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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하의 현장에서 만난 질문들] 책 안 읽는 사춘기 아이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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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06-29 15:56 조회 6,65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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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하 독서교육 강사 및 프로그래머, 『영국의 독서교육』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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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가 어릴 때는 책 읽기를 좋아했는데, 중학교 들어가면서 부터 책과 멀어지고 있어요. 도와줄 방법이 없을까요?
◆ 연예인 뉴스나 팬 사이트, 웹툰, 팬픽은 적극적으로 읽고 댓글을 다는데, 조금만 심각하거나 진지한 글은 읽기도 쓰기도 싫어합니다. 그냥 내버려 둘 수도 없고 걱정하며 한마디 하면 듣기 싫어하네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아이가 어릴 때는 읽어야 하는 전집이다, 좋은 책 목록이다 해서 제가 사주었는데, 이제는 어떤 책을 사주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 학교 아이들의 읽기 수준이 천차만별이에요. 고등학생이어 도 초등학교 고학년이 읽을 만한 쉬운 글도, 영어 문장을 한 글로 번역해 주어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는 아이들이 꽤 있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각종 사교육과 시험 준비에 청소년들은 도서관에 올 짬이 통 나지 않나 봐요. 그나마 도서관에서 만나는 청소년들은 자기 가 가져 온 문제집을 풀거나 시험공부를 하는 등 독서실 용도로 도서관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도서관다운 청소년 서비스 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싶은데, 아이디어가 별로 없습니다.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강연에서, 본론으로 들어가 기 전에 자녀의 학령을 여쭈어봅니다. 청중의 반 이 상은 미취학 아동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부모님들이 고, 초등학교 고학년 부모는 드문드문 손을 듭니다. 중학생과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님들은 소수입 니다. 청소년 자녀의 독서 때문에 오신 분들 가운데 에는 족집게처럼 집어주는 입시 준비용 독서・논술 전략을 염두에 두고 오신 분도 있고, 일부는 예전 같 지 않은 아이의 독서열에 위기감을 느껴서, 다른 일 부는 입시의 성패와 무관하게 ‘성인이 되기 전 아이 의 책 읽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생각 하고 온 분도 계십니다. 어떤 마음을 먹고 왔던 간에 지금의 교육현실 속에서 청소년 자녀의 독서를 위해 부모가 영향을 줄 수 있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는 공 감대가 흐릅니다. 강연이 끝나고도 뭔가 해보리라는 표정의 초등학생의 학부모들과 달리, 이 분들은 독서 교육에 대한 자신의 철학과 방법을 뒤돌아보고 방향 변경을 하기에 너무 늦은 것은 아닌가 하는 초조함 이 엿보입니다. 더구나 아이에게 득이 되리라 욕심내 어 시도했던 일들이 효과가 없었거나 책을 멀리하게 만든 이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되면 씁쓸한 마음이 든다고 말씀하십니다.
 

청소년기 독서의 막막한 현실
중・고등학교 교사들을 만나면, 책 읽기에 흥미가 없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고, 단 어를 하나하나 설명해 주지 않으면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는 아이들이 꽤 있다는 점 을 토로합니다. 수행평가로 내주는 독후감을 아이들이 흥미를 가지고 의미 있게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교사들도 많습니다. 특히 국어과가 아닌 경우, 독서교육에 대한 교사교육을 사범대학에서든 이후의 교사 재교육에서든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 아서 막막함을 토로하시지요. 대학 진학이 아닌 진로를 꿈꾸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실업계 학교의 교사들은 시험용 글 읽기와 논술 글쓰기를 벗어난 독서교육 교재와 방법이 많지 않다는 점에 목마름을 느낀다고 하십니다.
