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활용수업 [중등] ‘협력수업’으로 학교도서관 교육서비스 Jump Up!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8-15 09:26 조회 13,017회 댓글 0건본문
전보라 경기여고 사서교사
학교도서관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2년차 사서교사, 전 선생은 학교도서관 제1업무인 “도서관 이용 지도 및 독서교육, 협동수업을 통한 정보활용 교육”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싶다. 학교 교육목표에 기여하기 위해 매년 3월 도서관 초대의 달(3.14 캔디데이), 4월 23일 세계 책의 날 행사, 5월 독서캠프, 6월 테마도서전, 7월 1학기 저자와의 대화, 8월 도서관 축제, 9월 ‘도서관은 예술이다(북아트, 원화전시회)’ 행사, 10월 독서주간 행사, 11월 저자와의 대화를 추진하였다. 발령 첫해, 박물관이라 불리던 도서관이 위와 같은 연중행사로 대출률이 증가하고, 활성화되었다. 그러나 매해 도서관 행사를 추진해도, 바쁜 가운데 늘 공허함이 뒤따랐다. 쉬는 시간, 점심시간 학생들로 가득했던 도서관이 수업시간만 되면 텅 비었다. 학교도서관은 교육 활동 지원에 목적이 있는데 그 정체성에 맞게 경영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들기 시작했다. 교과 연계 도서 목록을 만들어 교사와 학생에게 제공하고, 독서상담도 실시했지만 이는 정보자료를 효과적으로 안내하는 안내자, 정보활동을 촉진하는 촉진자 역할에 한정됐다. 학교도서관의 정체성, 사서교사로서의 정체성을 찾고, 사서교사로서 수업전문성, 교수역량을 발휘하여 학생들에게 학교도서관에서 배우는 즐거움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 그리하여 방과 후 단독수업으로 ‘정보활용교실’을 개설하여 정보활용교육을 실시했다. 하지만 방과 후 수업은 파급력이 적고, 교과수업과 비교했을 때 학교도서관의 수혜를 입는 학생이 에너지 투자 대비 적다. 정보 활용 교과 내용을 교과 수업에 녹여 함께 진행한다면 많은 학생들의 정보활용능력(information literacy)과 교과 학습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는데, 교과교사들은 관심이 없고 너무 바빠 보인다. 조심스럽게 인트라넷으로 교과교사들에게 도서관 협력수업 안내 메시지를 띄워본다. 하지만 85명의 교사 중 응답하는 교사는 단 한 명도 없다. 도서관 협력수업,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 것일까?
도서관 협력수업의 이유
학교는 교육기관이며, 학교도서관은 학교에 소속된 교육기관으로 단순한 자료 제공에 그치지 않고, 정보자료를 통한 교육 목적 달성에 의의가 있다. 학교도서관의 교육서비스는 학생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직접, 간접적인 교수활동으로서의 교수(teaching), 수업(instruction)을 말한다.1)
1) 이병기. (2008), 『학교도서관 경영통론』. 서울 : 조은글터
첫째, 학교도서관 교육서비스의 핵심은 도서관 자원을 활용하여 교수・학습의 효과를 극대화 하는 것이다. 일반교실에서 이루어지는 수업과 도서관에서의 활용수업의 가장 큰 차이는 도서관의 정보자료를 다양하게 활용한다는 점과 사서교사와의 협력수업을 전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교과교사 단독으로 도서관 활용수업을 할 수 있지만 도서관의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정보활용능력을 교과교사도 갖추어야만 학생들을 효율적으로 지도할 수 있다. 사서교사와 함께하는 도서관 협력수업은 그래서 필요하다. 학생들에게 정보 활용 방법을 단독으로 가르칠 때보다 교과 시간 교과 내용을 학습하면서 정보 활용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둘째, 학교도서관 교육서비스의 영역을 크게 오리엔테이션, 도서관 이용교육, 독서교육, 정보활용교육, 도서관 협력수업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위 영역의 교육서비스 모두 필요하고 의미가 있지만, 수업 형태별 분석을 할 때 교과 도서관 협력수업이 도서관 이용교육이나 정보 활용교육보다 높은 교육적 효과를 나타냈다.2)
2) 양소라. (2009). 「메타분석과 실증연구를 통한 학교도서관 활용수업의 교육적 효과에 관한 연구」. 석사학위논문. 연세대학교 대학원.
