획은 없으세요?”
과학 선생님께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어요. 생각해 보겠습니다.”라고 하시며 지나가셨다. 다시 의기소침해진 나는 다시 도서실 책상에 들어와 앉았다. ‘올해는 전년도에 수업했던 1학년 사회과 선생님도 전근을 가시고, 협력수업이 작년보다 활성화되지 않겠구나’ 생각했다.
2013.04.19 도서실
중간고사 출제가 끝나고 교과교사에게 비교적 여유로운 시간이 주어진 때였다. 5월에 예정된 중국어 도서관 협력수업 준비를 위해 수서를 하고 있던 찰나였다. 작년에 수업을 같이 했던 과학 부장님이 찾아오셨다.
“올해는 전년도에 했던 방어 작용 말고, 지구온난화가 심각해짐에 따라 생물다양성 단원과 연계한 북극곰 살리기 프로젝트를 해보려 합니다.”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이 날로 심해지는 만큼 과학부와 환경동아리에서는 ‘지구 살리기 캠페인’을 펼치고 있었다. 또 ‘북극곰 살리기 프로젝트’를 주제로 미술 동아리는 학생 휴게실에서 그림을 그렸다. 학교 전방위적으로 펼치고 있는 캠페인이었는데, 도서실에서는 도서관 협력수업을 통해 지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수업 단원은 ‘생물 종다양성’입니다. 일단은 커다란 주제를 10개 정도 뽑아볼게요.”
과학 선생님께서 수업 단원에 맞는 주제 10개 정도를 뽑아오기로 했고, 바로 ‘생명과학Ⅰ’교과서와 교육과정 사이트를 화면에 띄우고, 수서 작업을 시작했다.
2013.05.16 도서실
전년도와 주제는 다르지만, 생명과학 협력수업을 해보았던지라 준비는 조금 더 수월했다. 그리고 교과 선생님도 마찬가지였다. 작년에는 주도적으로 활동지를 먼저 만들고, 교과 내용을 넣는 식으로 진행을 했었다. 하지만 교과 선생님의 전년도 경험으로 활동지는 생물선생님께서 주도적으로 만드셨다. 사서교사는 정보길잡이, 정보 분석 방법, 보고서 작성, 발표 방법을 지도하기로 했다.
교육과정도 재구성하여 생물선생님은 1학기 후반에 배울 ‘Ⅳ–2 생물의 다양성과 환경’ 단원을 먼저 배우기로 하였다. 또 전년도와 달리 생명과학 선택 학급이 늘어 총 3명의 생물교사와, 1명의 사서교사가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2013.05.22 학교 인근 개포도서관
생물선생님과 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개포도서관으로 ‘북극곰 살리기 프로젝트’ 관련 도서를 빌리러 갔다. 다행히 ‘지구온난화’, ‘생물 종다양성’ 관련 국내 도서가 많이 출간되어 책을 구하는 어려움은 없었다. 그리고 도서관의 ‘단체 대출 제도’를 이용하여 한 달간 최대 100권을 빌릴 수 있었다. KDC ‘470 생명과학’ 서가와 ‘539 환경 공학’ 서가의 책을 거의 쓸어 담듯 대출했다. 사전에 검색했던 것보다 서가에서 직접 찾아보니 눈에 들어오는 유용한 책들이 많았다. ‘북극곰 윈스턴’과 같은 그림책부터 전문서적까지 기쁜 마음으로 생물선생님과 빌려 차에 싣고 학교 도서실로 왔다. 그 이후 이루어진 작업은 학생들이 이 책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도록 도와주는 ‘정보길잡이(pathfinder)’의 개발이었다. 웹사이트 목록을 정리하고, 단행본의 해제를 달아 정보길잡이를 작성했다.
2013.05.27 2교시 도서실–드디어 북극곰 살리기 프로젝트 1차시
5월 27일 2교시 준비했던 생명과학 교과의 ‘북극곰 살리기 프로젝트’의 첫 수업 날이다. 시간이 4차시로 제한되어 있기에 교과 선생님은 미리 모둠을 나누어 안내하셨다. 모둠별 책상에 ‘1조’, ‘2조’라고 쓰여 있는 팻말을 놓아 학생들이 도서실에 들어오면서 자연스럽게 앉도록 준비한다. 전체 4차시의 수업 중 1차시이므로 교과 선생님의 설명이 다른 날보다 길게 이어진다. 15분간 생물 선생님이 ‘북극곰 살리기 프로젝트’의 취지와 목표, 최종 제출해야 할 과제를 설명하고 프로젝트 주제도 안내한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5분간의 시간이 주어진다. 5분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역시나 아이들의 눈에 가장 쉬워 보이거나 재미있어 보이는 주제부터 칠판에 희망 주제를 써나가기 시작한다. 모둠별로 4차시에 걸쳐 탐구할 주제를 1개씩 선택하는 것이 완료됐다.
