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활용수업 [초등] 초등 1학년, 도서관에서 배움의 짜릿함을 맛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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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11-25 04:56 조회 12,568회 댓글 1건본문
정지현 창원 안골포초 교사
교실 VS 도서관
“선생님, 얘가 나 때려요.”
“선생님, 쉬 마려워요.”
“선생님, ○○이가 자꾸 내 것 봐요.”
“선생님, 나 다했어요, 인제 뭐 해요?”
끊임없이 쏟아지는 말들, 코딱지 파기, 의자 끄덕이기, 갑자기 일어서서 돌아다니기 등 초등학교 1학년 교실은 그야말로 무법천지다. 주의집중력이 짧은 1학년 아이들은 조금만 재미없으면 자세가 흐트러지고 주위 친구들과 다른 재미있는(?) 일에 몰두한다. 선생님이 보여주는 자료나 동영상 자료에 반짝 호기심을 가졌다가 그 자료가 눈앞에서 사라지면 이내 다른 짓을 하는 아이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초등 선생님들이 1학년 교실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모습이다. 이렇게 아이들이 교실의 공부에 열중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들에게 자료나 활동의 자유로운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과 아이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제공하는 자료가 잠시 눈과 귀를 즐겁게 할 수는 있지만 지속적으로 공부에 참여할 수 있도록 흥미를 유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한 차시에 보통 2~3개의 활동으로 구성되는데 매 활동에 다양한 자료를 투입하면 좋겠지만 1일 평균 4차시 분량에 해당하는 다양한 자료를 준비하는 것은 선생님에게 과중한 부담이다.
그럼, 초등학교 1학년에게 도서관은 과연 어떤 장소일까? 아이들에게 “도서관은 무엇을 하는 곳인가요?”라고 물으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큰 소리로 “책 읽는 곳이요.”라고 대답한다. 물론, 만화영화나 만들기 같은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은 다른 대답을 하기도 하지만 책을 보는 곳이라는 대답이 많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입학 전의 도서관 경험은 누군가가 골라주는 대로, 들려주는 대로, 안내해 주는 대로 책이나 정보를 제공받는 형태로 거기에는 아이의 비자발적인 행위가 포함되어 있다. 이것은 교실에서도 발견되는 모습이다.
반면, 초등학교에서 도서관 경험은 어른의 간섭에서 벗어나 자신의 노력과 선택이 포함된 의미 있는 활동이다. 다시 말해 도서관에 가서 읽고 싶은 책을 골라 자기의 대출증으로 빌려 읽기까지 전 과정에 아이의 자발성이 발휘되는 것이다.
초등학교 1학년들에게 책을 읽는 보편적인 공간으로서 도서관을 제공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아이들에게 도서관에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일을 경험하게 한다면 도서관은 훨씬 흥미롭고 재미있는 장소가 될 것이다. 특히, 초등학교 1학년의 공부는 놀이와 활동 위주로 편성되어 있다. 단순하게 선생님이 제공하는 그림 자료나 동영상을 보고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아보고 깨우치는 활동을 통해 배움의 기쁨은 배가 된다. 그런 점에서 도서관은 주의집중력이 짧은 아이들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새로운 책을 발견하는, 배움에 빠져드는 또 다른 공간이다.
초등 1학년, 도서관 수업 들여다보기
그러면 이제 이런 질문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천둥벌거숭이 같은 1학년들을 데리고 도서관 수업은 또 어떻게 하누?’라는 생각이다. 집중력이 채 10분을 넘지 못하는 초등학교 1학년은 도서관 수업이 불가능하리라는 편견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시도조차 하지 않거나 도서관 수업에 도전했다가 실패를 맛보고 초등 1학년에게는 도서관 수업은 도저히 무리라는 성급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도서관 활용수업은 그저 도서관에 아이들을 데려가서 제 맘대로 하도록 풀어 놓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는 학습 내용 조직에 대한 교사의 철저한 계획과 아이들의 학습에 대한 도움과 점검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이제부터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의 도서관 수업을 한번 들여다보겠다.
