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새책 청소년문학 - 새 책을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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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11 12:03 조회 7,650회 댓글 0건본문
기나긴 입시 전쟁에서 살아남은 아이들, 아직도 머나먼 여정에 힘들어할 아이들에게 따뜻한 아랫목
같은 책들을 추천해주고 싶은 계절이다. 한 해의 마무리가 삶의 마무리가 되지 않고, 다시 시작될 새
로운 삶을 꿈꾸는 달이 되길 바라며, 미약하지만 이 책들을 통해 힘내라고 용기를 북돋워 본다. 첫 시
작은 가벼운 마음으로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그냥, 컬링』을 골라봤다. 꿈을 잃고 헤매는 아이들, 거
대한 장벽에 가로막혀 좌절하는 아이들에게 에둘러 가는 법과 그들 자신이 희망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책이다.
그리고 그동안 쉬쉬했던 청소년 성문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뤄 화제가 됐던 『포에버』와
여전히 불편한 동성애 문제를 유쾌하게 풀어낸 『난 그것만 생각해』를 통해 성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
증뿐만 아니라 고민도 함께 풀어보자. 열네 살까지만 살 수 있다는 냉혹한 운명에 맞서 모험을 떠나는
『이름을 훔치는 페퍼 루』에서는 거역할 수 없는 운명에 맞서는 주인공처럼 삶에 대한 용기를 얻어 보
고, 각박한 세상에서 홀로 좌절하지 말고 『더 레터』의 두 시인처럼 진솔한 글과 편지로 함께 나누고 극
복해보자. 그러면 적어도 『그리핀 선생 죽이기』 같은 비극은 없을 것이다. 추운 겨울 헐벗은 나무의 겉
모습보다 그 속에 꿈틀대는 생명의 소중함을 볼 줄 아는, 남에게 힘과 용기를 주고 자신의 삶에 자부
심을 갖는 『배운 녀자』들이 되길 바라며, 책과 함께 행복한 겨울나기를 기원해 본다.
정현아 전남 해남고 사서교사
그냥, 컬링
최상희 지음 | 비룡소 | 285쪽 | 2011.10.01 | 11,000원 | 중학생 | 한국 | 소설
사랑이라는 단어 앞에서도 이유를 묻고 조건을 따지는 시대다. ‘그냥’이라는 순수한
대답에 수긍하지 못하고, 숨은 이유를 찾게 되는 계산적인 세상. 여기 컬링이라는 듣
도 보도 못한 운동을 왜 하냐고 묻는 주인공(차을하)에게 똑같이 ‘그냥’이라는 답변
을 던지는 친구들(서인용과 강산)이 있다. 비인기 종목에 루저의 스포츠로 여겨지고,
빗자루 같은 도구로 바닥이나 문질러대는 도무지 폼 나지 않고 웃기기만 한 운동, 컬
링. 그 독특한 경기 방식에 을하는 비질 한 번에 뜬금없는 스카우트 제의를 받지만, 쉽
게 정이 안 간다. 하지만 혼자만 잘해서도 안 되고 누가 못한다고 해서 승패가 갈리지
않는 컬링의 묘미를 깨달으며, ‘그냥’이라는 말이 자신의 대답이 되고, 비로소 그도 꿈
을 꾸고 길을 찾는다. 생생한 캐릭터와 시종일관 웃음을 자아내는 이야기 전개에 킬
킬 웃다가도, 부조리한 우리사회의 단면을 마주할 때면 나도 모르게 뜨끔하게 되는
책. 아이들의 통쾌한 해결방식 속에서 미래사회의 희망을 찾아본다.