사서교사는 이후 등장하여 주제를 구체화하여 ‘브레인스토밍’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예시 자료를 보여준다(전년도 수업자료가 없다면 교사가 함께 학생들과 그려가며 설명하거나 샘플을 보여줘야 학생들이 보고 작성할 수 있다). 브레인스토밍에서 학생들이 썼던 키워드 중 일부는 검색어로도 활용될 수 있음을 사전에 말하고, 제한 시간 5분을 주고 적게 했다. 그리고 도서관 자료 검색법을 설명하며, 참고자료를 나누어준다.
“여러분 유인물 마지막 페이지 ‘참고자료’라고 쓰여 있는 것을 펴보세요. 여러분들이 참고하면 좋을 웹사이트와 단행본을 정리해 두었습니다. 이외에 다른 책을 더 찾아보고 싶다면 서가에서 찾아볼 수 있어요. KBC 470 서가에 가면 생명과학 관련도서를, KBC 530 서가에 가면 환경공학 관련 도서를 찾아볼 수 있어요. 환경공학은 환경문제도 다루고 있기 때문에 환경공학 분야에서 다룬답니다.”
설명이 끝나면 역할 분담을 하게 하고, 역할을 나눴다면 반드시 역할 분담표에 명시하도록 안내했다. 역할 분담의 팁이 있다면 교과교사가 사서교사가 팀별 활동이 왜 유의미하며 필요한지에 대한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다.
일상생활 정보를 찾기 위한 검색은 ‘일상어’를 통해 찾고, 네이버와 같은 일반 포털 사이트의 불특정 다수가 올리는 블로그를 활용할 수 있지만, 수업 시간 중 과제 해결을 위한 검색은 ‘탐구’를 위한 검색이므로 검색어도 신중히 써야 한다고 주지시켰다.
“여러분, 검색 키워드 목록을 왜 작성해야 할까요? 선생님이 역사 시간에 독도분쟁에 대해 탐구하는 모둠이 있어 ‘독도분쟁’ 외에 어떤 단어로 또 찾아볼 것인지 질문을 했던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놀라운 상황이 벌어졌어요. 학생이 ‘다케시마’라는 단어 1개밖에 말하지 못하는 것이에요. 적어도 몇 차시에 걸쳐 하나의 주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탐구한다는 것은 그 분야의 키워드를 5개 이상 알고, 활용하여 검색할 줄 알아야 해요.”
학생들에게 설명한 키워드 찾는 방법은 3가지이다. 첫째, ‘브레인스토밍’에서 떠올렸던 단어 중 일부이다. 둘째, 학술기사의 첫 페이지 혹은 마지막 페이지에 쓰여 있는 키워드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셋째, 국립중앙도서관의 주제명표목표에서 확장 검색(www.dlibrary.net/kolis/)을 하는 것이다.
2013.05.29 6교시 도서실–북극곰 살리기 프로젝트 2차시
1차시 생물교사의 상세한 주제 설명과 아이들의 역할 분담이 끝났기 때문에 2차시 수업에서는 사서교사의 ‘보고서 작성법’과 ‘발표 방법’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뛰어난 발표로 국내 유치를 이끌었던 김연아의 PT, PT의 달인으로 알려진 스티브 잡스 등의 다양한 일화를 잠시 소개하며 정보를 종합하고 표현하는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한다.
보고서 양식은 학교홈페이지에 탑재했음을 알리고, 수집한 정보를 정리하는 방법부터 직접 유인물을 슬라이드 화면으로 띄우고 지도했다. 보고서의 성격을 띤 형식이므로 책을 읽을 때 백과사전이나 사전 등에서 개념 및 사실을 찾도록 하고, 해당 분야 전문가(해당 분야의 교수, 석·박사,해당 분야 시민단체 10년 이상 활동가, 환경 전문 기자, 생물교사 등)의 의견을 메모할 수 있다고 알려준다. 또 신문기사나 통계포털의 통계 등을 읽어보도록 했고 사례 수집을 위해 신문 및 뉴스 등의 정보원을 활용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주지시킨다.
보고서 작성법도 보고서 양식만을 주는 것보다는 보고서 양식을 같이 보면서 탐구 결과는 어떻게 작성하는지 참고문헌은 어떻게 기술하는지 등을 꼼꼼히 짚어준다. 이렇게 10여 분에 걸친 짧은 설명이 끝나면 아이들에게 온전한 활동의 시간 40분이 주어진다. 이때 아이들은 지난 시간에 골라 두었던 책들을 가져다 펼쳐 읽고, 모둠원들과 의논한다. 모둠원 전원이 조사 활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자유롭게 개인 활동을 하거나 노는 학생은 없다. 무임승차자가 생기지 않도록 교사들은 모둠 활동을 꼼꼼히 지켜보고,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도록 독려하며 조언해야 한다.
