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새책 깊게 읽기 - 소년, 진실을 캐고 희망을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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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07 23:59 조회 6,872회 댓글 0건본문
전라도 뱃노래의 첫머리는 ‘칠산바다 너른 물’에서 서서히 조기를 잡아 올리는 유장한 중모리 장단으로 시작한다.
어기야 어화 어기야 어화/ 칠산 바다 너른 물에 고깃배가 돌아온다/ 어어어어허어허 어 어허어화… 중모리 장단이 끝나면 흥겨운 가락과 가사를 주고 받으며 고단한 뱃일의 노고를 씻어내는 구성진 굿거리가 이어진다. 영차 (여엉차) 영차 (여엉차)/ 어기여차저차 어허어 어허 어영차/ 간다 간다 어허어 어허 나는 간다/ 칠산 바다에 어허어 어허 나는 간다~뱃사람을 위로하던 이 노래는 이제 사라지고 없다. 아니 노래는 이런저런 자료의 형태로 남아 있어도 조기가 가득한 그물을 당기며 이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없다.
조기들의 고향이었던 칠산 바다는 3월에서 4월 무렵, 산란을 위해 회유하는 조기 떼들로 넘실거렸다. 이맘때면 전국의 고기잡이배들이 칠산 바다로 몰려들어 성시를 이루어 그야말로 물 반, 고기 반으로 사흘 동안 조기를 잡아 평생을 먹고산다는 ‘사흘칠산’ 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 뱃사람들은 칠산 바다에 조기 잡으러 간다고 하지 않고 돈 실러 간다고 말했다. 그 칠산 바다의 기원이 되는 갯벌이 바로 새만금이다.
새만금은 만경강·동진강이 서해로 흘러드는 곳에 만들어진 드넓은 갯벌로 ‘한반도 서해안 갯벌’의 정중앙에 있으며 한국 전체 갯벌의 8%와 전라북도 갯벌의 65%를 차지하며 도요-물떼새의 도래지로 수많은 생명들의 삶의 터전이었다. 그러나 군산에서 부안에 이르는 방조제가 바다를 가로막은 뒤부터 갯벌은 죽어가고 있으며 바다의 상황 또한 다르지 않아 예로부터 살아 숨 쉬던 생명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온 나라의 산과 강과 갯벌을 마구잡이로 파헤쳐서 과연 무엇을 얻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품은 소년은 전국에서 모인 선생님, 누나, 형, 동생 들과 길을 나섰다.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이 여는 여름방학 프로그램인 ‘새만금 바닷길 걷기’에 2005년부터 7년동안 해마다 참여하면서 직접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기록한 『소년, 갯벌에서 길을 묻다』는 그 의문에 대한 답이 고스란히 담긴 책이다. 그 길에서 소년은 생명의 갯벌이 죽음의 사막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목격해야 했다.
새만금방조제는 1991년 11월 16일 착공한 후 19년의 공사기간을 거쳤다. 방조제와 간척지 조성이 마무리될 때까지 약 2조 9천억 원의 사업비가 들었는데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수많은 환경오염 문제를 일으키며 사업에 대한 찬반 논란 끝에 마지막 물막이 공사가 두 차례나 중지되었지만 결국 2010년 4월 27일 준공되었다. 최근의 새만금 관련 기사는 방조제의 유실 및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담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11월 14일, ‘새만금방조제가 준공된 지 불과 1년 반 만에 붕괴될 우려가 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하여 민관공동조사단회의를 통해 확인 및 자문을 받은 결과, 방조제의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으며 붕괴될 우려 또한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를 믿는 사람은 별로 없을 듯하다. 왜냐하면 새만금과 관련해서 정부는 헤아릴 수 없는 거짓말을 해왔기 때문이다.
소년이 초등학교 6학년부터 해마다 걷기에 참여하면서 직접 경험한 것을 기록한 이 책에는 정부의 거짓이 낱낱이 드러난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새만금 갯벌이 사라져도 도요-물떼새들이 근처의 곰소항 갯벌이나 유부도 갯벌 등으로 옮겨갈 것이라며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007년 곰소만과 유부도를 찾은 도요-물떼새는 2006년 새만금에서 떠난 11만 마리에 비해 4만여 마리밖에 늘지 않았다고 한다. 자연은 가만히 두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보호라는 것을 소년은 책 곳곳에서 증명하고 있다. 길을 걸으며 알고 깨닫는 삶의 진실에는 진심이 담기고 진심이 담긴 깨달음은 감동을 준다. 새만금에는 철새나 조개, 바닷고기만이 아니라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이 있기에 소년은 자연에 기대어 사는 사람에게도 깊은 관심을 둔다. 갯벌 파괴는 사람의 삶을 한없이 피폐하게 만들 뿐 아니라 심지어 목숨마저 위태롭게 한다는 살벌한 진실이 책 곳곳에 드러나 있다.