청소년기의 독서는 입시에 초점을 둔 교육환경, 과도한 학습 부담으로 부족한 여유 시간, 다양한 장르와 분야를 어우르는 청소년 도서의 부족, 청소년 도서에 대한 전문 적인 서평지의 부족, 독서의 목적과 텍스트에 대한 좁은 이해, 다양한 청소년 독서교 육 방법의 부족, 아이들의 타율적인 독서 습관, 컴퓨터 게임, 인터넷, TV, 스마트폰 등 의 다른 오락 매체와의 경쟁 등 장애와 과제가 산재합니다. 가장 풀기 어려운 실타래 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적은 관심과 손길이 투입되어 온 영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12년 국민독서실태조사의 결과는 청소년들을 가르치는 중・고등학교 교사들의 어려운 현실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통계를 살펴보면, 독서흥미는 중학교 1, 2학년 시 기에 최하로 떨어지며, 이를 반영하듯이 중・고등학생의 독서율도 초등 시기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집니다. 중학교 남학생들의 경우에는 1/4이, 고등학교 남학생은 1/3이 1년에 1권의 일반도서도 읽지 않은 비독자로 구분됩니다. 성인기에 돌입하기 바로 직 전이기에, 청소년기는 공교육에서 독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지요. 그러나 이 마지막 버스를 속절없이 그냥 보낼 수는 없습니다.
책 읽기가 위축되거나 특정한 장르로만 좁아지는 현상의 원인으로 당장 청소년들 앞에 놓인 입시와 취업을 위한 과잉 경쟁을 지목해야 할 겁니다. 이러한 구조적이고 문화적인 심지어 신화적이기까지 한 프레임을 변화시키는 작업은 교육의 안과 밖에 서 매우 오랜 시간에 걸쳐 이루어져야 하겠지요. 그러나 입시의 전략을 넘어 지속적 인 평생의 성장을 염두에 두고 글 읽기를 바라보는 교사와 학부모들이 지금 여기의 청소년에게 제공할 수 있는 독서교육의 가능성이 닫혀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자녀의 아동기에 적용해왔던 독서교육이 더 이상 청소년이 된 아 이에게 통하지 않아 길을 잃을 것 같다는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저는 바로 그 지점에서 문제의 시작점이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아이들은 달라지 고 있는데 발달의 변화를 따라가 지 못하거나 혹은 어른이 주도한 독서교육에 순응해 온 아이들의 인내심이 임계점에 다다른 것은 아닐까 하고요. ‘책에 대한 선택의 안목을 교육받지 못한 채 선정된 책들을 읽고, 주어진 질문과 논제 에 따라 정답을 찾고, 사회적 상호 작용 없이 검사받고 평가받는 독후감을 쓰고, 자신의 관심사와 고 민과 무관한 글을 읽는 걸, 더 이 상 못 해 먹겠다.’ ‘게다가 형벌같이 더 많아진 영어, 수학 공부와는 병행하지 못하겠다.’ 어른의 주도 로 책을 읽어 온 아이들이나 절대 적인 짬이 없이 공부 노동에 시달리는 아이들은 대체로 이렇게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아이 들은 수행평가나 독후감 숙제에 요구되는 소위 양질의 독서는 가 \능한 최소한의 노력으로 억지로 해내면서, 어른들이 인정하지 않는 판타지나 로맨스 소설이나, 웹 툰, 팬픽 등의 장르로 자기네들끼리 숨어 들어갑니다.
 

 


 

 

청소년기 독서의 변화 요인 –성적 성숙과 사랑에 대한 관심 시작
청소년기의 독서는 어린이 시기의 독서와 어떤 질적인 차이가 있는 걸까요? 어린이 시기의 독서교육 과 달리 어떤 특별한 관심이 필요 한 걸까요? 이번 호에서는 청소년 기 독서의 특성과 독서교육의 주안점에 대한 연구물과 실천 사례 들을 살펴봅니다.
우선 청소년기의 독서는 두 가 지 큰 축의 변화를 갖습니다. 하 나는 아이들의 발달상의 변화 때문에 일어나고, 다른 하나는 청소년들이 접하는 텍스트의 변화에 서 기인합니다. 이 두 가지 축은 서 로 영향을 미치면서 아이들이 읽는 글의 내용과 양식을 바꿉니다. 발달심리학자들은 청소년기가 아 동기와 두드러지게 다른 특성을 ‘성적 성숙’, ‘추상적 사고의 발달’, ‘자아 정체성에 대한 관심’, ‘또래 집단 및 이차적 사회화의 영향’ 등 의 키워드로 설명합니다. 아이들 마다 발달의 정도와 속도에 개인차가 있지만, 대부분의 청소년들 은 위와 같은 신체적, 지적, 정서 적, 사회・문화적 변화를 겪으며 성인이 됩니다.