정규 수업 시수의 배정을 통해 당위성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지만, 기다릴 수 없다. 이제 정체성 고민을 끝내고, ‘도서관 협력수업’을 통해 학교도서관의 교육서비스를 업그레이드 해보자.
학교도서관의 진정한 배움을 위해 스스로 점검하기
학교도서관 협력수업, 양질의 도서관 교육서비스는 단순한 수업 기술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학교도서관을 경영하는 사서교사부터 일관된 경영 철학과 전문성, 교수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도서관 협력수업 준비 및 실천에 앞서 다음의 교수 역량 모형을 보고, 스스로를 점검하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사서교사의 교수 역량은 실제 도서관 협력수업을 준비하고 진행할 때 더욱 향상된다.
3) 이병기. (2007). 사서교사의 교수역량 구성 모형에 관한 연구. 「한국도서관・정보학회지」. 38(4). pp45-65
학교도서관의 교육적 이념과 가치를 알리는 마케팅의 필요성
사서교사로서 도서관 협력수업 추진에 있어 가장 어려웠던 점은 바로 교과교사의 인식 전환이다. 학교도서관을 교수・학습 지원 센터로 인지하고, 사서교사를 교수파트너로 생각하는 교과교사가 없었다. 사범대학의 전공별 커리큘럼에서 도서관 협력수업, 활용수업, 자원기반학습에 대한 이론 및 실제의 과정이 포함되어 있지 않으며, 학교도서관이 활성화된 것도 10년이 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서관 협력수업의 설계, 지도 방법의 어려움보다 어떻게 하면 교과교사에게 도서관 협력수업의 효용성을 알리고, 첫걸음을 내딛게 할 것인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답은 학교도서관 마케팅에 있었다. 마케팅(Marketing) 없는 기업체를 상상할 수 없듯이 학교도서관의 교육적 이념과 가치를 학교 주요 구성원들에게 알리는 것이 필요했다. 이제 학교도서관은 기다리는 서비스에서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서비스 마케팅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교과교사를 기다리기보다 능동적으로 도서관 협력수업 사례를 공유하고, 알려야 한다. 내부적으로 훌륭하게 운영된다 하더라도 학교구성원의 이해가 부족하다면 학교도서관의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도서
관 협력수업을 당장에 하지 않을지라도 해당 교과의 도서관 활용수업 사례 공유, 정보 나눔은 학교도서관의 가치를 높여준다.
학교도서관 협력수업 준비 방법
STEP1 도서관 협력수업의 첫 단추를 끼워보자!
□ 도서관 협력수업 홍보(Marketing)하기
학교도서관을 교수학습 지원센터로 내부 구성원들에게 알리기 위해 가장 먼저 했던 일은 바로 메신저를 통해 도서관 활용 및 협력수업 사례 자료를 나누는 일이었다. 대면하여 도서관 협력수업을 홍보하는 것은 교사에 따라 부담스러워하고, 거절하는 것을 미안해하기도 했다. 큰 용기를 내어 교과교사에게 도서관 협력수업을 제안했지만, 처음 거절당했을 때의 상심은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마음을 잡고 일어섰다.
잠시 움츠러들긴 했지만, 교과 도서관 활용 및 협력수업 자료를 교과교사의 요청이 없어도 몇년간 메시지를 통해 안내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5년간 메신저를 통해 안내하는 방법으로 도서관 협력수업이 성사된 적은 없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중국어 선생님은 고마움을 담은 답신은 못했지만 수업 자료는 내려 받았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리고 용기가 나지 않아 요청하기 힘들었다고 하셨다. 당장에 도서관 협력수업으로 이어지지 않을지라도 해당 교과에 맞춤형 정보서비스를 제공 받은 교사는 감동 받는다. 또한 학교도서관의 이미지와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 도서관 협력수업 연수
수년간 학교도서관의 교육 이념을 알리고, 안내하기 위해 시도했던 활동 중 가장 큰 효과를 본 것은 바로 교사 대상의 도서관 협력수업 연수였다. 서울시교육청의 학교도서관 지원단에 계신 이덕주 선생님을 모시고, 교과 선생님들과 함께 연수를 받았다. 이때도 관심 있는 선생님을 모집하여 같이 연수를 받고자 하는 교사가 단 한 명도 없으면 어쩌지 걱정하며 메시지를 띄웠는데, 무려 열 분의 선생님이 희망하셨다. 그리하여 소수 정예가 모여 다른 고등학교의 도서관 협력수업 사례 연수를 들었고, 망설이던 선생님들은 큰 관심을 보이셨다. 그중 중국어 선생님은 2주 후 바로 해보고 싶으시다며 도서관 협력수업을 요청하셨다. 그렇게 본교 도서관 협력수업의 첫 단추는 끼워졌고, 작년 한 해 ‘중국어Ⅰ’ 교과를 시작으로 ‘생명과학Ⅰ’, ‘세계지리’ 수업 등이 연달아 이루어졌다. 2012년 도서관 협력수업을 했던 교과 선생님들은 전근 가신 지리 선생님을 제외하고 “한 번 더, OK?”를 외치시며, 올해도 협력수업 추진 계획에 있다.
