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활용수업 [중등] 외국어과 도서관 협력수업: 짱워, 중국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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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9-26 16:35 조회 19,331회 댓글 1건본문
전보라 서울 경기여고 사서교사
‘짱워’는 중국어 낱말 ‘掌握’의 발음을 우리말로 표기한 것으로 ‘정복하다’, ‘숙달하다’, ‘정통하다’의 의미이다. 본교 ‘중국어Ⅰ. 도서관 협력수업’은 도서관을 활용하여 학생들이 중국문화에 대해 보다 다양하게 즐겨보고, 탐구하여 정통해지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12년 5월 30일 6교시–도서실
2학년 13반 이과 학생들의 중국 문화 도서관 협력수업 4차시 마지막 시간이다. ‘중국 신화와 민담’에 대해 스토리텔링을 하며 짜임새 있게 발표한 3조, ‘동북공정’과 ‘아리랑’의 유네스코 등재 시도에 대해 발표한 5조 등 3차시에 걸쳐 협동하여 탐구한 결과 보고가 이어진다. 사서교사의 정보 활용 부분에서의 총평, 중국어 교사의 내용 정확성 부분에서의 평가로 수업은 끝이 났다. 수업이 끝난 후 학생들의 결과물을 수합한 중국어 교사는 내년에도 “한 번 더 OK?”를 외친다. 이에 사서교사는 웃으며 “문제없어요.”라고 답하는 풍경이 펼쳐진다.
그리고 1년 후, 2013년 3월 11일–2학년부 교무실
사서교사는 도서실 가까이에 있는 2학년부 교무실에 찾아가 중국어 교사를 만난다. 중국어 교사는 도서관 협력수업 이후로 도서관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지지자, 협조자가 되었다.
“선생님, 2013학년도 도서관 운영 계획 수립하려고 하는데요, 다른 교과들과도 일정을 조율해야 해요. 중국어는 작년에 하셨으니까 제일 먼저 일정을 선택하실 수 있게 해드릴게요. 5월 언제가 좋을까요?”라고 웃으며 사서교사가 질문을 건넨다.
중국어 교사는 중간고사 이후인 5월 8일부터 4차시에 걸쳐 전년도와 동일한 방식과 주제로 진행하고자 했다. 사서교사는 학교도서관 운영 프로그램이 학교 특색사업이기 때문에 중국어 도서관 협력수업 또한 2013학년도 학교교육계획에 구체적으로 실시 일자와 함께 내용을 올린다.
2013년 4월 22일–도서실
전년도에 수업을 해서인지 ‘중국 문화’ 수업 준비는 조금 더 수월하다. 2012년에는 중국 문화 수업 주제가 20개 제시되었고, 문제도 구조화하여 준비했다. ‘PBL 문제중심 학습’이라고 하기보다는 ‘자원 기반 학습’의 성격에 더 가까웠던 수업이었다. 그래서 올해는 중국어 선생님과 함께 전년도에 학생들이 단 한 번도 선택하지 않았던 주제를 빼고, 한두 개의 주제는 더 추가하여 8개의 문제를 만들었다. 학생들이 중국어가 자신들의 진로와 생활에 밀접함을 깨닫고,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문제 상황을 비구조화하여 준비한다. 그리고 전년도에 진행했던 수업이지만, 수업 설계도를 보완하여 다시 작성한다.
[중국 문화 도서관 협력수업 설계도]
2013년 4월 24일–도서실
다른 교과와 비교 했을 때 학교도서관의 중국 문화 자료는 풍성한 편이다. 하지만, 인근 공공도서관인 개포도서관의 힘을 빌려 최대한 많은 정보원을 활용하여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사서교사는 중국어교사와 함께 개포도서관으로 향한다. 개포도서관에서 50여 권의 중국 문화 책을 단체 대출했다. 그리고 50여 권의 중국 문화 신간도서를 구입했다. 학교도서관에 있던 중국 문화 수업 자료까지 모두 꺼내 놓고 보니 150여 권이 넘는 책이 마련되었다. 책을 토대로 ‘정보 길잡이’를 만들었다. 학생들에게 150여 권이 넘는 책 목록을 일괄 나열해서 제공하는 것보다 주제별로 꼭 봐야 하는 책들의 해제를 넣고, KDC 번호도 함께 제시한다. 그리고 사서교사는 수업 시간 중에 이 중 몇 개의 정보원만 간단히 소개하는 식으로 정보길잡이를 안내한다.
