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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활용수업 [초등] 행복의‘파랑새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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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8-15 08:59 조회 10,57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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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재 대구매호초 사서교사

“철수야, 대출되었다. 다음 주 월요일까지 가져오세요!”
(마음 속으로) ‘오늘 하루도 행복해라!’ (눈 맞추기)

여느 학교와 마찬가지로 월요일 아침, 도서관은 시장통(?)을 방불케 한다. 대출반납을 기다리는 줄이 도서관 안을 한 바퀴 돌아서 문밖까지 늘어설 지경에 이를 때도 있다. 그럴 때일수록 한 명 한명 더 여유 있고 차분하게 맞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꿋꿋하게 아이들 몰래 행복 바이러스를 마음속으로 뿌려준다. 다른 이유를 제외하더라도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교사로서 한꺼번에 많은 아이들을 만나는 시간이기도 하고, 그 아이 개인으로서는 그때가 일주일에 한 번 혹은 한 달에 한번 도서관에서 사서교사를 만나는 시간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참으로 소중하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순간들이기도 하다. 그렇게라도 학교도서관은 시장통이 아니고 ‘교사’가 있는 배움의 공간이자 즐거운 놀이터라는 것을 온 몸과 마음으로 외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꽤 오랫동안 사서교사가 주체가 되어 단독으로 진행하는 도서관활용수업을 어렴풋이 꿈꾸어 왔던 것 같다. 그래서 많은 시간 동안 창의적인 도서관 체험놀이, 도서관 이용교육, 그림책을 활용한 독서교육, 창체시간에 활용 가능한 정보활용교육 등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왔다. 또한 핑계일수도 있겠지만 학교 또는 개인 사정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이상하게도 담임교사와의 협력수업을 할 기회를 좀처럼 만들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여기서는 사서교사로서 담임교사와 함께 실시했던 도서관 협력수업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2012학년도에 대구광역시교육청이 주관했던 도서관활용수업연구회를 신청하여 연구회비를 지원받아 실시하게 되었다. 인사이동 후 그 학교에서의 첫해이기도 하였고, 지금 생각해 보면 함께 수업을 할 선생님과 대화를 할 시간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막막했던 것 같다. 오히려 2학년을 맡고 있었던 담임선생님이 먼저 수업시기, 주제 등을 말해 주었다. 또한 각자 업무로 바빠서 수업하기 일주일도 채 남겨 놓지 않은 그 즈음에,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서로 다급한 마음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수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일단 도서관 협력수업에 대해 이야기 물꼬가 터지자 자연스럽게 서로 의견을 제시하고 수업 준비나 역할 분담까지 마치 그동안 꾸준히 준비해 왔던 사람들처럼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특히 교과수업에 대한 영역은 담임선생님이 제시한 부분을 최대한 존중해 드리고, 그 내용 중에 도서관에서 확장 또는 심화하여 학습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아이디어를 제시하였다. 더불어 도서관에서 사서교사로서 준비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준비를 하여 담임교사가 사서교사와의 도서관 협력수업을 부담스러워하지 않도록 하려고 마음을 다했다. 그리하여 2학년 국어 2단원의 ‘새로 알게 된 내용을 생각하며 글 읽기’를 학습주제로 하여 2차시에 걸쳐 도서관 협력수업을 실시하게 되었다.

1차시에서는 먼저 담임교사가 다섯 고개 놀이를 통해 공부할 문제를 알아보고 국어 교과서의 ‘고래가 물을 뿜어요’를 읽고 내용을 확인하였다.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을 학생들이 발표해 본 후, 사서교사가 2학년 수준에 맞게 도감에 대해 간략하게 안내하였다. 주로 그림·사진과 설명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동물도감·식물도감·곤충도감 등 기본적으로 사용되는 도감의 종류와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는 위치를 알려 주었다. 이보다 자세한 도감 관련 내용은 사실 4학년 교과서에서 언급되어 좀 더 자세히 다루어지기 때문에 2학년 수업에서는 다양한 도서관 자료의 하나로서 도감에 대해 기본 정보만 제시해 주었다. 그리고 가능하면 사진이나 실물을 많이 제시하여 학생들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하였다.