학교도서관 협력수업 컨설팅 또는 외부 강사를 초청하여 연수를 진행하기 어려운 경우 직접 연수를 해 볼 수 있다. 연수 시간은 교직원 회의 또는 방과 후 실시할 수 있다. 전체를 대상으로 한 교직원 연수보다는 관심 있는 소수의 교과교사와 함께 연수 받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한두 교과로 도서관 협력수업을 시도하다보면 교내에 자연스럽게 협력수업의 매력이 소문나면서 사서교사는 도서관 마케팅 외에 다른 영역에 더 많은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교직원 회의를 활용한 도서관 협력수업 연수를 진행하게 될 경우 심도 있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학교도서관 수업을 홍보하고, 방법을 안내할 수는 없지만 핵심 메시지를 전달하면 된다. 학교도서관이 대출, 반납 외에 수업 지원의 기능을 갖고 있다고 강조한다. 학생들에게 도서관 이용교육을 하듯이 선생님들께 학교도서관의 수업 공간 활용법과 올해 새롭게 구독하는 정기간행물, DB의 활용법 그리고 이 훌륭한 자원들을 수업에 적용하는 법까지 10분 동안 간략히 안내하고, 연수하는 것이다.
연수가 끝났을 때 내게 달려 오셔서 도서관 협력수업을 제안하신 새로운 교과 선생님은 아쉽게도 계시지 않았다. 하지만 도서관의 교육적 이념과 가치가 교과 선생님께 조금은 전해졌으리라 생각한다. 한 번의 도끼질로 나무를 벨 수 없는 것처럼 앞으로도 꾸준히 도서관 협력수업을 진행하고, 이 사례를 교내 선생님들과 함께 나누어 더 많은 교과의 참여를 유도할 것이다.
STEP2 도서관 협력수업의 첫 단추를 끼웠다면?
도서관 협력수업의 첫 단추를 끼웠다면 도서관 협력수업 계획을 교과교사와 협의하여 작성해야 한다. 이때 순서는 학생들이 학습할 단원 및 목표의 확인이다. 수업 모형에 따라 주제도 달라질 수 있는데, 본교에서는 주로 프로젝트 학습의 형태로 진행했기에 단원이 결정되면 주제를 함께 선정했다. 이때 교과교사가 주제를 주도적으로 선정할 수도 있고, 사서교사가 주제 선정에 협조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주제가 아무리 좋을지라도 학생들이 활용하기에 적합한 자료가 없는 경우 학습을 포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서교사는 교과교사가 학습 목표를 설정하면, 단원 분석을 하고 정보활용능력과 연계한다. 그리고 역할 분담 협의를 하고 함께 교수 설계를 한다. 이번 코너에서는 이 중 단원 분석 및 정보활용능력과 연계하는 방법을 중점적으로 다룰 것이다. 실제로 필자는 수업 여부가 결정되면 아래와 같은 방법으로 교과별 교수・학습 방법과 특성을 파악하여 협력수업을 준비한다. 수업 준비의 순차적 단계는 다음호에서 실제 교과 수업 사례를 통해 살펴볼 것이다.
