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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활용수업 [중등] 자연과학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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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04-08 23:15 조회 12,083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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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주 양주 백석고 사서교사
 
 
안녕하세요, 사서교사입니다~
2013년 3월 2일 중학교에서 인문계 고등학교로 발령이 났다. 새롭게 마주한 아이들에게 무언가 해 주어야겠다는 교사로서의 결연한 다짐보다 일단 사서교사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 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솔직히 ‘사서교사는 이런 사람이에요.’라고 말하고 싶은 대상은 학생들뿐 아니라 선생님들까지도 포함되었다. 한 부장님께서 교편생활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사서교사와 함께 근무하게 되었다고 하셨다. 그렇게 나는 아이들에게도 선생님들께도 생소한 사서교사였다.

모든 것이 낯선 근무 첫 날, 조금은 썰렁한 도서관을 보면서 내 마음도 날씨만큼이나 추웠다. 도서관 활성화가 최우선 과제가 되었다. 전임지에서는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던 3월 행사까지 진행하면서 아이들이 도서관과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그렇게 서로에게 낯설기만 했던 마음을 조금씩 열기 시작했다. 그러고 나니 이제 사서교사로서 교육적 역할로 아이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선생님들에게 도서관의 1년 계획을 비롯해 도서관 활용수업과 협력 수업에 대한 부분을 연수를 통해 말씀드렸다. 다행히 몇몇 선생님들께서 작년부터 도서관 활용수업을 진행해 오셨던 터라 수업과 관련해 자료 지원을 요청하셨다. 하지만 협력수업에 대해서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협력수업에 대한 인식도 경험도 거의 없는 상황에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며칠 후 자연과학부장을 맡고 계신 지구과학 선생님께서 도서관을 찾아오셨다. 협력수업에 관하여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셨다. 때마침 지구과학 선생님은 교육과정 재구성에 대하여 고민 중이셨고 나는 협력수업을 통해 그 부분을 함께 해결해 보자고 제안했다. 그 후 뜻을 함께하시는 생물 선생님 두 분, 그리고 국어 선생님과 우리의 학습공동체는 시작되었다.
 

학문의 통섭이 별건가요?!
급속한 사회의 발전은 미래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그럴수록 학생들의 창의성은 미래 사회를 살아가는 데 있어 더더욱 절실하게 요구되는 항목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과와 문과로 분리된 기존의 학교교육 체계는 다른 학문에 대한 배려와 관심을 차단시킴으로써 인문학을 모르는 과학자, 과학을 비하하는 인문학자를 만드는 등 많은 문제점을 야기했고, 미래 사회를 위한 새로운 교육방법에 대한 모색은 창의지성 교육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창의지성교육이 강조되면서 학교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STEAM 교육의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질적인 학문의 결합을 통한 범학문적 접근은 학생들의 창의성과 사고력을 자극시키기에 충분하며 이는 창의지성 교육이 추구하는 바와도 그 방향이 같다.
4월 5일, 도서관에 모인 지구과학, 생물, 국어 그리고 사서교사 총 5명으로 구성된 학습공동체는 협력수업에 적합한 주제 선정을 위한 각 교육과정의 분석과 함께 연간계획을 수립하였다. 그 과정에서 지구과학 선생님은 도서관 협력수업과 관련하여 체험활동까지 통합하길 원하셨다. 지금까지 자료 중심의 도서관 협력수업만을 진행했던 나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체험활동까지 연계한 도서관 협력수업이라는 것에 솔직히 겁이 났다. 하지만 사서교사로서의 자존심이 두려움보다 조금은 컸기에 일단 한 번 해 보기로 했다. 그렇게 지구과학을 중심으로 언어와 문학, 체험활동과의 교과 통합을 대명제로 세우고 ‘아름다운 한반도’라는 단원을 중심으로 ‘한반도 지질 명소의 형성 과정 이해와 심미적 감상’을 협력수업의 주제로 설정함으로써 창의지성 교육과정에서 강조하는 학문의 통섭을 시도하기에 이르렀다.
왜 이 주제인가요?
‘아름다운 한반도’를 주제로 선정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지구과학Ⅰ의 ‘아름다운 한반도’는 한반도의 대표적인 아름다운 지형을 소개하고 자연현상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아름다움을 인식하며 이를 여러 예술 작품으로 표현한 사례를 조사해 보는 단원이다.

