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새책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책이 걸어온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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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05 18:17 조회 8,145회 댓글 0건본문
‘책읽기의 행복에 풍덩! 빠진 사람들’ 편을 보면 ‘세책점’ 이야기가 나온다. ‘세책점’은 조선 후기에 생긴 책가게로, 중국소설을 번역하거나 우리나라 사람이 창작한 한글소설을 베껴 필사본을 여러 권 만든 뒤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빌려주던 곳이다.
사대부 집안의 여인들은 세책 소설을 읽기 위해 비녀나 팔찌 같은 장신구를 파는 것을 물론 빚까지 내는 사람이 생겼고, 평민들은 놋그릇에 솥단지까지 맡기며 책을 빌려보았다고 한다. 이런 현상에 대해 벼슬아치들 중에는 여인들이 책을 읽기 위해 집안일을 돌보지 않으니 여인들의 소설읽기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까지 있었다고 하니 책읽기는 예나 지금이나 가장 즐거운 오락인 것이 분명하다.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쯤이었을 것이다. 책을 재미있게 읽고 있는데 엄마가 일을 시키려고 부르셨다. 농사일이 많던 우리집에서는 어린 우리들에게 맡겨지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엄마의 눈을 피할 곳을 찾다가 나는 순간적으로 장롱에 숨었고, 장롱 문틈으로 스며들어오는 빛으로 책읽기에 열중했다. 그런데 한참 후 엄마가 동네 아주머니 몇 명과 함께 하필 내가 숨어 있는 방으로 일감을 들고 들어오시는 게 아닌가? 처음에는 무척 당황했지만 물은 이미 엎질러졌고 책을 읽는 데는 문제가 되지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자 화장실에 가고 싶어졌고 마침내 참을 수 없을 만큼 급해져 급기야 하늘이 노래질 정도가 되었다. 결국 장롱 문을 박차고 화장실로 뛰어갔고 깜짝 놀라 일제히 나를 쳐다보던 동네 사람들과 엄마의 표정, 가뜩이나 부끄러움도 많이 타던 내가 장롱 문을 사이에 두고 벌였던 거의 사투에 가깝던 그 망설임의 순간이 지금까지도 손에 잡힐 듯 선명하게 다가온다.
이 책은 이렇게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책이 처음 만들어지던 때부터 현재까지 책의 역사를 훑어보았다. 종이책 한쪽이 진흙판 하나였던 시절이 있었고, 그 후 이집트 나일강가에서 흔하게 자라던 파피루스가 진흙판을 대신하게 되었다. 세계 최대의 도서관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가지고 있던 이집트 왕이 이웃 나라인 페르가몬의 왕이 자신만큼이나 책 만들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페르가몬에 파피루스 수출을 막아버리자 페르가몬의 왕은 파피루스를 대신할 재료를 찾다가 양피지를 만들게 된다. 그 뒤로는 부드럽고 질긴 양피지가 파피루스를 대체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양피지도 성경책 한 권을 만들려면 양이 200마리나 필요했다니 책 한 권을 만드는 과정이 얼마나 힘들었을 것이며 그 가격은 또 얼마나 비쌌을까? 그러다 중국 후한시대, 105년에 채륜이 종이를 발명하게 되면서 종이는 실크로드를 타고 전 세계로 퍼져나가게 된다.
책도 처음에는 두루마리 방식으로 만들었다. 그러다가 오늘날처럼 종이를 잘라서 쪽수를 매기는 방식이 개발되었고, 일일이 필사하던 것에서 목판인쇄를 거쳐 금속활자를 개발하여 사용하게 된다. 금속인쇄술이 발달하면서 책을 대량생산할 수 있게 되었고 소수가 독점하던 정보가 책을 통해 대중에게 확산되면서 시민의식이 성장하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영국을 시작으로 미국, 프랑스 등지에서 시민혁명을 일으키는 계기가 된다. 한편, 중국의 진시황은 책을 태우고 책을 쓴 학자들을 산 채로 구덩이에 묻어버린 ‘분서갱유’를 통하여, 독일의 히틀러는 베를린 광장에 수많은 사람들을 모아놓고 수만 권의 책을 불사름으로써 자기 생각에 반하는 사상이 책을 통하여 전파되는 것을 막으려고 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책의 역사’를 다룬 책답게, 마치 옛사람들이 한 권의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서 만드는 만큼이나 정성을 들여 만들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하나하나 그림을 덧붙여놓은 차례 글, 쪽마다 큼직한 그림과 사진을 함께 실어서 책장을 넘기며 그림과 제목만 보아도 내용을 대강 짐작할 수 있게 한 편집이 돋보인다. 세계 책의 역사와 함께 당시 우리나라 상황도 설명해주어 우리 조상들의 남다른 책 사랑과 한지의 우수성,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발명한 높은 과학적 성취까지 엿볼 수 있게 한다는 점이 무엇보다 눈길을 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장점이 있는데도 아쉬운 점이 있다. 이야기 하나하나가 모두 재미있고 인류 역사에서 책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가 알 수 있게 초등학교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손색없이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야기가 백화점식으로 펼쳐져있어 구심점이 약하고 흡인력이 부족하다. 독자의 욕구가 이렇게 끝을 모르니 책 한 권을 만들어내는 일이 예나 지금이나 고난의 길일 수밖에 없을 테다.