단원 분석을 위해서는 교육과정 해설서를 살펴보면 도움이 된다. 국가 교육과정 정보센터 홈페이지
(http://www.ncic.re.kr)에 ‘2009 개정교육과정 원문 및 해설서’가 교과별로 정리되어 있다. 해당 교과의 교과 영역과 체계, 목표를 찾아 정보활용 내용과 연계한다. 예를 들어 ‘중국어Ⅰ’ 교과와 도서관 협력수업을 한다면, 중국어 의사소통의 능력 배양뿐 아니라 중국에 대한 이해, 이 두 가지로 크게 교과 목표가 있음을 파악한다. 그리고 문화적 내용을 구성할 때 유의점은 무엇인지 파악하고, 체계 또한 알아두면 유용하다. 또한 교과의 교수・학습 방법을 살펴보며, 그 특성에 맞춰 정보활용영역과 연계할 수 있다. 정보활용교육의 교육내용 체계는 도서관과 정보생활, 정보탐색과 접근, 정보분석과 해석, 정보종합과 표현, 정보윤리와 사회적 책임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이 중 ‘정보 탐색과 접근’ 영역 일부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4) 이병기. (2005). 학교도서관 정보활용교육의 범위와 계열 설정에 관한 연구. 「한국비블리아학회지」. 16(1).
가끔 사서선생님과 교과선생님들께 질문을 받는 내용이 정보검색은 아이들이 스스로 잘 하는데, 어떤 부분을 조력해 줄 수 있느냐의 문제다. 위 내용처럼 정보탐색의 내용요소는 여러 가지이다. 예를 들어 정보 탐색 전략을 수립할 때 키워드를 확인하고, 탐색 진술문을 학생들에게 “너희들은 검색을 잘하니 스스로 해봐.”라고 말하는 것보다 키워드를 확인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독도분쟁’과 관련하여 정확한 자료를 많이 검색하고 싶은 학생에게 키워드를 어떻게 확장해서 검색하라고 알려줄 수 있을까? 국립중앙도서관의 ‘주제명 표목표’에서 ‘독도분쟁’을 넣어 검색하고 하위어, 관련어 등을 키워드로 활용하게 한다거나 독도분쟁 관련 학술기사의 서두에 제시되어 있는 키워드를 사용해도 좋다고 안내해 주면 학생들이 좀 더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다음은 중국어Ⅰ 수업에서 중국어 교육과정과 정보활용영역을 연계한 내용이다.
5) 교육과학기술부. (2012). 제2외국어와 교육과정. 교육과학기술부 : 서울
중국어Ⅰ 문화 부분 교수・학습 방법에서 항목 ‘(1) 중국 문화 검색’에서는 정보활용 영역의 정보탐색(국립중앙도서관 주제명 표목표를 활용한 주제명 확장 방법, 학술기사 및 논문의 키워드를 통해 검색어 확장하기 등)과 연계해서 지도할 수 있다. 항목 ‘(2) 중국 전통문화와 현대문화의 비교’는 정보활용 영역의 정보 분석과 연계해서 지도할 수 있다. T자형 그래픽 조직자를 사용하여 비교하는 활동을 도울 수 있다. 항목 (3)의 ‘중국문화 직접 체험’은 정보종합 및 표현 영역과 연결할 수 있다. 발표를 할 때 중국 문화 탐구 주제에 맞게 체험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 주제가 ‘중국 요리’라면 중국 간식인 후루탕아를 직접 꺼내고, 중국 전통 의상을 입어 중국 문화를 직・간접적으로 체험하도록 지도할 수 있다. (4)의 중국 문화에 대한 서면 자료를 읽을 때도 그냥 읽으라고 책을 건네주는 것보다 목적에 따른 책읽기의 방법을 함께 알려 주면 학생들의 학습 활동을 도울 수 있다. 실제 중국어 협력수업에서 최종 산출물이 보고서였는데, 보고서는 탐구적 글쓰기의 결과물이므로 필요한 부분을 발췌하며 읽는 방법을 지도했다. 단행본의 경우 색인과 목차, 학술기사와 논문은 초록과 결론부터 읽는 전략을 알려 줄 수 있다.
방향이 중요하다! 선택과 집중!
경기여고에서 근무한지 4년째 되던 2012년, 5월 도서관 협력수업을 처음으로 하게 되었던 그때의 설렘과 감동은 평생 기억될 것이다. 교과서 신앙 체제에서 벗어나 학생과 교사가 배움의 기쁨과 즐거움으로 감동 받는 수업이 상시 이루어지기를 꿈꾼다. 아직은 학교도서관진흥법, 교육제도, 학교 관리자 및 교사의 인식 부족 등의 많은 과제를 안고 있지만, 앞으로도 끊임없이 공부하고, 배우며 도서관 협력수업이란 실타래를 풀어 나갈 것이다. 도서관 협력수업을 통해 학교도서관의 교육서비스를 업그레이드 시키고, 학교도서관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가고 싶다.
