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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평등이 평범해지기 위한 수업] 모두 다 가족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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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4-05-02 11:20 조회 802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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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다 가족이 

다양한 가족의 모양을 읽고 논하며 그리는 연습


주해선, 정승연, 김소연, 박다솜 예민한 도서관



황지영 작가의 단편 동화집 『감추고 싶은 폴더』는 다섯 편의 이야기를 통해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 디지털 성폭력, 환경 문제 같은 다양한 사회 문제를 어린이의 시선으로 담고 있다. 짧고 강렬한 다섯 편은 몰입감이 크고 다양한 주제를 다뤄 학생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를 선정해 일부만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동화집의 첫 번째 이야기인 「행복한 가족사진 대회」를 읽고 진행한 수업을 소개한다. 「행복한 가족사진 대회」의 주인공 지율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는 매년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행복한 가족사진 대회’가 열린다. 지율이네 집에는 지율이와 엄마 그리고 반려동물 꼬순이가 함께 산다. 누구보다 행복한 가족이지만 대회에 참가해 보는 건 어떠냐는 친구 푸른이의 말에 지율이는 대답하지 않는다. 사실 이 대회는 과거 지율이에게 잊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 줬기 때문이다. 엄마, 아빠, 아이 두 명이 나온 사진들 사이에 다른 모습의 가족사진은 지율이네뿐이다. 지율이는 생각한다. 우리 가족은 이상한 걸까? 우리 가족은 행복하지 않은 걸까?



가족의 형태에 대한 편견 찾기: 신호등 토론


지율이가 느낀 것처럼, 현실 속 몇몇 학생들도 매년 개최되는 행복한 가족사진 대회 같은 행사가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누군가에게는 기쁨을, 누군가에게는 슬픔을 주는 이 대회를 지속하는 게 맞을까? 이를 주제로 어린이들과 다양한 생각을 나누기 위해 신호등 토론을 했다. 신호등 토론은 신호등 색깔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이 큰 특징이다. 찬성은 초록색, 반대는 빨간색, 중립은 노란색으로 표현한다. 색깔을 사용하여 의견을 표현하기에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고, 전체 학생의 의견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학생들에게 “행복한 가족사진 대회는 지속되어야 한다.”라는 토론 주제를 제시하고, 활동지에 그려진 신호등에 자신의 의견을 나타내는 색깔을 골라 칠하도록 했다. 그리고 신호등 아래에 자신의 의견에 대한 근거를 적게 했다. 학급 전체 학생의 의견을 모으기 위해 빨강, 초록, 노랑 세 가지 색깔의 허니 컴보드에 의견을 간추려 적게 해 색깔별로 칠판에 붙였다. 이후 찬성, 반대, 중립 입장을 돌아가며 발표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나눴다. 어린이들은 다른 친구의 의견을 듣고 나서 반대에서 중립으로, 반대에서 찬성으로 등 입장을 바꾸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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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행복한 가족사진 대회을 어떻게 생각할까? 먼저 반대 측 학생들은 더 이상 상처받는 학생들이 생기지 않도록 이 대회가 없어져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가족은 그 형태도 분위기도 다 다르다. 그렇기에 행복한 가족사진 대회는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학교 행사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중립 측 학생들은 이 대회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쪽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쪽의 입장을 모두 고려했다. 대회명, 포스터 내용, 심사 기준 등 행복한 가족사진 대회 속에 숨은 여러 편견을 제거한다면 이 행사를 지속해도 좋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찬성 측 학생들은 대회 참여를 통해 가족과 행복한 추억을 쌓아 가족의 분위기가 더 좋아질 거라고 말했다. 사실 독서 후에 학생들의 입장을 물어봤기에 책이 전하는 메세지를 고려하여 찬성을 고른 학생은 극히 일부였다. 책을 읽기 전에 이 대회에 대한 의견을 묻고, 읽고 나서 다시 이야기를 나눠 본다면 더욱 풍부한 수업을 만들 수 있겠다. 토론이 끝난 뒤, 한 학생은 지율이와 푸른이의 이야기를 통해 ‘행복한 가족사진 대회’처럼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번 활동에서 교사로서 특히 좋았던 점은 학생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만나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일에서 문제점을 발견했을 때,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의견을 나누면서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하는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학생들의 생각이 모여 모든 가족이 존중받는 세상으로 한 걸음 나아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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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형태의 가족 상상하기: 나는야 가족 조립가


신호등 토론 후, 학생들에게 “가족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어떤 학생은 가족은 서로의 울타리가 되어주는 존재, 또 다른 학생은 가족을 힘든 일이 있을 때 의지할 수 있는 버팀목 같은 존재라고 이야기했다. 가족의 역할을 다한다면 형태가 어떠하든 모두 가족 아닐까? 각기 다른 조각을 조립해서 만든 레고 작품처럼 말이다. 그런 의미로 학생들과 ‘가족 조립가’가 되어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만들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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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주사위를 굴려 만든 가족은 구성원의 수도 그 형태도 모두 달랐다. 예상하지 못했던 가족의 형태가 나와 당황하는 학생도 즐거워하는 학생도 있었다. 뽀로로가 혼자 사는 집, 야구를 좋아하는 엄마와 아들이 둘이 사는 집, 쌍둥이 형제와 할머니가 사는 집 등 학생들은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만들었다. 한 학생은 다섯 할아버지가 함께 사는 집을 상상했는데 청소, 요리 같은 집안일을 분담하는 가족 구성원들의 모습을 표현하여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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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으로 가족의 지평 넓히기


