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새책 더 좋거나 더 나쁜 집은 없어요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05 18:26 조회 7,604회 댓글 0건본문
종묘에 가본 적이 있나? 종묘에 가면 저절로 몸이 작아지는 느낌이다. 수평선을 따라 일직선으로 곧게 뻗은 건물의 위엄에 눌려 절로 맘이 착해진다. 이 느낌은 건물의 크기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다. 양끝으로 올라간 지붕을 받치는 여러 기둥은 양옆으로 갈수록 점점 그 길이가 길어진다. 건물의 길이가 옆으로 길면 양끝이 아래로 처져 보이는데 이러한 착시현상을 막고 건물의 위용을 유지하는 건축기법을 적용한 것이다. 그러니까 종묘의 위용은 경험에서 나온 치밀한 계산이 만들어낸 것이다. 이런 것이 유형의 유산 속에 남겨진 또 하나의 무형 유산이다.
이 책은 유형의 우리 건축과 그 속에 담겨 오래 전달되어온 것들을 소개하였다. 마치 엉킨 실타래를 술술 풀어내듯 쉽게 잘도 풀어내고 있다. 우리 건축에 대해 쓴 어린이책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이 책의 특징이라면 전문가가 쓰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는 전문가 나름의 눈높이와 욕심이 있다. 그러다 보니 해야할 말도 많고 깊이 또한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책은 우리 건축에 막 눈뜨기 시작한 기자가 답사 과정에서 점점 빠져들어 우리 건축을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면서 썼기 때문에 독자와 같은 눈높이를 유지할 수 있다. 그래서 어떤 점이 궁금하고 어떤 것을 좀 더 쉽게 풀어야 하는지 잘 집어냈다. 특히 건축 용어는 참 낯선데, 이 책에서는 그 용어가 어떤 형태와 구조 속에서 유래되었는지 꼼꼼히 살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서술하였다.
예를 들어 자다가 봉창 두드린다는 봉창, 눈곱만 한 눈곱째기창, 하늘 높이 솟아 있는 솟을대문, 한껏 치장한 꽃담, 지붕 양쪽이 약간 솟아 있는 귀솟음지붕, 이동용 마루인 들마루, 창호를 열어서 하나로 모은 다음 들어 올리는 들어열개를 알기 쉽게 썼다. 또 임금님의 ‘똥’을 똥이라고 하지 못하고 매화라고 했던, 그래서 임금님이 사용하는 변기를 매화틀이라고 한다는 설명과 용변 보는 상황을 그려낸 일러스트 등이 어우러져 있다.
이 책은 일종의 답사기다. 그러다 보니 어린이책 치고는 글이 길다. 이 점이 오히려 마음에 든다. 보통 어린이책은 어린이들의 집중력을 이유로 짤막한 이야기들을 다양하게 늘어놓는 경우가 많으나 이 책은 세 가지 정도 문체로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며, 책 한 권이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성해 가는 흐름으로 살아 있어 아이들이 주제에 대한 맥락을 유지하면서 탐구할 수 있게 해준다.
건축물은 기호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는 기호를 풀어 그 건축물이 만들어진 자연환경과 생활 형태, 산업 형태 그리고 그 시대의 사회경제적 특성 등을 알아낸다. 건축을 통해 문화인류학적 접근이 가능한 것이다. 읍성의 필요성, 한옥의 비어 있는 너른 마당 등에 대한 설명이 이에 해당한다. 특히 부엌의 위치가 어떻게 변해 왔는지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의 변화를 짐작하게 해주는데 『우리 한옥 고고씽』(생각주머니)에서는 이를 잘 설명하고 있다.
아쉬운 부분도 있다. 우리 건축물의 지붕 크기는 지붕의 각도와 처마의 길이로 특징되는데, 처마의 깊이는 높게 떠 있는 여름의 태양과 낮게 뜨는 겨울 태양의 직사광을 막아내거나 받아들이기 위해 과학적으로 계산되어 나온 것이다. 지붕의 각도는 강수량과 관계가 깊다. 비나 눈이 많은 지역에서는 물이 떨어지는 지붕의 각도가 급하고, 적은 곳에서는 각도가 완만하다. 우리나라는 장마철 외에는 대부분 건조해 지붕의 경사가 강우량이 많은 일본이나 열대지방의 건축물보다는 완만하고 건조한 중국 북쪽지방의 건축물보다는 급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우리 건축물의 지붕이 큰 까닭을 여름의 더위와 겨울의 추위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우리 지붕의 과학적 원리를 설명하는 것은 부족하다.
마루나 온돌은 모두 유체역학의 한 정리가 적용된다. 길이 좁은 곳에서는 유체의 압력이 줄어들면서 속도가 빨라진다. 반대로 온돌의 깊은 고래처럼 따뜻해진 공기가 지나가는 길이 넓으면 공기의 속도가 느려져 따뜻한 공기가 좀 더 머물다가 지나가게 된다. 그런데 이 부분을 따뜻한 공기가 위로 올라가려고 하는 성질로만 설명한 것이 아쉽다.
온돌방의 윗목도 아랫목의 따뜻한 공기가 대류하기 때문에 그렇게 춥지 않다고 설명하면서 이왕 ‘대류’라는 용어까지 쓴바에는 온돌의 과학적 구조와 기능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했으면 어땠을까? 이왕지사 우리 건축이 담고 있는 과학적 원리를 소개하려면 좀 더 정확히 서술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 문화에 대해 올바로 이해하면서 개성 있는 정체성을 형성하며 성장할 아이들에게 우리 것에 대한 긍정과 소개는 아무리 많이 해도 지나치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우리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이라는 국수주의적 주장은 오히려 독이 된다.
