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새책 남쪽 나라의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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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04 18:11 조회 7,979회 댓글 0건본문
“우리는 남쪽으루 갈꺼다.”
삶과 죽음이 같은 비율로 있던 북한 생활을 정리하자며 명철이가 동생 명우에게 한 말이다. 명우 식구에게 남쪽은 무엇일까? 남쪽은 굶주림이 아닌 배부름이며 어둠을 걷어가는 빛이다. 병들어 죽어가는 사람을 살려줄 믿음직스러운 곳이다. 그렇기에 목숨을 걸고 남쪽으로 왔다. 명철, 명우 형제가 목숨 걸고 찾아온 남한에서 희망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북에서 살기 힘들어 목숨 걸고 넘어온 땅 남쪽은 살기 좋은가? 아니다. 엄마와 누나를 남겨 놓으면서까지 내려온 이곳 남한이지만 여기에서도 ‘배고파서 죽겠다’와는 또 다른 ‘죽겠다’가 곳곳에 널려 있다.
점심시간은 고역이었다. 아이들은 점심시간 내내 명우가 어떻게 밥을 먹나 흘긋거렸다. 굶어 죽을 뻔했던 불쌍한 북한 아이가 밥을 넘기는 장면이 이 아이들에게는 재미있는 볼거리일 것이다. 명우는 모욕감에 얼굴이 붉어졌다. 혼자라는 사실이, 너무나 다른 세계에 외따로 있다는 사실이, 차라리 굶어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자신이 가소롭다고 느끼면서도 밸이 꼴리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40쪽
굶주려 죽는 것만큼이나 큰 고통이 기다리고 있다. 남한에 내려오면 어느 정도 어려움이야 있으려니 했건만 생각보다 견디기 너무 힘들다. 학교에서는 아이들과 하나가 되지 못하고 겉돌고, 영어를 비롯해 공부는 어찌해야 할지 깜깜하고. 게다가 중국에 있는 누나를 데려오려고 애써 먹을 것 줄여가며 모아둔 돈을 등쳐먹는 세화라는 여인까지. 생각보다 많은 ‘죽겠다’가 널려 있다. 아들 다친 것에는 별 관심 없고 치료비에만 마음 쓰는 동진이 아버지처럼 돈을 모든 것의 중심에 놓고 사는 남한 사람들도 그렇고.
남북한의 차이점을 드러내는 게 목적인 그런 책은 아니다. 은근히든 아니면 드러내 놓고든 북한을 까 내리면서 ‘봐라! 남한은 이렇게 살기 좋잖아. 사람들 인심도 넉넉하고.’라며 큰소리치지는 않는다. 그 예로 이야기를 막 시작하는 부분을 보면 형보다 늦게 남한에 들어온 명우가 탈북자 연수원인 하나원의 교육과정을 마무리하고 형과 함께 살 동네에 들어서면서 한 이야기를 들어볼까?
형의 집은 골목이 끝난 듯 보이는 곳에서 다시 비탈길로 이어졌다. 울퉁불퉁 고르지 않은 길을 한동안 올라가니 서울 시내가 한눈에 다 보였다. 그곳에는 집들이 다닥다닥 이어져 있었고 그 집 중 하나가 형이 사는 집이라 했다. 집으로 들어서며 명우는 속으로 놀랐다. ‘남조선에두 이런 초라한 집이 있다니. 다 번듯 하구 좋은 줄만 알았는데… ….’ -16쪽
처음부터 이렇게 나온다. 목숨 걸고 내려온 명우를 맞이한 건 산동네 허름한 집이다. ‘남조선에두 이런 집이 있다니.’라는 놀라움은 남조선의 또 다른 진실을 깨닫는 출발점이다. 그러면서도 고기를 사 먹을 수 있고 굶지 않는 다는 것에 감동하지만.