청소년들은 신체적으로 이차성징을 겪으면서 달라지는 자기 신체의 이미지에 신경을 쓰고, 이성 에 대한 관심도 높아집니다. 따라 서 사랑과 연애를 주요 주제로 한 글과 영상을 좀 더 깊이 이해하고 즐길 수 있게 됩니다. 신체나 성애 에 대한 표현, 사랑의 시작과 만 남, 이별, 그에 따르는 행복과 고통, 결과와 책임 등 동화에서는 빠 던 장면들을 본격적으로 읽어 낼 수 있게 되지요. 이성 간의 동 경과 사랑을 다루는 소설, 노래 가 사, 만화가 매력적인 읽기 제재가 됩니다. 특히 학습에 대한 압박으로 청소년 간의 이성교제를 통제 하는 분위기 속에서, 직접 경험을 적극적이고 공개적으로 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소설이나 만화, 영상, 연애 스캔들 기사 등 ‘연애를 글로 배우는’ 간접적인 체험을 찾아 나섭니다. 이성적 우상으로 삼는 연 예인을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만들거나 재창작하는 팬픽(fan fiction) 을 읽고 쓰면서 연애 감정을 상상 하기도 합니다.
성적으로 발달하고 사랑에 대 한 관심이 시작되는 것은 가장 자연스러운 청소년기의 특징임에도 불구하고 학교는 성과 사랑에 대 해서 본격적으로 읽고 토의하기를 꺼려왔습니다. 학교가 가르치는 성 과 사랑은 여전히 보건・생물학적 측면에 치우쳐져 있습니다. 청소년 들이 현실 세계의 성과 사랑을 배 울 수 있는 학교는 역설적으로 대중매체입니다. 한국 청소년의 문화 는 대중문화와 대중매체의 의존성 이 매우 강하다는 것을 특징으로 합니다. 위의 표에서도 볼 수 있듯 이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참여하는 여가활동은 컴퓨터 게임과 TV 시청 및 라디오 청취이며, 그밖에도 영화보기, 음악 감상, 노래방 가기 등 상위 10위에 기록 된 여가활동이 대중매체와 강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청소년 매체와 성인 매체 의 구분이 거의 없다 보니 아이들 이 대중매체로부터 읽어 내는 신 체 이미지나 성과 사랑에 대한 메시지는 성인의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학교의 공식적인 담론과 매 우 대조적이지요. 아이들은 성과 사랑에 대해서 매우 이중적인 메시지를 받게 됩니다. 대중매체에서 노골적으로 혹은 암시적으로 보여 주는 성적인 코드는 많지만 정작 자신의 성적 건강을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지, 성은 사랑과 어떤 관계를 갖는지를 제대로 알려주지 는 않습니다. 대중매체는 동성애를 이야기하지만 아이들은 그것이 어떤 다른 사랑인지 제대로 알기 어렵습니다. 학교도서관이나 공공 도서관은 이러한 청소년들의 성과 사랑에 대한 호기심과 혼란스러운 정보에 응답할 필요가 있습니다. 청소년을 위한 도서 목록 가운데, 성과 사랑에 대한 주제를 본격적으로 다루어 주어야 합니다.