학교도서관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2년차 사서교사, 전 선생은 학교도서관 제1업무인 “도서관 이용 지도 및 독서교육, 협동수업을 통한 정보활용 교육”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싶다. 학교 교육목표에 기여하기 위해 매년 3월 도서관 초대의 달(3.14 캔디데이), 4월 23일 세계 책의 날 행사, 5월 독서캠프, 6월 테마도서전, 7월 1학기 저자와의 대화, 8월 도서관 축제, 9월 ‘도서관은 예술이다(북아트, 원화전시회)’ 행사, 10월 독서주간 행사, 11월 저자와의 대화를 추진하였다. 발령 첫해, 박물관이라 불리던 도서관이 위와 같은 연중행사로 대출률이 증가하고, 활성화되었다. 그러나 매해 도서관 행사를 추진해도, 바쁜 가운데 늘 공허함이 뒤따랐다. 쉬는 시간, 점심시간 학생들로 가득했던 도서관이 수업시간만 되면 텅 비었다. 학교도서관은 교육 활동 지원에 목적이 있는데 그 정체성에 맞게 경영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들기 시작했다. 교과 연계 도서 목록을 만들어 교사와 학생에게 제공하고, 독서상담도 실시했지만 이는 정보자료를 효과적으로 안내하는 안내자, 정보활동을 촉진하는 촉진자 역할에 한정됐다. 학교도서관의 정체성, 사서교사로서의 정체성을 찾고, 사서교사로서 수업전문성, 교수역량을 발휘하여 학생들에게 학교도서관에서 배우는 즐거움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 그리하여 방과 후 단독수업으로 ‘정보활용교실’을 개설하여 정보활용교육을 실시했다. 하지만 방과 후 수업은 파급력이 적고, 교과수업과 비교했을 때 학교도서관의 수혜를 입는 학생이 에너지 투자 대비 적다. 정보 활용 교과 내용을 교과 수업에 녹여 함께 진행한다면 많은 학생들의 정보활용능력(information literacy)과 교과 학습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는데, 교과교사들은 관심이 없고 너무 바빠 보인다. 조심스럽게 인트라넷으로 교과교사들에게 도서관 협력수업 안내 메시지를 띄워본다. 하지만 85명의 교사 중 응답하는 교사는 단 한 명도 없다. 도서관 협력수업,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 것일까?
도서관 협력수업의 이유
학교는 교육기관이며, 학교도서관은 학교에 소속된 교육기관으로 단순한 자료 제공에 그치지 않고, 정보자료를 통한 교육 목적 달성에 의의가 있다. 학교도서관의 교육서비스는 학생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직접, 간접적인 교수활동으로서의 교수(teaching), 수업(instruction)을 말한다.1)
1) 이병기. (2008), 『학교도서관 경영통론』. 서울 : 조은글터
첫째, 학교도서관 교육서비스의 핵심은 도서관 자원을 활용하여 교수・학습의 효과를 극대화 하는 것이다. 일반교실에서 이루어지는 수업과 도서관에서의 활용수업의 가장 큰 차이는 도서관의 정보자료를 다양하게 활용한다는 점과 사서교사와의 협력수업을 전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교과교사 단독으로 도서관 활용수업을 할 수 있지만 도서관의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정보활용능력을 교과교사도 갖추어야만 학생들을 효율적으로 지도할 수 있다. 사서교사와 함께하는 도서관 협력수업은 그래서 필요하다. 학생들에게 정보 활용 방법을 단독으로 가르칠 때보다 교과 시간 교과 내용을 학습하면서 정보 활용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둘째, 학교도서관 교육서비스의 영역을 크게 오리엔테이션, 도서관 이용교육, 독서교육, 정보활용교육, 도서관 협력수업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위 영역의 교육서비스 모두 필요하고 의미가 있지만, 수업 형태별 분석을 할 때 교과 도서관 협력수업이 도서관 이용교육이나 정보 활용교육보다 높은 교육적 효과를 나타냈다.2)
2) 양소라. (2009). 「메타분석과 실증연구를 통한 학교도서관 활용수업의 교육적 효과에 관한 연구」. 석사학위논문. 연세대학교 대학원.