정현아 전남 해남고 사서교사
난 그것만 생각해
카림 르수니 드미뉴 지음 | 김혜영 옮김 | 조승연 그림 | 검둥소 | 127쪽 | 2011.09.15 | 10,000원 | 중·고등학생 | 프랑스 | 소설
동성애! 이성애자들이 거리를 두는 말이다. 그러나 행위가 아니라 엄연히 존재하
는 성의 한 양상이다. 우리는 사회문화적으로 규정된 성의 개념과 학습된 성에 대
한 이해력에 의해 여전히 이성애만 존재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그것
이 ‘정상’이라 생각한다. 이 소설은 짧은 이야기 속에 이스마엘이 겪는 청소년기 성
정체성과 레즈비언인 앙글레 선생님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성정체성으로 고통
받는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으로 평가할 만하다. 이
책을 읽으면 공존의식을 지니게 되고 다름을 인정할 줄 아는 힘을 키울 수 있을 것
이다. 소설과 해제의 분량이 거의 비슷할 정도로 해제의 힘도 크다. 거기에 성소수
자의 고통이 묻어 있는 경험담이 이성애 독자들을 부끄럽게 만든다. ‘정상이란 존
재하지 않는다’, ‘동성애가 이상한 것이 아니라 세상이 차별하는 것’일 뿐이다. 이
책을 꼭 읽어보기를 다시 한 번 말하고 싶다. 배영태 용인 포곡고 국어교사
더 레터
나희덕, 장석남 지음 | 좋은생각 | 172쪽 | 2011.09.16. | 11,800원 | 고등학생 | 한국 | 에세이
일반 책 표지와는 다르게 편지지 형식을 갖춰 몇 자 적어서 편지(와 선물)로 보낼 수 도 있는 『더 레터』. 더 레터 The Letter는 문자 그대로 편지이다. 서로를 정답게 ‘동무’라고 칭할 정도로 막역한 사이인 나희덕, 장석남 시인이 2010년 2월부터 1년간 <좋은생각> 홈페이지에서 공개적으로 주고받은 서른 통의 편지들을 엮어 한 권의 책으로 냈다. 짤막하고 소소한 내용이지만 그 안에는 시 이야기며 역사 이야기, 그림이며 꽃이며 바람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오래 나누어 향기롭기까지 하다. 책 안에서는 눈 내리던 계절이 햇살부터 다른 봄이 되더니 여름과 가을이 또 온다. 한 문장, 한 단락 곱씹어 읽어야 그 맛을 알 수 있기에 장편소설 읽는 시간보다 많은 시간이 할애된다. 그 만큼 깊이 있는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다. 순수 문학을 즐겨 읽는 독자들은 물론 두 시인의 팬들, 시인의 길을 꿈꾸는 예비 작가들에게도 반가운 에세이집이 될 것이다. 한아름 인천 청학중 사서
배운 녀자
고미숙 외 지음 | 씨네21북스 | 279쪽 | 2011.09.23 | 13,000원 | 중학생 | 한국 | 에세이
“나, 이대 나온 여자야!” 모 영화에서 등장한 이 대사는 한때 각종 오락 프로그램에서 패러디 되며 우리를 웃겨 주었다. 배울 만큼 배운, 교양 있고 똑똑한 여자이니 깔보지 말라는 뜻에서 쓰였으리라. 신조어 ‘배운 여자’ 또한 감히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그러나 다른 점이 있다. 나이, 학력, 직업을 불문하고 자신이 배운 대로, 아는 대로 행동한다는 것. 다시 말해 글과 말과 사는 모습이 동떨어져 있지 않다. 자신의 힘을 이곳저곳에 나누며 좀 더 좋은 사회를 만들고자 부단히 애쓴다. <한겨레 훅>에 연재된 칼럼을 묶은 이 책은 배운 녀자 17명의 인생 궤적을 소개한다. 피디, 배우, 치과원장, 국회의원, 인권활동가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어린 시절과 성장 과정, 불현듯 찾아온 시련과 극복, 직업을 통한 소신과 다짐이 쉽고 편안하게 쓰였다. “유능하지 않아도 돼, 너 자체만으로도 괜찮아.”, “청년들이여, 그대들은 게으른 것이 아니다.”라고 힘주어 말하며 가슴 찡하게 우리를 웃기고 울린다.
