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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뚱딴지 선생님의 그림책 수업]평화를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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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5-07-14 11:37 조회 11,393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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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딴지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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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에 대한 그림책을 읽고 아이들과 함께할 만한 활동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평화가 의외로 어렵습니다. 일단 책으로 아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켜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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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작가 아라이 료지의 그림책 『『아침에 창문을 열면』』에는 평화로워 보이는 장면들이 계속 나옵니다. 아이가 아침 일찍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맞으며 창문을 활짝 열었을 때 보이는 풍경들이 실려 있어요. 산 속, 도시, 바다 등등 아름답고 ‘평화로운’ 광경입니다. 그런데 아이의 집 안이나 생활 혹은 바깥 풍경 속의 사람들에게로 더 깊이 들어가지는 않습니다. 가장 가깝게 표현한 것이 아이가 열게 될 창문에 쳐진 커튼 정도지요. 햇살 때문인지 원단의 색이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커튼은 오색찬란하게 보입니다. 그런 장면들에서 진정 평화를 느낄 수 있는 아이들은 얼마나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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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이야기하는 그림책들은 아주 많지요. 그런데 읽다 보면 좀 답답해집니다. 싸움을 멈춘 상태, 싸움이 사라진 상황을 평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모두가 사이좋은 상태는 가능한 것인가 계속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 ‘평화’라는 말입니다. 모든 아이들이 자기 상황에 적절한 만족을 느끼는 순간이란 과연 가능할 것인지도 궁금해집니다. 이렇게 이야기하고 보니 싸운 아이들에게 무조건 화해하고 악수하라며 손을 잡게 한 일이 생각납니다. 그렇게 억지로 손잡은 아이들에게 “불만 없지?”라고 말하는 순간, 아이들에게서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던 걸로 기억합니다. 으으으… 이 달에 읽을 책들을 고르다 제 맘의 평화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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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에 대한 감각
평화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연령별로 공감 가능한 상황은 다 다를 것 같습니다. 우선은 평화에 대한 감각이 필요하겠지요. 자신의 처지가 편견 없이 수용된 약자이거나 충분히 배려 받은 아이들 마음 등에서 평화로운 상태를 공감할 수 있을 듯합니다. 적용할 수 있는 그림책 세 권을 골라보았어요. 『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 『부루퉁한 스핑키』, 『나무집』입니다.
 

『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의 주인공 보르카는 날 때부터 깃털이 없었다는 점에서 어쩌면 영원히 극복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약점을 지닌 상태입니다. 날지를 못하니 노상 혼자 남게 됩니다. 하지만 그런 약점에 관계없이 보르카를 대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들은 보르카가 다른 기러기들과는 다르다는 점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는 이들을 만나면서 보르카도 문제로 생각되었던 부분에 대한 고민은 사라지지요. 독자들도 마찬가지로 어느새 보르카의 약점은 잊고 이야기를 따라가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보르카는 큐가든의 친구들과 평화롭게 살아갈 것입니다.
 

