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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새책 공정무역,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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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04 19:35 조회 9,51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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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교역은 불공정하다. 사실 교역에 대해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해 왔다. 사치품 교역, 식민지 플랜테이션 등 국제 무역에서 상품 가격에 비해 제대로 된 이익을 받는 생산자가 없다는 사실은 역사를 전문으로 배우고 가르치는 나에겐 당연한 내용이었다. 너무 풍년이어도 채소 값이 떨어져 애써 키운 농작물을 갈아엎어버리는 우리 농민들의 이야기나, 월드컵 기간이 되면 축구공에 대한 아동노동 착취 이야기 등을 들으면 정직한 노동에 대한 정당한 임금을 받는 것이 힘든 경제 구조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비인간적인 세상에 근본적인 구조 변화가 필요하다. 생각은 그렇게 했지만 수업 시간에 비아냥조로 떠드는 것 이외에 내가 세상을 바꾸기 위해 직접 행동을 한 것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나도 3년 전까지는 공정무역에 대해 알지 못하는 한국인 86%에 들었다. 공정무역의 기본 정신이나 의식은 어느 정도 생각해왔던 것이지만, 실제 ‘무역’을 통해 빈곤국 생산자들의 경제적 자립과 자존감 고취, 교육과 전통 문화의 유지, 문화생활과 환경 보존이 실천되어 왔다는 것을 알지 못했던 것이다. 같은 학교 선생님이 생협을 통해 구입하셨다는 동티모르 커피가 처음 접하는 공정무역 제품이었다. 그때는 커피 한 잔으로 내가 누군가를 도와준다는 우쭐한 감정에 빠져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여행을 좋아하다보니 우연히 ‘공정여행’이라는 말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커피시음의 첫 경험 이후 적극적으로 공정무역 제품을 사거나 공정여행을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저자들은 달랐다. 초반부 일본, 네팔, 영국, 인도 등에서 취재하고 인터뷰한 내용 때문에 책 전체가 다큐멘터리 제작에 대한 것이란 짐작과 달리, 저자들은 다큐멘터리 〈아름다운 거래〉 제작 이후에도 한국 사회에 공정무역을 정착시키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과 실천을 해왔다는 내용이 이어졌다. 인터넷 카페를 통한 공정무역 교육과 홍보, ‘울림’이라는 공정무역 가게를 운영, 가나, 파키스탄, 스리랑카 등 생산지 방문과 국제적인 공정무역 총회에 여러 번 참석하는 등 저자들의 열정이 대단했다. 그리고 그 4년간의 기록을 한 권의 책으로 내었다는 사실에 놀라움과 존경을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말뿐이지 실천은 없는 나와 비교되어 나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그런 한편으로 건전한 소비자 교육과 큰 공정무역 시장을 구축한 유럽 여러 사례들이 우리 사회와 비교되었다. 특히 공정무역을 지리 수업 시간에 다루며 정규 교육 시간에 쓸 교재를 개발하고 보급하거나, 대학에서부터 지역의 소상점들까지 모두 나서서 공정무역 마을로 지정되기 위해 노력하는 영국 사회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부러웠다. (과거 제국주의 시절에 대한 부채의식이라는 말이 씁쓸하게 다가오지만 말이다.) 저자가 취재를 다니면서 유럽에는 국제기구나 대기업 본사가 지방도시에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라고 지적했는데,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삼아 모든 것이 수도권에 집중된 우리 풍토와 비교해보니 그런 지방의 역동성이 작은 단위부터 실천을 가능케 하는 요소라 생각되었다.

또 한편으로 공정무역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구매력’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하게 되었다. 공정무역 소비지역의 대부분은 그동안 불공정무역을 통한 초과이윤 축적을 통해 지금과 같은 구매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또한 소비시역 내 소비자들도 대부분 노동자로서 기업과의 불공정거래에 의한 구매력(소득)을 갖게 된다.

공정무역의 규모가 더 커지려면 소비지역 내에서도 공정한 노동평가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공정무역이 빈곤국 생산자(노동자)들의 노동에 대한 공정한 임금 지급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노동가치 평가에도 큰 영향력을 주길 바라게 되었다. ‘누가 이익을 얻느냐가 문제’라는 코믹 릴리프의 조나단의 말처럼 공정무역은 인류 전체의 공정한 이윤 나누기와 관련하여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든다.

공정한 이윤 나누기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 바로 ‘연대’다. 생산자조합의 민주적인 집행부 구성과 운영 체제는 생산자들 간의 끈끈한 연대의식에서 나온다. 유럽 디자이너와 인도, 네팔의 생산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제품 생산을 위해 노력하는 것도 연대이다. 자신들이 하는 일은 시혜나 자선이 아니라는 일본과 영국, 네덜란드 활동가들의 모든 활동, 건강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생산자의 생산 행위와 공정무역 제품을 믿고 사는 소비자들의 구매 행위는 인류 연대의 지평을 확대하는 일이다. 이러한 연대가 모여 가나의 카카오 생산자 농민이 초콜릿 회사 주주가 되는 기적을 만든 것이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장편의 다큐를 시청한 느낌이었다.

세계 이곳저곳의 공정무역 풍경과 인터뷰 내용들, 그리고 인터뷰 모습을 보여주는 듯한 인물 사진들이 그런 인상을 만들어 냈다. 특히 일본 네팔리 바자로에서 판매되는 나무 도장을 파는 장인을 실제로 네팔에서 만났다든가, 인도 아그로셀 면화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영국의 고시피움이 연결되는 등의 몇몇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지면서 실제 다큐멘터리를 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주었다. 후반부에 공정무역 정착을 위해 노력하는 저자들의 노력과 그를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냉정함, 그럼에도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그려지면서 저자들의 답답함과 서운함이 함께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 만큼 생동감이 느껴졌다.

다만 중간에 장을 나누기 위해 빈 페이지를 둔 것이 보기에 좋지않고, 책의 취지와 달리 낭비라는 생각이 들어서 약간은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사진 자료가 흑백인지라 좀 더 크게 싣고, 생산지의 환경을 보여주는 사진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466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기에 이해는 가지만 몇 군데 있는 오자는 출판사에 대한 불만으로 남는다. ‘공정무역이란 아름다운 거래가 세상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한 것 같아 힘이 솟는다’ 는 저자 말에 공감하며, 값싼 동정이나 우월감이 아닌 인류에 대한 연대 의식이 충만한 생산자와 소비자를 길러내는 일에 앞장서야겠다. 다음 세대가 더 이상‘공정무역’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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