정규 수업 시수의 배정을 통해 당위성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지만, 기다릴 수 없다. 이제 정체성 고민을 끝내고, ‘도서관 협력수업’을 통해 학교도서관의 교육서비스를 업그레이드 해보자.
학교도서관의 진정한 배움을 위해 스스로 점검하기
학교도서관 협력수업, 양질의 도서관 교육서비스는 단순한 수업 기술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학교도서관을 경영하는 사서교사부터 일관된 경영 철학과 전문성, 교수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도서관 협력수업 준비 및 실천에 앞서 다음의 교수 역량 모형을 보고, 스스로를 점검하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사서교사의 교수 역량은 실제 도서관 협력수업을 준비하고 진행할 때 더욱 향상된다.
3) 이병기. (2007). 사서교사의 교수역량 구성 모형에 관한 연구. 「한국도서관・정보학회지」. 38(4). pp45-65
학교도서관의 교육적 이념과 가치를 알리는 마케팅의 필요성
사서교사로서 도서관 협력수업 추진에 있어 가장 어려웠던 점은 바로 교과교사의 인식 전환이다. 학교도서관을 교수・학습 지원 센터로 인지하고, 사서교사를 교수파트너로 생각하는 교과교사가 없었다. 사범대학의 전공별 커리큘럼에서 도서관 협력수업, 활용수업, 자원기반학습에 대한 이론 및 실제의 과정이 포함되어 있지 않으며, 학교도서관이 활성화된 것도 10년이 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서관 협력수업의 설계, 지도 방법의 어려움보다 어떻게 하면 교과교사에게 도서관 협력수업의 효용성을 알리고, 첫걸음을 내딛게 할 것인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답은 학교도서관 마케팅에 있었다. 마케팅(Marketing) 없는 기업체를 상상할 수 없듯이 학교도서관의 교육적 이념과 가치를 학교 주요 구성원들에게 알리는 것이 필요했다. 이제 학교도서관은 기다리는 서비스에서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서비스 마케팅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교과교사를 기다리기보다 능동적으로 도서관 협력수업 사례를 공유하고, 알려야 한다. 내부적으로 훌륭하게 운영된다 하더라도 학교구성원의 이해가 부족하다면 학교도서관의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도서
관 협력수업을 당장에 하지 않을지라도 해당 교과의 도서관 활용수업 사례 공유, 정보 나눔은 학교도서관의 가치를 높여준다.
학교도서관 협력수업 준비 방법
STEP1 도서관 협력수업의 첫 단추를 끼워보자!
□ 도서관 협력수업 홍보(Marketing)하기
학교도서관을 교수학습 지원센터로 내부 구성원들에게 알리기 위해 가장 먼저 했던 일은 바로 메신저를 통해 도서관 활용 및 협력수업 사례 자료를 나누는 일이었다. 대면하여 도서관 협력수업을 홍보하는 것은 교사에 따라 부담스러워하고, 거절하는 것을 미안해하기도 했다. 큰 용기를 내어 교과교사에게 도서관 협력수업을 제안했지만, 처음 거절당했을 때의 상심은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마음을 잡고 일어섰다.
잠시 움츠러들긴 했지만, 교과 도서관 활용 및 협력수업 자료를 교과교사의 요청이 없어도 몇년간 메시지를 통해 안내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5년간 메신저를 통해 안내하는 방법으로 도서관 협력수업이 성사된 적은 없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중국어 선생님은 고마움을 담은 답신은 못했지만 수업 자료는 내려 받았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리고 용기가 나지 않아 요청하기 힘들었다고 하셨다. 당장에 도서관 협력수업으로 이어지지 않을지라도 해당 교과에 맞춤형 정보서비스를 제공 받은 교사는 감동 받는다. 또한 학교도서관의 이미지와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 도서관 협력수업 연수
수년간 학교도서관의 교육 이념을 알리고, 안내하기 위해 시도했던 활동 중 가장 큰 효과를 본 것은 바로 교사 대상의 도서관 협력수업 연수였다. 서울시교육청의 학교도서관 지원단에 계신 이덕주 선생님을 모시고, 교과 선생님들과 함께 연수를 받았다. 이때도 관심 있는 선생님을 모집하여 같이 연수를 받고자 하는 교사가 단 한 명도 없으면 어쩌지 걱정하며 메시지를 띄웠는데, 무려 열 분의 선생님이 희망하셨다. 그리하여 소수 정예가 모여 다른 고등학교의 도서관 협력수업 사례 연수를 들었고, 망설이던 선생님들은 큰 관심을 보이셨다. 그중 중국어 선생님은 2주 후 바로 해보고 싶으시다며 도서관 협력수업을 요청하셨다. 그렇게 본교 도서관 협력수업의 첫 단추는 끼워졌고, 작년 한 해 ‘중국어Ⅰ’ 교과를 시작으로 ‘생명과학Ⅰ’, ‘세계지리’ 수업 등이 연달아 이루어졌다. 2012년 도서관 협력수업을 했던 교과 선생님들은 전근 가신 지리 선생님을 제외하고 “한 번 더, OK?”를 외치시며, 올해도 협력수업 추진 계획에 있다.