 

미국도서관 협회는 청소년의 성과 사랑에 대한 장서를 도서관에 배치하는 것, 그리고 다양한 전문가의 도움으로 이 주제에 대한 목록을 만드는 것을 매우 중요한 과제로 삼습니다. 협회는 ‘균형이 잡힌 장서 목록을 만드는 것’과 그 목록이 ‘성에 대한 선동자 역할을 하게 되는 것’ 사이의 긴장에 대해 서 우려합니다. 또한 ‘성에 대한 청소년의 정보 접근권을 인정하는 것’과 ‘장기적 행복을 염려하는 가족관계 안에서 성 정보가 제공될 때 청소년들이 가장 건전하게 자란다’는 연구 결과 사이에 논란이 존재함을 인정합니다.◆1
성과 사랑에 대한 장서를 구축 하고 목록을 만들고 이를 수업에 도입할 때, 그러한 긴장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은 어려운 과제이 지만, 이 긴장을 알고 유념하는 것 은 그렇지 않을 때와는 다른 차이 를 만듭니다. 균형 있는 정보란 모 든 상황에서 보편적이기보다는 구 체적인 상황 속에서 도출되기 때 문입니다. 성에 대해 무지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가진 청소년, 이성 교제의 경험이 있거나 없는 청소 년, 성 경험이 있는 청소년, 미혼모 이거나 낙태의 경험을 한 청소년, 적절한 교육을 할 수 있는 부모가 부재한 청소년 등 다양한 상황에 따라 원하는 정보도 다양할 것입니다. 각각의 상황에 따라 더 부각 되는 신체적・심리적 이슈나 인간관계의 문제도 다르겠지요. 그리 고 이를 다루는 정보와 소설도 다를 겁니다. 한국의 청소년들이 경험하고 있는 다양한 성과 사랑의 상황을 인지하고, 그에 맞는 책과 사이트 목록을 만드는 작업, 이를 부모나, 상담교사, 담임교사와 공유하는 작업은 성과 사랑에 대한 목마름을 대중매체로 풀었던 아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1 Jennifer Burek Pierce. (2008). 21세기 청소년에 대한 이해–성, 두뇌발달, 비디오게임을 중심으로, 어린이청소년 번역자료집 6, Sex, Brains and Video Game: A Librarian's guide to teens in the Twenty first century, American, 시카고: 미국도서관협회.
 

청소년기 독서의 변화 요인 –추상적이고 논리적인 사고 발달
두 번째, 청소년들은 인지적으로 자신의 경험 혹은 구체적 세계를 넘어선 추상적이고 논리적인 사 고가 발달합니다.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않은 추상적 상황에 대해서도 가설을 세우고 그에 따라 결론을 연역해 낼 수 있습니다. 세계 에 대한 관심 또한 직접적인 생활 세계와 구체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세계를 넘어, 사회적이고 국제적인 문제, 시간대를 달리하는 과거와 미래에 대한 관심, 죽음과 종교로까지 확장됩니다. 읽고 쓰기라는 측면에서 이러한 인지적 발달이 일으키는 가장 큰 변화는 청소년기에 이르러 학문적 특성에 맞는 갈래별 글 읽기(Disciplinary literacies)가 본격적으로 가능해진 다는 점입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에는 ‘읽기’ 능력을 갖기 위해 배웁니다 (learn to read). 소리 내어 글자를 읽는 법을 배우고, 눈으로 글자를 통으로 읽으며 유창성을 늘리고, 배경지식과 어휘, 다양한 독해전략을 이용하여 글의 뜻을 파악하는 연습을 합니다. 이때는 주로 자 신의 생활에서 경험한 사건이나 감정 등을 다룬 글을 읽으면서 ‘읽기라는 능력’을 배웁니다. 그러다 가 학년이 높아지면서 배우기 위해서 읽기(read to learn)의 비율이 늘어납니다. 도구로서의 읽는 능력을 갖추었으므로, 이 도구를 가지고 새로운 사실이나 감정을 배 워 가게 되는 거지요.