적용한 수업은 초등 1학년 국어 1–나 7단원 ‘알맞게 띄어 읽어요’ 중 문장부호의 이름과 쓰임 알아보기이다. 교사용 지도서에는 2차시 분량으로 제시되어 있는데 보통 보기 자료를 통해 다른 색으로 표시된 반점(,), 온점(.), 느낌표(!), 물음표(?)의 이름을 알고 제시된 문장에서 각 문장부호를 찾고 그 쓰임새를 알게 한다. 그리고 4종류의 문장부호를 직접 써 보게 하는 활동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2차시만으로는 아이들이 문장부호의 이름과 쓰임새를 명확히 구분하기에는 조금 부족하다.
그래서 1차시는 문장부호의 이름과 쓰임새 알기, 2–3차시는 도서관에서 그림책을 읽고 문장부호를 찾아 나만의 문장부호책 만들기로 총 3차시 분량으로 재구성해 보았다.
문장부호의 이름 알기
교과서에는 짤막한 예문에 문장부호만 파란색으로 표시되어 있고 각각의 문장부호의 이름과 쓰임새가 바로 나오게 된다. 눈으로 볼 때는 아이들이 각각의 문장부호를 알고 있는 듯하지만 이내 아이들의 기억에서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기억력이 좋은 몇몇 아이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아이들은 파란색으로 표시된 문장부호를 눈으로 보는 동안 선생님의 말을 따라하는 정도다. 그것으로 배움이 일어났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그래서 그림책 『팥죽할멈과 호랑이』를 PPT로 만들어 활용하였다. 대체로 그림책을 읽어 줄 때는 그림책 원형 그대로 읽어주지만 본 주제는 문장부호와 관련된 활동이라 PPT 화면으로 크게 보는 것이 효과적이다. 옛날이야기를 마다하는 아이들이 거의 없기도 하지만 반복되는 말과 생생한 그림이 아이들을 재미에 푹 빠지게 한다. 그리고 문장부호를 발견하기도 쉽다. 아이들에게 그림책의 일부분을 읽어준다. 글자와 그림 말고 무엇이 있느냐고 물어본다. 만약 쉽게 대답을 하지 못한다면, 문장부호에 동그라미를 쳐가며 글자와는 다른 것임을 알게 한다. 그리고 각 문장부호의 이름을 가르쳐 준다. 다음 장면을 읽어준다. 또 문장부호를 찾아보게 한다. 문장부호가 어떤 글자 뒤에 있는지 말해보게 한다. 그 문장부호의 이름을 물어본다. 아이들에게서 이름이 나오지 않으면 반복적으로 문장부호의 이름을 알려준다. 새로 만난 친구를 얼른 사귀려면 이름을 잘 기억하고 매일 불러주듯 문장부호를 잘 알려면 문장부호의 이름을 잘 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면 아이들은 금세 문장부호의 이름을 기억한다.
문장부호의 쓰임새 알기
아이들이 문장부호의 이름을 충분히 기억하게 한 다음 그 쓰임새도 알게 해야 한다. 칠판을 4등분 하여 각각의 칸에 반점(,), 온점(.), 물음표(?), 느낌표(!) 4개의 문장부호를 쓴다. 아이들에게 각 문장부호의 이름을 물어보면 아이들이 답을 하는데 이때, 아이들이 말한 문장부호의 이름을 문장부호 아래에 쓴다. 그리고 각 문장부호가 글의 어디쯤에 있었는지 기억을 떠올려 보게 한다. 아이들이 기억을 잘 못하면 그림책(PPT)을 다시 보여준다. 일단 한 아이의 입에서 앞이나 뒤, 끝이라는 말이 나오면 다음은 좀 더 많은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답하게 된다. 만약 누구도 답을 하지 못한다면 선생님이 약간의 힌트를 주면 아이들은 금세 문장부호의 위치를 말하게 된다. 쓰임새를 무작정 말하게 하면 아이들은 얼른 말하지 못한다. 문장부호가 붙어 있는 말을 반복적으로 함께 말해보면 보다 쉽게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호랑아, 호랑아”라든지, “할멈, 할멈, 팥죽할멈” 지금 어떻게 했지요? 라고 물으면 아이들은 “부른다.”라는 대답을 하게 된다. 그래서 반점은 누군가를 부를 때 그 뒤에 쓰인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아이들과 묻고 답하기를 통해 칠판에 문장부호의 이름과 그 쓰임새가 완성이 되면 이제 각 항목의 내용을 한 줄씩 지운다. 예를 들면, 칠판에 썼던 문장부호의 이름을 모두 지우고 선생님이 가리키는 각 문장부호의 이름을 큰 소리로 말해 보게 한다. 같은 방법으로 쉬운 것(이름)부터 어려운 항목(위치, 쓰임)을 칠판에서 지우고 다시 그 내용을 되물으
면 아이들은 기억을 더듬어 말한다. 혹시 말하지 못하더라도 반복적으로 함께 말하기를 통해 충분히 연습할 수 있다. 모둠별 게임을 통해 점수 모으기 활동을 하면 아이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문장부호의 이름과 쓰임 알기는 도서관이든 교실이든 크게 관계가 없다. 도서관에서도 즐겁게 활동하지만 교실보다 넓어서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면 교실에서 해도 괜찮다.