둘째, 다른 과학들이 자연 내에 존재하는 세부적인 경향성들을 법칙화하여 다루는 반면, 지구과학은 지구 안팎의 지질, 대기, 해양, 천문과 같은 거시적인 범주에서 실제 자연현상에 관한 원리를 다루고 있으므로, 이를 학습하는 데 야외・현장탐구 활동의 경험은 더욱 의미가 크다.

셋째, 야외・현장학습 후 다녀온 여정, 감상들을 글로 표현하면서 시공간적으로 다른 학습 경험들의 의미 있는 상호 결합이 가능하다.
 

도서관 협력수업을 시작합니다
일반적인 도서관 협력수업에 체험활동까지 이루어지는 장기간 프로젝트 수업이라 교과 관련 수업은 집중이수로 집중적인 수업이 가능한 1학기에, 그리고 체험 관련 수업은 2학기에 진행하기로 협의하였다.
 
1차시–도서관 협력수업 안내
학생들에게도 협력수업과 프로젝트 학습은 생경한 것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설명은 필요했다. 수업 설계 시 분담했던 대로 협력수업이 무엇인지 그리고 프로젝트 학습은 어떠한 것인지에 대한 부분은 사서교사인 내가 설명하고 수업에서 다루게 될 주제와 수업방법 그리고 진행과정에 대해서는 교과교사가 설명 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평가와 관련하여서
성취 기준과 평가내용을 내가 설명하며 1차시를 마무리하였다. 새로운 것을 대하는 아이들의 반짝거리는 눈빛에서 우리의 시도가 아이들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2~3차시–지구과학 교과 수업
주제에 따른 교육 내용을 재구성하여 그것을 바탕으로 2차시에 걸쳐 교과수업이 이루어졌다. 기존의 교과연계 프로젝트 수업처럼 여러 가지 주제 중 한 가지를 선정하여 이루어지는 수업 방식이 아니라 한 가지 주제를 바탕으로 여러 학문과 연계한 학습이 가능한 범학문적 프로젝트 수업이기 때문에 교과 수업과 정보활용 수업에 대한 분담은 더욱 철저하게 이루어졌다.
4차시–지구과학 실습
2차시에 걸친 교과 수업 내용을 바탕으로 화석의 생성과정 실험 실습을 통하여 과학 개념에 대한 이해도를 더욱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5차시–관련 자료 읽기와 정보활용교육
미리 학습 자료를 준비하면서 여러 자료 중 한반도 관련 자료 1건, 지구 관련 자료 1건, 그리고 기행 관련 자료 1건 등 총 3건의 중심 내용을 발췌하여 학생들에게 나누어 주고 발췌독을 통하여 주제와 관련된 전반적인 이해를 도왔다. 그리고 주제 관련 자료를 책수레에 비치하고 목차를 중심으로 과제 해결에 필요한 정보의 위치를 파악하는 방법, 필요한 정보를 선택하여 조직하는 방법, 그리고 단행본 이외 전자정보원의 활용법에 대한 부분을 PPT를 활용하여 안내하였다.
또한 자연과학 분야이다 보니 생소한 용어가 많아 미리 백과사전을 준비하고 백과사전을 중심으로 한 정보활용 방법에 대한 지도를 통해 학생들 스스로가 모르는 용어에 대하여 찾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많은 선배 사서교사들의 조언에 따라 학생들의 인지적 부담을 최소화하고자 퀴즈 형식으로 학습 내용을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더니 학생들의 반응이 좋았다.