환경단체 ‘풀꽃세상을위한모임’은 새만금방조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2000년 3월, ‘새만금 갯벌의 백합’에게 ‘풀꽃상’을 주었다. “갯벌은 갯지렁이가 꼬물대고, 망둥어가 설쳐대고, 농게가 어기적거리고, 수백만 마리 찔룩이와 저어새가 끼룩거리는 생명의 땅입니다. …… 그러나 갯벌 가치에 대한 무지와 오판으로 인해 사라지게 될지도 모를 갯벌과 갯벌 생명체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습니다. 이에 우리는 ‘조개 중의 조개’라 불리는 백합에게 제5회 풀꽃상을 드리는 것으로 갯벌과 갯벌 생명체에 대한 말로 다할 수 없는 애정과 함께 그들이 영원토록 갯벌에서 살아가기를 바랍니다.”라는 아름답고 감동적인 헌사를 잊지 않는다면 우리에겐 아직 희망이 남아 있는 것이 아닐까. 또 해마다 ‘새만금 바닷길 걷기’ 같은 프로그램으로 환경과 생태에 대한 감수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환생교’ 같은 모임들이 있는 한 우리의 지구가 마침내 모든 생명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아름다운 땅으로 바뀌지 않을까.
책을 읽는 내내 이 땅의 어른으로 소년에게 아니 우리 후손들에게 참으로 부끄럽고 너무 미안했으며 또 정말 고마웠다. 새만금 바닷길을 걸으며 그 길의 아름다움에 반했던 소년은 사라지는 것들을 안타까워하고 죽음과 파괴에 대해 분노할 줄 아는 청년으로 자랐다. 그는 우리가 우리 강산의 아름다운 모습을 기억하며 지속적인 관심을 가진다면, 도요새의 군무와 짱뚱어의 비상을 잊지 않고 작은 실천들을 꾸준히 이어간다면 다시 옛 모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스스로를 희망이라는 아름다운 청년의 믿음이 바로 우리의 미래다. 모든 생명이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룬 칠산 바다에서 소리꾼이 아니라 진짜 뱃사람이 부르는 구성진 뱃노래를 듣고 싶다.
어기야 어화 어기야 어화/ 칠산 바다 너른 물에 고깃배가 돌아온다/ 어어어어허어허 어 어허어화… 중모리 장단이 끝나면 흥겨운 가락과 가사를 주고 받으며 고단한 뱃일의 노고를 씻어내는 구성진 굿거리가 이어진다. 영차 (여엉차) 영차 (여엉차)/ 어기여차저차 어허어 어허 어영차/ 간다 간다 어허어 어허 나는 간다/ 칠산 바다에 어허어 어허 나는 간다~뱃사람을 위로하던 이 노래는 이제 사라지고 없다. 아니 노래는 이런저런 자료의 형태로 남아 있어도 조기가 가득한 그물을 당기며 이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없다.
조기들의 고향이었던 칠산 바다는 3월에서 4월 무렵, 산란을 위해 회유하는 조기 떼들로 넘실거렸다. 이맘때면 전국의 고기잡이배들이 칠산 바다로 몰려들어 성시를 이루어 그야말로 물 반, 고기 반으로 사흘 동안 조기를 잡아 평생을 먹고산다는 ‘사흘칠산’ 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 뱃사람들은 칠산 바다에 조기 잡으러 간다고 하지 않고 돈 실러 간다고 말했다. 그 칠산 바다의 기원이 되는 갯벌이 바로 새만금이다.
새만금은 만경강·동진강이 서해로 흘러드는 곳에 만들어진 드넓은 갯벌로 ‘한반도 서해안 갯벌’의 정중앙에 있으며 한국 전체 갯벌의 8%와 전라북도 갯벌의 65%를 차지하며 도요-물떼새의 도래지로 수많은 생명들의 삶의 터전이었다. 그러나 군산에서 부안에 이르는 방조제가 바다를 가로막은 뒤부터 갯벌은 죽어가고 있으며 바다의 상황 또한 다르지 않아 예로부터 살아 숨 쉬던 생명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온 나라의 산과 강과 갯벌을 마구잡이로 파헤쳐서 과연 무엇을 얻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품은 소년은 전국에서 모인 선생님, 누나, 형, 동생 들과 길을 나섰다.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이 여는 여름방학 프로그램인 ‘새만금 바닷길 걷기’에 2005년부터 7년동안 해마다 참여하면서 직접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기록한 『소년, 갯벌에서 길을 묻다』는 그 의문에 대한 답이 고스란히 담긴 책이다. 그 길에서 소년은 생명의 갯벌이 죽음의 사막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목격해야 했다.
