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합니다! 사랑엔 나이가 없습니다,하여 그대를 사랑합니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05 16:55 조회 7,276회 댓글 0건본문
‘우리는 당장 죽어도 어색할것없는 나이였다’
하지만 은은한 베이지색의 책 표지엔 예상치 못하게 하얀 머리의 할아버지와 남루한 보자기를 머리에 두른 할
머니가 오토바이에 올라타 있었다. 어울리지 않는 제목과 표지. 언젠가 늙을 내 모습은 생각도 않고 노년기의
사랑이 소재라는 걸 안 순간, 책에 대한 흥미가 반감되는 느낌이었다.
책을 다 읽는 데 2시간이 걸렸다. 마른 땅에 물이 흡수되듯 순식간에 읽어 내렸다. 2권의 말미쯤부턴 의식
하지도 않았는데 눈물이 흘렀다. 그러고는 마지막 장을 이 덮지 못했다. 만화책에서 이런 감동을 얻을 수 있
다는 데 놀랐고, 단순한 그림체로 인간의 가장 섬세한감정을 두드릴 수 있다는 것에 또 놀랐다.
네 명의 노인이 나온다. 조선시대에 살 듯 가부장적
인 가장의 모습을 한 김만석 할아버지, 강원도 산골에서 이름조차 없이 살다 치기 어린 사랑으로 서울에 올
라와 인생의 온갖 굴곡을 겪은 송이뿐 할머니, 잠을 깨기 위해 커피를 물처럼 마시며 주차관리로 하루를 보
내는 생기라곤 조금도 없는 장군봉 할아버지, 수다스럽고 밝던 모습을 치매로 잃고 남편에 의지해서 살아 갈 수밖에 없는 조순이 할머니. 등장인물의 살아온 면면을 보면 삶의 끝을 앞둔 노인들의 어두운 모습 같다.
하지만 이야기꾼인 저자는 이 어두운 등장인물로 상상
할 수 없는 아름다운 사랑의 모습을 꽃피웠다. 강도영 특유의 익살스런 대사, 첫사랑을 하듯 얼굴
이 발개지는 할아버지의 모습, 사랑하는 사람을 간절히 기다리다 마침내 마주서게 되었을 때, 모든 사람이 춤을
추듯 하늘로 붕 뜨는 장면은 노인들의 사랑에서 상상할 수 없던 설렘을 느끼게 했다. 이는 젊은이의 사랑과 한
치도 다르지 않았고, 선입견이라는 게 얼마나 무섭고 또 부끄러운 것인지 느끼게 해주었다.
김만석:76세, 송씨:77세, 장군봉:79세
무뚝뚝한 성격으로 다정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병으로 먼저 아내를 앞세운 김만석 할아버지. 새롭게 다가온 사랑에 좋으면서도 먼저 보낸 아내에게 드는 미안한 감정을 작가는 하나의 대사로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그대를 사랑한다고. 아내라는 의미가 담긴 ‘당신’이라는 단어는 내 불쌍한 아내에게 주고 새로 다가온 사랑에겐 ‘그대’라는 단어를 주었다. 한 쌍의 커플이 첫사랑과도 비슷한 설렘 가득한 행복을 누리고 있을 때, 다른 한 쪽에선 슬픈 일이 일어나고 있다.
고된 하루를 보내고 들어온 자신을 무릎에 눕히고 흰머리를 뽑아주며 이야기하길 좋아했던 아내가 어느
사이에 말수가 줄어들고 마지막으로 손수 염색을 해주고는 자신만의 세상에 갇혀버렸다. 그런 아내를 위해
마지막까지 같이하길 원한 남편. 장군봉 할아버지는 하루하루 병이 깊어가는 아내의 병세를 끝까지 자식들에
게 숨긴다. 고통스럽고 외롭고 힘들지만, 자식들에게 짐을 지워주고 싶지 않고 자식들이 손가락질 받게 하고
싶지 않아 끝까지 입을 다문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끝을 알 수 없는 부모의 사랑을 느끼게 한다.