그림책 읽고 문장부호 찾기
앞의 활동을 통해 아이들은 문장부호와 쓰임새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을 잡았다면, 이젠 책을 읽고 문장 속에 숨어있는 문장부호를 스스로 찾아 분류하는 연습을 실제로 해볼 차례다.
아이들에게 도화지 한 장씩을 나누어 준다. 도화지를 가로로 길게 놓고 세로로 반을 접은 다음 다시 펼쳐서 대문처럼 접게 한다. 대문처럼 접혀진 부분이 앞표지가 되고 대문을 펼치면 칠판처럼 4등분된 공간이 나온다. 아이들에게 4개의 문장부호를 각 칸의 위쪽 가운데에 쓰게 한다. 문장부호 아래 이름을 쓰게 한 다음 각 문장부호가 어느 때 쓰이는
지 물어보고 아이들이 답한 내용을 적게 한다.
질문1과 질문3은 서로 연결된다. 질문1에 이미 그 쓰임이 포함되어 있는데, 아이들은 반복적으로 듣게 되니까 질문3에서 그 쓰임을 자연스럽게 스스로 답하게 된다.
이렇게 기본적으로 책의 형태를 만들어 두고 아이들에게 그림책 서가에서 자기가 보고 싶은 그림책이나 4개의 문장부호가 고루 들어 있는 그림책을 골라오게 한다. 이때, 그림책은 한 사람당 1권씩 10분 이내로 책을 골라서 자기 자리로 돌아오게 한다. 서가 주변에서 자유롭게 활동하게 할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 책 고르는 데 시간을 계속 허비하는 아이들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므로 그림책을 서가에서 고르고 모둠학습 테이블로 돌아오도록 하는 것이 학습 목표를 도달하는 데 보다 효율적이다.
자기가 고른 그림책을 읽고 4개의 문장부호가 어디에 들어있는지 찾아보게 한다. 일단, 아이들이 그림책을 충분히 읽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냥 읽는 것이 아니라 문장부호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야 하므로 아이들은 내용은 물론이고 문장부호를 찾는다는 확실한 목표를 인지하게 된다.
문장부호 책 만들기
그림책을 한 번 읽고 나면 이제 앞에서부터 다시 그림책을 읽고 아까 만들어 두었던 대문접기 책에 각각의 문장부호가 들어가 있는 문장 일부분을 쓰게 한다. 반드시 문장부호도 포함하여 쓰게 한다. 문장 전체를 쓰는 일은 초등 1학년 아이들에겐 고역이기 때문에 문장부호를 포함한 문장 일부분을 쓰게 하면 아이들은 그야말로 자신의 능력껏 각 문장부호를 찾아낸다. 만약 자신이 가진 그림책에서 어떤 문장부호가 부족하다면 모둠 친구들끼리 서로 책을 바꾸어 보아도 괜찮다. 인지능력이 우수한 아이들은 그림책을 고를 때 전체를 살펴보고 문장부호가 많은 책을 골라 오기도 한다. 어떤 책을 고르느냐에 따라 문장부호도 많이 찾게 되고 책의 내용을 읽으면서 문장 중에서 문장부호의 쓰임을 자연스
럽게 체득하게 되는 것이다. 간혹, 여전히 혼자서는 문장부호 찾는 것을 어려워하는 아이가 있다면 선생님의 도움과 점검이 필요하다. 도서관에 사서선생님이나 도서관 봉사 어머니가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초등 1학년, 도서관에서 공부의 짜릿함을 맛보다!