새만금방조제는 1991년 11월 16일 착공한 후 19년의 공사기간을 거쳤다. 방조제와 간척지 조성이 마무리될 때까지 약 2조 9천억 원의 사업비가 들었는데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수많은 환경오염 문제를 일으키며 사업에 대한 찬반 논란 끝에 마지막 물막이 공사가 두 차례나 중지되었지만 결국 2010년 4월 27일 준공되었다. 최근의 새만금 관련 기사는 방조제의 유실 및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담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11월 14일, ‘새만금방조제가 준공된 지 불과 1년 반 만에 붕괴될 우려가 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하여 민관공동조사단회의를 통해 확인 및 자문을 받은 결과, 방조제의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으며 붕괴될 우려 또한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를 믿는 사람은 별로 없을 듯하다. 왜냐하면 새만금과 관련해서 정부는 헤아릴 수 없는 거짓말을 해왔기 때문이다.
소년이 초등학교 6학년부터 해마다 걷기에 참여하면서 직접 경험한 것을 기록한 이 책에는 정부의 거짓이 낱낱이 드러난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새만금 갯벌이 사라져도 도요-물떼새들이 근처의 곰소항 갯벌이나 유부도 갯벌 등으로 옮겨갈 것이라며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007년 곰소만과 유부도를 찾은 도요-물떼새는 2006년 새만금에서 떠난 11만 마리에 비해 4만여 마리밖에 늘지 않았다고 한다. 자연은 가만히 두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보호라는 것을 소년은 책 곳곳에서 증명하고 있다. 길을 걸으며 알고 깨닫는 삶의 진실에는 진심이 담기고 진심이 담긴 깨달음은 감동을 준다. 새만금에는 철새나 조개, 바닷고기만이 아니라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이 있기에 소년은 자연에 기대어 사는 사람에게도 깊은 관심을 둔다. 갯벌 파괴는 사람의 삶을 한없이 피폐하게 만들 뿐 아니라 심지어 목숨마저 위태롭게 한다는 살벌한 진실이 책 곳곳에 드러나 있다.
환경단체 ‘풀꽃세상을위한모임’은 새만금방조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2000년 3월, ‘새만금 갯벌의 백합’에게 ‘풀꽃상’을 주었다. “갯벌은 갯지렁이가 꼬물대고, 망둥어가 설쳐대고, 농게가 어기적거리고, 수백만 마리 찔룩이와 저어새가 끼룩거리는 생명의 땅입니다. …… 그러나 갯벌 가치에 대한 무지와 오판으로 인해 사라지게 될지도 모를 갯벌과 갯벌 생명체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습니다. 이에 우리는 ‘조개 중의 조개’라 불리는 백합에게 제5회 풀꽃상을 드리는 것으로 갯벌과 갯벌 생명체에 대한 말로 다할 수 없는 애정과 함께 그들이 영원토록 갯벌에서 살아가기를 바랍니다.”라는 아름답고 감동적인 헌사를 잊지 않는다면 우리에겐 아직 희망이 남아 있는 것이 아닐까. 또 해마다 ‘새만금 바닷길 걷기’ 같은 프로그램으로 환경과 생태에 대한 감수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환생교’ 같은 모임들이 있는 한 우리의 지구가 마침내 모든 생명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아름다운 땅으로 바뀌지 않을까.
책을 읽는 내내 이 땅의 어른으로 소년에게 아니 우리 후손들에게 참으로 부끄럽고 너무 미안했으며 또 정말 고마웠다. 새만금 바닷길을 걸으며 그 길의 아름다움에 반했던 소년은 사라지는 것들을 안타까워하고 죽음과 파괴에 대해 분노할 줄 아는 청년으로 자랐다. 그는 우리가 우리 강산의 아름다운 모습을 기억하며 지속적인 관심을 가진다면, 도요새의 군무와 짱뚱어의 비상을 잊지 않고 작은 실천들을 꾸준히 이어간다면 다시 옛 모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스스로를 희망이라는 아름다운 청년의 믿음이 바로 우리의 미래다. 모든 생명이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룬 칠산 바다에서 소리꾼이 아니라 진짜 뱃사람이 부르는 구성진 뱃노래를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