학생들이 만든 가족을 보며 가족의 형태는 참으로 다채롭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초등학교 3학년 사회 교과서에는 조손 가족, 입양 가족, 다문화 가족 등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제시되어 있다. 교사는 이렇게 다양한 모습을 가진 가족이 있으므로 가족의 형태에 대한 편견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학생들에게 알려 준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조립한 모든 가족을 교과서에 나온 이름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학생들과 활동을 통해 직접 확인한 것처럼, 이 세상에는 교과서에 제시된 이름으로 정의할 수 없는 수많은 가족이 존재한다. 사람들은 흔히 정상 가족이라고 불리는 가족의 형태를 갖고 있지 않으면 자라면서 결핍이 있을 거라고 추측하곤 한다. 하지만 학생들이 만든 가족들이 서로를 사랑하고 각자의 역할을 다하며 가정을 꾸려가는 것을 보며 그 인식이 잘못됐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해외에는 이와 비슷한 활동으로 구성된 보드게임이 있다. 대만성평등교육협회에서 개발한 ‘가정놀이(https://store.tgeea.org.tw/homeplayen)’는 초등학생 대상 성평등 교육을 시행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어린이들이 놀이를 통해 다양한 가정의 차이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가정놀이’의 기본 개념은 카드를 활용하여 가정을 구성하는 것으로 놀이 방법은 다음과 같다. 째, 어린이가 집 카드를 한 장 뽑아 방을 만든다. 둘째, 주사위를 굴려 나온 수만큼 인물 카드를 뽑고 가족 구성원을 만든다. 이 인물 카드는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되어 있다. 셋째, 생활 카드를 뽑고 자신이 만든 가족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이야기를 완성하면 점수를 획득한다. 이러한 여러 가지 활동을 활용하여 어린이들과 함께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길러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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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다양성 존중하기: 노랫말 바꾸기


이 수업의 최종 목표는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가족을 존중하는 태도를 지니는 것이다. 학생들은 앞선 활동을 통해 가족의 형태가 다양하다는 사실을 이해했다. 마무리 활동으로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존중하자는 메시지를 담은 작품을 만들어 보았다. 수업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은 공익광고 만들기, 동시 짓기, 노랫말 바꾸기, 그림 그리기, 역할극 대본 쓰기, 만화 그리기, 기사 쓰기 등 여러 가지가 있다. 학생들 스스로 원하는 방법을 선택해도 좋고, 학년·학급의 특성을 고려하여 한두 가지 방법을 제시하는 것도 좋다. 노래를 듣고 부르는 걸 좋아하는 4학년 학생들과 노랫말 바꾸기를 해 보았는데, 학생들에게 익숙하면서도 노랫말을 바꾸기 쉬운 동요를 미리 선정하여 제시했다. 선정한 노래는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와 <모두 다 꽃이야> 두 곡이다. 학생들은 두 곡 중 하나를 선택하여, 혼자 또는 친구와 함께 노랫말을 바꾸었다. 노랫말을 바꾸기 전에 가족 다양성을 주제로 한 공익광고 몇 편을 함께 시청한다면 학생들이 좀더 풍부하게 가사를 짓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럼, 학생들이 만든 노랫말을 함께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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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노래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는 초등학생이 쓴 동시로 만든 동요로, ‘모든 꽃이 제각각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듯이, 모든 사람도 한 명 한 명 아름답고 소중한 존재’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많은 학생이 꽃을 가족으로 바꾸어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이야기했는데, <존중받지 않을 가족 없다>라는 제목으로 노랫말을 지은 학생의 작품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두 번째 노래는 국악 동요 <모두 다 꽃이야>로 어디에서 피어나든 어떻게 피어나든 모두 다 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모두 다 가족이야>라는 제목을 새로이 붙인 아이들은 가족의 형태와 모습이 어떠하든 모두 다 가족이라는 노랫말을 만들기도 했다. 학생들은 원곡의 내용을 살려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나열하는 경우가 많았고, 편견이나 존중 같은 낱말을 넣어서 우리가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표현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스스로 만든 노래를 연습하고 앞에 나와서 불러 보며 활동을 마무리했다. 어린이들이 한 글자씩 써 내려간 노랫말처럼 모든 가족이 차별받지 않고 소외되지 않는 세상이 한 걸음씩 다가오길 기대한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우리 교실에서도 서로 다른 가족의 모습을 가진 다양한 학생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일부터는 엄마 아빠 혹은 학부모라는 말 대신 보호자라는 말로 우리만의 선택지를 늘려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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