“크다고 높다고 좋은 건물이라고 여기는 건 참 바보 같은 생각이에요. 뭐든지 알맞게, 그리고 사람이 살기 편하면서도 아름다운 건물 그게 가장 좋은 건축물이지요.” “더 좋거나 더 나쁜 집은 없어요. 다만 한옥이 소중한 것은 우리나라에 가장 알맞게 지어진 집들이니까요.”
이러한 저자의 건강한 생각이 책의 여러 곳에 녹아 있어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이 건강해질 것 같다.
이 책은 유형의 우리 건축과 그 속에 담겨 오래 전달되어온 것들을 소개하였다. 마치 엉킨 실타래를 술술 풀어내듯 쉽게 잘도 풀어내고 있다. 우리 건축에 대해 쓴 어린이책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이 책의 특징이라면 전문가가 쓰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는 전문가 나름의 눈높이와 욕심이 있다. 그러다 보니 해야할 말도 많고 깊이 또한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책은 우리 건축에 막 눈뜨기 시작한 기자가 답사 과정에서 점점 빠져들어 우리 건축을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면서 썼기 때문에 독자와 같은 눈높이를 유지할 수 있다. 그래서 어떤 점이 궁금하고 어떤 것을 좀 더 쉽게 풀어야 하는지 잘 집어냈다. 특히 건축 용어는 참 낯선데, 이 책에서는 그 용어가 어떤 형태와 구조 속에서 유래되었는지 꼼꼼히 살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서술하였다.
예를 들어 자다가 봉창 두드린다는 봉창, 눈곱만 한 눈곱째기창, 하늘 높이 솟아 있는 솟을대문, 한껏 치장한 꽃담, 지붕 양쪽이 약간 솟아 있는 귀솟음지붕, 이동용 마루인 들마루, 창호를 열어서 하나로 모은 다음 들어 올리는 들어열개를 알기 쉽게 썼다. 또 임금님의 ‘똥’을 똥이라고 하지 못하고 매화라고 했던, 그래서 임금님이 사용하는 변기를 매화틀이라고 한다는 설명과 용변 보는 상황을 그려낸 일러스트 등이 어우러져 있다.
이 책은 일종의 답사기다. 그러다 보니 어린이책 치고는 글이 길다. 이 점이 오히려 마음에 든다. 보통 어린이책은 어린이들의 집중력을 이유로 짤막한 이야기들을 다양하게 늘어놓는 경우가 많으나 이 책은 세 가지 정도 문체로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며, 책 한 권이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성해 가는 흐름으로 살아 있어 아이들이 주제에 대한 맥락을 유지하면서 탐구할 수 있게 해준다.
건축물은 기호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는 기호를 풀어 그 건축물이 만들어진 자연환경과 생활 형태, 산업 형태 그리고 그 시대의 사회경제적 특성 등을 알아낸다. 건축을 통해 문화인류학적 접근이 가능한 것이다. 읍성의 필요성, 한옥의 비어 있는 너른 마당 등에 대한 설명이 이에 해당한다. 특히 부엌의 위치가 어떻게 변해 왔는지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의 변화를 짐작하게 해주는데 『우리 한옥 고고씽』(생각주머니)에서는 이를 잘 설명하고 있다.
아쉬운 부분도 있다. 우리 건축물의 지붕 크기는 지붕의 각도와 처마의 길이로 특징되는데, 처마의 깊이는 높게 떠 있는 여름의 태양과 낮게 뜨는 겨울 태양의 직사광을 막아내거나 받아들이기 위해 과학적으로 계산되어 나온 것이다. 지붕의 각도는 강수량과 관계가 깊다. 비나 눈이 많은 지역에서는 물이 떨어지는 지붕의 각도가 급하고, 적은 곳에서는 각도가 완만하다. 우리나라는 장마철 외에는 대부분 건조해 지붕의 경사가 강우량이 많은 일본이나 열대지방의 건축물보다는 완만하고 건조한 중국 북쪽지방의 건축물보다는 급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우리 건축물의 지붕이 큰 까닭을 여름의 더위와 겨울의 추위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우리 지붕의 과학적 원리를 설명하는 것은 부족하다.
마루나 온돌은 모두 유체역학의 한 정리가 적용된다. 길이 좁은 곳에서는 유체의 압력이 줄어들면서 속도가 빨라진다. 반대로 온돌의 깊은 고래처럼 따뜻해진 공기가 지나가는 길이 넓으면 공기의 속도가 느려져 따뜻한 공기가 좀 더 머물다가 지나가게 된다. 그런데 이 부분을 따뜻한 공기가 위로 올라가려고 하는 성질로만 설명한 것이 아쉽다.
온돌방의 윗목도 아랫목의 따뜻한 공기가 대류하기 때문에 그렇게 춥지 않다고 설명하면서 이왕 ‘대류’라는 용어까지 쓴바에는 온돌의 과학적 구조와 기능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했으면 어땠을까? 이왕지사 우리 건축이 담고 있는 과학적 원리를 소개하려면 좀 더 정확히 서술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 문화에 대해 올바로 이해하면서 개성 있는 정체성을 형성하며 성장할 아이들에게 우리 것에 대한 긍정과 소개는 아무리 많이 해도 지나치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우리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이라는 국수주의적 주장은 오히려 독이 된다.
“크다고 높다고 좋은 건물이라고 여기는 건 참 바보 같은 생각이에요. 뭐든지 알맞게, 그리고 사람이 살기 편하면서도 아름다운 건물 그게 가장 좋은 건축물이지요.” “더 좋거나 더 나쁜 집은 없어요. 다만 한옥이 소중한 것은 우리나라에 가장 알맞게 지어진 집들이니까요.”
이러한 저자의 건강한 생각이 책의 여러 곳에 녹아 있어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이 건강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