2013.05.30 5교시 도서실–북극곰 살리기 프로젝트 3차시
2학년 5반의 3차시 수업이 시작됐다. 3차시부터는 교사의 강의식 수업은 없고, 학생들이 책과 인터넷을 활용하여 자료를 찾고 토론하며, 결과를 정리하는 시간이다.
학생들의 수준에 따라 다양한 그림책부터 백과사전, 잡지 등의 모든 정보원이 총동원된다. 기후변화정보센터 홈페이지와 기상청 사이트를 수시로 오가며 정보를 찾아 기록하는 모습이 펼쳐진다. 어떤 모둠은 인터넷으로 ‘지식채널e’ 영상을 찾아보고, 친구들에게 발표 때 소개하면 좋을 영상은 없는지 토의한다. 얼음이 없어 아주 작은 해빙에 기대어 위태롭게 서 있는 사진을 찾고 기뻐하는 아이들, 조용히 각자 읽어야 할 책을 펼쳐 놓고 진지하게 분석하는 아이들 등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역동적으로 움직이며 탐구한다. 생물 선생님은 더 많은 자료 제공을 위해 과학부 교무실에 가서 과학교사 연구서적까지 꺼내 오신다.
수업 종료 시간이 임박하면 아이들을 다시 교수학습 공간으로 소집하여 4차시 발표상의 주의점을 생물교사가 안내한다. 시간 절약을 위해 반드시 사전에 발표 PC 바탕화면 폴더에 발표 자료를 넣어두고 반드시 파일이 열리는지 확인하라고 당부한다.
도서관 협력수업을 진행하며 사서교사로서 딜레마에 빠지는 부분이 아이들이 가장 필요로 할 때 복본이 부족하여 대출을 못해주는 부분인데, 이번 수업부터는 밤샘대출(overnight loan)을 시작했다. 7교시가 종료되는 시간부터 다음날 아침 0교시 반납을 조건으로 학생들에게 대출을 해주니 쉬는 시간까지 빠르게 흘러간다.
2013.05.31 4교시 도서실–북극곰 살리기 프로젝트 4차시
쉬는 시간 종료 종이 칠 때가 돼서야 느지막이 나타나던 학생들이 오늘은 발표날이어서 그런지 미리 와서 앉아 있거나 컴퓨터 앞에서 파일을 설치하느라 바쁘다. 포인터 작동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이기 때문에 사서교사는 사전에 학생들이 기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포인터 작동법을 발표자에게 알려준다.
1차시 시작종이 친 후 생물 선생님은 다시 한 번 시간 엄수를 당부한다. 발표자나 청중이 된 학생들이나 모두 진지한 표정으로 슬라이드를 응시한다.
발표의 방법을 제대로 숙지하고 발표하는 조가 있는가 하면 정확히 내용 전달이 안 되는 아쉬운 조도 나왔다. 하지만 교사는 큰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과제를 완수하기에는 넉넉한 시간이 아니었음에도 참신함과 기발함을 갖추고 감동적인 프로젝트를 보여준 모둠이 더 많기 때문이다.
마치며–앞으로의 과제
본교에서 실시되었던 ‘생명과학Ⅰ 도서관 협력수업’ 진행과정을 지난호처럼 시간의 흐름순으로 기술하였다. ‘생명과학Ⅰ 도서관 협력수업’을 도서관에서 바라봤을 때 성과라면 도서관 협력수업에 참가하는 교사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전년도에 도서관 협력수업의 이점을 경험해 보신 생물 선생님께서 나머지 생물 선생님 두 분과도 협의하여 수업을 진행하기로 하신 것이다. 그래서 본교의 모든 생물 선생님이 도서관 협력수업을 진행해 보는 수업 경험을 하게 되었다.
입시와 수학능력시험에 큰 부담을 가지지 않는 2학년 문과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실시하던 과학과 도서관 협력수업을 2013학년도 2학기에는 2학년 이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이는 과학과 도서관 협력수업이 과학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것뿐 아니라 도서관에서의 자원을 기반으로 한 과학 학습이 학업 성취와 교과 내용 습득의 기준을 달성하기 때문에 과학 선생님께서 내린 결정이라고 판단된다.
도서관 협력수업이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지금의 학교도서관이 교수학습 활동 지원에 더 우선순위를 두고, 서비스 집중도를 높여야 한다. 학교도서관의 교육적 위상이 우위에 놓여 더 많은 학생들이 이러한 유의미한 학습 경험을 갖고 졸업하여 평생학습 역량을 강화하는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려본다. 앞으로의 과제는 도서관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도서관 협력수업의 다양한 모형을 개발하여 적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작은 활동의 결실이 수업 개선과 공교육의 질 향상에 기여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