이찬미 인천 부흥고 사서
이름을 훔치는 페퍼 루
제럴딘 머코크런 지음 | 조동섭 옮김 | 시공사 | 344쪽 | 2011.09.25 | 9,500원 | 고등학생 | 영국 | 소설
흑백 필름처럼 다소 지루하면서도 정감 있는 이 소설은 시간과 공간이 구체적으로 그려지진 않는다. 상상하기 싫어하고 긴 호흡을 견디고, 행간의 의미를 느끼기 어려워하는 청소년들이 읽어낼까 싶지만 동화적 요소를 좋아할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12살이면 죽을 거라는 성 콩스탕스 성자의 말을 믿고 자식의 생을 거기에 맞추어 살게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황당해서 화가 난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도 이런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진 않나 반성하게 한다. 글을 읽는 내내 부모와 이모가 규정하는 페퍼 루의 인생이 답답하고 한심하다가 페퍼 루가 자신을 옭아매는 상황에 더 이상 굴복하지 않고 믿기지 않을 모험을 하는 전개에 박수를 치며 응원할 거라 생각된다. 12살 어린 페퍼 루는 운명에 맞서 여러 사람의 인생을 경험하고 그를 지켜본 뒤세스에 의해 위험의 순간들을 넘긴다. 뒤세스 같은 어른이 존재한다는 것과 순수한 페퍼 루의 마음은 마법처럼 읽는 이의 가슴을 따뜻하게 만든다. 강애라 서울 대치중 국어교사
포에버
주디 블룸 지음 | 김영진 옮김 | 창비 | 266쪽 | 2011.09.23 | 9,500원 | 고등학생 | 미국 | 소설
이 책은 제목과 표지는 달달하고, 내용은 재미있지만 무겁다. 『별 볼 일 없는 4학년』의 작가가 사춘기 딸을 염두에 두고 쓴 소설로, 고등학교 졸업반 여학생 캐서린의 첫 사랑과 첫 경험을 자세하게 묘사한 성性이야기다. 1975년 출간된 이후 미국 일부 학교에서는 금서로 지정되기도 했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350만부 이상 팔린 책이다. 우리에게는 낯선 소재이고 문화 차이에서 오는 불편함도 있다. 하지만 일부 청소년은 벌써 어른 티가 날만큼 조숙한 현실과 급변하는 사회에서 모르쇠로 일관할 수는 없는 법.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야 할 때가 지금이라면, 책은 큰 도움이 된다. 어른에게는 첫 경험을 앞두고 설렘과 두려움을 느끼는 딸에게 믿음, 이해, 사랑으로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주는 가족들에게서, 청소년에게는 자신의 성장을 똑바로 인지하고 사랑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걸 스스로 배워가는 캐서린에게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청소년의 사랑이 그들의 성장 과정 중 하나이고, 공부나 진로만큼 중요한 일이라는 걸 생각할 기회를 주는 것도 장점이다. 김광재 학교 밖 독서 지도
같은 책들을 추천해주고 싶은 계절이다. 한 해의 마무리가 삶의 마무리가 되지 않고, 다시 시작될 새
로운 삶을 꿈꾸는 달이 되길 바라며, 미약하지만 이 책들을 통해 힘내라고 용기를 북돋워 본다. 첫 시
작은 가벼운 마음으로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그냥, 컬링』을 골라봤다. 꿈을 잃고 헤매는 아이들, 거
대한 장벽에 가로막혀 좌절하는 아이들에게 에둘러 가는 법과 그들 자신이 희망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책이다.
그리고 그동안 쉬쉬했던 청소년 성문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뤄 화제가 됐던 『포에버』와
여전히 불편한 동성애 문제를 유쾌하게 풀어낸 『난 그것만 생각해』를 통해 성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
증뿐만 아니라 고민도 함께 풀어보자. 열네 살까지만 살 수 있다는 냉혹한 운명에 맞서 모험을 떠나는
『이름을 훔치는 페퍼 루』에서는 거역할 수 없는 운명에 맞서는 주인공처럼 삶에 대한 용기를 얻어 보
고, 각박한 세상에서 홀로 좌절하지 말고 『더 레터』의 두 시인처럼 진솔한 글과 편지로 함께 나누고 극
복해보자. 그러면 적어도 『그리핀 선생 죽이기』 같은 비극은 없을 것이다. 추운 겨울 헐벗은 나무의 겉
모습보다 그 속에 꿈틀대는 생명의 소중함을 볼 줄 아는, 남에게 힘과 용기를 주고 자신의 삶에 자부
심을 갖는 『배운 녀자』들이 되길 바라며, 책과 함께 행복한 겨울나기를 기원해 본다.