남쪽 세상의 빛과 그림자가 섞여가며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흘러간다. 남과 북이라는 차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남이든 북이든 상관없이 빛과 그림자가 함께 가는 게 세상살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다. 이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사람 사는 세상은 남이나 북이나 별 차이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바로 이 자연스러움, 다시 말하면 딱딱하고 부담스러운 남북한 문제를 다루면서도 자연스럽게 풀어가면서 뭔가 던져 주는 게 이 책의 높이 살 점이다.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풀어주는 빛과 그림자를 몇 가지 보자. 허름한 집에 실망하면서도 고기반찬을 앞에 놓고 좋아한다. 마음껏 먹는 급식에 놀라면서 입맛에 안 맞는다고 음식을 마구 버리는 아이들 보고 실망한다. 따스한 눈길로 품어주는 비행접시 선생님과 싸늘한 말투로 상처를 툭툭 건드리며 아프게 하는 담임이 한 학교에 있다. 가진 것 베풀며 북에서 온 이들을 도와주는 김 선생과 외로운 마음을 미모로 살살 녹이다 목숨 같은 돈 들고 내뺀 세화라는 여인이 그렇다.
‘삶과 죽음이 같은 비율’인 북쪽 땅 끝에서 굶주림을 해결하려 내려온 형제는 이제 희망을 찾으러 해남에 있는 ‘땅끝마을’로 내려간다. 배고픈 고통에 맞먹는 모멸감, ‘나는 이 사람들과 다른 탈북자’라는 외로움에 견디기 힘들어하면서 살아가다 보면 남한에서도 희망을 찾으려면 북쪽과 다른 또 다른 남쪽 ‘땅끝마을’까지 가야 한다. 남한이나 북한이나 큰 벽에 부닥쳐야, 낭떠러지까지 내 몰려야만 세상살이라는 거친 물결을 헤치고 나갈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걸보여준다. 북쪽 ‘땅 끝’에서 내려와 또 남쪽 ‘땅 끝’으로 간다.
이 책이 갖고 있는 아쉬움이라고 할까 티끌을 찾아보자. 책 표지를 보면 이야기 내용과 맞지 않게 제목도 그림도 밝다. 앞표지 그림은 영어 교과 선생님인 알렉스와 핼러윈 데이를 주제로 펼쳐지는 영어 수업 모습이다. 이 그림만으로는 명철이와 명우가 겪는 어려움이 떠오르지 않는다. 굶주림에서 벗어나려 목숨 걸고 내려온 남한에서 조차 희망을 찾으려면 땅 끝까지 가야하는 심각함이 떠오르지 않는다. 어둠 속에서도 빛을 봐야 한다는 그런 마음에서 표지를 이렇게 잡은 걸까?
남한을 휩쓸고 있는 영어 바람을 잘 헤쳐 나가도록 도와주려는 비행접시 선생님과 알렉스영어 선생님을 막고 나서는 담임과 교장선생님 모습은 학교 현실과 잘 맞지 않는다. 공부하려는 아이, 더구나 북에서 내려와 부모도 없이 형과 둘이 지내는 명우가 방과 후에 개인지도 하는 걸 막는 그런 교사가 있다는 건 무리한 설정이다.
남쪽 사회의 빛과 그림자를 자연스럽게 섞어가며 풀어가는 것은 참 귀하고 좋건만 북쪽 이야기를 풀어낼 때만은 빛이 드러나 보이지 않는다. 사람 사는 세상은 거기가 어디 건 상관없이 늘 빛과 그림자가 있기 마련이건만 명우 형제가 살다 내려온 북한이 갖고 있는 빛이 안 보이는 게 걸린다. 더구나 이 책은 우리 아이들이 읽으며 함께 미래를 열어가야 할 운명공동체인 북한 이야기이기에 더욱 그렇다. 이런 몇 가지 티끌이 있지만 그것은 그야말로 티끌이다. 북에서 내려온 명철, 명우 형제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읽으며 가슴 찡한 감동과 함께 남한에 사는 우리 모습을 되돌아보고 진정한 통일은 무엇일까 고민하게 하는 책이다.