를 통한 배움이 좀 더 깊어지고 세분화됩니다. 아이들은 교과목을 한 교사로부터 다 배우지 않고 과목을 전공한 교사로부터 따로 배우게 됩니다. 각각의 과목이 세계 의 어떤 부분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어떤 방법론으로, 어떤 글쓰기 방식으로 독자를 설득하는지 를 좀 더 명확하게 구분하여 배우 게 됩니다. 수학, 과학, 문학, 사회 과학, 역사, 체육, 음악, 미술 등의 학문에서 서술하는 언어의 차이를 인식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어 떤 개념을 정의하는 방식은 수학 과 사회과학에서 서로 다릅니다. 생물학이 바라보는 인간과 문학 이 바라보는 인간이 다르고요. 가 설–실험/관찰–결론으로 구성되는 자연과학적 글쓰기와 문학적 여행기의 글쓰기는 발상의 착안부터 서술의 형식까지 다릅니다. 수학의 원과 추상화의 원, 무용에 서의 원 등 학문마다 특수하게 쓰 이는 상징과 기호를 읽어내는 것 도 필요합니다. 청소년들이 읽는 글은 난이도만 쉬울 뿐, 각 학문에 서 전공자가 읽는 글과 형식은 비슷합니다.
이러한 학문적 글 읽기는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도전일 수 있습니다. 또한 사서교사들에게도 다 양한 전공분야의 책을 고르고 소개하는 일은 매우 도전적인 과업 일 수 있습니다. 학문 분야의 전문 적 지식과 경험, 기술이 가장 잘 드러난 글이면서, 수업에서 다루어지는 내용을 자신이 가르치는 아 이들의 수준에 맞게 쓴 글을 찾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서교사가 모든 학문의 전문성을 갖지 않기 에 중・고등학교에서는 과목교사 와 사서교사의 협력이 필수적입니다. 과목교사는 ‘어떤 정보가 중요 한지, 어떤 종류의 질문이 의미 있는 질문인지, 학문에 따른 글의 형식은 어떠해야 하는지, 저자의 아이디어가 가진 정확성, 신뢰성 및 질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지 등 을 가장 잘 아는 사람’입니다.◆2 따라서 사서교사들은 각 과목교사 전문적 모임 등에서 만들어 놓은 좋은 책의 목록에 주의를 기울이 고 정보를 업데이트할 필요가 있습니다. 학교의 동료 과목 교사들 과 책의 선정에 대해서 논의하는 것도 상호적으로 유익할 수 있습니다. 사서교사는 새 책들을 과목 교사에게 소개해 줄 수 있고, 과 목 교사는 책의 내용에 대한 전공자의 평가를 제시할 수 있겠지요.
과목별로 책을 읽는 수행평가 를 내어줄 때에도 어떤 기준으로 이 책들을 선정했는지, 이 책이 전 공자의 안목에서 보았을 때 어떤 덕목을 가지고 있는지, 전공 학문 의 글쓰기의 특징은 어떻게 드러나 있는지 아이들에게 알려 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소개를 통해 서 아이들은 자신에게 더 잘 맞는 세계에 대한 접근 방식, 방법론, 글쓰기 양식을 탐험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학문적 글 읽기의 탐색 은 앞으로 학과와 진로를 고민할 때에 도움이 되겠지요.
우리의 청소년들은 학문 갈래 별 글 읽기를 접해보지만 각 전공 학문에 고유한 사고방식을 확장시키고 글쓰기로 연결 짓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역사교과서 로 역사적 글을 읽지만 그것이 역 사가의 안목과 사고방식, 글쓰기 양식으로 확장되는 데에 한계를 가진다는 말입니다. 이에는 두 가 지 이유가 있어 보입니다. 하나는 기형적일 정도로 객관식 문제 풀 이에 의존하는 평가 때문에, 다양 한 갈래별 글을 읽더라도 대부분 객관식 문제풀이에 효율적일 수 있는 ‘요약본 양식의 글’로 다시 정리하여 외우게 된다는 점입니다. 다른 하나는 갈래별 글쓰기에 대 한 수업과 연습이 매우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우스갯소리로 한국 학교는 스무 살까지 세 가지 글만 쓰게 하는데, 그것이 일기, 독후 감, 논술이라고 할 정도니까요. 예를 들어, 소설을 읽고 분석하고 문제를 풀고 독후감을 쓰는 데는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만, 소설 쓰기를 교육하고 연습하지 못하지요.
◆2 The Adolescent Literacy Committees (2008–2011) and the Adolescent Literacy Task Force (2011–2012) of the International Reading Association. (2012). Adolescent Literacy: A position statement of the international reading association, International Reading Association.