정현아 전남 해남고 사서교사
그냥, 컬링
최상희 지음 | 비룡소 | 285쪽 | 2011.10.01 | 11,000원 | 중학생 | 한국 | 소설
사랑이라는 단어 앞에서도 이유를 묻고 조건을 따지는 시대다. ‘그냥’이라는 순수한
대답에 수긍하지 못하고, 숨은 이유를 찾게 되는 계산적인 세상. 여기 컬링이라는 듣
도 보도 못한 운동을 왜 하냐고 묻는 주인공(차을하)에게 똑같이 ‘그냥’이라는 답변
을 던지는 친구들(서인용과 강산)이 있다. 비인기 종목에 루저의 스포츠로 여겨지고,
빗자루 같은 도구로 바닥이나 문질러대는 도무지 폼 나지 않고 웃기기만 한 운동, 컬
링. 그 독특한 경기 방식에 을하는 비질 한 번에 뜬금없는 스카우트 제의를 받지만, 쉽
게 정이 안 간다. 하지만 혼자만 잘해서도 안 되고 누가 못한다고 해서 승패가 갈리지
않는 컬링의 묘미를 깨달으며, ‘그냥’이라는 말이 자신의 대답이 되고, 비로소 그도 꿈
을 꾸고 길을 찾는다. 생생한 캐릭터와 시종일관 웃음을 자아내는 이야기 전개에 킬
킬 웃다가도, 부조리한 우리사회의 단면을 마주할 때면 나도 모르게 뜨끔하게 되는
책. 아이들의 통쾌한 해결방식 속에서 미래사회의 희망을 찾아본다.
정현아 전남 해남고 사서교사
난 그것만 생각해
카림 르수니 드미뉴 지음 | 김혜영 옮김 | 조승연 그림 | 검둥소 | 127쪽 | 2011.09.15 | 10,000원 | 중·고등학생 | 프랑스 | 소설
동성애! 이성애자들이 거리를 두는 말이다. 그러나 행위가 아니라 엄연히 존재하
는 성의 한 양상이다. 우리는 사회문화적으로 규정된 성의 개념과 학습된 성에 대
한 이해력에 의해 여전히 이성애만 존재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그것
이 ‘정상’이라 생각한다. 이 소설은 짧은 이야기 속에 이스마엘이 겪는 청소년기 성
정체성과 레즈비언인 앙글레 선생님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성정체성으로 고통
받는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으로 평가할 만하다. 이
책을 읽으면 공존의식을 지니게 되고 다름을 인정할 줄 아는 힘을 키울 수 있을 것
이다. 소설과 해제의 분량이 거의 비슷할 정도로 해제의 힘도 크다. 거기에 성소수
자의 고통이 묻어 있는 경험담이 이성애 독자들을 부끄럽게 만든다. ‘정상이란 존
재하지 않는다’, ‘동성애가 이상한 것이 아니라 세상이 차별하는 것’일 뿐이다. 이
책을 꼭 읽어보기를 다시 한 번 말하고 싶다. 배영태 용인 포곡고 국어교사
더 레터
나희덕, 장석남 지음 | 좋은생각 | 172쪽 | 2011.09.16. | 11,800원 | 고등학생 | 한국 | 에세이
일반 책 표지와는 다르게 편지지 형식을 갖춰 몇 자 적어서 편지(와 선물)로 보낼 수 도 있는 『더 레터』. 더 레터 The Letter는 문자 그대로 편지이다. 서로를 정답게 ‘동무’라고 칭할 정도로 막역한 사이인 나희덕, 장석남 시인이 2010년 2월부터 1년간 <좋은생각> 홈페이지에서 공개적으로 주고받은 서른 통의 편지들을 엮어 한 권의 책으로 냈다. 짤막하고 소소한 내용이지만 그 안에는 시 이야기며 역사 이야기, 그림이며 꽃이며 바람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오래 나누어 향기롭기까지 하다. 책 안에서는 눈 내리던 계절이 햇살부터 다른 봄이 되더니 여름과 가을이 또 온다. 한 문장, 한 단락 곱씹어 읽어야 그 맛을 알 수 있기에 장편소설 읽는 시간보다 많은 시간이 할애된다. 그 만큼 깊이 있는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다. 순수 문학을 즐겨 읽는 독자들은 물론 두 시인의 팬들, 시인의 길을 꿈꾸는 예비 작가들에게도 반가운 에세이집이 될 것이다. 한아름 인천 청학중 사서
배운 녀자
고미숙 외 지음 | 씨네21북스 | 279쪽 | 2011.09.23 | 13,000원 | 중학생 | 한국 | 에세이