학교도서관 협력수업 컨설팅 또는 외부 강사를 초청하여 연수를 진행하기 어려운 경우 직접 연수를 해 볼 수 있다. 연수 시간은 교직원 회의 또는 방과 후 실시할 수 있다. 전체를 대상으로 한 교직원 연수보다는 관심 있는 소수의 교과교사와 함께 연수 받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한두 교과로 도서관 협력수업을 시도하다보면 교내에 자연스럽게 협력수업의 매력이 소문나면서 사서교사는 도서관 마케팅 외에 다른 영역에 더 많은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교직원 회의를 활용한 도서관 협력수업 연수를 진행하게 될 경우 심도 있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학교도서관 수업을 홍보하고, 방법을 안내할 수는 없지만 핵심 메시지를 전달하면 된다. 학교도서관이 대출, 반납 외에 수업 지원의 기능을 갖고 있다고 강조한다. 학생들에게 도서관 이용교육을 하듯이 선생님들께 학교도서관의 수업 공간 활용법과 올해 새롭게 구독하는 정기간행물, DB의 활용법 그리고 이 훌륭한 자원들을 수업에 적용하는 법까지 10분 동안 간략히 안내하고, 연수하는 것이다.
연수가 끝났을 때 내게 달려 오셔서 도서관 협력수업을 제안하신 새로운 교과 선생님은 아쉽게도 계시지 않았다. 하지만 도서관의 교육적 이념과 가치가 교과 선생님께 조금은 전해졌으리라 생각한다. 한 번의 도끼질로 나무를 벨 수 없는 것처럼 앞으로도 꾸준히 도서관 협력수업을 진행하고, 이 사례를 교내 선생님들과 함께 나누어 더 많은 교과의 참여를 유도할 것이다.
STEP2 도서관 협력수업의 첫 단추를 끼웠다면?
도서관 협력수업의 첫 단추를 끼웠다면 도서관 협력수업 계획을 교과교사와 협의하여 작성해야 한다. 이때 순서는 학생들이 학습할 단원 및 목표의 확인이다. 수업 모형에 따라 주제도 달라질 수 있는데, 본교에서는 주로 프로젝트 학습의 형태로 진행했기에 단원이 결정되면 주제를 함께 선정했다. 이때 교과교사가 주제를 주도적으로 선정할 수도 있고, 사서교사가 주제 선정에 협조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주제가 아무리 좋을지라도 학생들이 활용하기에 적합한 자료가 없는 경우 학습을 포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서교사는 교과교사가 학습 목표를 설정하면, 단원 분석을 하고 정보활용능력과 연계한다. 그리고 역할 분담 협의를 하고 함께 교수 설계를 한다. 이번 코너에서는 이 중 단원 분석 및 정보활용능력과 연계하는 방법을 중점적으로 다룰 것이다. 실제로 필자는 수업 여부가 결정되면 아래와 같은 방법으로 교과별 교수・학습 방법과 특성을 파악하여 협력수업을 준비한다. 수업 준비의 순차적 단계는 다음호에서 실제 교과 수업 사례를 통해 살펴볼 것이다.