약점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극복하거나 인정받는 과정에서 사라지기도 하고 별 문제가 아닌 것이 되기도 하지요. 보르카에게 우리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많이 힘들었겠구나.’라는 인정과 공감일 것입니다. 그래서 저학년 아이들과 간단한 활동인 ‘보르카에게 멋진 옷을!’로 마무리했습니다. 아이들 각자가 생각하는 깃털 옷을 보르카에게 그려 주는 것입니다. 적은 인원이라면 왜 그렇게 그렸는지 발표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중학년 이상은 아이들 각자 가진 약점을 이야기해 보고 어떻게 극복하면 좋을지 자유토론으로 마무리하는 것도 좋습니다. 자기 약점을 발표하기 힘든 상황이라면 각자 쪽지에 자신의 약점을 쓰고 잘 접어 바구니에 모으고, 다시 무작위로 가져가서 그 약점을 가진 친구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을 쓰는 활동을 할 수도 있어요. 이때 이름은 쓰지 말아야 합니다. 발표는 몇몇 아이들에게 하도록 하고, 교사가 쪽지를 읽어 주는 것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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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부루퉁한 스핑키』를 읽고 놀리거나 무시하는 방식으로 배려 받지 못한 스핑키가 왜 화가 났고 또 어떻게 풀어졌는지 함께 알아봅니다. 가족들은 각기 다른 방법으로 스핑키를 화나게 합니다. 어떤 경우는 스핑키가 화를 내는 이유를 잘 모르기도 하지요. 하지만 결국 가족들이 하나둘 스핑키의 마음을 알게 되고 스핑키도 마음을 풀게 됩니다. 자신을 배려하는 가족들의 모습은 스핑키에게도 가족들에게도 평화롭고 행복한 상태를 만들어 주지요. 스핑키의 이야기를 함께 읽고 비슷한 상황을 겪은 아이들의 경험을 들어주는 것으로도 한 시간이 모자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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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명이 있다면 만 가지 평화가 존재하므로 평화의 각기 다른 형태에 관한 토론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럴 때는 앞서 제시된 책들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평화의 시작은 개인의 문제가 하나씩 해결되는 과정이라는 것을 전제로 하고 말입니다.
글이 없는 그림책 『나무집』은 천천히, 꼭 천천히 보아야 해요. 이 책은 그림을 잘 읽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아이들과 책장을 넘기며 그림을 살펴보고 설명도 곁들여 줍니다. 저의 경우, 그러는 동안 아이들 몇몇이 ‘왠지 평화롭다’란 말을 하기 시작했어요. 2학년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물론 구성원의 성향에 따라 편차가 있긴 하지요. 어떤 아이들은 동물들이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질문을 하기도 했어요. 고래를 타고 온 북극곰이 나무에서 생활하는 동안 어느새 물은 다 말라 버립니다. 북극 빙하와 빙하 사이를 헤엄쳐 다니는 북극곰이 고래 등을 타고 다니는 까닭은 무엇인지, 바닷물은 왜 다 말라버렸는지, 동물들은 마지막에 어디로 가게 되었을지 등등의 내용을 아이들과 질문을 주고받으며 이야기합니다. 활동으로 책 속 네 장면으로 ‘한 장 책 만들기’를 해 보았어요. 아이들은 나름대로 이야기를 지어내는데 아이들 글의 대부분이 평화에 대한 결말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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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의 시작과 끝
싸움의 반대가 평화가 아니듯이 평화의 반대도 싸움이나 전쟁은 아닙니다. 그렇더라도 살면서 적절한 싸움, 다툼, 투쟁들을 하지 않고 살기란 힘든 일이지요. 그런 과정을 통해 평화의 소중함을 알게 되기도 하니까요. 극히 사소한 문제에서 출발하게 되는 싸움이 어느 정도까지 가게 되는지 보여 주는 책들이 있어요. 다비드 칼리가 글을 쓰고 세르주 블로크가 그린 『싸움에 관한 위대한 책』과 니콜라이 포포프의 『왜?』가 그렇지요.

이 책들은 저학년보다는 중학년 이상의 아이들이 좋아합니다. 『싸움에 관한 위대한 책』은 책을 많이 읽는 2학년 아이들부터 무난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책입니다. 이 책의 경우 결말 부분이 조금 아쉽기는 해요. 싸움이 끝나면 무엇을 얻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페이지와 그 이후가 생략되었다면 더 좋았을 뻔 했습니다. 그 부분은 독자들이 생각하고 판단함으로써 정리될 수 있도록 했다면 더할 나위 없었을 거예요. 읽고 난 후 할 이야기도 더 많아졌을 것입니다.

『싸움에 관한 위대한 책』은 교실, 학교에서 일어날 법한 상황들이라 아이들의 공감이 큰 책이에요. 특히 4학년 남자 아이들이 열광했어요. 아이들 입장에서는 누구라도 그릴 수 있을 것 같은 그림이 주는 친근함도 한몫했고요. 책을 읽은 후 이야기를 나누기에도 좋습니다. 없었다면 더 좋았을 뒷부분을 활용했어요. 아이들에게 싸움이 끝난 뒤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300자 정도로 에세이를 쓰도록 하는 것입니다. 책에서 이미 말한 내용을 기억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나름대로 자기 생각을 정리하게 하세요. 그런 다음 발표를 해도 좋고 책의 그 부분을 함께 읽는 것도 좋아요. 제 경우에는 기대보다 효과가 좋았어요. 당연한 말이지만 고학년으로 갈수록 제법 진지한 답을 들을 수가 있었습니다.

『왜?』는 사소한 일에서 시작되는 싸움이 큰 전쟁으로 번지고 결국 폐허만 남기게 된다는 교훈을 주는 책이지요. 글 없는 그림책인데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이야기 전달이 가능하므로 저학년도 잘 읽어낼 수 있습니다. 꼼꼼히 그림을 읽을 수 있도록 교사가 그림의 몇 가지 요소들을 짚어 주는 것도 좋습니다. 이 책은 장면을 복사해서 글을 넣게 하는 것이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에 좋습니다. 모둠을 나누어 한 모둠이 책 한 권을 완성할 수 있게 합니다.

그 밖에 전쟁과 평화를 다루는 책들은 많은데요, 개념정리를 해 주고자 한다면 토드 파의 『평화는요,』가 적당합니다. 전쟁에 관한한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제작된 평화그림책도 있습니다.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의 작가들이 함께 기획해 만든 사계절출판사의 ‘평화그림책’ 시리즈는 여덟 권이 나와 있어요. 역사 교과에 맞춰 읽기 좋은 그림책들입니다. 그중 『꽃할머니』는 작가의 작업과정을 다룬 다큐영화도 나와 있어요. 초등 고학년 이상 청소년들과 함께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토론하기에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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