이어진 2차시에는 본격적으로 고래와 관련된 도서와 도감을 스스로 찾아보고 ‘다 함께 만드는 우리 반 도감’ 만들기 수업을 두 명의 교사가 함께 진행하였다. 2학년 아이들이지만 도서관을 자주 활용하는 아이들은 미리 자료를 제시해 주는 것보다 스스로 자료를 찾을 수 있는 경험을 하도록 해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 생각되었다. 마침 담임교사의
아이디어로 고래와 관련된 자료를 찾기 위한 2가지 수준으로 활동을 제시하였다. 도서관 이용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은 미리 마련된 ‘고래’ 관련 도서 바구니에서 담임교사의 도움을 받아 자료를 찾고, 도서관 이용에 적극적인 아이들은 ‘도움카드’를 활용하여 사서교사와 함께 자료를 찾아보도록 하였다. 이때 사서교사는 미리 ‘고래’에 관한 정보를 찾을 수 있는 각종 단행본과 도감류를 미리 검색해 보고, 본교에 소장되어 있는 것의 일부는 학습자료 바구니에 담아두고 다른 일부는 미리 해당 서가의 정확한 위치에 꽂아두고 그 수에 맞는 ‘도움카드’를 만들어 두었다. 이렇게 함으로써 학생들이 스스로 자료를 찾으러 갔을 때 실패할 확률이 거의 0에 가깝게 상황을 설정해 두는 것이다. 비록 아직 청구번호가 무엇인지 정확히 잘 모르는 2학년 학생들이지만 도움카드의 번호와 서가의 번호(매호초 집현전 도서관에서는 서가마다 청구번호를 자세히 붙여 두고 있다.)를 비교해 가면서 그 책을 찾기에 크게 어려움이 없었고 사서교사 또한 낙오되는 학생이 없도록 살펴보고 함께 찾아보기도 하였다.

이때 본교의 소장도서로는 자료가 미흡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미리 도서구입비로 자료를 마련해 두어야 하는데, 마침 대구광역시립동부도서관의 ‘책꾸러미’ 및 ‘희망도서대출’ 서비스를 활용하여 수업에 필요한 자료를 사전에 준비해 두어 자료의 부족함이 없이 다양하게 제시해 줄 수 있었다. 해당 자료 또한 개별 학생들의 성향에 따라 선호하거나 선호하지 않는 자료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최대한 넉넉하게 준비하여 아이들이 자기가 원하는 도서를 선택하여 정보를 찾도록 했을 때 학습효과 및 학습자 스스로의 만족도가 더 높은 것 같았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자료는 다양한 각도로 그리고 양적으로도 많이 준비할수록 좋은 것 같다.

학생 개인별로 원하는 자료를 찾은 다음에는 책 속에서 원하는 고래의 정보를 찾도록 두 명의 교사가 함께 학생들의 정보 찾기와 학습지 작성하는 것을 지도하였다. 도감이 그림과 설명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마음에 드는 고래에 관한 정보를 찾아 해당 고래의 그림을 그리게 했다. 또 그에 관한 설명(설명이 너무 길면 친구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은 내용을 하도록 했다.)을 옮겨 써 보고 참고한 도서의 책 제목 정도만 간단하게 써 보도록 하였다. 개인별 학습지를 완성한 후에는 실물화상기와 빔프로젝터를 활용하여 결과물을 보여주면서 찾은 정보를 발표해 보도록 하였다.

도감의 특성상 우수한 칼라 사진과 그림이 있어서 저학년 학생에게는 그림을 중심으로 글은 간단하게 덧붙이는 정도가 적합하고, 고학년 학생에게는 도감의 색인 부분, 정보 요약하기 등 그림보다는 정보 찾기와 요약하기를 중심으로 심화하는것이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4학년 교과서에 도감이 나온다고 하여 이처럼 우수한 동물・곤충・식물의 사진들을 저학년 학생들에게 권하는 수업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발표를 마친 후에는 담임교사가 지식 정보로 접근했던 ‘고래’에 대한 학습내용을 정리하고, ‘고래’와 관련된 동화나 이야기도 있음을 덧붙여 주었다. 그러면서 ‘고래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라는 플래시동화(채널예스의 플래시동화를 활용)를 감상하도록 하였다. 이어서 담임교사가 마무리를 하는 동안 사서교사는 학생들이 만든 개인별 도감학습지를 하나의 책으로 묶고, 학급 아이들의 단체사진을 표지에 붙여 입체적인 ‘다함께 만드는 우리반 고래도감’을 완성해 주었다. 마침 예산이 넉넉한 편이라 아이들에게 도서관 활용수업에 대해 잊지 못할 기억으로 마침표를 찍어 주기 위해 교실로
돌아갈 때 고래모양의 과자를 간식으로 주었더니 아이들이 알아낸 지식들은 순식간에 모두 날아가 버리는 것 같기도 하였다. ‘고래’라는 하나의 주제에 대해 도감 및 과학책을 통한 지식정보, 동화를 통한 이야기의 감성, ‘다함께 만드는 우리 반 고래도감’이라는 공동의 미술적 결과물, 그리고 이러한 것들을 모두 버무려 주는 맛있는 맛의 경험에 이르기까지 다채롭게 버무려 본 수업이었다.