2013년 5월 8일 3교시–도서실
2학년 첫 수업이 있는 날이다. 여느 때 같았으면 중국어 교과교실에서 수업 준비를 하고 계셨을 중국어 선생님이 2교시부터 도서관에 와서 수업을 준비 중이다. 사서교사는 빔 프로젝터와 PC, 중국어 자료를 사전에 점검하며 이상이 없는지 확인한다. 중국어 선생님은 모둠 구성표를 칠판에 붙이고, 모둠별 좌석 배정을 준비한다. 3교시 시작 전 쉬는 시간에 아이들이 칠판에 붙어 있는 모둠 좌석표를 보고 자리에 앉는다. 학습지를 배부 받은 아이들은 수업 시작 전 주제지를 훑어본다.
수업이 시작됐다. 중국어 선생님은 중국 문화 이해의 필요성을 설명하며, 왜 도서실에서 다양한 자원을 활용하여 중국 문화를 공부해야 하는지 설명한다. 준비된 8개의 주제를 상세히 제시하면 아이들의 활동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15분 정도의 시간을 사용하며, 자세한 설명이 필요한 주제들만을 다룬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설명이 끝나면 협의를 통해 문제를 선택한다. 이때 주제가 겹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화이트보드 위에 원하는 주제를 쓰게 하는데, 경쟁이 치열하다. 서로 원하는 주제를 선택하여 탐구하기 위해 칠판 앞으로 달려 나온다. 이 모습을 중국어 교사와 사서교사는 흐뭇하게 바라본다.
이어 중국어교사의 소개로 사서교사가 등장한다. 중국어 시간에 사서교사가 등장하니 아이들은 일단 신기해하며 박수로 반겨준다. 사서교사는 이 상큼함을 잃지 않도록 재빠르게 핵심을 10분 정도에 걸쳐 안내한다. 첫째,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알고 있는 것’과 ‘알고 싶은 것’을 정리하게 한다. 둘째, 탐색 전략을 짜는 것의 중요성을 설명하며 학교도서관의 다양한 정보원을 안내한다. 이때 사전에 마련해 놓은 정보길잡이를 활용한다.
중국어교사와 사서교사의 설명이 끝났다. 다른 때 같으면 50분 내내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앉아 있었을 텐데, 이제부터는 아이들이 능동적으로 움직일 모둠별 활동 시간이다. 아이들은 책을 다른 조가 가져갈세라 앞에 달려 나와 북트럭에서 주제에 적합한 책들을 가져간다. 모두들 집중하여 주제를 어떻게 구체화하여 탐구할지 역할을 나누고 계획 작성하기에 여념이 없다,
2013년 5월 10일 1교시–도서실
5월 8일 1차시 수업을 했던 2학년 7반의 2차시 수업이 있는 날이다. 아이들은 지난 시간 주제를 선정하고, 역할을 나눴다. 오늘의 학습 요소는 중국 문화 수업의 최종 과제인 ‘중국 문화 보고서’와 ‘중국 문화 프레젠테이션’의 방법 2가지이다. 중국어교사는 전시 과제가 어느 정도 진행되었는지 확인하고, 수업 초반 10분을 사서교사가 보고서 작성법, 프레젠테이션 방법을 가르친다. 보고서 양식은 학교홈페이지 학습센터에 탑재하고, 학생들이 순서와 양식 등을 주제에 맞게 변경 할 수 있도록 한다. 프레젠테이션 방법 역시 학교 홈페이지에 탑재하여 슬라이드 작성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제시한다.