“선생님, 이거 느낌표 맞지요?”
“선생님, 나 이거 보세요. 엄청 많이 찾았지요?”
“선생님, 이 책에는 물음표가 많이 안 나와요. 다른 그림책으로 바꾸어 와도 돼요?”
“선생님, 이거는 부르는 말이 아닌데 반점이 있어요. 왜 그래요?”
“야, 이 책 봐라! 문장부호 많이 나온다. 내가 빌려줄까?”
“진짜? 어디? ○○야, 나부터 먼저 빌려줘라!”
보통의 교실 수업시간과는 다른 말들과 행동이 쏟아진다. 새로운 자료(책) 찾기, 쓰임새에 대한 새로운 의문, 자료와 정보의 공유가 이루어진다.
“선생님, 어떤 책에는 예쁘다 뒤에 온점이 찍혀있고 어떤 책에는 느낌표가 있어요. 어떤 게 맞아요?”라고 새로운 의문을 던지는 아이가 간혹 있다. 마지막에 정리와 점검을 할 때, 선생님의 시범을 통해 ‘온점으로 끝나는 예쁘다’와 ‘느낌표로 끝나는 예쁘다’를 통해 문장의 억양과 그 내용의 차이를 아이들이 느끼게 한다. 아이들은 직관적으로 그 차이를 인지한다.
1학년 아이들에게 도서관에서 80분이 무리가 아닌가? 하는 염려는 저만치 달아난다. 화장실에 가고 싶은 친구는 선생님에게 허락을 받은 뒤 자유롭게 다녀오도록 한다. 볼일만 얼른 보고 또 책을 읽는다. 그리고 문장부호 찾기에 몰입한다. 조건만 제시했을 뿐인데 아이들은 스스로 책을 고르고 이야기 속에서 문장부호를 찾는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도서관이 소란하다. 그 소란함은 시끄러운 소음이 아니라 스스로 발견하는 기쁨에 배움을 열어가는 아이들의 입에서 저절로 터지는 커다란 탄성이다. 불가능하리라 생각했던, 실패하리라 생각했던 초등 1학년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배움의 짜릿함을 맛보는 순간이다.
교실 VS 도서관
“선생님, 얘가 나 때려요.”
“선생님, 쉬 마려워요.”
“선생님, ○○이가 자꾸 내 것 봐요.”
“선생님, 나 다했어요, 인제 뭐 해요?”
끊임없이 쏟아지는 말들, 코딱지 파기, 의자 끄덕이기, 갑자기 일어서서 돌아다니기 등 초등학교 1학년 교실은 그야말로 무법천지다. 주의집중력이 짧은 1학년 아이들은 조금만 재미없으면 자세가 흐트러지고 주위 친구들과 다른 재미있는(?) 일에 몰두한다. 선생님이 보여주는 자료나 동영상 자료에 반짝 호기심을 가졌다가 그 자료가 눈앞에서 사라지면 이내 다른 짓을 하는 아이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초등 선생님들이 1학년 교실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모습이다. 이렇게 아이들이 교실의 공부에 열중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들에게 자료나 활동의 자유로운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과 아이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제공하는 자료가 잠시 눈과 귀를 즐겁게 할 수는 있지만 지속적으로 공부에 참여할 수 있도록 흥미를 유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한 차시에 보통 2~3개의 활동으로 구성되는데 매 활동에 다양한 자료를 투입하면 좋겠지만 1일 평균 4차시 분량에 해당하는 다양한 자료를 준비하는 것은 선생님에게 과중한 부담이다.
그럼, 초등학교 1학년에게 도서관은 과연 어떤 장소일까? 아이들에게 “도서관은 무엇을 하는 곳인가요?”라고 물으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큰 소리로 “책 읽는 곳이요.”라고 대답한다. 물론, 만화영화나 만들기 같은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은 다른 대답을 하기도 하지만 책을 보는 곳이라는 대답이 많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입학 전의 도서관 경험은 누군가가 골라주는 대로, 들려주는 대로, 안내해 주는 대로 책이나 정보를 제공받는 형태로 거기에는 아이의 비자발적인 행위가 포함되어 있다. 이것은 교실에서도 발견되는 모습이다.