삶과 죽음이 같은 비율로 있던 북한 생활을 정리하자며 명철이가 동생 명우에게 한 말이다. 명우 식구에게 남쪽은 무엇일까? 남쪽은 굶주림이 아닌 배부름이며 어둠을 걷어가는 빛이다. 병들어 죽어가는 사람을 살려줄 믿음직스러운 곳이다. 그렇기에 목숨을 걸고 남쪽으로 왔다. 명철, 명우 형제가 목숨 걸고 찾아온 남한에서 희망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북에서 살기 힘들어 목숨 걸고 넘어온 땅 남쪽은 살기 좋은가? 아니다. 엄마와 누나를 남겨 놓으면서까지 내려온 이곳 남한이지만 여기에서도 ‘배고파서 죽겠다’와는 또 다른 ‘죽겠다’가 곳곳에 널려 있다.
점심시간은 고역이었다. 아이들은 점심시간 내내 명우가 어떻게 밥을 먹나 흘긋거렸다. 굶어 죽을 뻔했던 불쌍한 북한 아이가 밥을 넘기는 장면이 이 아이들에게는 재미있는 볼거리일 것이다. 명우는 모욕감에 얼굴이 붉어졌다. 혼자라는 사실이, 너무나 다른 세계에 외따로 있다는 사실이, 차라리 굶어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자신이 가소롭다고 느끼면서도 밸이 꼴리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40쪽
굶주려 죽는 것만큼이나 큰 고통이 기다리고 있다. 남한에 내려오면 어느 정도 어려움이야 있으려니 했건만 생각보다 견디기 너무 힘들다. 학교에서는 아이들과 하나가 되지 못하고 겉돌고, 영어를 비롯해 공부는 어찌해야 할지 깜깜하고. 게다가 중국에 있는 누나를 데려오려고 애써 먹을 것 줄여가며 모아둔 돈을 등쳐먹는 세화라는 여인까지. 생각보다 많은 ‘죽겠다’가 널려 있다. 아들 다친 것에는 별 관심 없고 치료비에만 마음 쓰는 동진이 아버지처럼 돈을 모든 것의 중심에 놓고 사는 남한 사람들도 그렇고.
남북한의 차이점을 드러내는 게 목적인 그런 책은 아니다. 은근히든 아니면 드러내 놓고든 북한을 까 내리면서 ‘봐라! 남한은 이렇게 살기 좋잖아. 사람들 인심도 넉넉하고.’라며 큰소리치지는 않는다. 그 예로 이야기를 막 시작하는 부분을 보면 형보다 늦게 남한에 들어온 명우가 탈북자 연수원인 하나원의 교육과정을 마무리하고 형과 함께 살 동네에 들어서면서 한 이야기를 들어볼까?
형의 집은 골목이 끝난 듯 보이는 곳에서 다시 비탈길로 이어졌다. 울퉁불퉁 고르지 않은 길을 한동안 올라가니 서울 시내가 한눈에 다 보였다. 그곳에는 집들이 다닥다닥 이어져 있었고 그 집 중 하나가 형이 사는 집이라 했다. 집으로 들어서며 명우는 속으로 놀랐다. ‘남조선에두 이런 초라한 집이 있다니. 다 번듯 하구 좋은 줄만 알았는데… ….’ -16쪽
처음부터 이렇게 나온다. 목숨 걸고 내려온 명우를 맞이한 건 산동네 허름한 집이다. ‘남조선에두 이런 집이 있다니.’라는 놀라움은 남조선의 또 다른 진실을 깨닫는 출발점이다. 그러면서도 고기를 사 먹을 수 있고 굶지 않는 다는 것에 감동하지만.