사서교사의 설명이 끝난 후 아이들은 본격적으로 책읽기, 웹사이트를 활용한 정보탐색 모드로
들어간다.
2013년 5월 14일 7교시–도서실
2학년 7반의 3차시 수업이 시작됐다. 2차시 때 책을 중심으로 자료를 찾아 탐구하던 아이들이 이제 컴퓨터 앞에 모여 앉았다. 컴퓨터에서 1차시 때 배웠던 ‘DBpia’에 접속해 본다. 사서교사는 이동이 번거롭고 귀찮은 친구들을 위해 핫스팟을 켠다. 그러자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제각기 꺼내 검색을 시작한다. 스마트폰으로 DBpia에 접속하는 친구들도 보인다. 웹사이트와 논문을 찾아보며 한편에서는 자료를 정리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그 자료를 모아 보고서를 작성한다. 그리고 슬라이드를 짜임새 있게 구성해본다.
중국어 교사와 사서교사, 중국어 원어민 교사는 학생들을 한 조 한 조 들여다보며 질문에 답해 주고, 도와준다. 이 수업의 주인은 아이들이다. 교사는 조력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선생님 좡족이 2개인데요, 어떤 점이 다른 것일까요? 차이점은 뭔가요?” 아이들은 주제별로 질문을 쏟아낸다. 다른 한편에서는 “선생님, 웹사이트의 출처는 어떻게 밝히는 거예요?”, “블로그 자료를 인용해도 될까요?”, “DBpia에서 검색했더니 검색 결과가 너무 많이 나왔어요. 어떻게 해야 해요?”,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주제명 표목표로 저희 조의 주제를 쳐봤는데 안 나오는데요?” 강의식 수업이 없는 날이지만 모둠별로, 개인별로 쏟아내는 질문에 교과교사와 사서교사는 바쁘게 움직인다.
수업이 끝나갈 무렵 중국어 교사의 다음 시간 과제물 확인이 이어진다. “다음 시간 발표자는 미리 와서 컴퓨터 학급 폴더에 파일을 설치하세요.”
2013년 5월 24일 1교시–도서실
2학년 7반의 마지막 4차시 수업이 시작됐다. 학생들은 쉬는 시간에 미리 와서 포인터의 사용법을 익히고, 폴더에 발표할 파일을 설치한다. 발표 시간은 5분이었고 총 6조의 모둠이 발표를 진행한다. 학생들은 모둠 내에서 상호평가를 실시하고, 모둠별 평가는 감동적인 프로젝트에 스티커를 붙여서 하기로 했다. 수업 시작 전 칠판에는 학생들이 만든 슬라이드 1쪽의 표지가 붙어 있다.
발표 순서를 따로 정할 시간이 없어 1조 ‘칭허 茶’조부터 발표를 시작한다. ‘여고생의 다이어트를 위한 중국차 3개’란 주제로 차의 기원, 보이차, 기문홍차, 철관음 등 세 종류의 차를 소개한다. 2조의 중국문화유산 탐구는 ‘연인들을 위한 북경 여행’을 주제로 여행기획서 형식으로 탐구하여 발표를 한다. 이어 3조 ‘동북신기’조의 ‘동북공정’ 주제 발표가 이어졌다. 이렇게 6개 조의 발표가 끝나면, 상호 모둠평가표에 모둠원간 평가를 시작한다. 그리고 가장 감동적인 프로젝트에 학생들이 스티커를 붙여 가장 잘한 조를 선정한다.