반면, 초등학교에서 도서관 경험은 어른의 간섭에서 벗어나 자신의 노력과 선택이 포함된 의미 있는 활동이다. 다시 말해 도서관에 가서 읽고 싶은 책을 골라 자기의 대출증으로 빌려 읽기까지 전 과정에 아이의 자발성이 발휘되는 것이다.
초등학교 1학년들에게 책을 읽는 보편적인 공간으로서 도서관을 제공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아이들에게 도서관에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일을 경험하게 한다면 도서관은 훨씬 흥미롭고 재미있는 장소가 될 것이다. 특히, 초등학교 1학년의 공부는 놀이와 활동 위주로 편성되어 있다. 단순하게 선생님이 제공하는 그림 자료나 동영상을 보고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아보고 깨우치는 활동을 통해 배움의 기쁨은 배가 된다. 그런 점에서 도서관은 주의집중력이 짧은 아이들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새로운 책을 발견하는, 배움에 빠져드는 또 다른 공간이다.
초등 1학년, 도서관 수업 들여다보기
그러면 이제 이런 질문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천둥벌거숭이 같은 1학년들을 데리고 도서관 수업은 또 어떻게 하누?’라는 생각이다. 집중력이 채 10분을 넘지 못하는 초등학교 1학년은 도서관 수업이 불가능하리라는 편견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시도조차 하지 않거나 도서관 수업에 도전했다가 실패를 맛보고 초등 1학년에게는 도서관 수업은 도저히 무리라는 성급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도서관 활용수업은 그저 도서관에 아이들을 데려가서 제 맘대로 하도록 풀어 놓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는 학습 내용 조직에 대한 교사의 철저한 계획과 아이들의 학습에 대한 도움과 점검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이제부터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의 도서관 수업을 한번 들여다보겠다.
적용한 수업은 초등 1학년 국어 1–나 7단원 ‘알맞게 띄어 읽어요’ 중 문장부호의 이름과 쓰임 알아보기이다. 교사용 지도서에는 2차시 분량으로 제시되어 있는데 보통 보기 자료를 통해 다른 색으로 표시된 반점(,), 온점(.), 느낌표(!), 물음표(?)의 이름을 알고 제시된 문장에서 각 문장부호를 찾고 그 쓰임새를 알게 한다. 그리고 4종류의 문장부호를 직접 써 보게 하는 활동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2차시만으로는 아이들이 문장부호의 이름과 쓰임새를 명확히 구분하기에는 조금 부족하다.
그래서 1차시는 문장부호의 이름과 쓰임새 알기, 2–3차시는 도서관에서 그림책을 읽고 문장부호를 찾아 나만의 문장부호책 만들기로 총 3차시 분량으로 재구성해 보았다.
문장부호의 이름 알기
교과서에는 짤막한 예문에 문장부호만 파란색으로 표시되어 있고 각각의 문장부호의 이름과 쓰임새가 바로 나오게 된다. 눈으로 볼 때는 아이들이 각각의 문장부호를 알고 있는 듯하지만 이내 아이들의 기억에서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기억력이 좋은 몇몇 아이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아이들은 파란색으로 표시된 문장부호를 눈으로 보는 동안 선생님의 말을 따라하는 정도다. 그것으로 배움이 일어났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그래서 그림책 『팥죽할멈과 호랑이』를 PPT로 만들어 활용하였다. 대체로 그림책을 읽어 줄 때는 그림책 원형 그대로 읽어주지만 본 주제는 문장부호와 관련된 활동이라 PPT 화면으로 크게 보는 것이 효과적이다. 옛날이야기를 마다하는 아이들이 거의 없기도 하지만 반복되는 말과 생생한 그림이 아이들을 재미에 푹 빠지게 한다. 그리고 문장부호를 발견하기도 쉽다. 아이들에게 그림책의 일부분을 읽어준다. 글자와 그림 말고 무엇이 있느냐고 물어본다. 만약 쉽게 대답을 하지 못한다면, 문장부호에 동그라미를 쳐가며 글자와는 다른 것임을 알게 한다. 그리고 각 문장부호의 이름을 가르쳐 준다. 다음 장면을 읽어준다. 또 문장부호를 찾아보게 한다. 문장부호가 어떤 글자 뒤에 있는지 말해보게 한다. 그 문장부호의 이름을 물어본다. 아이들에게서 이름이 나오지 않으면 반복적으로 문장부호의 이름을 알려준다. 새로 만난 친구를 얼른 사귀려면 이름을 잘 기억하고 매일 불러주듯 문장부호를 잘 알려면 문장부호의 이름을 잘 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면 아이들은 금세 문장부호의 이름을 기억한다.
