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책들]잠깐 애덤 스미스 씨,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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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7-03-03 11:13 조회 4,552회 댓글 0건본문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집필할 당시 푸줏간 주인, 빵집 주인, 양조장 주인이 일하러 가기 위해서는 그들의 부인, 어머니, 혹은 누이들이 하루 종일 아이들을 돌보고, 청소하고, 음식을 만들고, 빨래하고, 눈물을 훔치고, 이웃과 실랑이를 해야 했다.”(31쪽)
전국의 어머니들이 입이 닳도록 하는 말이 있다. “눈뜨자마자 온종일 쓸고 닦아도 집안일은 티도 안 나.” 주류 경제학은 늘 소외를 전제로 한다. 가치 있는 것과 가치 없는 것을 구분하고 선택된 가치는 잉여를 발생시킨다. 이러한 경제학의 논리는 어머니의 노동, 즉 여성의 가사 노동을 모든 경제 활동에서 소외시켜 왔다. 이 책은 ‘보이지 않는 손’은 맹신하면서 저녁상을 차려 주는 어머니의 손은 못 본 척하는 경제학의 편리성을 무너뜨리고 주류 경제학을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꼬집는다. 가사 노동의 지난함을 토로하는 책이 아니라 경제학의 허술함을 조목조목 따진다. 사례와 비유를 들어 이해하기 쉽게 한 ‘사이다’ 책이다. 염경원 <기획회의> 편집자
어쩌면 민주주의를 제대로 이해하는 방법은, 민주주의의 가치가 훼손된 순간을 마주하는 것인지 모른다. 이 책은 지금 우리의 학교 민주주의를 통해 민주주의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학교에서 종교, 보충수업, 침묵, 순응 등을 강요당한 학생들과 부당한 인사 문제 제기, 세월호 참사에 대한 계기교육, 체벌 거부 선언 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교사들의 경험을 생생하게 담았다. 나아가 학교에 ‘없는’ 민주주의를 ‘있게’ 만들기 위해 실천한 도전과 그 좌절도 담았다. 격월간지 <오늘의 교육>에 실렸던 학생과 교사의 글 16편을 모아서 엮은 것으로, 필자들이 직접 경험한 학교 현장의 긴장감과 현실의 벽이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읽다 보면 누구나 학교를 다니면서 겪거나 들어봤을 법한 씁쓸한 현실을 접하게 된다. 그 순간을 당연하게 여기거나, 적당히 넘어가려 하지 않은 필자들의 날 선 의식과 치열한 저항이 학교 안팎의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만들 것이다. 서정원 학교도서관저널 편집팀
답답한 일상을 탈출하고 싶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풍경이 바다이다. 빌딩숲에서 갇혀 지내다가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이는 기분을 느낀다. 반대로 바다가 일상인 사람들은 바다를 어떻게 바라볼까. 『오늘의 바당』은 제주도 세화바다에서 살고 있는 중학생들이 만든 작고 얇은 바다 사진집이다. 이 아이들에게 바다는 살아가는 터전이다. 맑은 날에도 흐린 날에도, 파도가 세차거나 잔잔하거나, 사람들이 북적이는 시간에도 텅 빈 시간에도 매일매일 바다와 함께한다. 바다 사진마다 짧은 글들이 함께 있는데 누군가는 바다가 포근할 때도 있고 차갑게 느껴질 때도 있다고 하고 누군가는 바다가 내 것 같다가도 내 것 같지 않다고도 한다. 세화바다는 나의 집, 나의 학교, 나의 부모님, 나의 친구라고 말하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제주 바다가 여행지가 아닌 사람들이 살아가는 따뜻한 마을로 먼저 다가온다. 이보람 헬로인디북스 책방지기
여러 번 읽어도 그때마다 좋은 이야기들이 있다. 여백이 있으면서도 섬세한 모양을 지니고 있어 다양한 입장으로 읽히는 이야기. 마녀와 까마귀가 그렇다. 오래 앓고 난 마녀의 곁에 딱붙어 떨어지려 하지 않는 까마귀라는 아이가 있다. 피로 이어지지 않았어도 서로에게 위안이 되어 주는 가족이다. 어느 날 마녀를 깜박 잃어버려 황망하고 서러운 까마귀 곁에 누군가 살금살금 다가온다. 누구일까? 아름다운 흑백의 연필 세밀화, 영화처럼 감각적인 컷 분할은 별다른 대사 없이도 때로는 산책하듯, 때로는 달려가듯 감정선을 조절해 주며 책장을 소중히 넘기게 한다. 나에게는 사소한 무언가가 누군가에게는 큰 우주가 되어줄 수도 있다는 관계성. 무엇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유실되었을 때의 서러움, 그리고 되찾았을 때의 커다란 안도감과 사랑. 내 곁에서 나를 사랑해 주는 예쁜 얼굴들을 찬찬히 떠올리며 고마움을 누릴 수 있는 책이다. 북극서점 순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