2013년 5월 30일–급식실
중국어 수업을 마치고, 사서교사와 중국어 교사는 급식실에서 점심을 먹으며 중국어 도서관 수업 이야기를 한다. 이때 같이 식사하던 역사, 스페인어, 불어 교사가 궁금해하며 말한다. “우리 교과도 해보고 싶은데, 언제 가능할까요. 저도 도와주실 수 있으세요?” 사서교사는 3년간 그토록 외쳐대던 도서관 협력수업의 물꼬가 트임에 속으로 기뻐하며 답한다. “교과 선생님들이 가장 선호하는 시기가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가 종료되는 5월, 7월, 10월, 12월이에요. 그런데 6월에는 생명과학 수업이 있으니 7월부터 스케줄을 잡을 수 있어요.” 그리고 도서실로 돌아와 재빠르게 역사, 불어, 스페인어 도서관 협력수업 사례를 찾아 쿨메신저로 자료를 보낸다. 말이 나온 김에 바로 협력수업 일자까지 모두 정해버린다.
본교에서 실시되었던 중국어 도서관 협력수업 진행과정을 일자별로 기술해 보았다. 2학년 중국어 수업 이후 2학년 생명과학 수업이 바로 이어졌는데, 정보활용기술의 전이력은 뛰어나 생명과학 수업 시간에 중국어 수업에 참여했던 아이들이 모둠 학습 활동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생명과학 도서관 협력수업 보고서에서도 정보활용수업의 전이력을 확인해 볼 수 있었는데, 2학년 2반 신○○학생은 후기에서 “지난번에 했던 중국어 시간 조 발표도 이번 활동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며 소감을 밝혔다.
어떻게 하면 학교도서관의 교육적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여 학생들의 공부를 도울 수 있을까? 우리 아이들이 학교를 졸업하고도,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힘을 잃지 않도록 어떻게 조력해야 할까?
발령 초 1~2년간 사서교사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5년차인 현재 고민을 완전히 끝내고, 실천한 끝에 답을 찾았다. 사서교사는 여러 길이 있을 수 있지만, 가장 빠르고 정통한 길은 ‘도서관 협력수업’을 통해 전문성을 발휘하며,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앞으로 사서교사로서 해보고 싶은 도서관 협력수업은 통합 교과 수업이다. 여러 교과 선생님들과 통합 교과 주제를 설정하여 학생들이 교과로 분절하여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주제로 접근하여 공부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짱워’는 중국어 낱말 ‘掌握’의 발음을 우리말로 표기한 것으로 ‘정복하다’, ‘숙달하다’, ‘정통하다’의 의미이다. 본교 ‘중국어Ⅰ. 도서관 협력수업’은 도서관을 활용하여 학생들이 중국문화에 대해 보다 다양하게 즐겨보고, 탐구하여 정통해지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12년 5월 30일 6교시–도서실
2학년 13반 이과 학생들의 중국 문화 도서관 협력수업 4차시 마지막 시간이다. ‘중국 신화와 민담’에 대해 스토리텔링을 하며 짜임새 있게 발표한 3조, ‘동북공정’과 ‘아리랑’의 유네스코 등재 시도에 대해 발표한 5조 등 3차시에 걸쳐 협동하여 탐구한 결과 보고가 이어진다. 사서교사의 정보 활용 부분에서의 총평, 중국어 교사의 내용 정확성 부분에서의 평가로 수업은 끝이 났다. 수업이 끝난 후 학생들의 결과물을 수합한 중국어 교사는 내년에도 “한 번 더 OK?”를 외친다. 이에 사서교사는 웃으며 “문제없어요.”라고 답하는 풍경이 펼쳐진다.
그리고 1년 후, 2013년 3월 11일–2학년부 교무실
사서교사는 도서실 가까이에 있는 2학년부 교무실에 찾아가 중국어 교사를 만난다. 중국어 교사는 도서관 협력수업 이후로 도서관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지지자, 협조자가 되었다.
“선생님, 2013학년도 도서관 운영 계획 수립하려고 하는데요, 다른 교과들과도 일정을 조율해야 해요. 중국어는 작년에 하셨으니까 제일 먼저 일정을 선택하실 수 있게 해드릴게요. 5월 언제가 좋을까요?”라고 웃으며 사서교사가 질문을 건넨다.