문장부호의 쓰임새 알기
아이들이 문장부호의 이름을 충분히 기억하게 한 다음 그 쓰임새도 알게 해야 한다. 칠판을 4등분 하여 각각의 칸에 반점(,), 온점(.), 물음표(?), 느낌표(!) 4개의 문장부호를 쓴다. 아이들에게 각 문장부호의 이름을 물어보면 아이들이 답을 하는데 이때, 아이들이 말한 문장부호의 이름을 문장부호 아래에 쓴다. 그리고 각 문장부호가 글의 어디쯤에 있었는지 기억을 떠올려 보게 한다. 아이들이 기억을 잘 못하면 그림책(PPT)을 다시 보여준다. 일단 한 아이의 입에서 앞이나 뒤, 끝이라는 말이 나오면 다음은 좀 더 많은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답하게 된다. 만약 누구도 답을 하지 못한다면 선생님이 약간의 힌트를 주면 아이들은 금세 문장부호의 위치를 말하게 된다. 쓰임새를 무작정 말하게 하면 아이들은 얼른 말하지 못한다. 문장부호가 붙어 있는 말을 반복적으로 함께 말해보면 보다 쉽게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호랑아, 호랑아”라든지, “할멈, 할멈, 팥죽할멈” 지금 어떻게 했지요? 라고 물으면 아이들은 “부른다.”라는 대답을 하게 된다. 그래서 반점은 누군가를 부를 때 그 뒤에 쓰인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아이들과 묻고 답하기를 통해 칠판에 문장부호의 이름과 그 쓰임새가 완성이 되면 이제 각 항목의 내용을 한 줄씩 지운다. 예를 들면, 칠판에 썼던 문장부호의 이름을 모두 지우고 선생님이 가리키는 각 문장부호의 이름을 큰 소리로 말해 보게 한다. 같은 방법으로 쉬운 것(이름)부터 어려운 항목(위치, 쓰임)을 칠판에서 지우고 다시 그 내용을 되물으
면 아이들은 기억을 더듬어 말한다. 혹시 말하지 못하더라도 반복적으로 함께 말하기를 통해 충분히 연습할 수 있다. 모둠별 게임을 통해 점수 모으기 활동을 하면 아이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문장부호의 이름과 쓰임 알기는 도서관이든 교실이든 크게 관계가 없다. 도서관에서도 즐겁게 활동하지만 교실보다 넓어서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면 교실에서 해도 괜찮다.
그림책 읽고 문장부호 찾기
앞의 활동을 통해 아이들은 문장부호와 쓰임새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을 잡았다면, 이젠 책을 읽고 문장 속에 숨어있는 문장부호를 스스로 찾아 분류하는 연습을 실제로 해볼 차례다.
아이들에게 도화지 한 장씩을 나누어 준다. 도화지를 가로로 길게 놓고 세로로 반을 접은 다음 다시 펼쳐서 대문처럼 접게 한다. 대문처럼 접혀진 부분이 앞표지가 되고 대문을 펼치면 칠판처럼 4등분된 공간이 나온다. 아이들에게 4개의 문장부호를 각 칸의 위쪽 가운데에 쓰게 한다. 문장부호 아래 이름을 쓰게 한 다음 각 문장부호가 어느 때 쓰이는
지 물어보고 아이들이 답한 내용을 적게 한다.
질문1과 질문3은 서로 연결된다. 질문1에 이미 그 쓰임이 포함되어 있는데, 아이들은 반복적으로 듣게 되니까 질문3에서 그 쓰임을 자연스럽게 스스로 답하게 된다.