“에이, 도서관 수업 별로 재미없네!”
수업시간 중에는 왠지 소극적이고, 장난칠 때는 둘째라면 서러운 개구쟁이 남자아이가 도서관에서 나가면서 꽤 큰소리로 웃으면서 얘기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2학년 개구쟁이 남자아이가 한 이야기라 경험 있는 사서교사라면 그 순간에는 오히려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을 것이다. ‘녀석, 오늘 수업이 즐거웠다는 소리구먼’ 하고 생각되어 뿌듯하기까지 할 것이다. 왜냐하면 앞으로 그 아이가 도서관에 와서 고래책 어디 있냐고 도서관 도우미 어머니들과 사서교사를 제일 많이 귀찮게 할 것이고, 2학년 다른 반 아이들에게 도감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뻐기면서 수다를 떠는 모습이 훤하게 그려지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 수업 이후 남자아이들이 동물에 관한 책을 유난히 많이 찾았던 것도 사실이다. 수업을 마친 후 아이들에게 받은 도서관 활용수업 소감들을 보면 ‘교사가 의도했던 것보다 아이들이 직접 체험해 보면서 더욱 많은 것을 알아가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함께 수업을 진행했던 담임교사도 처음으로 사서교사와 도서관 협력수업을 하느라 뭐 이런 수업형태가 있나 속으로 의아해 했을 법도 하다. 하지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연스럽게 학습목표를 이루기 위해 함께 협의, 준비하고 수업을 진행했던 경험은 서로가 잊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 담임교사와 올해도 도서관 협력수업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찌되었건 결과적으로 담임교사는 수업장학을 위한 수업동영상을 효과적으로 촬영하였고, 사서교사 입장에서는 머릿속으로 맴돌기만 했던 도서관 협력수업을 제 손으로 진행해 보았고, 아이들은 맛난 ‘고래과자’와 함께 즐거운 도서관에서의 학습경험을 남겼다. 도서관 협력수업은 사서교사 1인 또는 담임교사 1인이 진행하는 수업과는 다른 그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아무 이유 없이 유행가 노래를 따라하는 것처럼 아이들, 담임교사 그리고 사서교사가 그래도 행복하고 또 그 무언가를 찾기 위해 도서관 활용수업을 하는 것이라고.

교육을 ‘백년지대계’라 한다. 감히 용기 내 말하고 싶다. 인류의 책읽기는 ‘천년지대계가 아닐까’라고. ‘그 중심에 학교도서관 활용수업이 있다’라고. 독서라는 것은 하루아침에 눈에 보이는 무언가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인류가 오랜 시간 축적해가는 문화이자 시간의 개념과 함께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아직까지 그 누구도 과학적으로 시간
을 거스를 수는 없었을 것이다. 더불어 그 누구도 책읽기의 중요성과 그 중심에 있는 ‘학교도서관 활용수업’을 거스를 수도 없지 않겠는가. 지금도 시간의 흐름에 순응하며 누가 봐 주지 않아도 각자의 자리에서 분투하고 있을 사서교사들을 생각해 본다. 마치 동화 속 행복의 파랑새를 찾아 나선 치르치르와 미치르 남매처럼 곳곳에서 도서관 활용수업
을 위해 애를 쓰고 있을 것이다. 브라질에서의 나비의 날갯짓이 텍사스에서 토네이도를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처럼 아이들의 행복한 도서관 활용수업을 위한 교사들의 파랑새와 같은 날갯짓이 언젠가 그 빛을 뿜어 폭발하는 순간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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