중국어 교사는 중간고사 이후인 5월 8일부터 4차시에 걸쳐 전년도와 동일한 방식과 주제로 진행하고자 했다. 사서교사는 학교도서관 운영 프로그램이 학교 특색사업이기 때문에 중국어 도서관 협력수업 또한 2013학년도 학교교육계획에 구체적으로 실시 일자와 함께 내용을 올린다.
2013년 4월 22일–도서실
전년도에 수업을 해서인지 ‘중국 문화’ 수업 준비는 조금 더 수월하다. 2012년에는 중국 문화 수업 주제가 20개 제시되었고, 문제도 구조화하여 준비했다. ‘PBL 문제중심 학습’이라고 하기보다는 ‘자원 기반 학습’의 성격에 더 가까웠던 수업이었다. 그래서 올해는 중국어 선생님과 함께 전년도에 학생들이 단 한 번도 선택하지 않았던 주제를 빼고, 한두 개의 주제는 더 추가하여 8개의 문제를 만들었다. 학생들이 중국어가 자신들의 진로와 생활에 밀접함을 깨닫고,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문제 상황을 비구조화하여 준비한다. 그리고 전년도에 진행했던 수업이지만, 수업 설계도를 보완하여 다시 작성한다.
[중국 문화 도서관 협력수업 설계도]
2013년 4월 24일–도서실
다른 교과와 비교 했을 때 학교도서관의 중국 문화 자료는 풍성한 편이다. 하지만, 인근 공공도서관인 개포도서관의 힘을 빌려 최대한 많은 정보원을 활용하여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사서교사는 중국어교사와 함께 개포도서관으로 향한다. 개포도서관에서 50여 권의 중국 문화 책을 단체 대출했다. 그리고 50여 권의 중국 문화 신간도서를 구입했다. 학교도서관에 있던 중국 문화 수업 자료까지 모두 꺼내 놓고 보니 150여 권이 넘는 책이 마련되었다. 책을 토대로 ‘정보 길잡이’를 만들었다. 학생들에게 150여 권이 넘는 책 목록을 일괄 나열해서 제공하는 것보다 주제별로 꼭 봐야 하는 책들의 해제를 넣고, KDC 번호도 함께 제시한다. 그리고 사서교사는 수업 시간 중에 이 중 몇 개의 정보원만 간단히 소개하는 식으로 정보길잡이를 안내한다.
2013년 5월 8일 3교시–도서실
2학년 첫 수업이 있는 날이다. 여느 때 같았으면 중국어 교과교실에서 수업 준비를 하고 계셨을 중국어 선생님이 2교시부터 도서관에 와서 수업을 준비 중이다. 사서교사는 빔 프로젝터와 PC, 중국어 자료를 사전에 점검하며 이상이 없는지 확인한다. 중국어 선생님은 모둠 구성표를 칠판에 붙이고, 모둠별 좌석 배정을 준비한다. 3교시 시작 전 쉬는 시간에 아이들이 칠판에 붙어 있는 모둠 좌석표를 보고 자리에 앉는다. 학습지를 배부 받은 아이들은 수업 시작 전 주제지를 훑어본다.
수업이 시작됐다. 중국어 선생님은 중국 문화 이해의 필요성을 설명하며, 왜 도서실에서 다양한 자원을 활용하여 중국 문화를 공부해야 하는지 설명한다. 준비된 8개의 주제를 상세히 제시하면 아이들의 활동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15분 정도의 시간을 사용하며, 자세한 설명이 필요한 주제들만을 다룬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설명이 끝나면 협의를 통해 문제를 선택한다. 이때 주제가 겹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화이트보드 위에 원하는 주제를 쓰게 하는데, 경쟁이 치열하다. 서로 원하는 주제를 선택하여 탐구하기 위해 칠판 앞으로 달려 나온다. 이 모습을 중국어 교사와 사서교사는 흐뭇하게 바라본다.