이렇게 기본적으로 책의 형태를 만들어 두고 아이들에게 그림책 서가에서 자기가 보고 싶은 그림책이나 4개의 문장부호가 고루 들어 있는 그림책을 골라오게 한다. 이때, 그림책은 한 사람당 1권씩 10분 이내로 책을 골라서 자기 자리로 돌아오게 한다. 서가 주변에서 자유롭게 활동하게 할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 책 고르는 데 시간을 계속 허비하는 아이들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므로 그림책을 서가에서 고르고 모둠학습 테이블로 돌아오도록 하는 것이 학습 목표를 도달하는 데 보다 효율적이다.
자기가 고른 그림책을 읽고 4개의 문장부호가 어디에 들어있는지 찾아보게 한다. 일단, 아이들이 그림책을 충분히 읽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냥 읽는 것이 아니라 문장부호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야 하므로 아이들은 내용은 물론이고 문장부호를 찾는다는 확실한 목표를 인지하게 된다.
문장부호 책 만들기
그림책을 한 번 읽고 나면 이제 앞에서부터 다시 그림책을 읽고 아까 만들어 두었던 대문접기 책에 각각의 문장부호가 들어가 있는 문장 일부분을 쓰게 한다. 반드시 문장부호도 포함하여 쓰게 한다. 문장 전체를 쓰는 일은 초등 1학년 아이들에겐 고역이기 때문에 문장부호를 포함한 문장 일부분을 쓰게 하면 아이들은 그야말로 자신의 능력껏 각 문장부호를 찾아낸다. 만약 자신이 가진 그림책에서 어떤 문장부호가 부족하다면 모둠 친구들끼리 서로 책을 바꾸어 보아도 괜찮다. 인지능력이 우수한 아이들은 그림책을 고를 때 전체를 살펴보고 문장부호가 많은 책을 골라 오기도 한다. 어떤 책을 고르느냐에 따라 문장부호도 많이 찾게 되고 책의 내용을 읽으면서 문장 중에서 문장부호의 쓰임을 자연스
럽게 체득하게 되는 것이다. 간혹, 여전히 혼자서는 문장부호 찾는 것을 어려워하는 아이가 있다면 선생님의 도움과 점검이 필요하다. 도서관에 사서선생님이나 도서관 봉사 어머니가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초등 1학년, 도서관에서 공부의 짜릿함을 맛보다!
“선생님, 이거 느낌표 맞지요?”
“선생님, 나 이거 보세요. 엄청 많이 찾았지요?”
“선생님, 이 책에는 물음표가 많이 안 나와요. 다른 그림책으로 바꾸어 와도 돼요?”
“선생님, 이거는 부르는 말이 아닌데 반점이 있어요. 왜 그래요?”
“야, 이 책 봐라! 문장부호 많이 나온다. 내가 빌려줄까?”
“진짜? 어디? ○○야, 나부터 먼저 빌려줘라!”
보통의 교실 수업시간과는 다른 말들과 행동이 쏟아진다. 새로운 자료(책) 찾기, 쓰임새에 대한 새로운 의문, 자료와 정보의 공유가 이루어진다.
“선생님, 어떤 책에는 예쁘다 뒤에 온점이 찍혀있고 어떤 책에는 느낌표가 있어요. 어떤 게 맞아요?”라고 새로운 의문을 던지는 아이가 간혹 있다. 마지막에 정리와 점검을 할 때, 선생님의 시범을 통해 ‘온점으로 끝나는 예쁘다’와 ‘느낌표로 끝나는 예쁘다’를 통해 문장의 억양과 그 내용의 차이를 아이들이 느끼게 한다. 아이들은 직관적으로 그 차이를 인지한다.
1학년 아이들에게 도서관에서 80분이 무리가 아닌가? 하는 염려는 저만치 달아난다. 화장실에 가고 싶은 친구는 선생님에게 허락을 받은 뒤 자유롭게 다녀오도록 한다. 볼일만 얼른 보고 또 책을 읽는다. 그리고 문장부호 찾기에 몰입한다. 조건만 제시했을 뿐인데 아이들은 스스로 책을 고르고 이야기 속에서 문장부호를 찾는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도서관이 소란하다. 그 소란함은 시끄러운 소음이 아니라 스스로 발견하는 기쁨에 배움을 열어가는 아이들의 입에서 저절로 터지는 커다란 탄성이다. 불가능하리라 생각했던, 실패하리라 생각했던 초등 1학년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배움의 짜릿함을 맛보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