늦은 나이의 사랑, 죽음이 가까운 사랑에 서글픈 네명의 주인공은 딱 한 번 짧은 소풍을 함께 떠난다. 낡은 자동차를 타고 반짝이는 강물을 보며 서로가 있음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그러나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어 쓸쓸한 마음이 뒤엉킨 소풍. 책의 마지막 쪽, 하얗게 세어버린 머리를 빗고 먼 하늘을 바라보며 마지막으로 사랑했던 그 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나도 잘 지내고 있어요’라고 대답하는 송이뿐 할머니 옆에 그 날의 기억이 존재한다. 김만석, 송이뿐, 장군봉, 조순이가 삐뚤빼뚤쓰여 있는 돌멩이로. 그 돌멩이가 할머니에겐 인생 전체를 통틀어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어 있었다.
‘ 우리 나이에 헤어지면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노년의 사랑, 우리 나이에 헤어지면 다시 만날 수 있을까’라는 문구에서 짧은 사랑이 안타까웠다. 하지만 너
무 사랑해 치매에 걸린 아내와 함께 저승길에 서는 게 차라리 행복했던 장군봉 할아버지, 사랑하는 사람의 마
지막 소원을 들어주고는 죽는 순간 후련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웃음 지었던 김만석 할아버지 모습을 통해 어린
생각이었음을 알았다. 인생의 마지막을 행복한 마음으로 정리할 수 있는 네 명의 주인공이 부러웠고, 저 나이
때 내가 저런 부모가 될 수 있을까, 저런 사랑을 할 용기가 남아 있을까 하는 생각에 싱숭했다.
어떤 미사여구도, 고매한 표현도 없지만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의 부모님에 대한 뒤늦은 후회와 사랑의 설렘이 뒤섞인 감정은 다른 어떤 책보다 컸다고 주저않고 말할 수 있다. 때론 단순한 것이 가장 실감나게 다가올 때도 있는 법이다.
하지만 은은한 베이지색의 책 표지엔 예상치 못하게 하얀 머리의 할아버지와 남루한 보자기를 머리에 두른 할
머니가 오토바이에 올라타 있었다. 어울리지 않는 제목과 표지. 언젠가 늙을 내 모습은 생각도 않고 노년기의
사랑이 소재라는 걸 안 순간, 책에 대한 흥미가 반감되는 느낌이었다.
책을 다 읽는 데 2시간이 걸렸다. 마른 땅에 물이 흡수되듯 순식간에 읽어 내렸다. 2권의 말미쯤부턴 의식
하지도 않았는데 눈물이 흘렀다. 그러고는 마지막 장을 이 덮지 못했다. 만화책에서 이런 감동을 얻을 수 있
다는 데 놀랐고, 단순한 그림체로 인간의 가장 섬세한감정을 두드릴 수 있다는 것에 또 놀랐다.
네 명의 노인이 나온다. 조선시대에 살 듯 가부장적
인 가장의 모습을 한 김만석 할아버지, 강원도 산골에서 이름조차 없이 살다 치기 어린 사랑으로 서울에 올
라와 인생의 온갖 굴곡을 겪은 송이뿐 할머니, 잠을 깨기 위해 커피를 물처럼 마시며 주차관리로 하루를 보
내는 생기라곤 조금도 없는 장군봉 할아버지, 수다스럽고 밝던 모습을 치매로 잃고 남편에 의지해서 살아 갈 수밖에 없는 조순이 할머니. 등장인물의 살아온 면면을 보면 삶의 끝을 앞둔 노인들의 어두운 모습 같다.