이어 중국어교사의 소개로 사서교사가 등장한다. 중국어 시간에 사서교사가 등장하니 아이들은 일단 신기해하며 박수로 반겨준다. 사서교사는 이 상큼함을 잃지 않도록 재빠르게 핵심을 10분 정도에 걸쳐 안내한다. 첫째,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알고 있는 것’과 ‘알고 싶은 것’을 정리하게 한다. 둘째, 탐색 전략을 짜는 것의 중요성을 설명하며 학교도서관의 다양한 정보원을 안내한다. 이때 사전에 마련해 놓은 정보길잡이를 활용한다.
중국어교사와 사서교사의 설명이 끝났다. 다른 때 같으면 50분 내내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앉아 있었을 텐데, 이제부터는 아이들이 능동적으로 움직일 모둠별 활동 시간이다. 아이들은 책을 다른 조가 가져갈세라 앞에 달려 나와 북트럭에서 주제에 적합한 책들을 가져간다. 모두들 집중하여 주제를 어떻게 구체화하여 탐구할지 역할을 나누고 계획 작성하기에 여념이 없다,
2013년 5월 10일 1교시–도서실
5월 8일 1차시 수업을 했던 2학년 7반의 2차시 수업이 있는 날이다. 아이들은 지난 시간 주제를 선정하고, 역할을 나눴다. 오늘의 학습 요소는 중국 문화 수업의 최종 과제인 ‘중국 문화 보고서’와 ‘중국 문화 프레젠테이션’의 방법 2가지이다. 중국어교사는 전시 과제가 어느 정도 진행되었는지 확인하고, 수업 초반 10분을 사서교사가 보고서 작성법, 프레젠테이션 방법을 가르친다. 보고서 양식은 학교홈페이지 학습센터에 탑재하고, 학생들이 순서와 양식 등을 주제에 맞게 변경 할 수 있도록 한다. 프레젠테이션 방법 역시 학교 홈페이지에 탑재하여 슬라이드 작성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제시한다.
사서교사의 설명이 끝난 후 아이들은 본격적으로 책읽기, 웹사이트를 활용한 정보탐색 모드로
들어간다.
2013년 5월 14일 7교시–도서실
2학년 7반의 3차시 수업이 시작됐다. 2차시 때 책을 중심으로 자료를 찾아 탐구하던 아이들이 이제 컴퓨터 앞에 모여 앉았다. 컴퓨터에서 1차시 때 배웠던 ‘DBpia’에 접속해 본다. 사서교사는 이동이 번거롭고 귀찮은 친구들을 위해 핫스팟을 켠다. 그러자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제각기 꺼내 검색을 시작한다. 스마트폰으로 DBpia에 접속하는 친구들도 보인다. 웹사이트와 논문을 찾아보며 한편에서는 자료를 정리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그 자료를 모아 보고서를 작성한다. 그리고 슬라이드를 짜임새 있게 구성해본다.
중국어 교사와 사서교사, 중국어 원어민 교사는 학생들을 한 조 한 조 들여다보며 질문에 답해 주고, 도와준다. 이 수업의 주인은 아이들이다. 교사는 조력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선생님 좡족이 2개인데요, 어떤 점이 다른 것일까요? 차이점은 뭔가요?” 아이들은 주제별로 질문을 쏟아낸다. 다른 한편에서는 “선생님, 웹사이트의 출처는 어떻게 밝히는 거예요?”, “블로그 자료를 인용해도 될까요?”, “DBpia에서 검색했더니 검색 결과가 너무 많이 나왔어요. 어떻게 해야 해요?”,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주제명 표목표로 저희 조의 주제를 쳐봤는데 안 나오는데요?” 강의식 수업이 없는 날이지만 모둠별로, 개인별로 쏟아내는 질문에 교과교사와 사서교사는 바쁘게 움직인다.
수업이 끝나갈 무렵 중국어 교사의 다음 시간 과제물 확인이 이어진다. “다음 시간 발표자는 미리 와서 컴퓨터 학급 폴더에 파일을 설치하세요.”