 

청소년기 독서의 변화 요인 –자기정체성 탐색에 관심
세 번째, 청소년의 정서적 특성으 로 가정을 넘어선 이차적인 사회 화를 통해서 자기정체성에 대한 탐색에 관심을 갖는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청소년기의 아이들 은 나는 누구이고, 어디에 속한 사 람이며,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 을 하고 싶은 사람인가 등 자기 자 신에 대한 총체적인 관념을 재정 립하게 됩니다. 부모와 형제 등의 일차적인 양육자가 부여한 자기 이미지와 가치관로부터 독립하고, 학교, 사회, 매체 등 넓은 사회적 영향을 받으면서 자신의 이미지나 가치관을 다시 세워갑니다.
부모로부터 점차적으로 독립하 고 나의 주장을 세워가는 시기이 기에 부모가 밀어 준 책, 부모에게 떠밀어 온 프로그램은 효과를 보 기 어렵습니다. 아동기에 이루어 졌던 독서교육이 주로 부모의 외 적인 강제나 외적 동기에 이끌어 져 왔다면, 더 이상 그 방법이 통 하기 어려워집니다. 청소년을 대상 으로 하는 독서교육과 프로그램 은 가능하면 아이들에게 주도권 을 주고 프로그램에 대한 소속감 을 높이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때 효과가 있습니다.◆3
문을 하거나(가능한 한 설문 자체가 시험과 같이 느껴지지 않아야겠지요.) 인터뷰를 하여 청소년의 의견을 프로그램에 반영하는 것, 청소년 들이 뽑은 책들의 목록을 제공하 는 것, 도서관의 청소년 자문단을 구성하여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경 청하고 홍보대사의 역할을 맡기는 것, 사춘기 청소년의 고민과 꿈과 문제를 다룬 책들을 주제별로 소 개하고 목록화하는 것은 자아 정 체성을 탐색하는 청소년에게 효과 적인 방법입니다. 청소년기의 자 아 정체성은 또래집단에 강한 영향을 받기에 친구들끼리의 자유로운 독서동아리를 운영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도 좋습니다. 아이 들이 웹툰을 읽고 쓰는 댓글이나 스마트폰 메신저의 채팅 등의 글쓰기에 할애하는 시간과 노력을 보면, 실제로 아이들이 사회적인 소통을 위한 읽기와 쓰기에 얼마 나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는지 놀라게 됩니다. 청소년을 이해한다면 글쓰기와 읽기를 검사받고 평가받는 방식이 아니라 사회적 소통의 맥락으로 옮겨 놓는 아이디어를 더 많이 개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해진 도서에 대한 제출용 독후감 쓰기’와 ‘학교 방송용 스크립트로 내가 고른 책의 서평 쓰 기’는 비슷해 보이지만 사회적 맥락과 목적이 매우 다릅니다.
◆3 에이미 J. 알레시오 및 킴벌이 A. 패튼. (2007). 1월에서 12월까지 청소년을 위한 도서관 프로그램, A Year of programs for teens, 시카고: 미국도서관협회.
 

청소년기 독서의 변화 요인 –다양한 매체 읽기
본격화 마지막으로 청소년기는 사회화가 가정과 또래의 범위를 벗어나 좀 더 넓은 사회로 확장되면서, 다양 한 매체 읽기가 본격화되는 시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여가 백서’에서 지적하고 있듯 이,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야외 공간에서 누리는 여가활동이 매우 부족한 실정입니다.◆4 독서교육과 관련해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야외에서의 신체활동이나 직접적인 세계에 대한 체험이 축소되다 보니, 유난히 텍스트와 관계하는 여 가문화가 매우 발달해 있다는 점입니다. 글과 이미지를 이용한 인쇄물과 인터넷의 텍스트, 영상과 음악의 텍스트, 문자나 메일 메시지와 블로그와 카페의 글, 비디오 게임 등 사실 거의 모든 청소년들 이 텍스트와 관계하며 놉니다.
◆4 윤소영 외, 2008년 여가 백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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