하지만 이야기꾼인 저자는 이 어두운 등장인물로 상상
할 수 없는 아름다운 사랑의 모습을 꽃피웠다. 강도영 특유의 익살스런 대사, 첫사랑을 하듯 얼굴
이 발개지는 할아버지의 모습, 사랑하는 사람을 간절히 기다리다 마침내 마주서게 되었을 때, 모든 사람이 춤을
추듯 하늘로 붕 뜨는 장면은 노인들의 사랑에서 상상할 수 없던 설렘을 느끼게 했다. 이는 젊은이의 사랑과 한
치도 다르지 않았고, 선입견이라는 게 얼마나 무섭고 또 부끄러운 것인지 느끼게 해주었다.
김만석:76세, 송씨:77세, 장군봉:79세
무뚝뚝한 성격으로 다정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병으로 먼저 아내를 앞세운 김만석 할아버지. 새롭게 다가온 사랑에 좋으면서도 먼저 보낸 아내에게 드는 미안한 감정을 작가는 하나의 대사로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그대를 사랑한다고. 아내라는 의미가 담긴 ‘당신’이라는 단어는 내 불쌍한 아내에게 주고 새로 다가온 사랑에겐 ‘그대’라는 단어를 주었다. 한 쌍의 커플이 첫사랑과도 비슷한 설렘 가득한 행복을 누리고 있을 때, 다른 한 쪽에선 슬픈 일이 일어나고 있다.
고된 하루를 보내고 들어온 자신을 무릎에 눕히고 흰머리를 뽑아주며 이야기하길 좋아했던 아내가 어느
사이에 말수가 줄어들고 마지막으로 손수 염색을 해주고는 자신만의 세상에 갇혀버렸다. 그런 아내를 위해
마지막까지 같이하길 원한 남편. 장군봉 할아버지는 하루하루 병이 깊어가는 아내의 병세를 끝까지 자식들에
게 숨긴다. 고통스럽고 외롭고 힘들지만, 자식들에게 짐을 지워주고 싶지 않고 자식들이 손가락질 받게 하고
싶지 않아 끝까지 입을 다문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끝을 알 수 없는 부모의 사랑을 느끼게 한다.
늦은 나이의 사랑, 죽음이 가까운 사랑에 서글픈 네명의 주인공은 딱 한 번 짧은 소풍을 함께 떠난다. 낡은 자동차를 타고 반짝이는 강물을 보며 서로가 있음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그러나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어 쓸쓸한 마음이 뒤엉킨 소풍. 책의 마지막 쪽, 하얗게 세어버린 머리를 빗고 먼 하늘을 바라보며 마지막으로 사랑했던 그 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나도 잘 지내고 있어요’라고 대답하는 송이뿐 할머니 옆에 그 날의 기억이 존재한다. 김만석, 송이뿐, 장군봉, 조순이가 삐뚤빼뚤쓰여 있는 돌멩이로. 그 돌멩이가 할머니에겐 인생 전체를 통틀어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어 있었다.
‘ 우리 나이에 헤어지면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노년의 사랑, 우리 나이에 헤어지면 다시 만날 수 있을까’라는 문구에서 짧은 사랑이 안타까웠다. 하지만 너
무 사랑해 치매에 걸린 아내와 함께 저승길에 서는 게 차라리 행복했던 장군봉 할아버지, 사랑하는 사람의 마
지막 소원을 들어주고는 죽는 순간 후련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웃음 지었던 김만석 할아버지 모습을 통해 어린
생각이었음을 알았다. 인생의 마지막을 행복한 마음으로 정리할 수 있는 네 명의 주인공이 부러웠고, 저 나이
때 내가 저런 부모가 될 수 있을까, 저런 사랑을 할 용기가 남아 있을까 하는 생각에 싱숭했다.
어떤 미사여구도, 고매한 표현도 없지만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의 부모님에 대한 뒤늦은 후회와 사랑의 설렘이 뒤섞인 감정은 다른 어떤 책보다 컸다고 주저않고 말할 수 있다. 때론 단순한 것이 가장 실감나게 다가올 때도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