2013년 5월 24일 1교시–도서실
2학년 7반의 마지막 4차시 수업이 시작됐다. 학생들은 쉬는 시간에 미리 와서 포인터의 사용법을 익히고, 폴더에 발표할 파일을 설치한다. 발표 시간은 5분이었고 총 6조의 모둠이 발표를 진행한다. 학생들은 모둠 내에서 상호평가를 실시하고, 모둠별 평가는 감동적인 프로젝트에 스티커를 붙여서 하기로 했다. 수업 시작 전 칠판에는 학생들이 만든 슬라이드 1쪽의 표지가 붙어 있다.
발표 순서를 따로 정할 시간이 없어 1조 ‘칭허 茶’조부터 발표를 시작한다. ‘여고생의 다이어트를 위한 중국차 3개’란 주제로 차의 기원, 보이차, 기문홍차, 철관음 등 세 종류의 차를 소개한다. 2조의 중국문화유산 탐구는 ‘연인들을 위한 북경 여행’을 주제로 여행기획서 형식으로 탐구하여 발표를 한다. 이어 3조 ‘동북신기’조의 ‘동북공정’ 주제 발표가 이어졌다. 이렇게 6개 조의 발표가 끝나면, 상호 모둠평가표에 모둠원간 평가를 시작한다. 그리고 가장 감동적인 프로젝트에 학생들이 스티커를 붙여 가장 잘한 조를 선정한다.
2013년 5월 30일–급식실
중국어 수업을 마치고, 사서교사와 중국어 교사는 급식실에서 점심을 먹으며 중국어 도서관 수업 이야기를 한다. 이때 같이 식사하던 역사, 스페인어, 불어 교사가 궁금해하며 말한다. “우리 교과도 해보고 싶은데, 언제 가능할까요. 저도 도와주실 수 있으세요?” 사서교사는 3년간 그토록 외쳐대던 도서관 협력수업의 물꼬가 트임에 속으로 기뻐하며 답한다. “교과 선생님들이 가장 선호하는 시기가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가 종료되는 5월, 7월, 10월, 12월이에요. 그런데 6월에는 생명과학 수업이 있으니 7월부터 스케줄을 잡을 수 있어요.” 그리고 도서실로 돌아와 재빠르게 역사, 불어, 스페인어 도서관 협력수업 사례를 찾아 쿨메신저로 자료를 보낸다. 말이 나온 김에 바로 협력수업 일자까지 모두 정해버린다.
본교에서 실시되었던 중국어 도서관 협력수업 진행과정을 일자별로 기술해 보았다. 2학년 중국어 수업 이후 2학년 생명과학 수업이 바로 이어졌는데, 정보활용기술의 전이력은 뛰어나 생명과학 수업 시간에 중국어 수업에 참여했던 아이들이 모둠 학습 활동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생명과학 도서관 협력수업 보고서에서도 정보활용수업의 전이력을 확인해 볼 수 있었는데, 2학년 2반 신○○학생은 후기에서 “지난번에 했던 중국어 시간 조 발표도 이번 활동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며 소감을 밝혔다.
어떻게 하면 학교도서관의 교육적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여 학생들의 공부를 도울 수 있을까? 우리 아이들이 학교를 졸업하고도,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힘을 잃지 않도록 어떻게 조력해야 할까?
발령 초 1~2년간 사서교사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5년차인 현재 고민을 완전히 끝내고, 실천한 끝에 답을 찾았다. 사서교사는 여러 길이 있을 수 있지만, 가장 빠르고 정통한 길은 ‘도서관 협력수업’을 통해 전문성을 발휘하며,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앞으로 사서교사로서 해보고 싶은 도서관 협력수업은 통합 교과 수업이다. 여러 교과 선생님들과 통합 교과 주제를 설정하여 학생들이 교과로 분절하여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주제로 접근하여 공부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