단원 분석을 위해서는 교육과정 해설서를 살펴보면 도움이 된다. 국가 교육과정 정보센터 홈페이지
(http://www.ncic.re.kr)에 ‘2009 개정교육과정 원문 및 해설서’가 교과별로 정리되어 있다. 해당 교과의 교과 영역과 체계, 목표를 찾아 정보활용 내용과 연계한다. 예를 들어 ‘중국어Ⅰ’ 교과와 도서관 협력수업을 한다면, 중국어 의사소통의 능력 배양뿐 아니라 중국에 대한 이해, 이 두 가지로 크게 교과 목표가 있음을 파악한다. 그리고 문화적 내용을 구성할 때 유의점은 무엇인지 파악하고, 체계 또한 알아두면 유용하다. 또한 교과의 교수・학습 방법을 살펴보며, 그 특성에 맞춰 정보활용영역과 연계할 수 있다. 정보활용교육의 교육내용 체계는 도서관과 정보생활, 정보탐색과 접근, 정보분석과 해석, 정보종합과 표현, 정보윤리와 사회적 책임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이 중 ‘정보 탐색과 접근’ 영역 일부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4) 이병기. (2005). 학교도서관 정보활용교육의 범위와 계열 설정에 관한 연구. 「한국비블리아학회지」. 16(1).
가끔 사서선생님과 교과선생님들께 질문을 받는 내용이 정보검색은 아이들이 스스로 잘 하는데, 어떤 부분을 조력해 줄 수 있느냐의 문제다. 위 내용처럼 정보탐색의 내용요소는 여러 가지이다. 예를 들어 정보 탐색 전략을 수립할 때 키워드를 확인하고, 탐색 진술문을 학생들에게 “너희들은 검색을 잘하니 스스로 해봐.”라고 말하는 것보다 키워드를 확인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독도분쟁’과 관련하여 정확한 자료를 많이 검색하고 싶은 학생에게 키워드를 어떻게 확장해서 검색하라고 알려줄 수 있을까? 국립중앙도서관의 ‘주제명 표목표’에서 ‘독도분쟁’을 넣어 검색하고 하위어, 관련어 등을 키워드로 활용하게 한다거나 독도분쟁 관련 학술기사의 서두에 제시되어 있는 키워드를 사용해도 좋다고 안내해 주면 학생들이 좀 더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다음은 중국어Ⅰ 수업에서 중국어 교육과정과 정보활용영역을 연계한 내용이다.
5) 교육과학기술부. (2012). 제2외국어와 교육과정. 교육과학기술부 : 서울
중국어Ⅰ 문화 부분 교수・학습 방법에서 항목 ‘(1) 중국 문화 검색’에서는 정보활용 영역의 정보탐색(국립중앙도서관 주제명 표목표를 활용한 주제명 확장 방법, 학술기사 및 논문의 키워드를 통해 검색어 확장하기 등)과 연계해서 지도할 수 있다. 항목 ‘(2) 중국 전통문화와 현대문화의 비교’는 정보활용 영역의 정보 분석과 연계해서 지도할 수 있다. T자형 그래픽 조직자를 사용하여 비교하는 활동을 도울 수 있다. 항목 (3)의 ‘중국문화 직접 체험’은 정보종합 및 표현 영역과 연결할 수 있다. 발표를 할 때 중국 문화 탐구 주제에 맞게 체험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 주제가 ‘중국 요리’라면 중국 간식인 후루탕아를 직접 꺼내고, 중국 전통 의상을 입어 중국 문화를 직・간접적으로 체험하도록 지도할 수 있다. (4)의 중국 문화에 대한 서면 자료를 읽을 때도 그냥 읽으라고 책을 건네주는 것보다 목적에 따른 책읽기의 방법을 함께 알려 주면 학생들의 학습 활동을 도울 수 있다. 실제 중국어 협력수업에서 최종 산출물이 보고서였는데, 보고서는 탐구적 글쓰기의 결과물이므로 필요한 부분을 발췌하며 읽는 방법을 지도했다. 단행본의 경우 색인과 목차, 학술기사와 논문은 초록과 결론부터 읽는 전략을 알려 줄 수 있다.
방향이 중요하다! 선택과 집중!
경기여고에서 근무한지 4년째 되던 2012년, 5월 도서관 협력수업을 처음으로 하게 되었던 그때의 설렘과 감동은 평생 기억될 것이다. 교과서 신앙 체제에서 벗어나 학생과 교사가 배움의 기쁨과 즐거움으로 감동 받는 수업이 상시 이루어지기를 꿈꾼다. 아직은 학교도서관진흥법, 교육제도, 학교 관리자 및 교사의 인식 부족 등의 많은 과제를 안고 있지만, 앞으로도 끊임없이 공부하고, 배우며 도서관 협력수업이란 실타래를 풀어 나갈 것이다. 도서관 협력수업을 통해 학교도서관의 교육서비스를 업그레이드 시키고, 학교도서관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