6차시–정보 탐색
1학기에 학습했던 내용들과 관련 자료들을 다시 한 번 제시하면서 지질 기행을 통해 수집한 자료들과 관련 자료들을 연계하여 필요한 정보를 추출하는 과정을 지도하였다. 교과교사와 사서교사가 함께 학생들의 자료 선정, 추출 그리고 체계적인 정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력자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7차시–기행문 쓰기 방법 교육 및 기행문 쓰기
과제로 제출할 기행문과 관련하여 기행문에 필요한 요소 및 작성법에 대해서는 국어교사가 지도하였다. 학생들은 스스로 정리한 자료를 바탕으로 기행문의 요소에 맞추어 기행문을 작성하였다. 기행문 작성은 개인별로 이루어졌다.

8차시–기행문 발표 및 평가
발표는 작성한 기행문의 전체 내용을 요약하여 발표하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발표 중 사실에 대한 오류나 잘못된 부분은 교과교사가 바로 정정해 주었다.
평가는 항목을 내용 평가와 역량 평가로 나누어 지구과학교사, 국어교사 그리고 사서교사가 함께 실시하였다. 학생들이 참고한 자료들에서 적합한 정보를 추출했는지, 여정・견문・감상이 잘 드러나게 기행문을 작성했는지, 그리고 프로젝트 수업 과정에서 목표로 정했던 역량들을 잘 성취했는지 등 최종 평가 결과에 대하여 총평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작성한 기행문 전문을 발표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 스스로 유의미한 학습을 경험했다고 말하는 모습에서 작은 희망을 발견하였다.
 
학습공동체, 계속해서 도전합니다
주제를 중심으로 자료를 활용하는 도서관 협력 프로젝트 수업은 체험활동과 관련한 부분에서는 학생들의 자율적인 선택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이번 수업을 통해 체험활동 연계 도서관 협력 프로젝트 수업은 주제에 대하여 다학문적 접근이 가능하고 체험까지 통합하게 되어, 학습 공간이 확장되며 학생들의 능동적인 학습 참여를 장려하는 데 있어 좀 더 효과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은, 1학기 동안 진행된 협력수업은 지구과학 I 수업을 듣는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이루어졌으나, 2학기에 이루어진 체험과 관련한 수업은 창의적 체험활동과 연계하여 진행하다 보니 학생들의 야외 및 현장 학습에 대한 정규 수업 시간 확보의 어려움으로 모든 학생에 대한 적용과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는 문제점이 나타났다. 그리고 기행문이라는 획일화된 결과물을 제시하다 보니 학생들의 다양한 표현을 보지 못했다는 점도 반성하게 되었다. 그러나 ‘첫 술에 배부르지 않다’는 속담처럼 조금은 다른 시도를 했다는 것에 스스로를 격려하고, 나와 뜻을 함께해 주시는 선생님들이 계시기에 아직까지도 갈 길이 먼 도서관 협력수업을 위해 우리는 어떠한 시행착오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며 계속해서 도전하리라고 다짐했다.
학생들이 직접 손글씨로 작성한 기행문을 읽으면서 수업 진행 과정에 있어 많은 부분에서 부족함을 느꼈지만 아이들과 함께했던 그 시간과 경험들이 아이들뿐 아니라 교사들에게도 정말 소중한 것이었음을 느끼게 되었다.
사실 고백하자면, 도서관 협력수업에 대한 적잖은 부담을 분명 가지고 있었다. 노련한 사서교사의 모습으로 완벽한 도서관 협력수업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앞서다 보니 그만큼의 실력을 갖추지 못한 나로서는 결국 그것이 두려움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게다가 체험활동까지 연계한 도서관 협력수업이라니…. 하지만 옆에서 함께하겠다고 뜻을 모아 주는 선생님들의 모습에서, 새로운 것에 대한 아이들의 반짝거리는 눈을 통해서, 행복한 표정으로 기행문을 쓰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나의 망설임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어제 우연히 퇴근길을 함께 하게 된 한 부장님께서 나에게 이런 말씀을 해 주셨다. “사서교사 정말 적죠? 그만큼 희소성이 있다는 것이고 그 희소성이 바로 선생님이 가지고 있는 높은 가치에요.” 나의 가치는 사서교사라는 자리 자체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님을 안다. 그것은 결국 내가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최고의 사서교사이기보다 어느 상황에서든 최선을 다하는 사서교사가 되고자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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