남쪽 세상의 빛과 그림자가 섞여가며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흘러간다. 남과 북이라는 차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남이든 북이든 상관없이 빛과 그림자가 함께 가는 게 세상살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다. 이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사람 사는 세상은 남이나 북이나 별 차이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바로 이 자연스러움, 다시 말하면 딱딱하고 부담스러운 남북한 문제를 다루면서도 자연스럽게 풀어가면서 뭔가 던져 주는 게 이 책의 높이 살 점이다.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풀어주는 빛과 그림자를 몇 가지 보자. 허름한 집에 실망하면서도 고기반찬을 앞에 놓고 좋아한다. 마음껏 먹는 급식에 놀라면서 입맛에 안 맞는다고 음식을 마구 버리는 아이들 보고 실망한다. 따스한 눈길로 품어주는 비행접시 선생님과 싸늘한 말투로 상처를 툭툭 건드리며 아프게 하는 담임이 한 학교에 있다. 가진 것 베풀며 북에서 온 이들을 도와주는 김 선생과 외로운 마음을 미모로 살살 녹이다 목숨 같은 돈 들고 내뺀 세화라는 여인이 그렇다.
‘삶과 죽음이 같은 비율’인 북쪽 땅 끝에서 굶주림을 해결하려 내려온 형제는 이제 희망을 찾으러 해남에 있는 ‘땅끝마을’로 내려간다. 배고픈 고통에 맞먹는 모멸감, ‘나는 이 사람들과 다른 탈북자’라는 외로움에 견디기 힘들어하면서 살아가다 보면 남한에서도 희망을 찾으려면 북쪽과 다른 또 다른 남쪽 ‘땅끝마을’까지 가야 한다. 남한이나 북한이나 큰 벽에 부닥쳐야, 낭떠러지까지 내 몰려야만 세상살이라는 거친 물결을 헤치고 나갈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걸보여준다. 북쪽 ‘땅 끝’에서 내려와 또 남쪽 ‘땅 끝’으로 간다.
이 책이 갖고 있는 아쉬움이라고 할까 티끌을 찾아보자. 책 표지를 보면 이야기 내용과 맞지 않게 제목도 그림도 밝다. 앞표지 그림은 영어 교과 선생님인 알렉스와 핼러윈 데이를 주제로 펼쳐지는 영어 수업 모습이다. 이 그림만으로는 명철이와 명우가 겪는 어려움이 떠오르지 않는다. 굶주림에서 벗어나려 목숨 걸고 내려온 남한에서 조차 희망을 찾으려면 땅 끝까지 가야하는 심각함이 떠오르지 않는다. 어둠 속에서도 빛을 봐야 한다는 그런 마음에서 표지를 이렇게 잡은 걸까?
남한을 휩쓸고 있는 영어 바람을 잘 헤쳐 나가도록 도와주려는 비행접시 선생님과 알렉스영어 선생님을 막고 나서는 담임과 교장선생님 모습은 학교 현실과 잘 맞지 않는다. 공부하려는 아이, 더구나 북에서 내려와 부모도 없이 형과 둘이 지내는 명우가 방과 후에 개인지도 하는 걸 막는 그런 교사가 있다는 건 무리한 설정이다.
남쪽 사회의 빛과 그림자를 자연스럽게 섞어가며 풀어가는 것은 참 귀하고 좋건만 북쪽 이야기를 풀어낼 때만은 빛이 드러나 보이지 않는다. 사람 사는 세상은 거기가 어디 건 상관없이 늘 빛과 그림자가 있기 마련이건만 명우 형제가 살다 내려온 북한이 갖고 있는 빛이 안 보이는 게 걸린다. 더구나 이 책은 우리 아이들이 읽으며 함께 미래를 열어가야 할 운명공동체인 북한 이야기이기에 더욱 그렇다. 이런 몇 가지 티끌이 있지만 그것은 그야말로 티끌이다. 북에서 내려온 명철, 명우 형제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읽으며 가슴 찡한 감동과 함께 남한에 사는 우리 모습을 되돌아보고 진정한 통일은 무엇일까 고민하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