사대부 집안의 여인들은 세책 소설을 읽기 위해 비녀나 팔찌 같은 장신구를 파는 것을 물론 빚까지 내는 사람이 생겼고, 평민들은 놋그릇에 솥단지까지 맡기며 책을 빌려보았다고 한다. 이런 현상에 대해 벼슬아치들 중에는 여인들이 책을 읽기 위해 집안일을 돌보지 않으니 여인들의 소설읽기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까지 있었다고 하니 책읽기는 예나 지금이나 가장 즐거운 오락인 것이 분명하다.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쯤이었을 것이다. 책을 재미있게 읽고 있는데 엄마가 일을 시키려고 부르셨다. 농사일이 많던 우리집에서는 어린 우리들에게 맡겨지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엄마의 눈을 피할 곳을 찾다가 나는 순간적으로 장롱에 숨었고, 장롱 문틈으로 스며들어오는 빛으로 책읽기에 열중했다. 그런데 한참 후 엄마가 동네 아주머니 몇 명과 함께 하필 내가 숨어 있는 방으로 일감을 들고 들어오시는 게 아닌가? 처음에는 무척 당황했지만 물은 이미 엎질러졌고 책을 읽는 데는 문제가 되지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자 화장실에 가고 싶어졌고 마침내 참을 수 없을 만큼 급해져 급기야 하늘이 노래질 정도가 되었다. 결국 장롱 문을 박차고 화장실로 뛰어갔고 깜짝 놀라 일제히 나를 쳐다보던 동네 사람들과 엄마의 표정, 가뜩이나 부끄러움도 많이 타던 내가 장롱 문을 사이에 두고 벌였던 거의 사투에 가깝던 그 망설임의 순간이 지금까지도 손에 잡힐 듯 선명하게 다가온다.
이 책은 이렇게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책이 처음 만들어지던 때부터 현재까지 책의 역사를 훑어보았다. 종이책 한쪽이 진흙판 하나였던 시절이 있었고, 그 후 이집트 나일강가에서 흔하게 자라던 파피루스가 진흙판을 대신하게 되었다. 세계 최대의 도서관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가지고 있던 이집트 왕이 이웃 나라인 페르가몬의 왕이 자신만큼이나 책 만들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페르가몬에 파피루스 수출을 막아버리자 페르가몬의 왕은 파피루스를 대신할 재료를 찾다가 양피지를 만들게 된다. 그 뒤로는 부드럽고 질긴 양피지가 파피루스를 대체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양피지도 성경책 한 권을 만들려면 양이 200마리나 필요했다니 책 한 권을 만드는 과정이 얼마나 힘들었을 것이며 그 가격은 또 얼마나 비쌌을까? 그러다 중국 후한시대, 105년에 채륜이 종이를 발명하게 되면서 종이는 실크로드를 타고 전 세계로 퍼져나가게 된다.
책도 처음에는 두루마리 방식으로 만들었다. 그러다가 오늘날처럼 종이를 잘라서 쪽수를 매기는 방식이 개발되었고, 일일이 필사하던 것에서 목판인쇄를 거쳐 금속활자를 개발하여 사용하게 된다. 금속인쇄술이 발달하면서 책을 대량생산할 수 있게 되었고 소수가 독점하던 정보가 책을 통해 대중에게 확산되면서 시민의식이 성장하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영국을 시작으로 미국, 프랑스 등지에서 시민혁명을 일으키는 계기가 된다. 한편, 중국의 진시황은 책을 태우고 책을 쓴 학자들을 산 채로 구덩이에 묻어버린 ‘분서갱유’를 통하여, 독일의 히틀러는 베를린 광장에 수많은 사람들을 모아놓고 수만 권의 책을 불사름으로써 자기 생각에 반하는 사상이 책을 통하여 전파되는 것을 막으려고 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책의 역사’를 다룬 책답게, 마치 옛사람들이 한 권의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서 만드는 만큼이나 정성을 들여 만들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하나하나 그림을 덧붙여놓은 차례 글, 쪽마다 큼직한 그림과 사진을 함께 실어서 책장을 넘기며 그림과 제목만 보아도 내용을 대강 짐작할 수 있게 한 편집이 돋보인다. 세계 책의 역사와 함께 당시 우리나라 상황도 설명해주어 우리 조상들의 남다른 책 사랑과 한지의 우수성,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발명한 높은 과학적 성취까지 엿볼 수 있게 한다는 점이 무엇보다 눈길을 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장점이 있는데도 아쉬운 점이 있다. 이야기 하나하나가 모두 재미있고 인류 역사에서 책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가 알 수 있게 초등학교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손색없이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야기가 백화점식으로 펼쳐져있어 구심점이 약하고 흡인력이 부족하다. 독자의 욕구가 이렇게 끝을 모르니 책 한 권을 만들어내는 일이 예나 지금이나 고난의 길일 수밖에 없을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