“나, 이대 나온 여자야!” 모 영화에서 등장한 이 대사는 한때 각종 오락 프로그램에서 패러디 되며 우리를 웃겨 주었다. 배울 만큼 배운, 교양 있고 똑똑한 여자이니 깔보지 말라는 뜻에서 쓰였으리라. 신조어 ‘배운 여자’ 또한 감히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그러나 다른 점이 있다. 나이, 학력, 직업을 불문하고 자신이 배운 대로, 아는 대로 행동한다는 것. 다시 말해 글과 말과 사는 모습이 동떨어져 있지 않다. 자신의 힘을 이곳저곳에 나누며 좀 더 좋은 사회를 만들고자 부단히 애쓴다. <한겨레 훅>에 연재된 칼럼을 묶은 이 책은 배운 녀자 17명의 인생 궤적을 소개한다. 피디, 배우, 치과원장, 국회의원, 인권활동가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어린 시절과 성장 과정, 불현듯 찾아온 시련과 극복, 직업을 통한 소신과 다짐이 쉽고 편안하게 쓰였다. “유능하지 않아도 돼, 너 자체만으로도 괜찮아.”, “청년들이여, 그대들은 게으른 것이 아니다.”라고 힘주어 말하며 가슴 찡하게 우리를 웃기고 울린다.
이찬미 인천 부흥고 사서
이름을 훔치는 페퍼 루
제럴딘 머코크런 지음 | 조동섭 옮김 | 시공사 | 344쪽 | 2011.09.25 | 9,500원 | 고등학생 | 영국 | 소설
흑백 필름처럼 다소 지루하면서도 정감 있는 이 소설은 시간과 공간이 구체적으로 그려지진 않는다. 상상하기 싫어하고 긴 호흡을 견디고, 행간의 의미를 느끼기 어려워하는 청소년들이 읽어낼까 싶지만 동화적 요소를 좋아할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12살이면 죽을 거라는 성 콩스탕스 성자의 말을 믿고 자식의 생을 거기에 맞추어 살게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황당해서 화가 난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도 이런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진 않나 반성하게 한다. 글을 읽는 내내 부모와 이모가 규정하는 페퍼 루의 인생이 답답하고 한심하다가 페퍼 루가 자신을 옭아매는 상황에 더 이상 굴복하지 않고 믿기지 않을 모험을 하는 전개에 박수를 치며 응원할 거라 생각된다. 12살 어린 페퍼 루는 운명에 맞서 여러 사람의 인생을 경험하고 그를 지켜본 뒤세스에 의해 위험의 순간들을 넘긴다. 뒤세스 같은 어른이 존재한다는 것과 순수한 페퍼 루의 마음은 마법처럼 읽는 이의 가슴을 따뜻하게 만든다. 강애라 서울 대치중 국어교사
포에버
주디 블룸 지음 | 김영진 옮김 | 창비 | 266쪽 | 2011.09.23 | 9,500원 | 고등학생 | 미국 | 소설
이 책은 제목과 표지는 달달하고, 내용은 재미있지만 무겁다. 『별 볼 일 없는 4학년』의 작가가 사춘기 딸을 염두에 두고 쓴 소설로, 고등학교 졸업반 여학생 캐서린의 첫 사랑과 첫 경험을 자세하게 묘사한 성性이야기다. 1975년 출간된 이후 미국 일부 학교에서는 금서로 지정되기도 했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350만부 이상 팔린 책이다. 우리에게는 낯선 소재이고 문화 차이에서 오는 불편함도 있다. 하지만 일부 청소년은 벌써 어른 티가 날만큼 조숙한 현실과 급변하는 사회에서 모르쇠로 일관할 수는 없는 법.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야 할 때가 지금이라면, 책은 큰 도움이 된다. 어른에게는 첫 경험을 앞두고 설렘과 두려움을 느끼는 딸에게 믿음, 이해, 사랑으로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주는 가족들에게서, 청소년에게는 자신의 성장을 똑바로 인지하고 사랑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걸 스스로 배워가는 캐서린에게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청소년의 사랑이 그들의 성장 과정 중 하나이고, 공부나 진로만큼 중요한 일이라는 걸 생각할 기회를 주는 것도 장점이다. 김광재 학교 밖 독서 지도